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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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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고미숙
  • 출판사 : 북드라망
  • 발행 : 2014년 04월 23일
  • 쪽수 : 2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7969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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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근대는 기차와 함께 도래했고,
마침내 세상을 기차로 만들었다!"


기차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균질화한다. 일직선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산이건 강이건 모조리 관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서로 다른 위계를 지니고 있었던 이질적인 공간들은 바로 이 직선이 가로지르는 균질적인 평면으로 변이되어야 한다. 고향이건 타향이건, 우리 땅이건 저들의 땅이건, 음기가 감도는 곳이건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이건, 기차 앞에서 그것은 모두 하나의 평면일 뿐이다. 모든 것을 계산가능한 수량으로 환원하는 근대 자연과학의 명제를 철도는 현실에서 실현했던바, 비유컨대 "기차는 세상을 기차로 만들"(김정환, [기차는 세상을 기차로 만들며], [기차에 대하여])었던 것이다. (본문 69쪽)

근대성 3부작을 여는 [계몽의 시대: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은 ‘기차’와 속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근대는 기차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고미숙은 기차가 지나가는 공간에는 ‘사이 공간’이 없음을 주목한다. 엄청난 크기와 빠르기로 처음 그것을 보는 이들을 두려움과 경이로 몰아넣은 기차는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할 만큼 모든 공간을 단일화한다. 전(前)근대 사회에서의 운송수단(마차, 말 등)은 필연적으로 자연에 영향을 깊이 받으며 마치 연암 박지원의 열하기행이 그러했듯 끊임없이 이질적인 공간과의 마주침을 직접적으로 겪어 가게 만든다. 그러나 기차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출발하는 곳과 목적지,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이다. 어떤 곳을 거쳐 가든 그곳은 ‘중간역’에 불과하며, 과정의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겪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기차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다(생각해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기차 여행의 낭만도 그렇게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역에 내릴 때 생겨나는 것이다).
전근대 사회에서 이질적이었던 공간에 철로가 놓여지면서 동질화되고, 목적지를 향해 산도 뚫고 강도 건너가는 기차의 저돌성은 곧 삶의 패턴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삶에서 당연시 하는 가치들, "둘러가는 것보단 직선이 효율적이고, 그렇기에 선(善)이며", "시간은 곧 돈"이고, 따라서 "목표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라는, 그 인식이 ‘기차’가 놓여지는 순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자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큼 기차와 현대인의 삶은 닮아 보인다. 그러면, 지금 이 삶이 100여 년 전 기차와 함께 시작된 것이라면, 우리가 원한다면 이 삶에서 벗어날 방법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고미숙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그것을 잘 보여 준다고 말한다. 옆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 여기를 나가면 얼어 죽을 거라고들 말하지만, 거기에는 다른 생명,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것이 순탄하거나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진리로 여기는 가치가 어느 시기 어떤 문명의 도래와 함께 만들어진 것일 뿐, 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안다면, 그리고 지금 이 삶의 속도가 내게 너무 힘겹다면, 그 순간 이 속도에 이 질주에 의문을 품고 그 기차에서 내려보아도 괜찮지 않겠냐고, 또 다른 가치와 또 다른 삶은 기차 철로 주변에 언제나 있었다고, [계몽의 시대]는 한국근대기로 돌아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탐사하는 한국 근대성의 기원, 그 첫번째 권은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보는 [계몽의 시대]다. 고미숙이 근대성을 탐사하는 이유는 "우리 삶의 비전을 탐구하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적 기반 혹은 앎의 배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에서 근대적 지식의 토대가 구축되는 기원의 장인 근대계몽기로 돌아가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 당대의 신문자료를 통해 근대성이 생성되는 현장을 포착한다.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은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2001), [나비와 전사](2006), [이 영화를 보라](2008)를 주제별로 ‘리메이크’ 하면서 수정 첨삭을 가한 시리즈입니다.

[지은이의 말]
"인간중심주의, 민족, 그리고 계몽적 지식과 교육 등등. 이 항목들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자본의 고도화와 더불어 조금씩 얼굴과 몸매를 바꿔 가면서. 이 지배를 수락하는 한 새로운 가치의 생성은 불가능하다. 계보학적 탐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원의 장’으로 돌아가 그 기호들이 탄생하는 현장을 포착하는 것, 하여 그 기호들이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돌출한 것임을 목격하는 것, 그것이 이 계보학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설국열차]의 옆문을 열고 나오면 설원이 펼쳐진다. 생존자인 ‘꼬마’는 북극곰과 마주친다. 눈앞에 생명과 야생의 대지가 펼쳐진 것. 그렇다! 근대성 안에서는 근대를 벗어날 길이 없다. 옆문을 박차고 나올 때, 즉 그 중심에서 ‘외부’를 사유할 때 그때 비로소 출구가 열릴 것이다. 이 책 또한 ‘출구찾기’의 일환이 되기를 희망한다." ([책머리에] 중에서)

목차

책머리에

1장 속도의 경이, 시공간의 재배치
1. 속도의 파시즘-죽거나 나쁘거나!
2. ‘기차’-문명의 빛과 그림자
기차의 도래-공포와 경이
3, ‘잠/꿈/종’의 수사적 배치
깨몽! | ‘시간-기계’의 일상
4. 기차, 공간을 쏘아 버리다!
‘라면교’ 혹은 라멘교 | ‘사이 공간들’의 소멸 | 공감각의 증발 | 우주적 공감의 결락
5. 진화론, 기차의 다른 얼굴
우승열패의 신화 | 천시(天時)에서 인시(人時)로! | 이야기로서의 역사 | 차이와 간극 | 진보라는 척도-시간의 ‘가속화’
6. 맺으며-시간의 유목주의는 가능한가

2장 인간, ‘만물의 영장’이 되다!
1. ‘지독한’ 사랑!
2. 구국의 길, 문명의 길-기독교!
십자가의 퍼레이드 | 기독교 = 민족주의 | 개신교
3. 성서와 칼
‘너희가 야훼를 아느냐’ | 피와 칼 | 악마와 싸우는 군대 | 이분법
4. 신이 인간을 창조한 뜻은
창조와 진화 | 이성-창조주의 선물 | 인성(人性)과 물성(物性) - 같은가 다른가 | 다산의 상제(上帝)
5. 자연의 ‘인간화’
은유의 과잉, 자연의 증발 | 우화의 범람-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6. 맺으며-나우시카, 나우시카!

3장 ‘민족’ 혹은 새로운 ‘초월자’의 출현
1. 민족, 그 신성한 초월자의 출현
‘충애’에서 ‘민족’으로
2. 민족담론, 그 역설의 지층들
차이에서 동일성으로, 우주에서 국경 안으로 | 유기체적 전체성론-오로지 국권만이! | ‘단일민족’이라는 신화
3. ‘한’(恨)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가
피의 메타포, 에로틱한 정염 | ‘영웅’에서 ‘님’으로 | 서편제, 그리고 멜로드라마들
4. 맺으며-최면술, 기억, 달라이라마

4장 근대적 ‘앎’의 배치와 ‘국수’(國粹)
1. 이매진 노 스쿨, 이매진 노 커리큘럼!
2. 앎에는 국경이 있다!
알면 사랑한다 | 한문은 중국의 것!
3. 천리(天理)에서 격치(格致)로
최종심급은 이익 | 수학의 특권화 | 신체성의 증발
4. ‘국민 만들기’와 국수(國粹)
‘국수’(國粹)로서의 역사 | 문학, 국민교양의 첨단
5. 맺으며-‘사막에서 번역하기’

부록 : 영화로 읽는 근대성
황산벌-거시기! 표상을 전복하다
서편제-‘한’(恨)과 ‘예술’의 은밀한 공모

본문중에서

근대적 시공간의 표상에는 정확하게 이런 특이성이 결락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우주와 공명하지 못한다. 별의 운동과 위치를 정확히 꿰뚫고, 심지어 그것을 정복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모조리 차단되었다. 이젠 어떤 학자도, 심지어 천체 물리학자라 해도 우주와 공명하는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주는 우주고, 나는 나일 뿐이다. 시간 표상 또한 지극히 협소해졌다. 천 년은 고사하고, 백 년의 시간조차 한 번에 조망하지 못한다.
‘사이성’이 사라진다는 건 이것과 저것 사이에 확연한 위계가 설정됨과 동시에 주인과 노예의 권력관계가 구성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관계 안에선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예는 물론 주인조차도. 인간과 우주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소유할 수는 있되, 결코 그것과 공감할 수는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근대인의 우주다.
(/ '1장_속도의 경이, 시공간의 재배치' 중에서)

수학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자연의 소외, 곧 인간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이질성이 제거되고, 모든 것이 숫자들로 환원된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로 우뚝 선다는 사항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근대의 인문학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학문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보편적 인류가 아니다. 민족과 국가라는 범위 안에, 곧 국경의 울타리 안에 갇힌 특수한 인간, 곧 ‘근대인’이다.
(/ '4장_근대적 ‘앎’의 배치와 ‘국수’國粹' 중에서)

저자소개

고미숙(Ko Mi-Soo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0~
출생지 강원도 정선
출간도서 48종
판매수 52,780권

고전평론가. 강원도 정선군 함백 출생. 가난한 광산촌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에 박사학위까지 무사히 마쳤다. 대학원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공부의 기본기를 익혔고, 지난 10여 년간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좋은 벗들을 통해 ‘삶의 기예’를 배웠다. 2011년 10월부터 <수유+너머>를 떠나 <감이당>(gamidang.com)과 <남산강학원>(kungfus.net)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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