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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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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를 바꾼 위대한 아이디어의 힘과 유산혁신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


오늘날 우리 삶의 모습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의[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현대 세계를 만든 6가지 혁신을 다룬다. 스티븐 존슨은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등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6가지 핵심 테크놀로지에 주목한다.

스티븐 존슨의 관심사는 최첨단 기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발명이 아마추어 발명가와 기업가에 의해 최초로 탄생한 순간부터 그 이후 뜻하지 않게 역사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사소한 발명품의 아이디어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혁신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기술들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혁신이 천재들의 재능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연속성과 협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롱 줌(long zoom) 역사’라고 일컫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과거에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기발한 아이디어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스티븐 존슨이 BBC, PBS와 공동으로 기획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건 뒤에 감춰진 역사를 살피며 세상을 바꾼 혁신의 기원을 밝힌다. 에디슨에 앞서 축음기를 발명했지만 재생 기능을 깜빡한 개발자, 추운 지역의 얼어붙은 호수 물을 열대까지 운송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19세기 ‘얼음왕’ 등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지적 유희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출판사 서평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혁신, 벌새효과

이 책의 가치는 혁신의 탄생을 ‘롱 줌’의 관점에서 추적했다는 데 있다. 이산화규소가 발견되면서 유리가 발명됐고, 인쇄술의 발명으로 안경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유리 제조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다. 안경, 즉 렌즈의 발명은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또 망원경의 발명으로 천문학의 발전이 가능했고, 현미경의 발명으로 세균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혁신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벌새효과(hummingbird effect)’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벌새효과란, 식물이 꿀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그 꿀을 얻기 위해 벌새가 날개 구조를 진화시킨 데서 유래한 용어다. 꿀을 빠는 동안 공중에 떠 있어야 하는 벌새는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꽃 주변을 맴돌 수 있는 비행술을 진화시켰다.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셈이다. 저자는 아이디어와 혁신의 발전 과정에도 이처럼 한 분야의 혁신이 다른 분야의 혁신을 끌어낸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컨대 청결이란 부문의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컴퓨터 혁명이 가능했을까? 이 의문이 선뜻 이해되지 않겠지만 컴퓨터칩이 어떤 곳에서 생산되는지 생각해보면 의문이 풀린다. 컴퓨터칩이 생산되는 청정실은 세균, 바이러스, 사람 몸에서 나오는 피부 세포 등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모든 입자의 발생과 유입이 억제되는 곳이다. 세균의 발견과 청결과 관련된 테크놀로지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컴퓨터의 등장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리(GLASS) _사막의 잿가루에서 시작된 르네상스의 서막

약 2600만 년 전 어느 날 리비아사막에서 우연히 이산화규소가 녹아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 물질인 유리가 처음 발견된다. 유리 제조술은 발전을 거듭해 렌즈가 탄생하게 되고 어느 순간 렌즈를 나란히 이어서 만든 안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한 이후 독서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원시(遠視)를 깨닫게 된 까닭이었다.
렌즈 제조 기술이 더 정교해지면서 현미경과 망원경이 만들어지고, 현미경의 발명은 백신과 항생물질이 개발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망원경의 발명으로 갈릴레오가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고, 지동설을 주장하는 등 천문학의 발달이 이어진다.
유리의 뒷면에 주석과 수은의 혼합물을 발라 만든 거울이 나오면서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고, 원근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이 거울을 응시하면서 자의식이 성장하고 유럽인의 의식이 개인 내면 중심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르네상스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냉기(COLD) _인류 대이동을 가능하게 한 얼음 혁명

1830년대 미국 보스턴의 사업가 프레더릭 튜더는 호수의 얼음을 열대 지역으로 보내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역사상 최초로 얼음 무역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1860년대에는 얼음이 음식물을 보존하는 데 쓰였는데 시카고에서 처음으로 얼음을 활용한 냉각시설이 도입된다. 덕분에 육고기를 부패하지 않게 운송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이를 계기로 농촌이 도시에 식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정착된다. 새로운 식량 네트워크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의사 존 고리는 말라리아 환자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공 제빙을 시도하고 최초로 냉장 기계를 발명한다. 인공 얼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얼음 무역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후에 냉각 기술은 오늘날 수정란을 냉동 보관하는 기술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클래런스 버즈아이는 냉각 기술을 식품에 적용했다. 얼음낚시를 하던 버즈아이는 순간 냉동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냉동식품회사를 세운다. 그가 고안한 순간 냉동법으로 인해 냉동식품의 맛이 개선되고 식품의 사용 범위가 확장됐다.
에어컨은 인류 대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가정용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열대와 사막으로까지 거주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거주 지역이 확대되고 인구 분포가 변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정치 지형이 변화하는 한편 전 세계에서 두바이와 첸나이 등 열대 기후권에서 대도시가 급성장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소리(SOUND) _원시 동굴 벽화에 담긴 소리 재생의 꿈

목소리와 관련된 테크놀로지는 소리를 글로 옮기는 행위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의 출판업자 에두아르 레옹 스콧 드 마르탱빌이 1850년대 목소리로 음파를 기록하는 포노토그라프를 발명했다. 아쉽게도 이 장치는 목소리를 기록하기만 할 뿐 재생할 수 없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나서 목소리를 쌍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전화의 발명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벨연구소였다. 20세기 미국의 주된 테크놀로지와 현대인의 삶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기구가 벨연구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벨연구소의 발명품 가운데 라디오와 진공관은 공민권운동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당시 라디오에서는 재즈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주자들이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됐다. 이들은 연예인으로서 자질을 발휘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도 존경받고 부유해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진공관으로 인해 소리의 증폭이 가능해지면서 대중 연설과 대형 공연이 가능해진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이나 비틀스의 공연은 모두 진공관에 빚을 진 셈이다.

청결(CLEAN) _도시의 소리 없는 살인자, 세균과의 전쟁

과거에는 오염된 물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바꾼 숨은 영웅이 있다. 의사 존 릴은 세균과의 전쟁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했다. 최초로 염소처리법을 시도해 수돗물을 공급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염소처리법 덕분에 대중목욕탕과 수영장이 가능해졌고 공중 수영장이 생겨나면서 여성들이 점차 몸을 드러내는 수영복을 입게 됐다는 사실이다. 비키니 수영복은 염소처리법이 없었더라면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염소처리법 이후 개인위생 관념이 생겨나면서 표백제, 비누, 구강청결제 등의 상품이 등장했고 이들 상품의 판매를 위한 광고가 성행하면서 광고 산업이 성장했다. 한편으로 이 시기에 세균과 질병의 관계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서 인구 2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출현할 수 있었다.

시간(TIME) _정확한 시계와 함께 탄생한 시간 규율 개념

갈릴레오가 피사 대성당에서 제단등을 바라보다 진자시계를 고안해내면서 정확한 시계를 향한 혁신의 역사는 시작된다. 정확한 시계의 등장은 산업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근무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밀한 시간 관리가 필요했다. 이 시기에 출근계에 도장을 찍는 문화와 시간급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시간표를 짜고 거기에 맞춰 생활하는 방식이 삶을 지배한 것도 이즈음이다.

빛(LIGHT) _천재는 없다, 네트워크화된 혁신이 있을 뿐

과거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밀랍 초나 수지 초를 이용했다.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사용한 수지 초의 경우 밝기가 약하고 냄새가 고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향유고래의 기름을 사용한 경뇌유 양초가 이를 대체하게 된다. 만약 이후에 석유램프가 나오지 않았다면 향유고래는 아마도 경뇌유를 구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멸종되고 말았을 것이다. 석유램프에 이어 백열전구가 등장하면서 극장, 식당, 공장의 노동 등이 가능해지고 8시간 수면 습관이 보편화된다.
인공 조명은 네온등과 레이저의 발명으로 이어졌는데 레이저의 발명이 소형 동네 상점을 몰락시킨 것은 흥미롭다. 레이저로 인해 바코드 스캐너가 도입되고 이후 재고 관리가 자동화되면서 대형 할인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 분야의 혁신이 다른 분야에 미친 영향을 찾아가다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추천사

위대한 과학 저술가
- 빌 클린턴 / 미국 42대 대통령

테크놀로지계의 다윈 스티븐 존슨, 독특한 시각과 통찰로 아이디어의 힘을 밝히다.
- 월터 아이작슨 / [스티브 잡스] 저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개를 따라가는 흥미로움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술 혁명의 역사를 다룬 우아한 책
- [월스트리트저널]

매혹적이고 놀라운 책
- [CBS 디스모닝]

발명의 인과관계를 뛰어넘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 [뉴욕타임스]

목차

서문_ 로봇 역사학자와 벌새의 날개

1. 유리 GLASS
이산화규소, 리비아사막의 잿가루에서 스마트폰으로

현대 유리가 탄생하는 순간 | 진정한 과학의 탄생 | 유리로 이뤄진 세상 | 처음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다 | 산 정상의 구름 위에 걸터앉은 타임머신 | 첫 유리 조각은 어디에서 왔는가?

2. 냉기 COLD
얼음 혁명, 삶의 지형을 바꾸다

장구한 역사의 유일무이한 돌연변이 | 얼음 위에 세워진 도시 | 말라리아와 전쟁으로 시작된 인공 제빙의 역사 | 직관적 통찰 vs 느린 직감 | 에어컨, 우연한 발명 | 공기의 순환에서 인간의 순환으로 | ‘롱 줌’ 역사로 본 얼음 혁명

3. 소리 SOUND
소리 테크놀로지, 오작동과 예측 불가능성의 세계

최초의 음성 기록 장치, 포노토그라프 | 전화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 아이디어 팩토리 | 디지털 세계의 혁명 기념일 | 보이지 않는 공중의 제국 | 라디오, 장벽 없는 자유의 매체 | 테크놀로지의 오작동이 열어젖힌 예술의 세계 | 음파탐지와 초음파, 기술 발전의 빛과 그림자

4. 청결 CLEAN
하수관에서 청정실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청결의 세계

근대 도시의 진정한 연쇄살인범 | 포말 전염설 vs 세균설 | 비키니는 염소처리법 덕분에 등장했다 | 너무 깨끗해서 병에 걸리는 시대 | 청정실과 하수관

5. 시간 TIME
갈릴레오의 제단등에서 스푸트니크 호까지

58년간 숙성된 정확한 시계의 아이디어 | 산업혁명의 도약대, 시간의 규격화 | 정오가 두 번 있던 날 | 수정시계, 코페르니쿠스 우주관에 대한 마지막 치명타 | 손바닥 위, 숨겨진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총합 | 과거를 비추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 | 긴 현재의 시계

6. 빛 LIGHT
새로운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공조명 때문에 멸종할 뻔한 향유고래 | 사방을 환히 밝힌 동화의 나라 | 전구! 천재의 발명인가, 네트워크화된 혁신의 산물인가 | 사회 개혁의 밀알이 된 섬광 사진술 | 네온광과 포스트모더니즘 | 레이저광선, 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다 | 레이저, 바코드, 인공 태양

결론_ 시간 여행자들의 역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본문중에서

아이디어와 혁신의 역사도 비슷한 방법으로 전개된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독서라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어 많은 사람이 원시(遠視)라는 걸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안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경의 수요가 증가하자 렌즈를 제작하고 실험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그 덕분에 현미경이 발명됐다. 또 현미경 덕분에 우리는 우리 몸이 극소한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꽃가루의 진화가 벌새의 날개 구조를 바꿔놓을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듯이, 인쇄술의 발명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세포 차원으로까지 확대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 p.11)

인쇄기가 발명된 뒤에 일어난 현상은 현대사에서 벌새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발휘된 사례 중 하나였다. 구텐베르크의 발명 덕분에 책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되고 휴대할 수도 있게 됐다. 그 때문에 책을 읽고 쓰는 능력이 향상됐고, 더불어 많은 이들의 시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안경을 만들고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구텐베르크의 발명이 있고 10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 명의 안경 제조인이 유럽 전역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신석기시대에 옷이 발명된 이후로 안경은 오랜만에 탄생한 첨단 테크놀로지가 되어 보통 사람도 어렵지 않게 소유하게 됐다.
(/ p.31)

무역으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자연 상품은 태양빛이 작열하는 곳(고에너지 환경)에서 잘 자라는 물질이다. 예컨대 사탕수수와 커피, 차와 목화 등 18세기와 19세기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상품들은 열대와 아열대 기후권의 지독한 더위에서 재배됐다. (…) 그러나 무역의 역사에서 유일하다고 주장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얼음 무역은 이런 패턴을 완전히 뒤집었다. 뉴잉글랜드 겨울의 저에너지 상태(추운 날씨) 및 낮은 에너지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얼음은 귀중한 상품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열대권에서는 환금작물을 재배했기 때문에 지독히 더운 지역이었는데도 많은 사람이 살았다. 따라서 열기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무역의 장구한 역사에서 에너지는 언제나 가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더운 곳, 즉 태양에너지가 많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탕수수와 목화를 생산하는 열이 강렬하던 세계에서는 차가운 냉기도 자산이 될 수 있었다. 프레더릭에게는 이런 역의 관계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혜안이 있었다.
(/ pp.70~71)

프레더릭이 그랬듯이, 버즈아이도 냉동 실험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또 프레더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생각은 거의 10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맴돈 뒤에야 상업적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띠었다. 달리 말하면, 급속 냉동식품이라는 아이디어는 불현듯 깨달은 직관적 통찰이나 순간적인 영감에서 떠오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구체화됐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 년을 두고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뚜렷해진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직관적 통찰(lightbulb moment)’과 반대되는 개념으로‘느린 직감(slow hunch)’이라 즐겨 부른다.
(/ p.92)

20세기의 다른 많은 정치인들이 그렇듯, 킹 목사도 다른 이유에서 진공관의 은혜를 입었다. 디 포리스트와 벨연구소가 라디오 방송을 가능하게 해준 진공관을 사용하기 시작한 직후, 소리의 테크놀로지는 대중과 한층 더 가까운 공간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증폭해달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따라서 마이크와 연결된 증폭기의 출력을 강화함으로써 정치인과 음악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연설하거나 노래할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진공관 증폭기 덕분에 우리는 신석기시대 이후로 지루하게 싸워온 소리의 한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 이후로 우리는 목소리를 더 크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 동굴이나 대성당, 오페라 극장의 울림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전기가 울림통 역할을 대신했을 뿐 아니라 효과도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소리의 증폭으로 완전히 새로운 정치적 사건까지 생겨났다. 스피커를 중심으로 대중 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 증폭된 음량 덕분에 군중이 한곳에 모일 수 있었고, 지도자의 목소리가 광장이나 운동장, 혹은 공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 p.140)

릴이 저지시티의 급수장에 염소를 부었을 때, 여성이 수영장에서 허벅지를 노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벌새의 날개처럼, 어떤 분야의 변화가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분야의 변화를 유도한다. (…) 그러나 대중이 수영을 여가 활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수영복이 패션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다른 요인들이 여성의 패션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이 요인들이 전부는 아니다. 여성의 패션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보통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쉽게도 모두가 할리우드나 패션 잡지를 언급할 뿐 누구도 차아염소산칼슘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 pp.181~182)

따라서 산업화된 노동 집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인식을 철저하게 개조해야 했다. 잉글랜드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초기에 버밍엄에서 도자기 공장을 운영하던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노동자에게 매일 시간기록계에 출근 카드를 찍도록 하는 전통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따라서 17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은 ‘punch the clock’이라는 표현에 ‘출근계에 도장을 찍다’라는 의미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간급’이라는 개념은 산업화 시대에 시간 관리를 위해 탄생했다. (…) 이런 변혁기에 살았던 첫 세대에게 ‘시간 규율(time discipline)’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시간 관리에 길들여져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일과 여가의 자연스러운 교체가 추상적인 시간표로 강제로 대체됐다. 이제 우리는 시간표에 맞춰 평생을 보내기 때문에 이런 삶이 제2의 천성으로 여겨지지만, 산업화 시대의 잉글랜드 노동자가 18세기 후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시간표에 맞춘 삶을 처음 경험하게 되면 누구나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 pp.207~208)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서 거의 모든 중요한 혁신이 그렇듯이, 섬광 사진술이라는 혁신도 완전히 다른 분야의 혁신을 끌어내는 발판을 놓았다. 우리는 세상을 이런저런 범주로 명확히 구분하려는 경향을 띤다. 따라서 사진은 이쪽, 정치는 저쪽이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블리츠리히트의 역사는 아이디어는 항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깨우쳐준다. 아이디어는 협력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생겨난다. 또한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아이디어는 단일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섬광 사진술을 발명하려던 한 세기 동안의 노력이 20세기에 도시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꿔놓았다.
(/ p.266)

저자소개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8.06.06~
출생지 미국
출간도서 8종
판매수 4,498권

브라운대학교에서 기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스쿨계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그의 저서는 모두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머전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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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펍헙(PUBHUB) 번역 그룹’을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문명의 붕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습관의 힘》 《슬럼독 밀리어네어》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등 100여 권이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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