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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들린 목소리들 [양장]

원제 : Voices in the Nigh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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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40여 년의 작가 생활, 그 기량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평가받는 밀하우저의 새로운 소설집 [밤에 들린 목소리들]에는 자전적 소설 「밤에 들린 목소리」를 포함해 모두 열여섯 편이 실려 있다. 우리 자아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어둡고 은밀한 욕망과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선망을 탐구하는 동시에 인간 정신이 열망하는 바가 드러난 신화와 전설을 소설화한, 도발적이고 불온하고 매혹적인 밤의 목소리들은 우리를 어느덧 일상 너머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출판사 서평

‘신도 부러워할 필력을 지닌
우리 시대의 가장 창조적인 작가’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친숙하고 기이한, 성스럽고도 야릇한 밤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스티븐 밀하우저의 환상적인 현실 우화 세계


1972년 발표한 첫 작품 [에드윈 멀하우스, 완벽하고 잔인한 인생]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이래,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라 고백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토마스 만과 더불어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이탈로 칼비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 브래드버리 등 전설적인 거장들에 끊임없이 비교되는, ‘신도 부러워할 필력을 지닌 우리 시대의 가장 창조적인 작가’. 현대 미국 문단에서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목소리로 꼽히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스티븐 밀하우저의 소설집 [밤에 들린 목소리들]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드워드 노턴 주연의 영화 [일루셔니스트]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진 밀하우저는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 산 자와 죽은 자 등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공존하는 신비로운 세계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과 상상력을 강력하게 사로잡아 왔다. ‘마법사의 지팡이를 갖고 있는 듯 경이로움이 끝이 없다’([워싱턴 포스트])는 찬사가 따르는 그의 작품들은 퓰리처상을 비롯해 전미도서상, 펜포크너상 등 유서 깊은 문학상들과 월드판타지상, 셜리잭슨상, 세이운상과 같은 각종 장르문학상들에 꾸준히 호명되는 등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아우르는 문학성과 기발함을 인정받고 있다.

일상과 초현실을 통합하는 마법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한여름 밤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


‘우리’라는 대명사와 그 집단 화자를 작품에서 즐겨 사용하는 밀하우저는 [밤에 들린 목소리들]에서 여러 이야기의 주 무대로 ‘우리 마을’을 등장시킨다. 밀하우저의 ‘우리 마을’에서는 환한 대낮에도 유령과 마주치고('유령'), 어느 날 해안으로 인어 시체가 밀려오며('인어 열풍'), 한여름 밤 집집마다 정체 모를 일렁임이 목격('어딘가 다른 곳에')되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광기와 불안에 사로잡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작가는 ‘우리 마을’ ‘우리 집’ 심지어는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어두운 부분들을 노련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이 평범한 일상 현실에 초현실적 요소들을 끌어들이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가리켜 ‘신비적 리얼리즘enigmatic realism’이라 명명하고 있다. 미국 문예지 《봄Bomb》과의 인터뷰에서 “‘정육면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세 개의 면만을 볼 수 있다’는 한 철학서의 구절이 세상의 일반적인 보이지 않음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고 말하는 그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 면, 즉 빛에 대응하는 어둠과 우리 안의 악,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로 ‘신비적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어릴 적 동화와 신화가 불러일으킨 악몽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친숙하고 낯선, 기발한 이야기들의 향연

동화와 신화, 민담, 우화들을 다시 써 온 밀하우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이러한 작업을 이어 간다. 어릴 적 자신을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악몽에 시달리게 한 동화 '라푼젤'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그는 세상의 문제로부터 보호되는 이상적 환경이 일으킨 불안과 혼란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한다. 작가는 소설 '라푼젤'과 청년 붓다의 삶을 그린 '젊은 가우타마의 쾌락과 고통'에서 친숙한 이야기를 해체해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도로 우리가 어릴 적 읽고 들은 그 이야기들의 다양한 면을 파헤친다. 이렇듯 인간의 오랜 열망과 꿈 그리고 악몽이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쓴 일련의 소설들에서 작가는 나아가 알려진 이야기 뒤에 일어났을 법한 사건들을 가정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한편 자신의 작품에서 ‘어린 시절’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은유라고 말한 바 있는 그는 마지막 단편 '밤에 들린 목소리'에서 유대인 무신론자로서,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성경 속 사무엘 이야기와 연결시켜 고백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어린 사무엘과, 그 이야기를 듣고 ‘밤의 목소리’를 열망했던 작가의 일곱 살 시절 그리고 노작가인 현재, 세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소설에서 밀하우저는 성경을 비롯해 자신이 어릴 적 들어 온 그 이야기들이 작가로서의 자기 소명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밀하우저가 단편소설을 쓰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밀하우저를 읽는 이유

밀하우저의 단편들은 매년 유수의 문학인들이 그해 발표된 단편들을 엄선하여 내는 [미국 최고의 단편소설The Best American Short Stories]에 유력하게 오르며, 이번 소설집에 실린 '유령' '기적의 광택제' '밤에 들린 목소리'는 각각 2011·2012·2013년도 선정작이다.
본질적으로 선택적이고, 짧기에 더욱 완벽한 형태를 갖추는 단편소설이야말로 광대한 현실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하는 밀하우저는 퓰리처상 수상 이후 단편 쓰기에 천착했다.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구조와 논리를 세워 작품의 전체 모습과 형태, 길이에 대한 느낌이 선명히 자리 잡힌 뒤에야 비로소 집필에 들어간다는 그는 논문, 보고서, 광고 팸플릿 등 다양한 실험적 형식을 골라 자신의 단편에 도입하며, 그의 참신한 착상들은 철저한 형식미와 사실적 언어들로 빚어진 아름다운 산문으로 태어난다.

“지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과학의 시대다. 과학의 엄청난 발전에 움츠러든 종교나 신화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쉬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비밀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져 가는 과학의 시대가, 대낮의 시대가 그저 좋기만 한 것일까? 우리가 어둠을 몰아내는 동안 정말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애틋한 심정에서 우리는 밤과 어둠을 얘기하고 유령을 불러들이고 마법과 꿈과 신비와 초현실을 빚어내고 동화, 우화, 설화를 살려 내고자 하는 이 같은 작가와 작품들을 더욱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집어 든 당신도 이제 밀하우저의 마법에 걸린 ‘우리’가 되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수록 작품 소개

기적의 광택제 Miracle Polish

어느 날 집에 방문한 낯선 외판원은 나에게 “오늘은 당신의 행운의 날”이라고 하면서 ‘기적의 광택제’라는 이름의 갈색 병을 팔고 떠난다. 광택제를 거울에 칠하자 신선하고 산뜻한, 은은한 빛을 띤 새로워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날 이후 나는 집 안 곳곳에 거울들을 걸어 놓기 시작한다.

유령 Phantoms

다른 마을과 달리 우리 마을에는 유령이 존재한다. 유령은 우리와 무척이나 닮아서 우리는 때때로 유령을 아는 사람으로 오인한다. 유령은 재빨리 떠나기 전에 항상 우리를 돌아본다. 절대 말을 하지 않는 유령들. 그들에 대한 설명과 역사, 사례연구, 분석 등을 논문 형식으로 서사하는 소설.

아들과 어머니 Sons and Mothers

오랫동안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한 나는 출장길에 어머니 집에 들른다. 기억 속 모습보다 창백하고 수척해진 어머니는 뻣뻣하게 걸어와 나를 맞는다. 오후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어머니의 동작은 점점 더 느려지고, ‘마치 공기가 어머니를 감싸고 조이는 촘촘한 거미줄’인 것처럼 점점 굳어 간다.

인어 열풍 Mermaid Fever

6월 19일 오전 4시 30분경, 우리 마을의 해안으로 인어 시체가 밀려온다. 우리는 마을 역사 협회에 그 인어를 전시하고, 이후 마을에는 인어 복장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고조된 인어 열풍은 예상치 못한 행동들로 이어진다.

아내와 도둑 The Wife and the Thief

한밤중 잠든 남편 옆에 누워 있는 아내는 아래층에서 도둑의 발소리를 듣는다. 남편을 깨우기 전 ‘자신의 확신을 확인하고’ 싶은 아내는 망설임 끝에 내려가지만 도둑은 아마도 이미 도망가고 없다. 이튿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이 잠근 문의 자물쇠를 풀어 둔 아내는 다시 도둑을 기다린다.

우리의 최근 문제에 대한 보고서 A Report on Our Recent Troubles

지난 6개월 동안 살기 좋은 우리 마을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몇 건의 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급기야 유행처럼 도는 자살 현상은 일련의 비밀 단체들이 생겨나며 전염병처럼 번져 간다.

근일 개업 Coming Soon

번잡하고 불결한 도시에서 읍으로 옮겨 온 자칭 대도시 피난민 레빈슨. 새로운 것들이 하나씩 생기고 건설되는 활기찬 읍에서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시간 감각을 잠시 잃고, 밖으로 나선 그의 눈에는 전혀 달라진 동네의 모습이 들어온다.

라푼젤 Rapunzel

금발 머리카락을 붙잡고 탑을 오르는 왕자, 그 머리카락의 주인인 탑에 갇힌 소녀 라푼젤, 그리고 라푼젤을 탑에 가둔 마녀. 친숙한 동화에 서늘하고 야릇한 밀하우저만의 상상력을 불어넣은 소설.

어딘가 다른 곳에 Elsewhere

그해 여름 우리 마을을 엄습한 불안감 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던 우리는 파문波紋처럼 일렁이는 어떤 움직임을 하나둘씩 목격한다. 그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특이한 작은 집단들이 형성되어 가나 뚜렷한 해답을 발견하지 못한 채 우리 마을은 여름의 절정으로 다가간다.

열세 명의 아내 Thirteen Wives

널따란 대저택에서 열세 개의 방에 사는 열세 명의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나. 열세 개의 짧은 토막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열세 명의 아내를 한 명씩 소개한다. ‘여기 내 아내들이 있다.’

아르카디아 Arcadia

평화로운 숲속 휴양지 아르카디아를 소개하는 광고 팸플릿 형식 소설. 눈치 빠른 독자는 곧 아르카디아의 ‘전환 도우미’들이 무엇을 전환하는 것을 돕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지치셨나요? 아르카디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젊은 가우타마의 쾌락과 고통 Pleasures and Sufferings of Young Gautama

8만 4,000명의 후궁, 2만 무희가 있는 궁전에서 온갖 쾌락을 누리는 가우타마 싯다르타 왕자. 현자의 예언을 들은 부왕은 왕자를 속세에 붙들 방법을 고심하고, 쾌락이 커질수록 고통도 깊어지는 왕자와 그런 왕자를 걱정하고 감시하는 이들. 붓다가 귀의하기 전 시절을 그린, 또 한 편의 신화.

플레이스 The Place

우리 마을의 설명할 수 없는 그곳 ‘플레이스(장소)’. 고대 기념비가 있던 곳, 죽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는 에너지장이 있다는 등의 소문이 난무한 플레이스를 둘러싼 사연들을 들려주는 주인공 화자는 자신이 플레이스에서 겪은 기묘한 일들과 그곳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돌아본다.

홈런 Home Run

9회 말, 투 아웃, 동점 상황에서 타자 매클러스키가 타석에 오른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매클러스키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세차게 날아가는 공은 담장을 넘어 구장을 벗어나 푸른 하늘 저편으로 계속, 계속 날아간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멋진 소설.

미국의 설화 American Tall Tale

아침에 일어나면 소나무 한 그루를 뽑아 수염을 빗고, 도끼를 휘두르면 나무를 단번에 헛간만 한 폭으로 갈라 버리는 벌목꾼 폴 버니언. 그런 그에게 잠보 말라깽이 동생 제임스 버니언이 자신은 형보다 더 오래 잘 수 있다고 하자, 발끈한 폴 버니언은 동생과 위대한 잠자기 시합을 벌인다.

밤에 들린 목소리 A Voice in the Night

3,000년 전 실로의 성막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소년 사무엘, 1950년 코네티컷주의 스트랫퍼드에서 그 밤의 목소리를 열망하는 일곱 살 소년, 그리고 그로부터 60년 후 뉴욕 북부에서 잠 못 이루는 노작가. 번갈아 나오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대인 무신론자로서,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자문하고 탐구하며 밤에 들려온 목소리와 뮤즈를 받들게 된 자기 소명 간의 연관성을 진솔하고 회한 어린 어조로 성찰하는 밀하우저의 자전적 고백.

추천사

살아 있는 작가 중에 동경과 비탄에 대해서 밀하우저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은 없다.
-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밀하우저는 저명한 선구자들처럼 동화와 문학적 실험을, 초현실적 악몽과 황홀한 비전을, 화려한 산문과 영악한 유머를 유유히 혼합한다. 숨 쉬기를 멈출 수 없듯이, 적잖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 마이클 더다, 워싱턴 포스트

밀하우저는 보르헤스 이후의 소설 전통인 꿈의 논리 같은 낯섦과 대중잡지에 실리는 미국적 소설의 차분한 기교, 둘 모두를 아우르는 작품을 쓴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가장 뛰어나고 가장 독창적인 미국 작가 중 한 명인 밀하우저가 만들어 낸 강력하고 절묘하며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들.
- 찰스 시믹,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이 이야기들은 독자의 마음과 상상력을 헤어나지 못할 만큼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 글로브 앤드 메일

밀하우저는 이 소설집에서 자신의 기량의 정점에 다다랐다.
- 오리거니언

덧없는 것과 치열한 것, 강박적인 것과 명상적인 것, 역사적인 것과 초현대적인 것, 디스토피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밀하우저는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나보코프와 토마스 만뿐 아니라 포, 칼비노, 보르헤스를 떠올리게 한다.
- 시카고 트리뷴

밀하우저는 세상을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처럼 밝고 정교하게 만들 수도 있고, 찰스 아이브스의 교향곡처럼 불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강렬하고 매혹적인 독서 경험이다.
- 마이클 업처치, 시애틀 타임스

밀하우저의 책을 읽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굴에 빠지는 것과 같다. 밀하우저의 이상한 나라에서는 시간이 흔들흔들 뒤로 흐르고, 삶은 동화일 뿐이며, 신화의 인물들이 우주를 지배한다.
- 뉴스데이

밀하우저의 이야기는 마법과 경이로움을 약속하며 우리를 유혹하여 어두운 곳으로 끌어들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밀하우저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 리치먼드 타임스 디스패치

밀하우저는 현재 활동 중인 가장 빼어난 낭만파 작가다. 그에게 표층의 현실은 재미없는 환상일 뿐이며, 궁극의 현실은 언제나 교묘하게 만들어 낸 고안물이다.
- 밀워키 저널 센티널

정치精緻하고 불온하고 기교적이고 눈부시고 삐딱하고 익살스럽다. 오랜 세월 대가의 솜씨를 발휘해 온 밀하우저는 명료하고 강렬하게, 정서적으로 중후하게 글을 쓴다.
- 클레어 데더러, 슬레이트

목차

기적의 광택제
유령
아들과 어머니
인어 열풍
아내와 도둑
우리의 최근 문제에 대한 보고서
근일 개업
라푼젤
어딘가 다른 곳에
열세 명의 아내
아르카디아
젊은 가우타마의 쾌락과 고통
플레이스
홈런
미국의 설화
밤에 들린 목소리

옮긴이의 말 | 기발한 착상으로 빚어낸 밤의 목소리

본문중에서

이제 그자는 여기 없다. 후드를 눌러쓰거나 스키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자를 보내 주어야 할 때다. 모든 걸 끝내야 할 때다. 계단을 올라가 남편 옆에서 잠들어야 할 때다. 꿈을 꾸면서 조용히 누워 자는 남편 옆에서 편안히 잠들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밤에 어떻게 계단을 올라가 조용히 누워 자는 남편 옆에서 잠들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마음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 뒤숭숭하다. 잠은 남편의 것이다. 잠은 이 세상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도둑과 아내들은 밤에 잠들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도둑과 아내' 중에서)

사망 원인은 머리에 입은 총상이었다. 남학생의 아버지가 소유한 권총 두 자루로 각자 자신의 머리를 쏜 것이었다. 남학생의 폴로셔츠에 핀으로 꽂힌 메모 한 장이 발견되었다. 메모는 남학생이 썼지만 둘 다 서명을 하고 둘의 부모 모두에게 보내는 형식이었다. 메모에서 두 학생은 자신들의 행동이 야기할 충격과 고통을 사과하며, 자신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영원히 기리는 방법으로써 기꺼이 자신들의 손으로 죽는다고 썼다. 메모는 자의식적이고 문학적인 어조로 쓰여 있어서 우리는 분노와 애잔함을 똑같은 정도로 느꼈다. 하지만 목구멍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하고 싶었던 말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우리 마을에서 다섯 명이나 자살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최근 문제에 대한 보고서' 중에서)

그것은 축적된 욕망의 안개였을까? 여름이 끝나 가는 마지막 시기에 땅굴과 지붕 거주, 우리의 모임과 조사로도 채워지지 않은 우리의 갈망은 점점 더 강해지고 점점 더 커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땅굴, 지붕 거주, 모임, 조사 등은 우리에게 잡히지 않고 피해 달아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희미한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마치 그해의 마지막 토요일, 아니 모든 시간의 마지막 토요일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호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서 오전, 오후의 시간을 하릴없이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의 뒷마당에서도, 앞 현관에서도, 야외용 탁자에서도, 해변에서도 우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우리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 중에서)

여섯째 아내와 같이 있을 때면 언제나 그녀가 천천히 천장을 향해 떠오르는 순간이 온다. 그녀는 그렇게 뜬 상태로 내 위에서 맴돈다. “여보.” 나는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거기서 제발 내려와. 당신이 다칠까 봐 걱정돼.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게 뭐 있어? 난 당신이 그림 그리는 걸 방해하지 않았어. 당신이 스케치북과 목탄을 가지고 부엌 탁자에 앉아서 녹색 배와 흰색 커피 잔 옆에 놓인 과일칼을 열일곱 번째 그리는 걸 방해하지 않았단 말이야. 당신이 책상다리를 한 채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천천히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안나 카레니나]를 여덟 번째로 읽고 있는 동안, 나는 헛기침도 크게 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왔다 갔다 하지도 않았다고. 당신이 피아노 앞에 꼿꼿이 앉아서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 A단조 쾨헬 310번 첫 악장을 자꾸자꾸 반복해서 연습할 때, 내가 당신 뒤로 다가가서 젖은 입술로 당신 목덜미에 키스했어? 그러지 않았잖아. 그리고 만약 내 눈길이 검은색 모직 치마 밑에 드러난 당신의 눈부신 무릎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면, 그건 순전히 당신의 지적이고 엄격한 시선의 심판에서 벗어나려 한 거였을 뿐이야.” “바보!” 그녀가 대꾸한다. “당신, 정말 내가 이 위에서 당신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카랑하고 유혹적인 웃음을 날리면서, 발끝으로 내 머리를 쓸며 천장을 가로질러 앞뒤로 날기 시작한다.
('열세 명의 아내' 중에서)

여러분은 폴 버니언의 번철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 번철은 너무 커서 거기에 기름을 두르려면 세 사람이 신발 밑창에 돼지 비곗덩어리를 끈으로 묶어, 그 위에서 스케이팅을 해야 했다. 폴 버니언은 그렇게 만든 핫케이크를 통째로 먹곤 했다. 그는 핫케이크에 당밀을 듬뿍 발라 먹었다. 그가 먹은 핫케이크의 양은 정말이지 너무도 많아서, 핫케이크의 끝을 잇대어 늘어놓는다면 미네소타주를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를 수 있을 터였다.
(……) 여러분은 그 내용을 다 알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여러분은 듣지 못했을 이야기가 하나 있다. 폴 버니언의 동생에 관한 얘기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의 설화' 중에서)

스트랫퍼드의 아이는 밤에 자지 않고 누워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일종의 놀이였을까? 마녀 놀이로 오싹한 기분을 느끼듯이 여호와로 오싹한 기분을 느끼는 놀이? 기쁨의 전율이 인다. 그 모든 옛이야기들은 놀랍도록 멋지고 섬뜩하다. 밤에 들린 목소리, 홍해가 갈라진 일, 새장에 갇힌 헨젤, 피리 부는 남자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읽은 악몽의 이야기를 희미하게 반영하고 있는 [햄릿]과 [오이디푸스왕]……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다윗은 사울을 위해 하프를 켜고, 스트랫퍼드의 아이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닫힌 문 뒤편에서는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아이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릴까 봐 귀를 기울이고, 남자는 영감이 샘솟기를 기다린다. 너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 밤의 목소리에서. 너는 언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지? 3,000년 전, 실로의 성막에서.
('밤에 들린 목소리' 중에서)

저자소개

스티븐 밀하우저(Steven Millhaus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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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부러워할 필력을 가진 우리 시대의 가장 창조적인 작가", "우리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1996년 [마틴 드레슬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밀하우저는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72년에 출간된 [에드윈 멀하우스, 완벽하고 잔인한 인생]은 "어린 시절, 예술, 인간관계, 삶에 대한 지적이고 섬세하고 독특한 서술, 비범할 정도로 뛰어난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끌었다. 1987년에 미국예술원상을 받고, 미국 예술회 회원으로 선임되었으며 1994년에는 래넌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어느 낭만주의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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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면』, 『아메리칸 급행열차』, 『보르헤스의 말』, 『축복받은 집』, 『저지대』, 『모스크바의 신사』, 『밤에 들린 목소리들』, 『그레이엄 그린』, 『에브리데이』,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토미노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제3의 바이러스』, 『암스테르담』, 『촘스키』, 『벡터』, 『쇼잉 오프』, 『마틴과 존』, 『구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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