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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인 산문집. <주작인선집>, <이성여인도>, <담천>에서 선정한 주작인의 산문을 수록. 작품의 내용에 따라 외견상 문학성이 짙은 것과 서정성이 짙은 것 그리고 서간문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대륙의 위대한 유산인 주작인의 깊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심심찮게 들리는 인문정신의 위기론에서도 우리는 좌표 잃은 시대의 부안한 징표를 읽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이다. 지향해야 할 정신의 주소를 찾는일이 그리 쉽지 않다. 밀려드는 외국의 담론이 대한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것을 대신할 우리 것을 찾아보기란 더욱 쉽지가 않다. 옛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그때 그들이 했던 고민은 지금 우리와 무관한 것일까? 혹 그들의 글쓰기에서 지금 우리의 문제에 접근하는 실마리를 열 수는 없을까?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고, 총체적 삶의 자세를 견지했던 옛 작가들의 글에는 타성에 젖고 지적 편식에 길들여진 우리의 일상에 따끔한 조언이 된다. 이 책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우리의 무뎌진 감성과 나태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글들을 담고 있다.

주작인(1885∼1967)이 魯迅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知堂(지식의 전당)'으로 불릴 만큼 폭넓은 지성과 비범한 재능을 겸비했던 그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계몽 사상가, 문학가, 서구 유럽 문화의 보급자, 민족주의자, 세계주의자, 인도주의자, 개인주의자, 자유주의 철학가, 일본통, 매국노였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人道主義를 고집한, 지나치게 단순한 사람이었다. 다만 세월이 하도 수상하였을 뿐이다. 학문과 예술과 인간애로 우아하게 정돈된 그의 정원에 제국주의와 독단적인 이념의 폭풍우가 휘몰아쳐서 제멋대로 헝클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그러한 주작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어떤 촌민의 죽음]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길 찾는 사람] [불쌍한 사람] 등의 글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주작인의 연민이 짙게 깔려 있다. 작가는 시종 담담한 모습으로 철저하게 소외된 서민들의 쓸쓸한 풍경을 흑백 사진처럼 펼쳐놓는다. 어떤 요란한 혁명과 화려한 구호보다, 주작인의 조용한 응시와 미미한 조명이 더 인간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값진 것은 지식인으로서 항상 교화를 한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반성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 이런 점에서 주작인은 폭력의 야만성을 철저하게 증오한다. 그는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신랄하게 비판하되, 전혀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단순하고 순수하다. 폭력의 주체가 일본이든 중국이든, 국민당이든 공산당이든, 그에게 있어서는 모두 다 똑같은 야만적 행위일 뿐이다. 결국 그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박쥐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저주]는 주작인이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폭력에 중독된 조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이다. 반면에 [죽는 방법]에서는 古今東西의 여러 가지 죽는 법을 나열하면서 냉소적으로 폭력을 비웃기도 하였다. 이 글은 주작인이 3·18 사건을 겪고 난 직후, 그 충격을 反語的으로 시니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魯迅의 미소]는 주씨 형제 의절 후,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난 주작인이 국민적 작가가 된 형의 따뜻한 일면을 조명한 글이다. 대부분의 문인들이 기억하는 노신의 성격은, 급하고 강경하며 호방하다. 주작인과는 대조적인 성격이었다. 주작인은 이렇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노신의 엄격한 면을 인정하면서 한없이 부드러웠던 모습도 잊지 말자고 한다. 사무치는 적막감 속에서 주작인은 참으로 '노신의 미소'가 그리웠을 것이다. 노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병상에서 계속 주작인의 글을 읽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주작인 역시 홍위병의 대재앙이 닥치기 임박하여 노신의 전집을 읽은 기록이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은 이생을 떠나면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쉬운 작별을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중국에서 주작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옹졸한 식견으로 위대한 유산을 사장시켜왔던 자국민의 반성이 있었던 것 같다. 늦은 감이 있으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작인의 글을 소개하게 되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연애 편지 쓰는 법]은 글로써 사람을 유혹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나 역시 독자를 유혹하기 위하여 본서의 제목으로 이 글을 내세
웠다. 직접 읽어보시고 가끔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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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주작인(1885∼1967)
중국 절강성 소흥 출생. 江南水師學堂을 거쳐일본 入敎大學에서 문학수업을 하면서 미국과 유럽 및 러시아문학을 번역 소개하였다. 귀국 후에는 북경대학 교수로 취임하여 형 魯迅과 함께 5·4신문학운동을 주도하였으며, 당대 최고의 짓ㅇ으로 평가를 받았다. 저서로 {談虎集} {知堂文集} {草木蟲魚} {苦茶隨筆} 등이 잇다.

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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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 중문과 대학원에서 [老殘遊記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방송작가협회 회원이다. 역서로 {북경 이야기}(전2권)가 있다.

1부 나만의 정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죽는 방법


첫사랑


양돈


연애 편지 쓰는 법


......


2부 시대의 종소리


물 빌리기


나의 손재주


나의 술친구


상하이풍


파리


......


3부 편지


동성연애자 체포에 대하여


불쌍한 사람


두발광


부의군에게 보내는 글


......

상점 주인은 당연히 자본주의로서, 충실한 점원을 하나 더 찾으면,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었겠지만, 나는 그러한 배경을 배제하고, 단순히 그 아이가 비를 주위서 제 자리에 세워둔 그 사실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옛날 구석 가정에서는 까다롭고 자질구레하며 번거로운 훈시 종목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아울러 아이들로 하여금 일일이 준수하도록 가르쳤다. 대부분은 비합리적인 것들이지만, 그 속에는 고금을 가릴 것 없이 여전히 유용한 가르침도 있는 것이다. 즉 성실하게 일을 하고, 책을 포함하여 어떤 도구를 쓰고 나면, 사용한 후에 반드시 제자리에 둘 것이며, 물건이 거꾸로 있거나 어지럽게 널려 있으면 정리를 해야 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그 아이도 아마 어려서부터 이러한 습관이 들었기 때문에 남의 집에 갔을 때도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좀더 넓게 미루어보자면, 다른 일을 할 때도 그렇게 하여서 훌륭한 공무원이 될 것이다. 일부 호방한 선비들은 행동이 털털해서, 침대나 책상을 온통 정신없이 어지럽혀 놓고도 자기의 일을 잘 마무리한다. 그러한 예외도 세상에는 흔히 볼 수 있나 보다.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