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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상의 산문선집.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고, 총체적 삶의 자세를 견지한 옛 작가의 산문에는 타성에 젖고 지적 편식에 길들여진 우리의 일상을 따끔하게 일깨우는 청정한 울림이 있다. '태학산문선'은 그 맑은 울림에 귀를 기울인다.

제305권인 이 책은 단편 소설 <날개>와 시 <거울> 등을 쓴 이상의 수필을 수록하고 있다. 이상의 수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자체가 독백의 문학이라는 사실이다. 이상은 수필적 글쓰기라는 성찰의 형식을 통해서 내면의 충동을 해부하고, 변화해 가는 현실에 맞선다. <권태>, <보험 없는 화재>, <병상 이후> 등의 수필을 수록했다.

"나는 개울가로 가 본다. 썩은 물 늘어진 댑싸리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 앉아서 이번에는 그 썩은 웅덩이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나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한다. 무수한 오전汚點이 방향을 정돈해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 송사리 떼임에 틀림없다.
이 부패한 소택沼澤 속에 이런 앙증스런 어족 魚族이 서식하리라고는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 몰리고 조리 몰리고 역시 먹을 것을 찾음이리라. 무엇을 먹고 사누. 벌러지를 먹겠지. 그러나 송사리보다도 더 작은 것이 있을까"

[권태]라는 산문의 일부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우리를 먼 옛날로 이끌어간다. 여기에는 요즘 도시인들에게는 낯선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마치 우리가 동화 속의 나라라도 들어간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50여 년 전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고향 풍경일 따름이다. 요즘은 도회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시골을 체험하러 간다. 그러나 그 시골도 예전의 시골이 아니라 많이 진화한 시골이다. 예전의 시골의 모습은 이러한 글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시골은 그렇다 치자. 도회의 모습은 어떤가.

". . . 저녁때가 되면 자연 쌀을 씻어야 되겠으니까 수도水道로 모여든다. 모여들면 남자들처럼 서로 꺼리고 기피하지 않고 곧잘 언어노출증言語露出症을 나타낸다. 그래서는 잠자코 있었으면 모를 이야기, 안 해도 좋을 이야기, 흉아잡이 무릎맞춤이 시작되면서 가끔 여류무용전女流武勇傳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힘써 감추는 남편씨男便氏의 직업도 탄로가 나고 해서 바깥양반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분쇄하고 마는 것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나온 이상산문선 ?산촌여정?에는 이상이 살았던 시대의 우리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글들을 통하여 이상의 글쓰기 문제와 이상이라는 한 인간이 자기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추적함으로써 그의 문학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이러한 이상의 수필은 가장 자유스럽게 써 나간 글이라는 점에서 자기중심적이다. 내용이나 형식에 의하여 규정되기 어려운 그의 산문은 가벼운 신변잡기에서부터 본격적인 수상록이라고 할 수 있는 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산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자체가 독백의 문학이란 사실이다. 어떠한 형태를 취하고 있든 간에 그의 수필은 결국 자기를 내보이기 위한 글이다. 때로는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자기를 위장한다.
또한 그의 산문은 하나의 에피그람에 해당하는 명상적인 표현이 있는가 하면, 산만하고 자유스런 형식으로 인한 난해성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산문적 글쓰기라는 자기 성찰의 형식을 통해서 자기 내면의 충동을 해부하고, 변화해 가는 현실에 맞선다. 그의 산문 텍스트는 그 구조와 의미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여기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기법에 의한 의도적인 왜곡이 비교적 덜하다는 뜻에서 그렇다. 그러므로 산문의 담론 구조 속에서 시와 소설의 난해한 모티프들을 해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산문집에서 우리는 그가 고뇌하며 질문했던 문제들을 다시 재질문하는 자세로 그의 글들을 읽는다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개울가로 가 본다. 썩은 물 늘어진 댑싸리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거기 앉아서 이번에는 그 썩은 웅덩이 속을 들여다본다.
순간 나는 진기한 현상을 목도한다. 무수한 오전汚點이 방향을 정돈해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임에 틀림없다. 송사리 떼임에 틀림없다.
이 부패한 소택沼澤 속에 이런 앙증스런 어족 魚族이 서식하리라고는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 몰리고 조리 몰리고 역시 먹을 것을 찾음이리라. 무엇을 먹고 사누. 벌러지를 먹겠지. 그러나 송사리보다도 더 작은 것이 있을까“

?권태?라는 산문의 일부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우리를 먼 옛날로 이끌어간다. 여기에는 요즘 도시인들에게는 낯선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마치 우리가 동화 속의 나라라도 들어간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50여 년 전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고향 풍경일 따름이다. 요즘은 도회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시골을 체험하러 간다. 그러나 그 시골도 예전의 시골이 아니라 많이 진화한 시골이다. 예전의 시골의 모습은 이러한 글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시골은 그렇다 치자. 도회의 모습은 어떤가.

“. . . 저녁때가 되면 자연 쌀을 씻어야 되겠으니까 수도水道로 모여든다. 모여들면 남자들처럼 서로 꺼리고 기피하지 않고 곧잘 언어노출증言語露出症을 나타낸다. 그래서는 잠자코 있었으면 모를 이야기, 안 해도 좋을 이야기, 흉아잡이 무릎맞춤이 시작되면서 가끔 여류무용전女流武勇傳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힘써 감추는 남편씨男便氏의 직업도 탄로가 나고 해서 바깥양반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분쇄하고 마는 것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나온 이상산문선 ?산촌여정?에는 이상이 살았던 시대의 우리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글들을 통하여 이상의 글쓰기 문제와 이상이라는 한 인간이 자기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가를 추적함으로써 그의 문학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이러한 이상의 수필은 가장 자유스럽게 써 나간 글이라는 점에서 자기중심적이다. 내용이나 형식에 의하여 규정되기 어려운 그의 산문은 가벼운 신변잡기에서부터 본격적인 수상록이라고 할 수 있는 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산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자체가 독백의 문학이란 사실이다. 어떠한 형태를 취하고 있든 간에 그의 수필은 결국 자기를 내보이기 위한 글이다. 때로는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자기를 위장한다.
또한 그의 산문은 하나의 에피그람에 해당하는 명상적인 표현이 있는가 하면, 산만하고 자유스런 형식으로 인한 난해성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산문적 글쓰기라는 자기 성찰의 형식을 통해서 자기 내면의 충동을 해부하고, 변화해 가는 현실에 맞선다. 그의 산문 텍스트는 그 구조와 의미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여기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기법에 의한 의도적인 왜곡이 비교적 덜하다는 뜻에서 그렇다. 그러므로 산문의 담론 구조 속에서 시와 소설의 난해한 모티프들을 해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산문집에서 우리는 그가 고뇌하며 질문했던 문제들을 다시 재질문하는 자세로 그의 글들을 읽는다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태학산문선을 발간하며
- 이상의 글쓰기, 그리고 근대성의 극복문제

[1] 1부
1. 산촌여정
2. 권태

[2] 2부
1. 보험없는 화재
2. 단지한 처녀
3. 차생윤회
4. 공지에서
5. 도회의 인심
6. 골동벽
7. 동심행렬
8. 서망율도
9. 여상
10. 추석삽화
11. 구경
12. 예의
13. 기여
14. 실수
15. 행복
16. 약수
17. EPIGRAM
18. 19세기식
19. 동생 옥희 보아라

[3] 3부
1. 병상이후
2. 동경

태학산문선을 발간하며
이상의 글쓰기, 그리고 근대성의 극복문제

제1부
산촌여정
권태

제2부
보험없는 화재
단지한 처녀
차생윤회
공지에서
도회의 인심
골동벽
동심행렬
서망율도
여상
추석삽화
구경
예의
기여
실수
행복
약수
EPIGRAM
19세기식
동생 옥희 보아라

제3부 슬픈이야기
병상이후
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