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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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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경철
  • 출판사 : 리더스북
  • 발행 : 2013년 01월 25일
  • 쪽수 : 4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0115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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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골의사 박경철이 떠난 그리스 문명 여행기

이 시대의 청춘멘토 박경철 저자가 그리스 문명기행을 떠났다. 대선을 앞두고 사라졌던 그는 인류 문명의 근원과 그로 시작된 문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그림 같은 사진과 더불어 그리스 문명 이야기를 함께 해보자.

대학생 시절 인간과 삶, 문명, 역사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했던 저자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접한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꿈꿔온 그리스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여행은 펠레폰네소스에서 출발하여 아티카, 테살로니키,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지게 되며 그 안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스편만 총 10편 발간될 예정이다.

“그리스 기행” 시리즈를 집필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문헌과 자료들이 참고되었다. 시간에 따른 서사방식이 아닌, 공간에 따른 시간 서술로 이루어져 공간마다 담긴 문명사를 담았다. 현 그리스 경제 국면과 맞물려 과거 문명에 대한 고찰과 이 시대의 나아갈 방향도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 서평

박경철, 외과의사 출신 경제전문가에서 시대의 지성으로, 청년의 멘토로,
그리고 이제 문명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순례자로 돌아오다!

그리스는 역사이자 신화이며, 인간이자 삶 그 자체다!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던진 질문과 해답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


여행의 출발지를 펠로폰네소스로 정했다. 바로 이곳 펠로폰네소스가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구 문명의 자궁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코린토스,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외에도 미스트라, 모넴바시아, 글라렌자, 에피다우로스 등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싹튼 땅이 바로 펠로폰네소스이다. 우리는 흔히 그리스 하면 조건반사처럼 아테네를 떠올리며 동일시한다. 펠로폰네소스에서 싹튼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곳이 바로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 지역이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라는 미궁의 출발점은 펠로폰네소스여야 했다.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움켜쥔 서구 문명이 탯줄을 대고 있던 곳, 그래서 오늘날의 기간테스인 서구가 자랑스러워하는 문명의 배꼽! 이제 헬라스의 뿌리이자 헬레네의 고향, 펠로폰네소스로 들어간다.
_프롤로그 중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품고 그리스를 가다
"이 책은 이십대의 청년이 가슴에 새긴 꿈을
나이 오십을 앞두고 실현한 긴 여행의 기록이다"

그리스 정신을 찾아 떠난 2년 여의 대장정

외과의사 출신 경제전문가에서 이 시대의 지성, 그리고 청년의 멘토로 활동하며 활발한 강연과 저술을 하던 박경철은 어느 날 홀연히 그리스로 향한다. 그리고 2년여 만에[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들고 문명의 현장을 답사하는 순례자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저자는 의대생 시절 ‘죽음’이란 무엇인지, 육신을 넘어 영혼에까지 생기를 불어넣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늘 물음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며 쌓아 올린 문명과 역사의 참모습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어떠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온갖 책들을 전전하며 가슴앓이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그리스다.
새로운 삶의 가치를 성찰하고자 하는 박경철은 책으로 만나는 지식이 아닌 발로 뛰어다니며 몸으로 부딪친 문명의 현장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문명 탐사는 서양 문명의 발원지인 그리스에서 시작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이란, 이집트와 시리아, 스페인 등 2년여에 걸친 대장정으로 이어졌으며, ‘박경철 그리스 기행’ 시리즈는 그 결과물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박경철은 문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쇠락의 흐름을 역사적?철학적으로 돌아봄으로써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며 발길 닿는 곳에서 시간의 강을 종단하는 이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에서 시작해 아테네가 속한 아티카, 그리스 북부 지역인 테살로니키 그리고 고대 그리스 권역을 아우르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각각의 여행은 제1부 펠로폰네소스 편 세 권, 제2부 아티카 편 네 권, 제3부 테살로니키 편 한 권, 제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 편 두 권 등 모두 열 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그는 이 시리즈를 위해 청년 시절 읽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물을 다시 읽기 시작했으며, 그리스 신화와 고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와 해외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읽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문헌만 해도 수백 권에 이른다. 문헌으로 구할 수 없는 자료는 관련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조언을 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글쓰기를 하였다. 마치 일본이 자랑하는 지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를 연상케 하는 이 지적인 대모험은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여행안내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동행하다
박경철이 문명 순례자가 되어 그리스로 떠난 이번 기행에는 특별한 인물이 함께한다. 그는 바로 저자가 사랑과 경외를 바쳐 마지않는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다.[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를 통해 이십 대 박경철의 가슴에 불씨를 지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오십이 된 후에도 여전히 뜨겁게 타올라, 훌쩍 그리스로 떠날 수 있도록 추동하는 가슴속 불길의 원천이 되었다. 저자는 니코스와 동행하며 고대 그리스와 현대 그리스, 그리스인,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진면목을 만나고 깨닫고 배웠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책으로 이해했던 것들, 즉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았던 것들에 대한 오해를 발견하고, 이전에 알던 그리스와는 또 다른 그리스를 만났다고 한다.
문학, 철학,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인간’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모레아(펠로폰네소스)를 비롯해 자신의 조국 그리스는 물론 남유럽, 서유럽, 북유럽, 아프리카, 심지어 중국과 일본까지 거의 전세계를 망라한 ‘위대한 여행자’이기도 했다. 그는 여행을 통해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했고 실제 여행을 다닌 모든 장소에서 특유의 깊은 통찰과 사색의 흔적들을 남겨놓았으며,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이 여행을 통해 잉태되고 탄생했다. 박경철은 그를 통해 그리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줄곧 니코스의 눈으로 그리스를 보아왔다. 그런 까닭에 이 여행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인도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인문 기행서
박경철은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비행기와 배로 대륙을 건너고 국경을 넘었다. 철도와 버스, 렌터카와 바이크 그리고 도보로 무수한 경계를 넘고 또 다른 경계에 다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품을 팔았더라도 보통 문명을 다루는 이야기는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정리하는 것이 일목요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문명과 역사를 다루되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공간 이동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즉 시간에 따른 공간 이동이 아니라 공간에 따른 시간 이동을 하는 셈이다.
저자가 굳이 공간에 따른 시간 이동을 취하려는 까닭은 연대기적 서술이 지루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서술이 공간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 연대기적 서술은 독자들이 접근하는 데 장벽을 만든다. 즐거운 독서가 아니라 마치 공부하는 느낌과 같은 강박에 사로잡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연대기적 서술의 역사서가 아닌 공간 탐험이고 여행기의 틀을 빌리고는 있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구체적인 삶의 자취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공간은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수천 년의 역사를 거슬러 문명의 격랑이 파도쳤던 그리스의 경우라면 더더욱 쉽지 않다. 저자는 연대기의 틀을 고수할 경우 왕조나 지배 계급을 중심으로 한 주류의 이야기에 머물 수 있음을 경계한다. 역사에 명멸했던 그 모든 문명이 주류들의 몫이라 잘못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문명이란 지배 계급만이 아니라 허리가 휘도록 무거운 돌덩이를 나르며 위대한 문명의 탑을 쌓아 올린 이름 모를 민초를 빼놓고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왜 지금 로마가 아닌 그리스인가?
우리들에게 ‘그리스’란 매우 낯선 나라다. 그나마 1990년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으로 그 신화가 조금 대중화되었을 뿐, 그리스 자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는 로마와 함께 소개되는 터라 그리스 문명이 ‘서양 문명의 어머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리스 문명의 특징이 무엇이었는지, 왜 근대의 서양인들은 로마가 아니라 그리스에서 자신들의 문명적 정체성을 찾으려 했는지, 그렇게 화려하게 꽃피던 문명이 왜 하루아침에 무너졌는지, 로마와 그리스는 어떻게 다른지 등등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독 많은 이들이 그리스에 눈을 돌리며 그리스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그리스 여행기나 신화를 재해석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으며, 그리스 종교 기행에 관한 연재기사에서부터 얼마 전엔 예술의 전당에서 루브르박물관 유물들 가운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테마로 한 것들을 골라 전시한 기획전이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관심과 달리 그리스의 오늘은 참담하다. 경제는 파탄 국면을 면치 못했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르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접 만나는 그리스는 혼란스러우며, 그리스인에게선 긍지나 자부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왜 지금 그리스인가? 드넓은 제국을 이루며 여러 국가와 민족을 지배했던 로마가 아닌 그리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팍스아메리카나가 지배하던 시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신패권주의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세계 질서 및 정치적 모델에 대한 모색이 한창인 지금,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근원적 구원과 자유를 표상하는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서양 문명의 발아지인 그리스 문명을 탐사하는 이 시리즈는 팍스로마나의 패권주의 이전의 문명을 탐구하며 인간에 대해 성찰하고 자유와 구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과거 문명에 대한 온고지신을 통해 이 시대의 문제의식을 깨닫고 새로운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스 여행이 펠로폰네소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
펠로폰네소스는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구 문명의 자궁이다. 잘 알려진 대로 코린토스,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외에도 미스트라, 모넴바시아, 글라렌자, 에피다우로스 등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싹튼 땅이 바로 펠로폰네소스이다. 저자는 "우리는 흔히 그리스 하면 조건반사처럼 아테네를 떠올리며 동일시한다. 펠로폰네소스에서 싹튼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곳이 바로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 지역이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라는 미궁의 출발점은 펠로폰네소스여야 했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펠로폰네소스는 헬레네의 고향이다. 바다 건너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였고 전 그리스를 피바다로 만든 원흉이었음에도 훗날 스파르타의 여신으로 거듭난 헬레네 말이다. 그들은 마른 스펀지처럼 엄청난 수용성을 자랑한다. 숱한 이민족의 침략을 받고 그들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어느새 침략자들을 그리스인으로 만들어버린다. 페르시아의 신이건 이집트의 신이건 가리지 않고 올림포스 산정에 함께 모시고 경배한다. 심지어 기독교가 그들의 신앙을 완전히 대체한 후에도 그 신들의 이름을 살짝 바꾸어 곳곳의 교회에 수호성인으로 삼기까지 한다.
저자는 어쩌면 이것이 바로 문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소란스럽더라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짐으로써만 문명이 잉태되고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에서 먼저 만나게 될 코린토스, 올림피아, 아르고스와 스파르타 같은 오래된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그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움켜쥔 서구 문명이 탯줄을 대고 있던 곳, 그래서 문명의 시작점과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한 출발지는 헬라스의 뿌리이자 헬레네의 고향인 펠로폰네소스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탁월함, 그 상승의 길!
‘박경철 그리스 기행’ 제1부 펠로폰네소스 편 제1권[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스파르타에서 촉발된 인간의 탁월함, 그 상승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들은 현실적이었고 신을 숭배했으되 무조건 따르지는 않았다. 신이 정해준 운명에 끝없이 도전하며 스스로가 신의 반열에 오르길 목숨을 걸 만큼 간절히 바랐다. 그 결과 그리스의 많은 영웅들은 마침내 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arete)’이라 불렀다.
그리스에서 탁월함은 다양한 측면에서 추구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주로 아킬레우스와 같은 용맹한 전사들이 탁월함의 대상이었다. 호메로스가 아킬레우스를 두고 ‘그리스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자,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썼듯이 아킬레우스는 ‘탁월함’을 추구한 전형적인 인물이었는데, 그가 탁월함을 뽐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와 ‘우정’이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의 그리스에서도 중요시여기는 덕목이다. 이런 탁월함이 남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는 정절과 도덕을 지혜롭게 지켜낸 여인의 탁월함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오디세우스가 나라를 비우는 사이 수많은 구혼자의 청혼을 뿌리치고 자신의 신분과 남편의 영지를 지킴으로써 여인의 탁월함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스에 가서 돌무더기만 보고 돌아왔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한다. 파르테논에서 위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찬탄만 할 것이라면 굳이 그곳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준비된 여행자는 그곳에서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포효를 듣고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비탄을 느끼며, 사도 바오로의 열정에 찬 웅변을 모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코린토스에서 페리안드로스와 참주제를 돌아보고, 네메아에서 영웅의 도전과 모험을 되새기며, 아르고스에서 신화 속에 음각된 역사의 진실에 눈을 돌리고, 스파르타에서 리쿠르고스와 레오니다스, 무엇보다 헬레네로 집약되는 탁월함, 그 인간적 상승의 길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월과 비바람을 견딘 그리스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문명의 태동과 인간의 근원을 고민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리게 할 것이다.

목차

독자 여러분께 _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의 참모습
감사의 글
프롤로그 _문명의 배꼽을 찾아서

1. 펠로폰네소스의 관문 코린토스
코린토스 _번영의 땅이자 약탈의 땅을 가다
카키아 스칼라 _금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의 길
코린토스의 첫인상 _생기 없는 얼굴과 마주하다
그리스의 이중성 _격정과 무기력의 공존
아크로코린토스 _피와 환락이 겹겹이 쌓인 땅
문제적 여신 아프로디테 _소돔과 고모라의 도시를 만들다
로마의 점령 _분열과 대립의 대가를 치르다
전설의 샘 페이레네 _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영욕의 상징 코린토스 _난공불락의 요새는 없다

2. 그리스에는 정말 그리스가 없을까
그리스 음식 _독창성과 자부심이 담기다
구코린토스 _고대 유적지의 보고
로마의 흔적 _가치가 결여된 단순 복제
베마 _로마인의 전진기지이자 수탈의 보급로
아폴론 신전 _고통의 본질을 꿰뚫는 초연함
페이레네 샘 _부조리의 대명사 시시포스
글라우케 샘 _고대 그리스 비극의 모태

3. 영혼 없는 번영의 허상
코린토스 항구 _체념의 바다를 바라보다
코린토스 시내 _쇠락한 주름을 가진 도시
참주제 _후대의 시각으로 갈린 명과 암
페리안드로스 _냉혹한 지배자와 그의 공범들
코린토스를 떠나며 _퇴폐와 향락의 내리막길

4. 성과 속의 충돌
네메아 _영웅의 삶을 닮으려는 사람들
헤라클레스 _불멸의 영웅이 되는 조건
수도원 _천상의 구원과 지상의 구원
수도사 _목숨을 건 정진으로 구원받고자 하다
비밀학교 _압제에 대항한 역사의 산물
철학자의 수도원 _혼돈 위에 얹힌 평정

5. 야만에 대한 이성의 도전
올림피아 _평화와 화해의 공간
올리피아의 성소 _올림피아 제전이 시작된 곳
올림픽 경주 _공동체 정신으로 화합하다
제우스 신전 _야만에 대한 이성의 끝없는 도전
헤라 신전에서 _서툰 미행자와 친구가 되다
경기장 _인간을 표현한 또 하나의 무대
서쪽 페디먼트 _야만과 이성의 팽팽한 투쟁
동쪽 페디먼트 _절제 잃은 욕망의 잔혹사

6.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
빨간 얼굴들의 마을 _무한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지켜가는 공동체
아폴론 에피쿠리우스 _존재 자체가 신비로운 아폴론 신전의 완벽한 균형과 조화
아르고스에서 _페르시아 전쟁의 불씨
신화와 전설 _역사적 사실과 엇갈린 당대의 평가
아르고스 사람들 _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자부심

7. 인간, 탁월함의 발견
헬레네 _가혹한 신의 장난과 운명에 저항하다
스파르타 _신이 곧 인간이요, 인간이 곧 신이다
탁월함 _용기와 우정
우정 _모든 선의를 베푸는 것이 친구다

8. 획일적 패권주의의 결말
스파르타의 배경 _군사강국을 지향한 이유
노예제의 딜레마 _이성적인 나라의 야만적인 행태
정치제도 _권리와 명예는 책임과 함께한다
강력한 법령 _스파르타의 패권을 지탱하는 원천
신탁 레트라 _선과 악으로 규정되는 법
타인에 대한 태도 _가학성과 획일성에 의한 문명 말살

9. 스파르타의 이중성
스파르타의 옛 유적지 _무너진 왕궁터에 숨겨진 이중성
리쿠르고스의 법령 _인간을 외면한 제도가 가진 한계
리쿠르고스 _공동체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희생한 왕
레오니다스 _영원한 자유에 대한 신념
불의 문 테르모필레 _생존이 아닌 가치를 위한 전쟁
진정한 용기 _공포에 맞서고 공포와 함께하다
광장에서 _전사상을 통해 슬픔과 비장미의 극치를 만나다
사라진 전사들 _기개와 용맹도 함께 사라지다
기티오 항구 _역사상 최악의 보복을 낳은 사건의 발생지

에필로그 _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안경으로 그리스를 보다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그리스에는 지중해의 태양 같은 뜨거운 격정과 말라비틀어진 마른풀 같은 무기력이 공존하고 처음 만난 여행자를 집 안에 들여 재워주는 인류애적인 친절과 백주대낮에 불법체류자를 둘러싸고 돌을 던지는 야만이 공존한다. 더구나 이곳은 한때 유럽 최고의 깍쟁이라 불리던 사람들의 후예가 사는 코린토스가 아닌가! 그러니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이방인에게 이 정도의 당혹감은 충분히 감당해야 할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도 당신이 준비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 p.35)

하지만 나는 이 땅 아래에 잠들어 있는 겹겹의 무덤들 속에는 단지 그녀들의 향기 나는 허리띠만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이 성채를 지키다 쓰러져간 전사들의 투구와 이곳을 다스리던 지배자의 왕홀들이 함께 묻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그 한 겹 한 겹의 무덤들 모두에 온전한 그리스 역사의 연대기이자 때로는 용맹하고 때로는 비겁했던 코린토스인들의 전설과 신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 했다.
(/ p.48)

박물관을 빠져나오면 바로 유적지로 이어진다. 물론 이 유적지 역시 순수 혈통은 아니다. 이곳은 한때 고대 코린토스의 아고라였지만 그 위에는 고대 로마의 유적들이 서 있다. 고대 로마는 코린토스를 폐허로 만든 후 다시 재건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카이사르Caesar가 부하들이 살 땅을 이곳에 마련해주려고 재건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코린토스의 지정학적 매력과 환락에 대한 추억이 그곳을 다시 로마식으로 재건하고픈 욕망으로 치환됐을 것이다. 왜 안 그랬겠는가. 이곳이 바로 부와 환락의 상징이자 그리스의 열쇠도시였으니 말이다!
(/ pp.78~79)

원래 그리스인들이 신전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입지였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문명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히 여겼던 게 틀림없다. 동양의 풍수가 그러한 것처럼 그리스에서도 자연과 인간, 산과 바다의 조화를 제일 먼저 고려했다. 사실 그리스 신전과 로마 신전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점이기도 하다. 로마의 신전은 북적이는 시장과 상가 혹은 관공서가 늘어선 광장 어디에나 세워졌지만, 그리스의 신전은 그 입지에서부터 탁월한 조화미를 보여주고 있다.
(/ p.87)

다음날 아침, 이제 코린토스 전체를 조망하며 천천히 그곳을 돌아볼 차례였다. 내 여정도 그렇듯, 어떤 여행자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들고나는 데 코린토스를 거치지 않을 재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코린토스는 그리스 여행의 오프닝 무대인 셈이다. 바위투성이인 고대 코린토스의 땅은 번영의 땅이었지만, 운명의 신 모이라Moira의 실타래는 늘 공정하다. 코린토스 땅은 번영의 땅인 동시에 약탈의 땅이기도 했고, 탐욕의 땅인 동시에 몰락의 운명을 품은 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코린토스는 진정 고대 그리스의 ‘소돔과 고모라’였으며 스스로 덫에 걸려 몰락해버린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땅이기도 했다.
(/ p.119)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기 자신을 이상화한 모습을 창조하고, 그것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육체뿐 아니라 생각, 인식, 용기, 행동,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망상으로 지은 집이 아니다. 세상에 망상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인간은 없을 테니까. 그들은 성스러움, 고행, 투쟁, 심오한 슬픔 등 전체적으로 볼 때 신비롭지만 성스럽기까지 한 존재를 창조하고 그것을 ‘영웅’이라 불렀다. 나아가 그들 스스로 그 영웅 혹은 영웅의 삶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리스 문명이 발화한 원천이었을 것이다.
(/ p.146)

‘영웅’은 고대 그리스인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들이 말하는 영웅이란 단지 무지막지한 힘으로 전공을 세운 이를 뜻하지 않는다. 더욱이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을 쥔 자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러한 것들이 영웅의 조건이었다면 오늘 이 순간에도 세상은 영웅으로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때로는 야만적이고 때로는 소아적이며 힘만 센 ‘무식한 장사’의 전설로 가득한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를 온전한 영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딘가 모순에 찬 듯하다.
(/ p.151)

고대 그리스인들만큼 운동경기를 사랑한 민족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전쟁을 하다가도, 들판에서 노동을 하다가도 중간중간 육체를 단련했으며 서로 겨루기를 좋아했다. 그들에게 운동경기는 예술과 철학, 비극만큼이나 인간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었고, 경기장은 그 무대였다.
(/ p.228)

진흙을 많이 빨아먹을수록 꽃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법이다. 머릿속에서 그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척박한 땅에서 거친 투쟁을 거치면서도 죽음 대신 삶을 생각했고 본능적인 두려움과 맞서면서도 노예의 길이 아닌 자유인의 길을 걸었다. 심지어는 수백 년간 이어진 도시 간의 내전도 페르시아와 맞선 범그리스인들의 투쟁도 오름길을 걷는 걸음이었으며 그 오름길에서 사물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표현한 결과였다.
(/ p.234)

잔 바닥에 가루가 가라앉는 그리스식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 안에 자리를 잡자 사방에서 질문이 빗발쳤다.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 우리 마을에 외국인이 온 건 정말 오랜만이다, 정교회 신자냐, 등등 한동안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커피를 마시기 힘들 정도였다. 누군가는 그리스 사람들이 무뚝뚝하다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그리스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참 좋아하는 듯했다. 언어도 아름답고 억양도 독특하며, 게다가 열정적이기까지 해서 말을 할 때는 손짓 발짓, 어깨와 머릿짓까지 총동원하는 사람들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먼저 내게 말을 걸자, ‘나도 할 수 있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이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그렇게 한두 사람과 말을 주고받다가 급기야 카페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왁자지껄 즐거운 수다마당이 펼쳐졌다. 부활 마지막 주일 아침, 이 작은 산골동네가 부활이나 한 듯 활기가 흘러넘쳤다.
(/ p.253)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신에겐 아우라가 없다. 기적의 현현顯現이라 여기며 충격적인 감동에 빠졌던 나는 금세 관찰자의 눈으로 돌아와 신전 주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기둥을 만져보고 바닥에 드러눕고 기둥 뒤에 숨었다가 계단과 계단을 뛰어다니며 아폴론에게 장난을 걸었다. 교만한 니오베의 아들딸을 죽음의 화살로 쏘아 날린 그 ‘포이보스’에게 감히 말이다.
(/ p.266)

그들은 현실적이었고 신을 숭배했으되 무조건 따르지는 않았다. 신이 정해준 운명에 끝없이 도전하며 스스로가 신의 반열에 오르길 목숨을 걸 만큼 간절히 바랐다. 그 결과 그리스의 많은 영웅들은 마침내 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이라 불렀다.
(/ p.316)

코린토스는 다양성은 있었지만 그 내용이 문란하여 창조적 긴장이 발아하지 못했고 스파르타는 진중했으나 획일성이라는 척박한 토양을 취했기에 문명의 씨앗이 잉태될 수 없었다. 더구나 스파르타인들은 자신들이 정복하거나 이웃한 이들과 어울려 문화의 이종교배를 이루기보다는 이들을 억압하고 순혈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문화의 동종교배에만 만족하여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 p.360)

탁월한 장인의 솜씨라기에는 뭔가 거칠고 부족한 듯하지만 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스파르타 전사의 모습은 힘과 용맹으로 가득한 전사의 그것이 아니다. 목숨을 초개처럼 던질 수 있는 용기의 이면에 누군가의 아들 혹은 누군가의 남편인 이들 전사는 여느 인간처럼 죽음을 앞에 두고 번민과 갈등을 겪어야 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스파르타 전사상에는 바로 이런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표정한 듯이 보이지만,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아스피스를 치켜든 그의 왼팔은 다음 순간 자신에게 죽음의 칼날이 내리칠 것이라는 비극적 운명을 깨달은 자의 그것이다.
(/ p.405)

물론 후세 역사가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흑해 너머로 선단을 보내야 했던 그리스인들이 흑해 입구에서 비싼 통행료를 받는 트로이를 공격할 명분으로 헬레네 이야기를 지어냈을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헬레네가 자발적으로 이집트를 방문했을 뿐 헬레네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야 어찌 되었든 트로이를 공격한 원한은 정화되지 않은 채 수천 년의 분쟁을 이어갈 엄청난 사건으로 잠복해 있는 것이 분명하고, 헬레네와 파리스의 낭만은 진정한 낭만이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사건이 불씨를 퍼트리며 그 불이 온 산을 불태웠으니, 사람이건 국가건 원한이란 결국 복수의 여신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어리석은 일임을 보여주는 섬뜩한 교훈이다.
(/ pp.42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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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
출생지 -
출간도서 21종
판매수 200,744권

문명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순례자이자 이야기꾼.
외과의사 출신으로 저술, 강연, 방송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였다. 의대생 시절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점차 인간과 문명으로까지 그 관심 영역을 확장하였다. 특히 이십대 청년 시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을 읽으며 서양 문명의 배꼽인 그리스 기행을 꿈꿔왔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꿈을 펼치기 위해 지천명을 앞두고 그리스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문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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