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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 파른하겐 : 어느 유대인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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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나 아렌트 라헬 파른하겐을 쓰다.

학위 논문을 완성한 후 독일 낭만주의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던 한나 아렌트는 우연한 기회에 라헬 파른하겐이라는 여성의 편지를 발견해 읽게 된다. 여성 유대인으로 앞선 시대를 살았던 이 여성의 삶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던 한나 아렌트에게 깊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
이 책에서 아렌트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라헬 파른하겐을 다루려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전기 작가 자신이 세워놓은 심리적 기준과 범주에 따라 일정한 해석을 내놓고, 그 해석에 전기 주인공의 개성을 대입시키는 식의 관점이 그렇다. 아렌트는 또한 낭만주의에서 라헬 파른하겐이 자치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위, 라헬 파른하겐이 창안한 ‘괴테 컬트’ 효과와 그 시대에 라헬의 살롱이 갖는 의미, 라헬의 인생관 갖은 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한다. 바로 라헬이 목소리로, 마치 그녀 자신이 말하듯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것이다. 아렌트 스스로 말하길 이 전기는 “독일 유대인의 비운에 대한 자각 아래” 쓰였다. 아렌트는 이 책이 독일 유대인 역사에서 동화라는 복잡한 문제들 중 어떤 한 측면, 그러니까 주변 환경의 지적이며 사회적인 생활로의 동화가 개인적인 삶의 역사에서 개인의 운명을 형성하게 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은 라헬이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에서, 라헬 파른하겐이라는 독일의 유대인 여성과 그 역사, 그리고 그것을 쓰는 한나 아렌트의 초상까지 함께 읽게 될 것이다.

라헬 파른하겐,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삶을 살다.
Rahel Varnhagen, 1771~1833


1793년 베를린의 작고 소박한 다락방으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기꺼이 모여들어 최상의 살롱 풍경을 연출한다. 이 방의 주인은 바로 라헬 파른하겐. 부유하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으며 아주 높은 교양을 갖추지도 못했으나, 사유의 능력을 타고났고, 자기 삶을 하나의 강렬한 예술작품처럼 살아내면서 독일 낭만주의 운동에 지대한 몫을 감당하게 된 유대인 여성이다.
라헬 파른하겐은 일생을 통해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는데, 그 고민은 ‘유대인다움’에서 벗어나려 했던 열망만큼이나 강렬하고 진지했다.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유대인들이 유대인다움에서 앞 다투어 탈출하던 이른바 동화同化의 시대였다. 라헬은 자신의 삶을 “우산 없이 맞이하는 폭풍”에 비유하는데, 라헬이 낭만주의 시대에 자신의 삶을 통해 성취하고 싶었던 것들과 유대인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들의 소용돌이를 짐작하게 한다.
라헬은 자기 자신을 또한 ‘불운한 사람Schlemihl(슐레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슐레밀은 라헬의 살롱에 출입했던 독일 낭만주의 작가 샤미소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슐레밀은 돈이 나오는 마술 주머니를 얻으려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버려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자기 정체성의 문제 때문에 내도록 불행한 고민을 껴안고 살았던 라헬의 내면을 슐레밀에게 투영하고 있는 셈이다.

목차

서문
개정판에 부쳐

1. 유대인 여성과 불운한 사람
2. 세상 속으로
3. 모든 것이 끝났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4. 외국으로의 도피, 아름다운 세상
5. 마법, 아름다움, 어리석음
6. 회답 : 대단한 행운
7. 동화
8. 낮과 밤
9. 길가의 가난뱅이
10. 우정의 파탄
11. 시민적 향상, 출세 이야기
12. 패리아와 벼락출세자 사이에서
13. 유대인,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옮긴이의 말/라헬 파른하겐 연보/참고문헌/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나는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초현실적인 어떤 존재가 마치 내가 이 세계에 끼워 넣어진 것처럼 내 마음에 이런 말들을 단도를 가지고 찔러 넣은 것 같아요. ‘그래 감수성을 가져라. 소수의 사람들이 보듯 세계를 보고, 위대하고 고상해져라. 내가 너에게서 끊임없이 사고하는 능력을 앗아 갈 수 없게. 다만 나는 한 가지를 덧붙이노니, 유대인이 되어라!’ 그리고 지금 내 인생은 천천히 피 흘리며 죽음으로 가고 있어요. 내가 움직이지 않아야만 출혈을 지연시킬 수 있어요. 출혈을 멈추게 하기 위한 움직임은 모두 새로운 죽음일 뿐이에요. 그리고 내게는 오직 죽음 그 자체로만 정지가 가능해요. (중략) 말하자면 나는 그것에서 모든 사악함과 불운과 괴로움을 끌어낼 수 있어요.”
('젊은 시절의 친구 다비드 파이트에게 쓴 편지의 일부' 중에서/ pp.24~25)

“나는 내 생각에 불행해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요.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불운이죠. 바로 그것이 그들 모두가 나를 붙잡는 방법이니까요. 나의 털을 뽑고 내가 갈팡질팡하게 둬요. 그리고 털이 뽑힌 가금처럼 나의 털과 신념은 다시 자라지만, 불행하게도 거기엔 조금의 확신도 없죠.” 항상 그녀 자신이었으며 매 순간 당시 상황 및 사람들과 숙명이 자신에게 요구한 바를 정확히 제공한 그녀는 불행이란 가장 어리석은 형태로 발생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배웠다. 이때 누군가가 불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를 품위 있는 인간으로 승인하는 것이었다.
(/ p.142)

“한동안 라헬의 삶은 역사가 결여된 채 파괴적인 요소들에게 완벽하게 좌우되었다. 그녀는 또 다른 삶의 본보기가 필요했고 그것을 이용했으며 가르침을 얻었다. 사랑, 공포, 희망, 행복과 불행은 단순히 맹목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특정한 과거에서 특정한 미래로 나아감으로써 특정한 곳에서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무엇을 의미했다. 그녀가 단순한 ‘회답’을 넘어 이야기할 만한 무언가를 가진 것은 괴테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말해야 했던 것은 가장 지루한 격언으로 조각났을 것이었다. 괴테가 없었다면 그녀는 자기 삶을 외부에서 그 유령 같은 윤곽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하려던 세계와 그 삶의 연관을 결코 수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48)

“누구든 고정되고 영원하며 죽은 존재를 믿는 사람은 단지 그 자신이 본질적으로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라헬은 피히테에게서 배웠다. 비통함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들어갈 수 없었던 세계를 그러한 “고정되고 영원하며 죽은 존재”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하나의 “사슬 속의 고리”로 속박되는 대신 “진실에 즉시 사로잡히기” 위해 스스로 또 다른 유쾌하고 살아 있는 세계를 살롱에서 창조하지 않았던가?
(/ p.167)

결혼에 의한 동화가 성공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의도를 지닌 의지가 없다고 해도 한 여성이 계속 반복한 것처럼 행동할 때는 얘기가 달랐다. 동화하려는 시도, 높은 지위로 올라가고 신변을 정리하려는 노력을 연애 사건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고의적으로 자기 노출에 전념하는 삶의 불안감을 덧붙임으로써 유대인 상황의 이미 실재하는 불안감을 강화할 때는 얘기가 달랐다.
라헬에게 세계와 현실은 항상 사회에 의해 결정되었다. “현실”이 그녀에게 의미하는 바는 지속적인 적법함을 대표하는 지위와 명성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벼락출세자들, 사회적으로 인정된 사람들의 세계였다. 이런 세계, 사회, 현실은 그녀를 거부했다.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 합류할 다른 가능성,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에게 한층 호의적일 일종의 미래에 의존한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할 다른 가능성을 그녀는 결코 보지 않았다. (중략) 그녀 뒤에 오는 유대인 세대의 전기를 검토해 볼 때 이런 맹점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보인다. (중략) 그들은 반드시 사회운동의 운명을 공유했으며 반란에 참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오점 하나 없는 계몽주의적 개혁적 진보 개념,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개혁과 사회 재구성의 편에 서 있는 라헬에게는 모든 투쟁이 낯설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진보하는 이런 사회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파악했듯 이 사회에서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적절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p.223~224)

그녀는 이질적 세상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는 모든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이 모든 길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고, 그것들을 유대인의 길로, 패리아의 길로 전환했다. 궁극적으로 그녀의 평생은 독일에서 유대인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자신의 “모든 운명을 역사적이고 바뀔 수 없는 "구약성서"에 의한 운명으로, 실제로 신자들의 후예들이 전 세계에서 도망칠 해도 효과가 없는 저주로” 이해했다.
(/ p.275)

- 그녀는 많은 것을 물려주고픈 상속인을 뒤에 남겼다. 파산의 역사와 반역적인 정신을. “박애주의의 목록도 환호성도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도 혼합된 사회도 새로운 찬송가책도 부르주아의 별도, 어떤 것도 나를 달랠 수 없었어요. … 당신은 영광스럽게 애조를 띠며 환상적으로, 예리하게, 극단적인 농담으로 항상 음악적으로, 자극적으로 그리고 자주 매력적으로 이것을 말할 거예요. 당신은 그 모두를 곧 말하게 될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할 때 나의 오래된, 불쾌해진 마음에서 나온 텍스트는 당신 것으로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할 거예요.”
(/ p.280)

저자소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6.10.14~1975.12.04
출생지 독일 하노버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10,046권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렌트는 평생을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의식 속에서 살았는데, 이 의식은 아렌트가 자신의 철학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학창 시절 하이데거의 철학에 매료된 아렌트는 마르부르크 대학에 진학해 그의 밑에서 공부하게 되지만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의 야스퍼스에게서 [아우구스티누스에 나타난 사랑의 개념]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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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학과에서 "한나 아렌트의 ‘자유’ 개념과 페미니즘"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발표 논문으로는 "한나 아렌트의 공적 영역과 페미니즘"이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에서 "아렌트의 정치행위와 페미니즘", "여성과 관용 : 배려와 확장된 사유를 중심으로", "대중과 순응, 민주주의의 후퇴"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번역서로는 한나 아렌트의 [이해의 에세이 1930~1954](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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