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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문일평의 <화하만필>과 <사상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꽃에 따라 배열하고 오늘의 독자들이 읽는 데 아무 불편이 없도록 현대어로 고쳤다. 또한 김태정의 아름다운 꽃사진을 얹어 훨씬 글이 살아나도록 했다. 매화, 배꽃, 진달래, 철쭉, 봉선화 등 다양한 꽃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인문학의 토대가 갈수록 무너진다고 비명만 질러대는 요즘이다. 어찌 보면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자신이 자초한 것이 아닌가? 전공의 미명 아래 지엽말단에만 흘러, 전체를 보는 시야를 잃고 만데서 정작 우리 인문학의 위기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옛날 사마천은 [사기]를 지을 적에, [서경]의 옛글을 인용하면서도 그 당시의 표현으로 모두 바꿔 썼다. 경전의 말씀인데도 소통을 위해 글자를 바꿨다. 이런 생각이 참 소중하다. 어렵기만 한 묵은 글도 어려운 단어를 쉽게 바꾸고, 구문의 순서를 조금 조절하거나, 문장을 끊어 읽는 호흡을 가다듬으면 지금 읽기에 전혀 지장이 없다. 연암 박지원이 “먹다 남은 장도 그릇을 바꿔 담으면 새로운 입맛이 난다”고 한 것이 바로 이 뜻이다. 이번에 태학사에서 나온, 문일평이 쓰고 정민이 풀어썼으며 김태저이 사진을 찍은, [꽃밭 속의 생각]은 한 세대 이전의 선배들의 글을 어떻게 리바이벌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호암(湖巖) 문일평(文一平, 1888-1936) 선생의 [화하만필(花下漫筆)]과 [사상(史上)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꽃에 따라 배열하고 오늘의 독자들이 읽는 데 아무 불편이 없도록 현대어로 고친 것이다. 내용은 하나도 손대지 않고 표현은 예외 없이 고쳤다. 예를 들어 “생이별(生離別)의 고(苦)에 우는 궐녀(厥女)로부터 충선(忠宣)에게 시를 기사(寄謝)하였는데”를, “생이별의 괴로움에 울던 그녀는 충선왕에게 시를 보냈는데”로 고쳤다. 또 “은일시인(隱逸詩人)의 천고절조(千古絶調)로 충담청원(沖澹淸遠)한 멋이 과연 동양예술(東洋藝術)의 신수(神髓)를 심득(深得)한 것이니”는 “은일 시인 도연명의 천고의 걸작 중 한 구절이다. 담백하면서도 해맑은 멋이 과연 동양 예술의 정수를 깊이 얻었다 하겠다”로 풀었다. 고쳐 쓴 후 다시 읽으니 느낌이 한결 다르다. 서점에 가면 꽃에 관한 책이 많지만, 식물학적 설명에 머문 것이 대부분이다. 꽃의 인문학적 정보를 찾을 데가 별로 없다. 이 해묵은 글은 어쩌면 우리 인문학이 까맣게 잊고 있던 부분을 소중하게 일깨워 준다. 정보야 잘못된 것도 있고, 지금 보면 충분치도 않다. 하지만 이 글 속에는 삶의 총체성이 아직 살아 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놀지 않는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저만의 성채를 높이 쌓아두고, 남을 넘보지도 않고 그 안에서 혼자 논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절실하다. 막힌 옛 길을 고치고 뚫어 새로 선뵈면서 여기에 김태정 선생의 아름다운 사진을 얹었다. 누런 종이 속에서 생기를 잃고 있던 꽃들이 봄비에 수런수런 깨어나듯, 고운 영상 속에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난다. 천지가 온통 환한 꽃밭이다.

- 태학산문선을 발간하며
- 일러두기
- 현대어로 옮긴 옛글

[1] 1부
1. 차가운 아름다움, 매화
2. 봄비에 함초롬 젖는 배꽃
3. 향그러운 꽃지짐, 진달래
4. 봄산에 절로 피는 철쭉
5. 온 산을 환히 비추는 영산홍
6. 꽃 없는 시절의 봄빛 자랑, 동백
7. 황금 위의 붉은 비단, 해당화
8. 요염하고 가녀린 미인, 살구꽃
9. 선이 가는 동양적 미인, 복사꽃
10. 화려한 꽃의 여왕, 장미
11. 술 취한 절세미인, 작양화
12. 월나라 아가씨의 사랑, 연꽃
13. 고개 숙여 웃는 나리꽃
14. 손톱 끝에 물든 사랑, 봉선화
15. 수도하는 여승의 청초함, 도라지꽃
16. 백발을 흩날리는 할미꽃
17. 농가의 담박한 운치, 박꽃
18. 싱겁게 키만 큰 접시꽃
19. 빨간 사랑이 데굴데굴, 앵도화
20. 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홍
21. 자강불식하는 군자, 무궁화
22. 곱기가 연꽃 같은 목련화
23. 사계절 모두 피는 사계화
24. 수탉의 벼슬 같은 맨드라미
25. 꽃 좋고 열매도 좋은 석류화
26. 싱싱한 채로 지는 능소화
27. 청초한 자태 그윽한 향기, 난화
28. 제비처럼 날렵한 제비꽃
29. 농염한 아름다움, 모란꽃
30. 꿈결에도 사무친 향기, 서향화
31. 네 계절 변함없이 푸른 치자
32. 일편단심의 충성, 해바라기
33. 천하의 한 구경거리, 수선화
34. 백옥의 비녀 같은 옥잠화
35. 낮에 피어 밤에 지는 금전화
36. 산뜻한 운치를 지닌 패랭이꽃
37. 애끊는 사랑의 눈물, 추해당
38. 꽃 빛 곱고 향기 좋은 매괴화
39.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수구화
40. 근심을 잊게 하는 풀, 원추리
41. 필 때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벚꽃
42. 재미와 실익을 두루 갖춘 양귀비꽃
43. 시인의 사랑을 독차지 한 국화
44. 이슬 머금고 방긋 웃는 나팔꽃

[2] 2부
1. 향그러운 꽃지짐, 진달래
2. 봄산에 절로 피는 철쭉
3. 온 산을 환히 비추는 영산홍
4. 꽃 없는 시절의 봄빛 자랑, 동백
5. 황금 위의 붉은 비단, 해당화
6. 요염하고 가녀린 미인, 살구꽃
7. 선이 가는 동양적 미인, 복사꽃
8. 화려한 꽃의 여왕, 장미
9. 술 취한 절세미인, 작양화
10. 월나라 아가씨의 사랑, 연꽃
11. 고개 숙여 웃는 나리꽃
12. 손톱 끝에 물든 사랑, 봉선화
13. 수도하는 여승의 청초함, 도라지꽃
14. 백발을 흩날리는 할미꽃
15. 농가의 담박한 운치, 박꽃
16. 싱겁게 키만 큰 접시꽃
17. 빨간 사랑이 데굴데굴, 앵도화
18. 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홍
19. 자강불식하는 군자, 무궁화
20. 곱기가 연꽃 같은 목련화
21. 사계절 모두 피는 사계화
22. 수탉의 벼슬 같은 맨드라미
23. 꽃 좋고 열매도 좋은 석류화
24. 싱싱한 채로 지는 능소화
25. 청초한 자태 그윽한 향기, 난화
26. 제비처럼 날렵한 제비꽃
27. 농염한 아름다움, 모란꽃
28. 꿈결에도 사무친 향기, 서향화
29. 네 계절 변함없이 푸른 치자
30. 일편단심의 충성, 해바라기
31. 천하의 한 구경거리, 수선화
32. 백옥의 비녀 같은 옥잠화
33. 낮에 피어 밤에 지는 금전화
34. 산뜻한 운치를 지닌 패랭이꽃
35. 애끊는 사랑의 눈물, 추해당
36. 꽃 빛 곱고 향기 좋은 매괴화
37.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수구화
38. 근심을 잊게 하는 풀, 원추리
39. 필 때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벚꽃
40. 재미와 실익을 두루 갖춘 양귀비꽃
41. 시인의 사랑을 독차지 한 국화
42. 이슬 머금고 방긋 웃는 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