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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수집하는 노인

원제 : WILD N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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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을 죽음의 무도회로 초대합니다!
미국 최고의 여류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삶과 죽음 사이의 외줄타기

나는 살아있는가, 이게 살아있는 건가?
미국 문학의 자존심,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삶과 죽음, 고독과 욕망의 합주곡


“영혼이 없는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죽음이란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인생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은 것일까 살아있는 것일까.
이 책 [소녀 수집하는 노인]은 미국 최고의 여류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가 ‘작가와 죽음’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 책이다. 죽음을 앞둔 늙은 작가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죽은 후의 삶을 그린 소설이나 ‘영혼’만 복제되어 마네킹으로 다시 태어난 여류 시인의 이야기도 있다. 헤밍웨이, 애드거 앨런 포, 마크 트웨인, 헨리 제임스, 에밀리 디킨슨 등 미국 문학의 아이콘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들은 삶과 죽음의 본질,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더욱 강해지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실존 작가들의 삶이나 작품에서 모티프를 딴 후 SF나 호러 요소를 가미하는 등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 소설들은 완전한 허구지만, 여기에서 그려진 늙음과 죽음에 대한 공포, 사랑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얼굴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일흔을 넘긴 노작가로서 그녀 자신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으며, 얼마 전에는 동료 작가이자 40여 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반려자와 사별을 했다. 그 때문인지 작가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죽음의 모습은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쓸쓸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죽음의 얼굴이란 삶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창작 능력과 성적 능력 모두가 시들어버렸으나 젊고 아름답고 싱싱한 것에 대한 집착만은 버리지 못해 소녀들을 수집하는 ‘허클베리 핀’의 작가, 젊은 시절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던 대문호가 그것을 상이군인들에 대한 자원봉사로 풀려다가 동성애에 탐닉하게 되는 이야기, 병들고 망가진 육신이 역겨워 간절히 자살을 열망하지만 매번 도망쳐버리고 마는 노벨상 수상자의 모습은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끈질긴 것인지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의 작가들은 엄청난 재능과 예술혼과 함께,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콤플렉스를 지닌 존재들이다. 이 심약한 인간들이 죽음 앞에 맞닥뜨린 결과는 광기와 병적인 행동들로 드러나며, 인간이기에 지녀야 했던 예의, 규범, 인간성 등을 모두 버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빛나는 명예를 가진 고결한 작가들이 죽음 앞에서 드러내는 날것 그대로의 외로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유에 대한 갈망을 통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음 앞에 선 늙고 추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과 허구,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 독특한 책을 통해 독자들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소녀 수집하는 노인
아이다호에서 보낸 헤밍웨이의 마지막 나날들
성 바르톨로뮤 병원의 대문호
죽은 이후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등대
에밀리 디킨슨 레플리럭스

옮긴이 후기

본문중에서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의 마지막 나날들은 책의 원제(에밀리 디킨슨의 시 제목을 딴 ‘황량한 밤’)에서 암시하듯 황량하고 어둡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상처와 고통, 죽음 같은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작가의 힘센 정신에 감탄하며 책에 빠져들었다. 길고 긴 단꿈에서 깨어 세상살이 덧없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 책을 끝내고 나니 늙어서 아프고 우울하고 정신이 혼미한 채 죽어가는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깨어나서 보니, 죽다 살아난 사람의 깨달음 비슷한 것을 얻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지만, 그 황량한 꿈 자체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 옮긴이의 후기 중에서)

또다시 검은 옷을 입는 건 참을 수 없어. 보기 싫은 검은색. 애도 그리고 죽음의 검정.
나는 여자들만 입는 것 같은 색상, 반짝이는 무지개 색을 입고 싶다.―에덴 동산!
그러나 나는 흰색을 입을 것이다. 흰색 중에 제일 흰색. 가장 순수한 본래 그대로의 흰색! 어둡고 끔찍한 겨울 내내. 우리 시대에 어떤 남자도 감히 하지 않을 일을 할 것이다.
(소녀 수집하는 노인 중에서/ p.39)

그는 [허클베리 핀의 새로운 모험]에 대한 산발적인 구상 때문에 힘을 다 소진했고, 그와 함께 온 그 집안의 모든 사람들도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발끝으로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이건 분명 좆나 엄청난 베스트셀러 감이거든. 그리고 확실히 지금이 적기야.” 꾸불거리고 희미한 필체로 쓴 공책에서 허크는 예순 살이 되어서 거기가 어딘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부터 돌아온다. 미친 채로. 그는 자기가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톰과 베키 등을 찾으려고 모든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마침내 톰이, 예순 살이 된 톰이 세계를 방랑하다가 돌아와서 허크와 만나게 된다. 둘은 옛날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고독한 처지이고 인생은 실패였다. 사랑스럽던 것, 아름답던 것은 모두 땅속에 묻혔다. 둘은 함께 죽는다.              
(소녀 수집하는 노인 중에서/ p.64)

갑자기 악마 소녀처럼 아이들이 키 큰 풀숲에서 튀어나와 그랜드파에게 달려들어서는 잠자리채로 그를 찌르고 클로로포름 적신 손수건으로 그의 코를 내리쳤다. 그들의 젊은 웃음소리는 얼마나 매정한가.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얼마나 잔인한가. 클레멘스 할아버지는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다가 팔을 마구 휘둘러서 겨우 균형을 잡았다. 다리가 끔찍하게 아팠지만 몸을 바로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의 엔젤피시를 껴안고 싶어서 팔을 내밀었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마구 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알았다. 나는 아직 살아있군. 그런가? 아직도? 이게 살아있는 건가?
(소녀 수집하는 노인 중에서/ pp.81~82)

이 여자와는 결혼을 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 그의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여자와는 결혼을 했다. 파파의 네 번째 아내이자 그의 미망인이 될 여자였다. 여자는 본질적으로 보지이고, 여자의 순수한 목적은 보지뿐이지만, 여편네, 아내는 입을 가진 보지다. 남자는 그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즉 보지로 시작해서 입으로 끝난다. 미망인이 될 여자와 끝난다.         
(아이다호에서 보낸 헤밍웨이의 마지막 나날들 중에서/ p.98)

사이렌이 그를 구하러 왔었다. 여편네가 배신을 한 것이다. 그는 꼼짝못하게 묶였다. 머리에는 전극봉이 부착되었다.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그는 재빨리 요리되었다. 뇌가 냄비 속에 들어간 것처럼 지글지글 구워지고 튀겨졌다. 그들이 동맥으로 주입한 것은 식초처럼 따끔거렸다. 대뇌의 뇌엽 절리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그의 눈구멍에 얼음 송곳을 삽입하는 이야기, 각도를 위로 해서 전두엽에 삽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렸다. 우울증에 대한 기적적인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기적적인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그는 침대에 묶여 있었다. 파파는 그 시대 최고의 작가였다, 침대에 묶인. 파파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 침대에 묶인. 그는 침대에서 오줌을 눴다. 침대에서 변을 보았다. 간호사들과 시시덕거렸다. 파파는 간호사들과 시시덕거리는 사람이었다. 여기는 지옥이고 나는 그 바깥에 있지 않다([파우스트] 중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옮긴이).
(아이다호에서 보낸 헤밍웨이의 마지막 나날들 중에서/ p.112)

우리들 중에 죽기를 진정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난 아니야! 나는 아니라구.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동물들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그 동물들에게는 자연이 금욕주의적인 우울한 체념의 태도를 갖게 해주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동물적인 두려움과 공포의 날카로운 소리를 듣는 것은 끔찍하다. …… 그는 사냥꾼으로서 일생 동안 사슴, 엘크, 가젤, 영양, 임팔라, 누, 큰영양, 워터벅, 열룩영양, 코뿔소 들을 쏘았다. 사자, 표범, 치타, 하이에나, 회색 곰을 쏘았다. 언제나 죽어가는 것은 힘든 몸부림이었다. …… 죽어가는 동물들의 비명은 그의 내면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때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죽어가면서 내쉬는 동물들의 숨을 그의 폐에서 몰아낼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동물들의 숨이 사냥꾼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는 미시간 북부에서 아버지의 지도 아래 검은 다람쥐와 뇌조를 잡은 것부터 시작해서 평생 죽였던 모든 동물 영혼들의 호흡을 담고 다녔다.
(아이다호에서 보낸 헤밍웨이의 마지막 나날들 중에서/ pp.129~130)

진흙투성이 자갈길에서 헨리는 휠체어에 앉은 슬픈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는 어색하게 그를 껴안으려 하면서 낮게 속삭였다. “절망하면 안 되네! 사랑해! 자네를 위해서 죽을 수만 있다면! 내…… 내 목숨을, 내 다리를 줄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의 나머지도! 내가 가진 돈, 내 재산도 모두……” 사모하는 마음에,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헨리는 열망에 찬 입술을 스커더의 잘린 다리 허벅지에 갖다 댔다. 축축하고 따뜻했고 붕대로 감겨 있었다. 절단한 상처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었다.
(성 바르톨로뮤 병원의 대문호 중에서/ p.182)

그는 이제 유배가 끝나리라는, 다시 6병동으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희망찬 예감을 느끼며 잠에서 깼지만, 여태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 할당되었다. 자리 보전하는 환자들을 목욕시키는 일이었다. 이 환자들은 6병동의 잘생긴 젊은이들이 아니라 그 병원 다른 병동의 환자들이었다. 대부분 늙은이였고 어떤 이들은 비만이었다. 상태가 아주 나쁘고 꼴사나운 형상을 하고 있고 노쇠하고 늘어지고 구멍마다 피가 새어나오고 혼수상태에 있는, 언제 분노를 폭발할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온몸이 욕창으로 뒤덮여서 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헨리에게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는 연민 또는 동정을 느끼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지만 혐오감만 치솟았다. 간호부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매일매일, 그것도 열심히 능률적으로 또 불평도 없이―적어도 겉보기에는―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 바르톨로뮤 병원의 대문호 중에서/ p.190)

이 어린 것들은 어미를 닮아 눈이 한 개뿐이지만 그러나 아기들은 모두 한결같이 제 아비의 명문가 눈썹을 빼다박았고 코도 로마에서 ‘귀족 코’라고 불렸던 내 매부리코를 닮았다 아기들은 아마 일 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것 같고 내 손바닥 위에 얹기에 딱 좋다 아,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아버지가 자식을 높이 굴의 윗부분에 비치는 햇빛을 향해 들어올리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배불리 젖을 빤 다음에야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날카롭게 잉잉거리고 화가 나서 조그만 이빨을 번득거리기 때문이다.) 꼬리가 보통 키클로파구스 신생아들의 꼬리보다 덜 두드러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코는 ‘로마 귀족 코’보다는 덜 뾰족했지만 아가미보다 콧구멍이 더 발달할 것으로 믿는다
(죽음 이후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등대 중에서/ pp.240~241)

레플리럭스라는 것은, 전문적으로 말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높은 지능의 마네킹으로 본래의 위인들 개인의 정수를 뽑아낸 것입니다. 그 사람의 핵심 또는 ‘영혼’―그런 개념을 믿는다면 말이죠―이 본래 존재에게서 빨아들여져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재설치된 것이지요. 레플리럭스 사의 천재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 인물의 원래 수명을 연장하는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기사를 아마 읽으셨을 줄로 압니다만, 예를 들어 모차르트처럼 일찍 죽은 인물의 경우에 모차르트 레플리럭스에는 수명이 더 길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 레플리럭스 중에서/ p.251)

“에밀리, 제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도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주인 마님!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에밀리, 말해요. 그게 뭐예요?”
“자유예요, 주인 마님.”
“자유! 그렇지만……”
“가속 모드로 바꿔주세요, 주인 마님. 그러면 곧 자유로워질 거예요!”
아내는 마음속 깊이 비탄에 잠겼다. 가속 모드, 또는 취침 모드는 시인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걸 알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당신은 우리 것이에요, 에밀리. 크림 씨와 나를 위해 제조되었단 말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없으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어요. 이렇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에밀리 디킨슨 레플리럭스 중에서/ p.286)

저자소개

조이스 캐럴 오츠(Joyce Carol Oate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8~
출생지 미국 뉴욕 주 락포트 시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4,142권

1938년 미국 뉴욕주 록포트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했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 타자기를 선물 받으면서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시러큐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로 대학생 단편소설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부조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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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짓는 시늉을 하며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한다. 지은 책으로 [초경 파티]가 있고, 옮긴 책으로[이갈리아의 딸들][섹스의 역사][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일상의 반란][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서른 살의 다이어리][노란 샌들 한 짝][거짓된 진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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