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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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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함께 울 일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사회가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계속해서 함께 우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면,
저는 그런 무당이 되고 싶어요.”

자신을 비운 자리에 기꺼이 타자의 사연을 들이며
모두의 오늘과 내일을 지지하는 무당들의 다채로운 목소리

틀에 박힌 무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차별 없는 점사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MZ세대 무당이자,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춤추는 예술가 홍칼리의 무당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다. 전작 《신령님이 보고 계셔》에서 무당이 된 계기와 일상,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세대도 젠더도 지향점도 다른 무당 6인의 개성 넘치는 삶의 내력을 전한다. 영화 〈만신〉의 주인공인 고 김금화 만신의 제자, 성소수자 무당, 시각장애인 무당,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무당, 무당의 자활을 돕는 무당 등 전통적인 무당부터 현대적인 무당까지 다양한 무당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무당은 여러 방송 매체에서 주로 모든 이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전지전능한 존재나,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점집 손님에게 사기를 치는 범죄자로 재현되곤 한다. 많은 이가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에게선 얻을 수 없는 위로와 용기를 무당에게서 구하면서도, 정작 무당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들여다본 적이 없다. 손님으로서 마주하는 무당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무당을 지금, 만나보자. 무당에 대한 오랜 편견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굿을 발명”하는 현장에 독자를 초대한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에는 무당 개개인의 정과 기가 담긴 괴로움과 기쁨을 기록했다. 독서는 모르는 존재의 방에 들어가 앉아보는 일, 골목을 돌며 버려진 물건에게 시선을 주는 일, 타자에게 마음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당신이 무당의 삶에 잠시나마 뿌리를 내려주길 바란다. 이 책이 샤머니즘과 무당에 대한 편견을 벗길 수 있는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과 영적인 것, 혁명과 영성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실천서가 되면 좋겠다. 또한 무당이 흔드는 방울처럼 “나 여기 존재한다! 우리는 여기 존재한다!”라고 경쾌하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되기를. _‘프롤로그’에서

출판사 서평

“힘든 사람, 억울한 귀신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곳을 찾아 무당에게 온다.”
한을 풀어주는 직업 ☆ 무당

무당은 “이력서에 쓸 수 없는 일”이라 신비롭고 영험한 ‘상태’로만 인식되곤 하지만, 타자의 고통을 받아들이려고 자신을 비우며 타자를 위해 기도하고 빌어주는 엄연한 ‘직업’이다. 어떤 사회건 역사의 매 순간에 무당이 존재해왔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는 사람,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 무당을 찾아가 도저히 다른 데서 풀 수 없는 한을 풀었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는 그간 신비화된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무당의 일상적인 노동과 휴식을 이야기한다. 손님의 일이 잘 풀렸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무당 혜경궁 김혜경은, 타인의 “모든 짐을 다 짊어져서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나면 잠시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푸른 풍경을 보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무당 무무는 신당을 찾는 손님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이 어긋나 회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손님을 향한 기도를 오래 드리고 “상담을 하면 오히려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무당 송윤하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아 주업으로 안마 센터를 운영하고 부업으로는 “남의 인생에 관여하는 일”을 하면서 종합적인 치유자의 행보를 걷는다. 이들은 무당을 “용하게 보는 시선”과 “하찮게 보는 시선” 사이에서 오늘도 한 명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직업인으로서 아침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열심히 일하고 밤에 다시 잠든다.

무당을 다른 직업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무당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신비화되었지만 사실 평범하고, 반대로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평범해 보이지만 무척 신비한 것 같아요. 우리가 잘 모르는 대상은 너무 신비롭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고요, 그래서 동시에 신비하고요. _본문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굿의 역할이잖아요.
전쟁을 일으키고 살생을 저지른 신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지극히 정치적인 존재 ☆ 무당

개신교·천주교·불교 등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무속신앙은 “사회와 동떨어진 별개의 법칙”이 아니며, 무당은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단순히 신에게 선택받은 자가 무당이 된다고 여겨지지만, 개인이 감응하는 고통의 범위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무당이 탄생한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맥아더 장군을 신령으로 모시는 강신무들이 생겨났고, 전염병과 피부병이 유행한 시절과 지역에는 호구별성(역병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는 무당이 많았다. 사회·문화운동을 하는 솔무니는 전태일 열사를 신으로 모시고 5·18민주화운동, 제주4·3항쟁,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무당이다. 혜경궁 김혜경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성수대교가 붕괴했을 때,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났을 때,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공동체의 원(怨)을 푸는 나라굿을 했다. 그들은 사회에 발붙이고 우리와 함께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간다.
또한, 무속신앙 또한 가부장제와 이성애중심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 없이 점사를 편협하게 해석하는 무당도 많다. 무무는 “여성 혐오적이고 퀴어 배제적인 언어”로는 차별받는 소수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으며 종교인은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무당이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신의 이름으로 구조적 폭력에 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침묵하게 하는 규범을 깨트리기도 도리어 규범에 갇히기도 하는 무당의 모습을 언어화함으로써, 무당도 결국 인간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연루되어 있고 세상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니까요. 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고, 차별과 인정의 문제든 자본과 분배의 문제든 기후와 생태의 문제든 나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감각을 놓지 않으면서 내 삶과 내가 돌봐야 할 존재를 계속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어도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_본문에서

“미용실 사장님이랑 수다도 떨고, 친구들 만나서 커피도 마셔요.
제가 어떻게 노는지 보여드릴게요.”
즐거움을 만끽하는 인간 ☆ 무당

모든 직장인이 다 그렇듯 무당도 자기 역할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취미 활동을 할 때가 있다.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는 송윤하는 점자정보단말기로 판타지소설을 주로 읽으며 《해리 포터》를 가장 좋아한다. 무당 예원당은 반짝이는 무구(巫具)뿐만 아니라 점사판과 향통 등 신령님과 관련한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든다. 노래방에서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를 즐겨 부르고 작사·작곡도 하는 무당 가피처럼 흥과 끼가 넘치는 무당이 많다. 굿을 종합예술로 봐달라고 했던 고 김금화 만신의 말처럼, 무당의 세계와 예술은 무관하지 않다.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사람(혜경궁 김혜경), 무당이 되지 않았다면 디자이너가 되었을 사람(예원당), 춤추고 공연하는 사람(솔무니)이 인터뷰에 참여한 건 우연이 아니다. 신기운은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이며, 신기운을 예술로 풀 수도 굿으로 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당이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도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즐거움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무당도 마찬가지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의 미덕은 무엇보다 기쁨을 느끼는 인간, 무당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일 것이다. 무당은 무당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당이 아닌 나는 무엇인가, 어떤 직업 혹은 역할로 규정되지 않는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싶어요. 당신은 직업이나 역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보다 더 큰 당신이 있음을 믿는 우리와 우주가 있다. 그게 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그런 믿음을 모두가 느끼면 좋겠어요. _본문에서

추천사

하미나(작가)
홍칼리의 글을 신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의 글이 그의 몸과 가까워서다. 언제나 그가 속한 삶, 관계, 사회의 물질적인 토대 위에서 생생히 피어난 글을 읽게 된다. 이런 글은 독자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둘째는 정직해서다. 복잡하고 어려운 글로 헷갈리게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실을 드러낸다. 이런 글은 독자를 기만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종교 개념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종교의 시대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영적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많아짐을 느낀다. 간절함이 커질수록 공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릴 위험도 커진다. 우리는 무속신앙을 과하게 신비화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낙인찍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관점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고도 다양한 태도를 취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은 무당을 신비화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고 공동체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돌보는 존재’로서의 무당을 복권해낸다. 또한 그들이 극한의 고통 상황에서 창조하는 자리로 옮겨간, 스스로 삶과 언어를 해석하는 주체적이고도 용감한 사람이라는 점도.
무(巫)의 세계의 몇 장면을 언어화해준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을 뜨겁게 환영한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의 글을 지키고 옹호하는 사람일 것이다.

김혜순(시인)
나는 이 책을 간절한 시인이 쓴 타자의 시학으로 읽는다. 무당도 시인도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목소리와 고통에 찬 손님들(생물들과 무생물들)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 목소리들 사이에서 타자로 가득 채운 거울이 되려고, 한없이 자신을 비우는 사람이 시인과 무당이다. 그래서 시인과 무당의 ‘들림’은 부재자의 목소리를 ‘들음’에서 오고, 존재자의 고통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들름’으로써 생성된다.
이 인터뷰어는 질문할 때 항상 자신의 ‘무당하기’ 얘기를 먼저 ‘들려준다’. 그리고 ‘들을’ 때는 상상하면서 ‘듣는다’. 대화의 반듯한 자세다. 그래서 이 무당이 나누는 인터뷰들은 고백과 대화와 발명이 같은 장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굿을 발명한다고 생각한다. 가짜 굿 말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진 진짜 굿 말이다. 이제는 성정체성을 넘어, 역사적 죽음들을 넘어, 반생명적 법규들을 넘어, 무당이라는 운명을 넘어, 모든 경계를 넘어, 우주 전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넓혀, 신과 자신들 사이를 트랜스하는 존재자들의 신명을 무당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목차

프롤로그 - 우리는 여기에 존재한다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역할을 해요”
배우고 베푸는 무당 ☆ 혜경궁 김혜경

“공감을 잘하는 연습을 지속해야 해요”
함께 울어주는 무당 ☆ 무무

“우리는 절대 인간을 믿고 살면 안 돼요”
트랜스젠더 무당 ☆ 예원당

“미래는 모르겠고 뭐가 답답한지만 얘기해보라고 했죠”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 솔무니

“남의 인생을 제가 책임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무당 ☆ 송윤하

“다 같이 행복해야 내가 비로소 행복해지더라고요”
무당의 자활을 돕는 현대 무당 ☆ 가피

에필로그 - 당신이 곧 신이다
부록 -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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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무당이 되기 전에는 가수의 꿈이 있었는데, 이제는 음도 모르고 박자도 몰라요. 무당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까, 여기에 충실하게 살다 보니까 그냥 아, 이건 옛날에 들은 노래구나, 싶어요. 지금 노래는 좋은지도 모르겠고. _20쪽

옛날에는 유신헌법 때문에 굿을 못 했어요. 집에서 굿을 하면 잡으러 오고, 잡혀가면 며칠씩 안 보여요. 학교 갔다 오면 고모님이 안 계셔. 어디 갔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아, 어디 굿 갔나 보다 생각했죠. _25쪽

소도 사람하고 똑같이 열 달 지나서 새끼를 낳거든요. 소도 죽기 전에 눈물을 뚝뚝뚝뚝 떨어뜨려요. 그걸 보니까 너무 안타깝더라고. 소를 자주 잡아서 굿하는 거는 아닌 것 같아. 이건 내 소견이에요. 흔히 무당이 소 잡아서 굿하면 뭐 엄청 대단한 줄 아는데, 소를 잘못 잡으면 다 뒤집어져요. 소가 꿈에 나오면 우리 조상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신어머니한테 짐승 많이 잡고 굿하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누구네 소 그만 잡으세요, 그러니까 야, 나도 그만하려고 그런다야, 죄짓는 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 _36~37쪽

옛날에 이런 말이 있어요. 며느리가 굿판에 가서 춤을 너무 많이 추니까 시어머니가 며느리 꼴 보기 싫어서 굿을 못 한다. 애환이 많기도 하고 그동안 쌓인 한을 어디 가서 못 푸니까, 굿을 하면 그냥 며느리들이 회포를 풀기 때문에 생긴 말이에요. _40쪽

커밍아웃은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내가 어떤 집단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마다 내 정체성을 알려야 하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무밍아웃을 처음 해보니까 반응이 어떨지, 어떤 반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전혀 없었어요. 커밍아웃에 대해서는 무수한 데이터가 쌓였으니까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때로는 화도 내고 때로는 웃어넘기는 데 능숙해졌는데, 이쪽은 그렇지 않아서 두려웠어요. _59쪽

무속신앙의 전형적인 해석(여자 팔자 혹은 남자 팔자)이나 기독교의 가르침은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고 퀴어 배제적인 언어로 가득해요. 어떻게 이런 언어로 차별받는 소수자에게 다른 세계를 안내해줄 수 있겠어요. 기존의 언어를 계속 벗기고 때를 씻으려면 우리 스스로 공부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 통로를 마련할 수 없어요. 그래서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 옷이 오히려 종교인이 아닌가 생각해요. _68쪽

법과 제도와 인식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오늘을 살아갈지, 그 힘을 어떻게 만들지 관심이 많았어요. 계속해서 밀려나는 존재들이 잠시 밀려난 상태여도 괜찮은 피난처를 마련하고 싶었죠. 그게 제가 무당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였어요. _70쪽

어떤 사회건 역사의 매 순간에 무당 혹은 무당 같은 존재가 있었어요.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는 사람,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 무당을 찾아가 도저히 다른 데서 풀 수 없는 한을 풀었고요. 무당의 존재 이유는, 그들이 한을 푸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우는 일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_82쪽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성전환수술도 하고 싶고 미치겠다, 이런 고민도 갖고 오시고요. 일반 점집을 가면 속 시원하게 얘기를 못 하는 입장이다, 이러시더라고요. 게이한테 이쁜 여자가 있는데 왜 결혼을
안 하니, 이런 헛소리를 빽빽 하니까. 우리 성소수자들은 그런 소리가 너무 듣기 싫잖아요. 좋은 연으로 좋은 사랑을 하며 살아라, 하면 되는데 결혼 얘기를 먼저 하니까 너무 싫고 답답해서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_95쪽

어차피 무당도 밑바닥까지 온 거예요. 어디 가서 우리가 무당인데요? 그러면 다 선입견 가지고 봐요. 왜? 옛날부터 무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 _105~106쪽

무당은 희생하는 사람. 대가를 바라면 안 되는 사람.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사람. 그래야만 살 수가 있어요. 어차피 우리 무속인은 죽은 몸이에요. 너무 슬프죠. 그래서 마지막까지, 죽어서 땅속에 들어갈 때까지 뭘 기대하면 안 돼요. 그때까지 그냥 희생하면서 살아요. 얻을 것도 없고, 자식도 함부로 낼 수도 없고. _110쪽

희생된 영혼을 불러내서 만나는 작업은 단순히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는 걸 넘어서, 그들이 꿈꾸던 세상과 아름답고 소박한 영적 에너지를 기리는 거죠. 그들과 영적으로 접촉할 때 그들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느껴요. 악행에 복수하려는 심리가 아니라,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생명을 가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_124~125쪽

서울·경기권에 그런 강신무가 생긴 이유는, 6·25전쟁 때 희생된 망자를 달래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모든 종교가 원래 삶과 죽음의 통과의례를 주관하잖아요. 전후의 혼란기에는 우리나라의 정신문명이 다 무너져서 망자의 한을 풀어줄 시스템이나 장치가 없었어요. 서구의 가톨릭처럼 보편적인 창조신을 통해 위로를 받고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미아리고개나 신당동에서 집단 장례를 치르면서, 전통적인 세습무보다 급작스럽게 신을 강하게 받은 강신무가 많이 생겼어요. 생존과 죽음이라는 원초적인 환경에서 기댈 곳이 필요했으니까 차선의 방법이 나온 거죠. _127~128쪽

안마 일은 1989년 7월 16일에 시작했는데, 그날은 비가 진짜 너무 많이 왔어요. 지하 차도가 막혀서 차가 대전 밖으로 못 나갈 정도로. 하여튼 서울 가는 고속도로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눈물보다 비가 훨씬 더 많이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안마 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대학에 가서 선생님을 하거나 목사님을 하거나 사회복지사를 하거나 음악을 하지 않는 한, 친구들 대부분이 안마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유보 직종이라고 해서 안마사 딱 한 가지만 있어요. 안마사로 일하면서 오히려 제 몸이 많이 망가졌고요. 저는 정말 안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주어진 삶을 포기할 수도 없었죠. _152~154쪽

중은 자기 머리 자기가 못 깎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내 문제를 내가 잘 해결하지 못할 때,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고 헤맬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섭외가 들어왔어. 그런데 이걸 내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떤 목적으로 해야 하나?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하나? 갈등이 생기곤 하잖아요. 그때 무당에게 가서 올바른 선택이 뭔지 물을 수 있죠. 예전에 어른들은 자기한테 좋은 선택이 뭐냐고 묻지 않았어요. 바른 선택이 뭔지 물었어요. 그걸 안내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_163쪽

저희 외할머니가 지금 70세가 넘으셨는데, 매일 108배를 하시고 수십 년 기도하셨어요. 과연 신이 ‘너 무릎 나갈 때까지 기도해’라고 시킬까요. 신이 그렇게 시켰다는 믿음이 실은 내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죽음으로 돌아갈 때는 이해하게 돼요. 하지만 지금은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으니까 그게 안 보일 뿐이지. 사실을 직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_182쪽

나는 누구인가, 무당이 아닌 나는 무엇인가, 어떤 직업 혹은 역할로 규정되지 않는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싶어요. 당신은 직업이나 역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보다 더 큰 당신이 있음을 믿는 우리와 우주가 있다. 그게 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그런 믿음을 모두가 느끼면 좋겠어요. _189~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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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홍칼리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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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그리고 춤추고 연대하고 싶어서 무당이 되었다. 고양시의 작은 마을에 있는 ‘칼리신당’에서 생활한다. 신당에는 힌두교·기독교·불교·이슬람교·증산교 등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이 방문한다. 여러 종교를 끌어안는 짬뽕 무당이자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 무당이다. 무당은 만물의 신령을 모시는 존재고, 신령은 성차별주의와 종차별주의를 넘어선 존재라고 믿는다. 사회적 금기와 낙인을 글로 써왔다. 지은 책으로 《붉은 선》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공저) 《신령님이 보고 계셔》 등이 있다. 유튜브 채널 ‘홍칼리’에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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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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