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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델

원제 : Gre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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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렌델의 눈으로 새롭게 쓴 베어울프

미국비평가협회상 수상작가 존 가드너의 대표작『그렌델』. 고대 영어로 쓰여진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어울프>를 다시 쓴 작품이다. <베어울프>에 등장하는 괴물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베어울프가 그를 죽이는 장면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그렌델의 눈으로 재구성한 <베어울프>의 이전 역사인 셈이다.

존 가드너는 그렌델이 어떤 고뇌와 고독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는 사람을 잡아먹게 되었는지, <베어울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렌델의 내면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인 그렌델을 통해 인간의 행동, 마음, 관계, 사랑, 예술 등 인간의 역사를 바라본다.

20세기에 들어 문학의 '경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을 거기에 등장하는 주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시 쓰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그렌델』도 그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다. 인종이나 성, 계급이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 자체의 타자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오래전 인간 역사의 기원을 인간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최초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은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어울프]를 다시 쓴 작품이다. 스웨덴 남부의 예이츠족 베어울프는, 12년 동안 덴마크 왕국에 출몰하여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들을 잡아먹는다는 괴물 그렌델을 죽이기 위해 덴마크 왕국에 온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날 밤에 왕궁을 습격한 그렌델과 맞붙어 그렌델의 한쪽 팔을 뜯어낸다. 치명적 상처를 입은 그렌델은 왕궁을 빠져나가지만 죽는다. 다음 날 그렌델의 어미가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나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를 죽인다. 베어울프는 그렌델의 동굴로 쫓아가서 어미까지 죽인다. 그리고 그렌델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베어울프] 서사시의 앞부분이다.

존 가드너는 이 괴물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하여, 베어울프가 그를 죽이는 장면까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렌델의 눈을 통해 본 [베어울프]의 전사(前史)인 것이다. 그렌델이 어떤 고뇌와 고독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왜 사람을 잡아먹게 되었는지?[베어울프]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그렌델의 내밀한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다.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
20세기에 들어 문학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다시 쓰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경전에 등장하는 주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타자’라고 인식되어 왔던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종적 타자, 성적 타자, 계급적 타자 들이 이러한 시도 속에서 자신들의 삶과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렌델] 또한 이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종이나 성, 계급이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 자체의 타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한층 급진적인 작품이다. 고대에 쓰인 최초의 서사시에 나오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오래전 인간 역사의 기원을 ‘인간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반추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렌델은 동물이되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다. 즉 그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경계에 있으므로 그는 모든 곳에 속하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다. 이를 공간적으로 표현하자면 “가장자리를 걷는 자”, 즉 경계를 걷는 자가 된다. (‘그렌델’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는 1장에서 자기 자신을 “그늘을 찾아다니는 괴물”, “지구의 가장자리를 어슬렁거리는 괴물”, “괴상한 세상의 벽을 걷는 괴물”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상황은 인간도 다르지 않다. 육체는 동물이되 정신은 상징질서 속에 있는, 상징질서를 수립하여 그 속에 살고 있으나 육신의 동물성은 버리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그렌델이 처해 있는 “내 커다란 털북숭이 몸”과 “내 교활하고 초자연적인 정신” 사이의 괴리는 그러므로 인간이 처해 있는 “인간적 상황”이기도 하다. 그렌델이라는 ‘괴물’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실상 그다지 멀지 않다. 작가 존 가드너는 그렌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체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구원의 가능성으로서의 아름다움, 혹은 예술.
경계에 있는 자 그렌델은 인간의 행동과, 인간의 마을과, 인간의 관계와, 인간의 사랑과, 인간의 예술을,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를 지켜본다. 어느 날 나타난 하프 연주자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겨 인간들 의 세상에 귀의하고픈 간절한 욕망을 느끼기도 하고, 순수하고 신비로운 웨알데오우 왕비가 공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며 ‘아름다움’ 그 자체가 모욕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노래가 끝나자 연회장은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나도 숨을 죽였다. 심지어 내게도 그가 이야기한 모든 것이 진실하고 고귀하게 들렸다.(…) 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자는 세상을 바꿔놓았고, 과거를 그 두껍고도 비틀어진 뿌리까지 송두리째 들어내어 변화시켰다.(…)내 마음은 슬픔으로 나약해져, 돼지 한 마리도 훔치고 싶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털북숭이 동물인 나는 시(時)에 갈가리 찢겨 버린 마음을 안고 달아났다.
(/ p.53)

그리고 마침내, 꿈속을 걷듯 천천히, 은으로 짠 옷을 입은 한 여자가 회당에서 미끄러지듯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부드럽고 긴 머리칼은 불꽃처럼 붉었고, 용의 동굴에서 본 금은보화 위에 비치던 발그레한 광택처럼 부드러웠다. 그녀의 얼굴은 온화했으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녀는 겨울 언덕에 밝아오는 새벽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셰이퍼의 노래가 그랬듯이, 이제는 그녀라는 존재가 내 가슴을 갈가리 찢었다.(…) 아, 비통하도다! 아, 비참하게 짓밟힌 감각이여!
(/ p.123)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과 삶을 중심으로 '족장과 부족에게 충성하고 적에게 복수하라'는 게르만족의 계명을 주로 설파하는 [베어울프]와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예술관에 대한 보편적 함의 또한 품고 있는 작품이다.

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괴물
그렌델의 눈으로 재구성한『베어울프』전사(前史)
미국비평가협회상 수상작가 존 가드너의 대표작 국내 초역

최초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은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어울프』를 다시 쓴 작품이다. 스웨덴 남부의 예이츠족 베어울프는, 12년 동안 덴마크 왕국에 출몰하여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들을 잡아먹는다는 괴물 그렌델을 죽이기 위해 덴마크 왕국에 온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날 밤에 왕궁을 습격한 그렌델과 맞붙어 그렌델의 한쪽 팔을 뜯어낸다. 치명적 상처를 입은 그렌델은 왕궁을 빠져나가지만 죽는다. 다음 날 그렌델의 어미가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나 흐로드가르 왕의 용사를 죽인다. 베어울프는 그렌델의 동굴로 쫓아가서 어미까지 죽인다. 그리고 그렌델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 돌아온다. 여기까지가 『베어울프』 서사시의 앞부분이다.
존 가드너는 이 괴물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하여, 베어울프가 그를 죽이는 장면까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렌델의 눈을 통해 본 『베어울프』의 전사(前史)인 것이다. 그렌델이 어떤 고뇌와 고독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 그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왜 사람을 잡아먹게 되었는지?『베어울프』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그렌델의 내밀한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다.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

20세기에 들어 문학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다시 쓰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경전에 등장하는 주변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타자’라고 인식되어 왔던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종적 타자, 성적 타자, 계급적 타자 들이 이러한 시도 속에서 자신들의 삶과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렌델』 또한 이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종이나 성, 계급이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인간’ 자체의 타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한층 급진적인 작품이다. 고대에 쓰인 최초의 서사시에 나오는 최초의 타자 ‘그렌델’을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오래전 인간 역사의 기원을 ‘인간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반추해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렌델은 동물이되 동물이 아니고,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다. 즉 그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경계에 있으므로 그는 모든 곳에 속하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다. 이를 공간적으로 표현하자면 “가장자리를 걷는 자”, 즉 경계를 걷는 자가 된다. (‘그렌델’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구의 가장자리를 걷는 자(earth-rim-walker)”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는 1장에서 자기 자신을 “그늘을 찾아다니는 괴물”, “지구의 가장자리를 어슬렁거리는 괴물”, “괴상한 세상의 벽을 걷는 괴물”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상황은 인간도 다르지 않다. 육체는 동물이되 정신은 상징질서 속에 있는, 상징질서를 수립하여 그 속에 살고 있으나 육신의 동물성은 버리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그렌델이 처해 있는 “내 커다란 털북숭이 몸”과 “내 교활하고 초자연적인 정신” 사이의 괴리는 그러므로 인간이 처해 있는 “인간적 상황”이기도 하다. 그렌델이라는 ‘괴물’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실상 그다지 멀지 않다. 작가 존 가드너는 그렌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체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구원의 가능성으로서의 아름다움, 혹은 예술.

경계에 있는 자 그렌델은 인간의 행동과, 인간의 마을과, 인간의 관계와, 인간의 사랑과, 인간의 예술을,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를 지켜본다. 어느 날 나타난 하프 연주자의 노래에 마음을 빼앗겨 인간들 의 세상에 귀의하고픈 간절한 욕망을 느끼기도 하고, 순수하고 신비로운 웨알데오우 왕비가 공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며 ‘아름다움’ 그 자체가
모욕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노래가 끝나자 연회장은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나도 숨을 죽였다. 심지어 내게도 그가 이야기한 모든 것이 진실하고 고귀하게 들렸다.(…) 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자는 세상을 바꿔놓았고, 과거를 그 두껍고도 비틀어진 뿌리까지 송두리째 들어내어 변화시켰다.(…)내 마음은 슬픔으로 나약해져, 돼지 한 마리도 훔치고 싶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털북숭이 동물인 나는 시(時)에 갈가리 찢겨 버린 마음을 안고 달아났다. (본문 p.53 중 일부 발췌)

그리고 마침내, 꿈속을 걷듯 천천히, 은으로 짠 옷을 입은 한 여자가 회당에서 미끄러지듯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부드럽고 긴 머리칼은 불꽃처럼 붉었고, 용의 동굴에서 본 금은보화 위에 비치던 발그레한 광택처럼 부드러웠다. 그녀의 얼굴은 온화했으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녀는 겨울 언덕에 밝아오는 새벽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셰이퍼의 노래가 그랬듯이, 이제는 그녀라는 존재가 내 가슴을 갈가리 찢었다.(…) 아, 비통하도다! 아, 비참하게 짓밟힌 감각이여! (본문 p. 123, 124 중 일부 발췌)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과 삶을 중심으로 '족장과 부족에게 충성하고 적에게 복수하라'는 게르만족의 계명을 주로 설파하는 『베어울프』와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예술관에 대한 보편적 함의 또한 품고 있는 작품이다.

목차

그렌델

옮긴이의 말
옮긴이 주

그렌델 ㆍ 9

옮긴이의 말 ㆍ 213
옮긴이 주 ㆍ 230

저자소개

존 채플린 가드너 주니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330721

1933년 7월 21일 뉴욕의 바타비아에서 태어나 낙농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영어 교사였던 어머니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을 도왔으며 셰익스피어 애호가였던 양친은 문학 낭독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1945년 12살 되던 해 4월, 인간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관통하는 대사건이 벌어지는데, 남동생 길버트가 농기구 사고로 사망을 한 것이다. 사고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던 트랙터를 몰고 있던 사람이 바로 존 가드너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갔으며 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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