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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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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숙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생활의 달인, 기생충
기생충과 숙주, 기생충과 인간의 팽팽한 힘겨루기


생태계 내에서 생물과 생물을 관계 맺게 하고,
기생과 공생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인간이 출현하고 사회를 이루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존, 진화, 질병, 전쟁, 정복, 개발 등의 최전선에서
인간과 함께해 온 기생충 이야기

이 책은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물들이 서로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질병, 개발, 전쟁 등의 최전선에서 기생충이 인간과 함께한 역사로 점차 주제를 확대해 나간다. 크게 보면 1, 2장은 기생충과 숙주, 3, 4장은 기생충과 인간(사회)에 대한 것이다.

1장은 기생충이란 무엇인지, 기생충이 어떻게 생존하고 번식하며, 어떻게 다른 생물(숙주)과 기생과 공생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2장에서는 숙주가 기생충에 대항해 어떻게 싸워 왔으며, 이런 경쟁이 기생충과 숙주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실제 생물들의 사례를 들어 기생충과 숙주의 ‘밀고 당기기’를 잘 보여 준다. 1, 2장은 마치 [파브르 곤충기]의 기생충판을 읽는 것 같다.
3장에서는 인간의 역사 속에 남겨진 기생충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데, 기생충이 인간에게 얼마나 폭넓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읽다 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신화 속의 기생충, 제국의 탄생과 기생충, 제3세계 개발과 소외 열대 질환, 그리고 기생충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과 작은 성과(천연두의 박멸 등)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운송 수단의 발달과 지구온난화, 잘못된 개발 등으로 기생충 매개체와 기생충 질환이 지구화되고 악화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광범위한 약물 투여로 기생충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시각의 잘못된 결과도 지적한다. 따라서 질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빈곤과 사회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단순한 약물 투여가 아닌 기생충을 의학적?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기생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생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기생충들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 또 있다. 기생충은 독특하고 희귀한 생물이 아니라 지구 생명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보편적인 생물’이다. 지구와 생명체들은 기생충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사람 회충은 하루 약 20만 개의 알을 생산한다. 중국 사람들의 대변에 섞여 나오는 회충 알의 무게는 연간 약 1만여 톤에 달한다. 쥐에 기생하는 촌충이 하루 생산하는 알은 25만 개, 한 해에 1억 개가 넘는 알을 만들어 낸다. 이 알들이 모두 생존해 성충이 된다면 약 20톤이 넘는 촌충이 된다. 지구 표면이 얼마나 많은 기생충 알들로 뒤덮여 있을까.
또한 생태계의 먹이 그물 안에서 각각의 생물이 맺는 관계의 75퍼센트가량이 직간접적으로 기생충과 관련이 있다. 즉,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는 방식의 넷 중 셋은 기생충을 통한다는 뜻이다.

기생충의 기상천외한 생존 전략 이야기

기생충이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생존과 번식을 하기 위한 방법의 기발함과 다양함인데, 이는 SF 영화나 소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숙주 조종이다. 기생충은 중간숙주를 조종해 그 다음 숙주에 잡아 먹히게 해, 자신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숙주로 정확히 옮겨 가기도 한다. 물을 싫어하는 귀뚜라미는 연가시에 감염되면 물에 빠져 자살한다. 성충이 된 연가시가 귀뚜라미의 몸에서 나와 물로 돌아가 짝짓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치벌이라는 기생 말벌의 유충은 티린티나 나방의 애벌레 안에서 애벌레를 먹이 삼아 성장한다. 충분히 성장하면 몸 밖으로 나와 고치를 형성하는데, 이때 숙주였던 애벌레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고치 위로 실을 내뿜어 더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다른 위협이 다가오면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면서 각종 포식자를 쫓아낸다. 기생 말벌이 부화하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애벌레는 죽음을 맞이한다.

신화의 모티브 기생충

인간의 역사 속에 남겨진 기생충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기생충이 이렇게 폭넓은 영향을 미쳐 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구급차의 옆면을 보면 지팡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상징이 있다. 이는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를 비롯해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양한 의학 협회들을 상징하는 표시다. 이 상징에 등장하는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의 지팡이다. 여기서 뱀은 메디나충을 의미한다. 과거 ‘불뱀’으로 불리던 메디나충을 막대기에 감아 빼내는 모습을 뱀과 지팡이로 형상화한 것이다.
유충에 오염된 물을 마셔 감염되는 메디나충은 1년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다리를 통해 알을 낳기 위해 빠져나온다. 성충이 피부를 뚫고 나와 산란을 하는 과정에서 마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리스에서는 메디나충증의 원인을 ‘불타는 바다뱀’에 물렸기 때문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구약 성서에도 이 메디나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은지라./ 백성이 모세에게 이르러 가로되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을 향하여 원망하므로 범죄하였사오니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마다 놋뱀을 쳐다본즉 살더라.
(/ '민수기 21장 6~9절' 중에서)

소외된 기생충, 소외된 사람들

현재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질병을 소외 열대 질환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약 1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질병들로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대 질환의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 곳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환이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하거나 상당히 드문 질병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소외된 질병’들은 여전히 연간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열대 질환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약의 개발이나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질병들이 가난과 소외의 상징이 되어 버린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발병하는 치명적인 질병인 수면병(체체파리를 매개로 전염된다)의 경우 에포르니타인이라는 효과적인 약물이 발명되었음에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양산되지 못하다가, 선진국에서 제모제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사무엘 보울스 외, [자본주의 이해하기], 302쪽)는 기생충과 인간의 경쟁 이면에 놓인 정치경제적인 요인을 잘 보여 준다.

끝나지 않은 기생충과의 달리기

붉은 여왕의 달리기(먹고 먹히는 경쟁 관계의 생물들은 항상 함께 진화하고 있으므로 얼마만큼 진화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진화의 상대적 위치는 같다는 이론)가 말해 주듯이 기생충과 인간의 달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이 박멸, 정복했다고 믿었던 기생충들이 좀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운송 수단의 발달로 인해 동아시아에 서식하던 흰줄숲모기가 미국과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아프리카 여행자들이 늘면서 원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던 수면병에 아시아인이나 유럽인들이 걸리기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조류 말라리아로 갈라파고스펭귄의 개체 수가 급감했으며, 지구온난화는 기생충의 매개체인 모기의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생충 질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약 몇 알로 박멸할 수 있다고 보는 기존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관점은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빈곤이나 정치 불안 등)를 못 보게 하거나, 기생충에게 강한 진화의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필자는 질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빈곤과 사회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덧붙여 필자는 기생충 학자답게 기생충 자체가 갖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기생충을 통해 오랜 옛날 인류의 이동이나 생활사를 연구하는 고기생충학, 약한 말라리아로 신경매독 치료하기, 곰팡이로 해충 퇴치하기, 돼지 편충 알로 난치병인 크론병 치료하기와 같은 사례는 기생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른바 ‘기생충학의 황혼’으로 불리는 시대에 아직도 기생충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기생충이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함으로써 기생충과 기생충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에서 기생충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여 주는 첫 반응이다. 사실, 후마니타스가 이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후마니타스의 오랜 지인인 조현연 박사에게서 저자와 원고를 소개받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출판사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출판사에서 기생충 책을?’ 소재가 특이해서라기보다, 출판사 구성원들이 잘 모르는 분야는 가능한 한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 후마니타스의 암묵적인 전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저할 만한 몇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생태계 내에서 생물과 생물을 관계 맺게 하고, 기생과 공생의 경계에서 줄타기 하며, 인간이 출현하고 사회를 이루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존, 진화, 질병, 전쟁, 정복, 개발 등의 최전선에서 인간과 함께해 온 기생충 이야기는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책을 내기로 하고 얼마 후 필자는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로 의료 봉사를 떠났다. 책의 서문에도 있듯이 안락한 연구실에서 벗어나 실제 인간 현실에 존재하는 기생충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1년 동안 필자의 문제의식은 자꾸 변하고 있었고(성숙되고 있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원고를 계속 수정해서 보냈다. 출판사 또한 어떤 방향으로 책을 구성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었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여러 독자들에게 원고를 보내 논평을 받기도 했다.
초고에서는 ‘기생충 약을 언제 먹어야 할까요?’처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생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다루었지만, 지금은 인간의 ‘현실에서 기생충학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와 같은 질문들로 바뀌었다. 이 책에서 3, 4장은 후기의 문제의식을 보여 준다.
1년 뒤 필자가 까까머리에 그을린 얼굴로 씩 웃으면서 책다방에 나타나서는 곧 군대에 가게 되었다고 했다. 이 책은 그로부터 한 달 동안, 입대하기 바로 전날까지 필자가 책다방에 출근하면서 출판사와 함께 만든 것이다. 책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독자와의 만남’을 했는데, 이때 독자들과 나누었던 대화도 이 책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책의 꼴로 만들어진 것을 당분간 필자만 못 보겠지만, 2년 전 독자들과의 출간 약속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 '편집자 후기' 중에서)

[크로마뇽 시리즈]
이 책은 크로마뇽 시리즈의 첫 권이다. 크로마뇽 시리즈는 환경, 기후, 에너지, 질병, 의료 등 인간과 자연, 인간과 과학이 만나는 주제를 다루는 후마니타스의 과학 시리즈 이름이다.

목차

서문

1장 기생충이란 무엇인가?
기생충 정의하기
공생과 기생은 백지장 차이
태초에 기생충이 있었다
가장 보편의 존재
기생충으로 생태계 이해하기
생활의 달인
기생충, 숙주를 조종하다
인간을 조종하는 기생충?
숙주 조종의 대가
기생충의 유전자 운반책, 숙주
숙주 안에서 천리를 내다보다

2장 붉은 여왕과의 뜀박질
아담의 갈비뼈, 기생충
공작의 화려함과 기생충
기피 행동: 긁고, 비비고, 털고
기생충과 새의 부리
잘 먹어야 기생충을 피한다
기생충에게서 똥을 숨겨라
동물들의 예방접종
동물들도 기생충 약을 먹는다
늦잠은 기생충 때문일까?
악의적 행동: 기생충 퍼뜨리기
저항이냐 인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회적 기생충

3장 기생충, 역사로 들어오다
기생충, 신화가 되다
제국의 탄생과 기생충
말라리아의 세계사
시장성 작물과 말라리아의 유행
말라리아의 박멸과 지역개발
제국과 강변실명증
뉴기니 촌충과 문화의 파괴
황열병과 기생충 학자들의 투혼
우연과 자가 실험의 역사
록펠러 재단과 구충 사업
기생충학의 황혼: 소외 열대 질환
샤가스 병, 그 후 1백 년
정치 불안은 기생충을 낳는다
기생충과 바나나의 정치경제
인간의 짧은 승리, 천연두 박멸
기생충으로 사회 보기

4장 가능성의 생물, 기생충
인간과 기생충의 공진화
인간의 도전장
약의 한계
곰팡이로 모기를 잡다
친환경 살충제: 기생 말벌과 기생 선충
매독 치료제, 말라리아
기생충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하기
구더기와 거머리 요법
기생충으로 보는 인류 이동의 역사
기생충으로 보는 대멸종의 미래
기생충의 로맨스
사라지는 기생충과 가능성의 상실
한국의 기생충

에필로그
연표
용어 해설
참고문헌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종
판매수 1,678권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에서 기생충학 석사를 졸업했다.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기생충 애호가로서 기생충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들의 매력을 홍보하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에서 기생충 관리 사업 담당자로 일하기도 했다.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를 쓰고 『말라리아의 씨앗』을 옮겼다.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기생충학 석사. 기생충의 단백질과 유전자 관련 연구를 했다.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에 서 의료 활동을 하며 인간과 기생충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한국 근현대 의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첫 책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이후 『기생』 『독한 것들』을 썼고,『말라리아의 씨앗』 『바이러스 사냥꾼』 『화재 감시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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