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여우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서 겪는 어려움과 그 극복 과정을 여러 해프닝 속에서 나중에는 여우 자신과 마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내용. 사람과 자연, 사람과 동물이 서로 동등하게 관계 맺고 있는 세계를 창조해 내면서 순박하고 넓은 자연을 이해하게 한다.

꾀 많은 여우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익히고 숲 속으로 돌아가서 자란다. 사람들을 골려 주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솝 우화 같은 옛날 이야기들과 자잘하고 순박한 에피소드들이 군데군데 들어 있어 재밌게 읽힌다.

- 숲 속 너도밤나무 오두막
- 새 보금자리
- 놓쳐 버린 물고기
- 마법 탁자
- 악마의 상자
- 전화 만세!
- 여우 씨, 편지를 쓰다
- 토요일의 모험
- 여우 씨가 주운 물건
- 명예로운 여우
- 산지기 연습
- 웃음보를 터뜨린 영주님
- 여우 씨, 산지기가 되다

* 옮긴이 말

호몰리 산 기슭의 숲으로 둘러싸인 들판에 조그만 외딴집 한 채가 있었어요. 산지기 보비누시카 씨 부부가 아들 예니쿠와 딸 루젠카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이었죠. 산지기 아저씨네 집 바로 위쪽에는 늙은 너도밤나무 다섯 그루가 우뚝 솟아 있었어요. 그래서 모두 이 집을 ||^너도밤나무 오두막||^이라고도 불렀답니다. 예니쿠와 루젠카는 숲 속의 외딴집에서 사는 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아무리 좋은 물건을 준다고 해도, 두 아이는 읍내에서 살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집 주위에 멋진 것들이 가득 널려 있는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숲 속에는 딸기와 호두와 버섯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더운 여름에는 집에서 몇 발짝 떨어진 카챠쿠 연못에서 맘껏 헤엄을 칠 수 있었어요. 겨울이 와서 연못이 얼면 훌륭한 스케이트장이 되었고요. 게다가 호몰리 산은 썰매를 타기 위해 꼭 일부러 만들어 놓은듯한 산이었는걸요.

산지기 보비누시카 씨는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예니쿠와 루젠카도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는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들이었고요. 그래서 ||^너도밤나무 오두막||^에서는 아이들을 꾸짖는 소리나 고함 소리는 한 번도 나지 않았답니다. 보비누시카 씨는 읍내나 마을에 다녀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다 주었어요. 때로는 숲 속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을 가져다 주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산지기 아저씨는 산을 둘러보다가 날랜 새끼여우를 잡아 왔어요. 산지기 아저씨가 예니쿠와 루젠카에게 말했어요. ||^자, 선물이다. 이 장난꾸러기에게 멋진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렴. 우리 집이 마음에 들도록 말이다.||^ 아이들은 여우를 빈 개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겟다고 생각했어요. 여우는 털빛이 붉어서 헥토르랑 술탄과 별로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개의 친척이니까요. 헥토르와 술탄은 오래 전부터 산지기 아저씨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사냥개였어요.

헥토르가 으르렁거렸어요. ||^말도 안 돼. 저런 여우 녀석한테! 저걸 봐, 술탄! 저렇게 훌륭한 집을 주다니. 얼씨구, 집을 걸레로 닦고 있잖아. 마치 왕자님이라도 모셔 오려는 것 같군! 우리한테는 추우나 더우나 일만 시키면서 말이야. 뼈빠지게 고생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저 따위 녀석한테 굽실거려야 하다니!||^ 집 단장이 끝나자, 산지기 아저씨는 여우의 목에 튼튼한 가죽 끈을 채웠어요. 그러고는 끈에 긴 쇠사슬을 달아서 집에 붙들어 맸답니다. 여우는 이 살기 좋은 집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쇠사슬을 잡아당기거나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어떻게든 목에 매인 불편한 가죽 끈을 벗어 버리려고 발버둥쳤죠. 헥토르와 술탄은 그 모습을 보고 통쾌하게 웃었어요. 하지만 예니쿠와 루젠카는 당장이라도 가죽 끈이 여우의 목을 졸라 버릴 것 같아 안절부절못했어요. (7~9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