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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이 결여된 법치는 온전할 수 없음을 역설해내고 있는 책. 국가의 존엄과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정치가 바로 법의 터전이라는 인식, 공정한 정치 과정을 구성하여 입헌 체제를 굳건히 하는 거시 바로 법치의 사명이라는 의식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정치를 경원함으로써 법의 자리를 지키려 하고. 정치에 초연함으로써 법의 긍지를 세우려 하는 법률가들이 많다. 그 소극주의의 미덕이 법 정신에서 소중한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가. 그 미덕이 진정 법을 위한 헌신으로 발휘될 때가 많은가. 법치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항상 정치가 문제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복원이라는 과제의 중요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법치만 소리 높여 외치는 행위는 공허하다. 또한 법치 자체의 허약성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정치의 틀을 규제하고 구성하는 법치를 소홀히 한 채 정치에 대해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다. 국가의 존엄과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정치가 바로 법의 터전이라는 인식. 공정한 정치 과정을 구성하여 입헌 체제를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법치의 사명이라는 성찰이 결여된 채로는 어떤 법치도 온전할 수 없음을 이 책은 역설한다.

ㅁ001. 책을 쓰게 된 동기...(6)
002. 들어가는 말...(10)
제1장. 실패한 정치와 타락한 법치...(15)
1. 정치 허무주의...(17)
2. 법치 제일주의...(23)
제2장. 카를 슈미트와 존 롤스의 정치 개념 비교...(31)
1. 카를 슈미트...(34)
2. 존 롤스...(46)
3. 카를 슈미트와 존 롤스의 비교...(60)
제3장. 정치의 복원과 법치의 구원...(73)
1. 개설...(75)
2. 국가의 존엄과 평화 그리고 법치...(81)
3. 정치의 공공성과 자율성 그리고 법치...(99)
4. 정치의 규범화와 법치...(114)
제4장. 민주공화국의 위기와 진실의 문제...(133)
1. 위기의 징후...(135)
2. 정치와 법치 그리고 진실...(139)
003. 맺는 말...(146)
004. 주...(149)
005. 더 읽어야 할 자료들...(182)

정치 허무주의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가장 부패한 집단을 꼽으라면 정치인이 수위를 다투고. 개혁이 가장 필요하지만 또한 가장 미진한 곳으로도 역시 정치권이 지목되고 있다. 국민들의 소중한 기본권인 선거권을 스스로 방기하는 국민들이 절반이나 되며.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세계적으로 유난히 낮다고 한다. 사람들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정치는 이제 한낱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적 의제에 대한 성찰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권모술수의 전개 과정만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과제와 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은 사라지고 말초적인 신변잡기만이 감흥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감동을 주는 정치"라는 구호는 다만 광고 카피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실제로 우리 정치가 감동과 거리가 멀어져 있음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정치 혐오를 지나 이제 아예 정치 불감증의 지경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의 권위주의 억압의 시대에 민주라는 국민의 희망을 상징하던 양 김 시대는 이제 청산되고 불식되어야 할 구태와 아집의 상징으로 변질되었고. 우리 현대사 자체의 비탄의 눈물이자 존엄의 거룩한 성취였던 광주의 숭고미는 그 계승자라 할 수 있는 현 김대중 정권에 들어와 오히려 퇴색되고 박제화되고 있다. 아울러 겨울공화국의 동토에서 산화해간 "사월의 눈동자의 소녀"와 같은 학생들의 정치적 투신은 이른바 386세대들에게 저당 잡혀. 그 아름다운 꽃무리는 사무치는 회한만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