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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부 정신과 시인들』. 시인들의 세계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들의 정신은 인류 문명삭 이루어낸 결정체로서의 산물들이다. 이 책에 기록된 시인들은 모두가 각고의 노력으로 창조적 정신세계와 생명률을 보여준다. 그들에겐 그들 언어의 빛이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의 전부이다. 오직 깨알 같은 몇 낱의 언어를 위하여 어떻게 빈곤과남루 속에서 견뎌낼 수 있었는지. 그들의 작업물과 이름을 이곳 역사의 한 모퉁이에 후일의 묘비로 적어 남긴다.

시와 함께한 생애, 그들의 작품이 녹아내린다.
텃밭에서 풀을 뽑다가 아니다 싶어 그만 두었다. 풀이나 고추모종이나 다 같은 생명들이다. 뽑혀나는 풀마다 비명을 지르니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삶이란 지독한 것이다. 그 생명들 가운데서도 시인들이란 모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음성은 쑥향보다도 더 남다른 데가 있어서 코끝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생명은 신묘한 것이니, 시인들의 세계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들의 음성은 귀나 눈으로써 온전히 다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레이저 빛보다도 더 예민한 정신작용으로라야 그들 생명계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정신과 작업은 인류 문명사가 이루어낸 결정체로서의 산물들이다. 이 책에 기록된 몇몇 시인들과 여타의 시인들은 모두가 각고의 노력으로 이룬 정신세계와 창조적 생명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의 시공간을 남달리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다. 그들 정신의 결빙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독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그들에겐 그들 언어의 빛이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의 전부이다. 그 몇 톨의 언어를 연마해내기 위하여 그들은 온 생을 다한다.
이 책은 1955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바 있는 저자의 현대시 평론서이다.
1부에서는 시학과 정신에 대해 기술하였으며 2부에서는 시인 성귀수, 경산 정진규, 도종환, 전봉건 등 여러 시인들과 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생애를 시와 함께하면서 산 이들의 고뇌와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문

Ⅰ부 시와 정신

1장 시와 철학
2장 기호 : 상징의 복제
3장 낯선 시와 부친 살해 정신

Ⅱ부 시와 시인들

4장 성귀수의 실험세계 : 미친 듯이 정신차리는 자
5장 경산 정진규 시선 : 󰡔우리나라에는 풀밭이 많다󰡕
6장 함기석의 뽈랑공원
7장 노태맹의 시 : 제3의 바르도(bar do) 그 회색빛 속의 代贖罪
8장 최금녀의 시세계 : ‘순수’와 ‘끼’ 사이에서의 운명론적 시 쓰기
9장 정익진의 제2시집 : 자의적 상징과 초월적 인식구조의 텍스트
10장 강희안의 제3시집 : 기호적 주체의 비극과 환은유의 존재론
11장 이인철의 새로운 별자리를 위한 이야기
12장 도종환의 책임론과 ｢몸의 시학｣
13장 전봉건 시전집의 ｢태양｣을 읽다
낯선시 : 정신과 수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