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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드 BLONDE 1

원제 : BL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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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츠 스스로 [그들](1969년작)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노마 진 베이커)라는 희대의 섹시 아이콘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 소설과 달리 마릴린 먼로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삼되, 전기적 사실을 평면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먼로의 내면의 목소리를 상상적으로 재구성하여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들려줌으로써 그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픽션이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마릴린 먼로의 삶을 중심으로, 조이스 캐롤 오츠가 줄곧 다루어 온 주제들, 성과 폭력, 남성 우월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 등이 날카롭고 정확하고 강렬한 필치로 묘사된다. 거기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짓눌린 목소리가 있고, 자신의 참된 자아와 거짓된 자아의 균열에 대한 안타까운 외침이 있다. 그러므로 마치 신들린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영기(靈氣)와 냉정하고 가차 없는 묘사에서 풍기는 차디찬 질감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여자, 혹은 남자, 아니 남성 우월 사회에서의 남녀 관계의 본질, 나아가 우리 자신의 내면을 속속들이 되비춰볼 수 있는 마법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거장과 전설의 만남!
“전 언제나 사람들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어가요.” 어느 인터뷰에서 마릴린 먼로는 그녀 특유의 숨 가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수많은 후예들이 그렇듯, 대중의 무의식을 지배함으로써 달콤하고 화려한 인생을 불꽃처럼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 여자. 멍청한 금발, 섹스의 천사, 길 잃은 어린 소녀, 할리우드의 희생양, 좌절한 예술가 등으로 불리던 신화적 인물.
바로 그 여자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저자는 미국 문학계 최고의 여성 작가로 인정받는 조이스 캐럴 오츠. 오래 전부터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 돈 드릴로 등과 더불어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급 여성 작가.

이른바 거장과 전설의 만남!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라니, 너무 식상한 주제가 아닌가. 살아 있을 때나 죽은 후에나 마릴린 먼로는 상품화와 해부(분석)의 단골 소재가 아니었던가. 많은 팝 스타들이 모방하곤 하는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이미지에서부터 지하철 환풍구에서 바람에 치켜 올라간 치마를 덮어 누르는 관능미의 클리셰에 이르기까지 마릴린 먼로는 대중문화의 판타지 공간에 너무나도 판에 박은 이미지로 자리 잡은 섹스의 화신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의 비극적인 최후를 둘러싸고 쏟아진 호사가들의 온갖 음모 이론과 추문은 또 어떻고. 노먼 메일러와 같은 1급 저자 뿐 아니라 수많은 3류 저자들에 의해 난도질당하다시피 한 마릴린 먼로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대해 더 할 말이 남아 있단 말인가(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면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드] 역시 기껏해야 20세기 최고의 섹시 아이콘에 대한 관음증적 호기심만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통속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바로 이런 의문 때문에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리뷰어 미치코 가쿠타니는 [블론드] 출간 당시 이 작품을 마릴린 먼로의 비극적인 삶과 화려한 명성을 우려먹으려는 가장 최근의 시도에 불과할 뿐이라고 씁쓸히 지적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진실은 그와 정반대라면 어떨까? 가쿠타니의 우려대로 마릴린 먼로의 삶을 우려먹은 게 아니라 마릴린 먼로의 배후에 숨겨져 있었던 노마 진 베이커를 되살려낸 것이라면? 그리고 그 소생 작업이 단지 한 명의 (여러 가지 의미에서) 걸출한 여배우의 진면목을 새로이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에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여자들(나아가 남자들까지)의 본질적인 면을 드러낸 것이라면? 그리하여 어떤 현지 평자는 “그들 자신의 성과 두려움과 통제력과 사랑에 대해 알고 싶은 여자라면, 반드시 [블론드]를 읽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거장의 솜씨로 빚어낸 마릴린 먼로의 내면의 속살
'찰리 로즈 쇼'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는 이 작품의 창작 동기가 “한 장의 사진, 노마 진이 아직 마릴린 먼로가 되기 전, 10대 시절에 찍은 한 장의 사진”에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마릴린 먼로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마릴린 먼로가 되는 노마 진 베이커라는 미국의 한 소녀에 대해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오츠가 정작 쓰려고 했던 것은 노마 진이 마릴린 먼로가 되는 순간까지의 삶이었다("나는 ‘마릴린 먼로’라는 단어로 끝낼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애초에 구상했던 것은 영어 책 기준으로 175페이지 가량의 중편소설(novella)이었다. 하지만 노마 진의 삶에서 벌어졌던 일이 오츠 자신의 소설 쓰기에서도 벌어지고 말았고, 그 결과물이 영어 원서 738페이지, 우리말 번역 원고로 5천 매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숨 막힐 듯 두툼한 장편소설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른의 몸을 입은 아이”(1권 204쪽)의 목소리를 줄곧 상기시킴으로써, 애초의 구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적 인물의 화려한 외관에 갇혀 있는 노마 진 베이커의 내면의 소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난 여기에 갇혀 있어요. 얼굴이 있는 이 금발의 마네킹 속에 갇혀 있어요. 난 그 얼굴을 통해서만 숨을 쉴 수 있죠! 그 코로만, 그 입으로만!” (3권 249쪽)

그러하기에 이 작품은 먼로의 삶을 평면적으로 따라가는 단순한 전기 소설이 아니다. 오츠가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수많은 연인들과 의학적 위기, 낙태, 자살 시도, 영화들을 … 몇몇 상징적인 사건들로만 대치”한 픽션이며. 이 과정에서 이 작품에 윤기를 부여한 것은 오츠 특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내면의 목소리이다.

마치 귓가에 울리는 환영적인 소리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내면의 목소리가 마릴린 먼로의 굴곡 많은 생애(아버지를 모르는 사생아,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고아원과 수양 가정 전전, 때 이른 결혼, 이혼, 무명 모델, 영화 스타, 조 디마지오 및 아서 밀러와의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케네디 형제와의 염문. 그리고 비운의 죽음)를 다룬 여느 ‘통속’적인 저작물들과 [블론드]를 구분 짓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그 내면의 목소리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창조적 변용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작품 속에 무리 없이 녹아 있어서 , 다시 말해 모더니즘 특유의 실험적 작위성보다는 작품 자체의 논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듯한 내발성을 갖추고 있어서, 읽는 게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문학(소설)이 어떻게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따라서 우리는 그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요염하게 웃음 짓는 스크린 속의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시를 쓰고 책을 읽는 노마 진, 성적 판타지의 쓰다 버릴 소재가 아니라 찍은 장면을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찍고 또 찍자고 고집을 부리는 노마 진, 뜻밖에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하고 자신이 연기한 배역의 ‘냉엄한’ 진실을 슬프게 토로하기도 하는 노마 진, 그리하여 언제나 진정한 배우가 되고자 노력했던 노마 진의 자아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노마 진만이 아니라 수많은 타인들(주변 인물뿐 아니라 익명의 목격자)의 목소리를 마치 영매(靈媒)처럼 들려주고 있어서, 작품에 쓰인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저 심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창문 밖 야자수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 글래디스는 그 소리를 그렇게 불렀다. 언제나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며.>(1권 63쪽)

<어쨌든 전쟁으로 남자도 여자도 아이들도 잔뜩 죽은 후로는 몸이 더욱 부족해졌어. 이 가엾은 죽은 영혼들은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데 말이야.>(1권 63쪽)

<바람에 야자수 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죽은 자들의 영혼이야. 돌아오고 싶어 하는.>(1권 352쪽)

마치 오츠 스스로 죽은 자의 혼이 씌워진 영매가 되어 마릴린 먼로-노마 진의 전모를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하기에 이 작품은 신들린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영기(靈氣)로 감싸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거기엔 냉정하고 가차 없는 묘사에서 풍기는 차디찬 질감이 있다.

신들린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영기(靈氣)와 냉정하고 가차 없는 묘사에서 풍기는 차디찬 질감이 절묘하게 결합된 걸작
분명 이 작품의 문체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현지 평단에서도 [블론드]가 때로는 질퍽거리는 감상적 문체로 얼룩져 있다는 평가가 있다. 게다가 실명을 쓰는 대신, ‘어여쁜 공주님’이니 ‘우수 어린 왕자님’ 같은 동화적 표현이나 ‘전직 운동선수(’(조 디마지오), ‘극작가’(아서 밀러) 같은 우회적 표현을 쓴 것은 실제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대신 모종의 프리즘을 통해 윤색하려 했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문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는 자신을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 우려먹으려는 할리우드 산업에 대항했던 마릴린 먼로를 너무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낸 게 아닌가 하는 비판과 결부되어 있다. 아버지를 모르는 사생아로 태어났기에 언제나 자신이 의존할 수 있는 대체-아버지를 찾아 헤맨 의지박약의 길 잃은 소녀처럼 마릴린 먼로를 그렸다는 비판. 남편을 부를 때면 늘 ‘대디’라고 부른다거나 “아기 같은 목소리로 숨 가쁘게” 앵앵거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거꾸로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오히려 조이스 캐럴 오츠가 ‘여성’ 작가로서 여성의 어떤 본질을 포착한 것이라고. 바로 이 점에서 그녀의 냉정함이 빛을 발휘한 것이라고. 여성 고유의 치부(내밀한 욕망)마저 노골적으로 까발리는 냉정함! 그리고 그 냉정함이야말로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의 치부마저 고스란히 드러내는 힘이라는 실감!

왜냐하면 남녀 사이의 지배-의존 관계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정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의존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그렇게 자신에게 의존한다는 사실에 의존한다는 변증법적 역설. 그러므로 ‘극작가’로 호명되는 아서 밀러의 다음과 같은 사색은 얼마나 진실하게 울리는가!

<그녀의 남편이자 한 사람의 남성이기도 한 그는 첫 번째 접촉, 성적인 의도를 부인할 수 없는 그 첫 번째 접촉, 첫 번째 진짜 키스를 나눌 때부터 자기 안으로 흘러들려는 여성의 우월한 힘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막다, 그의 영감이었으며, 그 이상이었다!
이러한 힘은 마치 번개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극작가로서의, 남자로서의 그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아니면 파괴할 수도.>(3권 188쪽)

혹은 한때 수양 딸로 키웠던 노마 진이 잡지 모델로 찍은 사진을 보며 욕망과 혐오를 동시에 느끼는 워렌의 심리를 표현한 다음과 구절.

<[스웽크]의 표지뿐만 아니라 안쪽에도 하얀 티셔츠를 입은 비슷한 사진들이 두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었다. 창녀처럼 유두와 엉덩이를 드러낸 채로. 워렌은 치솟는 욕망과 함께 뭔가 썩은 것을 씹은 듯한 혐오감을 느꼈다. “빌어먹을. 다 그년 때문이야.”그는 엘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녀가 가족을 망친 것이다. 그의 손가락이 뭔가를 두들겨 패고 싶은 충동으로 움찔거렸다.
그럼에도 그는 보고 있던 [스웽크]1945년 3월 특별호를 조심스레 챙겨 책상 서랍 안 오래된 재무 서류 아래 숨겼다.>(1권 337-38쪽)

여성의 고유한 힘은 ‘유혹’에 있다는 장 보들리야르의 통찰이 올바른 것이라면, 그 여성성을 최대치로 구현한 인물인 마릴린 먼로야말로 수동적인 유혹자로 그려내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예뻐지고 섹시해지고 싶은 성형 욕구가 극대화되어 발현된 우리 시대가 표면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정착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릴린 먼로가 활약했던 시대보다 남녀관계의 적나라한 실상이 더욱 더 노골적으로, 원시적으로 전개된 시대가 아닌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걸그룹들이 풍미하는 우리 시대가! 그러므로 [블론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는 문제작으로도 읽힐 수 있으리라.

덧말 1. 독자들은 아직까지 국내 독서계에서는 무명 작가(?)나 다름 없는 조이스 캐럴 오츠가, 매일 아침에 달리기로 몸을 단련하고 오전에 서너 시간, 저녁에 서너 시간씩 매일 글을 쓴다는 이 노작가가 왜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지 그녀의 대표작 [블론드]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말 2. 마릴린 먼로 사망 50주년이 되는 내년에 개봉할 예정으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하고 나오미 와츠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가 현재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말 3. 이 책이 공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꼭 덧붙여야 할 말이 있다. 애초에는 두 분 선생님이 맡은 역할이 따로 있었지만, 소설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문체를 통일하기 위해 교차 교정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한 분이 책 전체의 문장을 조율하는 책임을 맡았다. 굳이 나누면 책의 전반부는 송기철 선생, 후반부는 강성희 선생의 색깔이 짙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한 분이 압도적이라 할 만큼 지배적인 역할을 맡은 부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마다 옮긴이를 구분하지 않고 세 권 모두에 두 분의 이름을 올렸다.

덧말 4.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들의 노래 'Femme Fatale'을 들으며 이 작품을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1967년)는 앤디 워홀이 후원자로 제작을 도왔을 뿐 아니라 그의 ‘바나나’ 이미지가 재킷 사진으로 쓰인 것으로 유명한 앨범이다. 그런데 그 앤디 워홀은 마릴린 먼로에게 들려 있었던 예술가였다. 그러므로 저 노래의 ‘팜므 파탈’은 마릴린 먼로가 아니었을까. (사실은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워홀의 한때 연인이었던 에디 세즈윅이라는 다른 여배우가 이 노래의 모델이었다. 앤디 워홀이 루 리드에게 부탁한 것은 분명 에디 세즈윅에 관한 노래였으니까. 하지만 앤디 워홀의 복잡한 마음속을 누가 알겠는가!)

해외 서평
짜릿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전설적인 스타와 그 스타를 영락시킨 사회를 통렬하게 묘사한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마릴린 먼로가 자기 자신과 씨름한 섬뜩한 지옥의 싸움에 대한 매혹적인 상상
- [플레이보이]

글쓰기가 숨쉬기만큼 자연스러운 조이스 캐롤 오츠는 마릴린 먼로라는 신화적 인물의 배후에서 살아 있는 진짜 여자를 구해냈다.
- [북리스트]

목차

프롤로그 1962년 8월 3일
특급 우편

아이 1932-1938
키스 / 목욕 / 모래의 도시 / 제스 이모와 클라이브 삼촌 / 버려진 아이들 / 선물을 주는 사람들 / 고아 / 저주

소녀 1942-1947
상어 / 결혼할 때 / 장의사에서 일하는 소년 / 어린 아내 / 전쟁 / 핀업걸 1945년 / 채용 모델 / 딸과 어머니 / 괴물 / 벌새

본문중에서

노마 진은 다른 어른들, 특히 남자들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매료되는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높은 창문에서 몸을 지나치게 앞으로 내밀고 있는 사람이나 촛불에 머리카락을 너무 가까이 대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은 그녀의 이마에서 시작된 흰머리(‘상관없다’며 글래디스는 염색을 거부했다)나 멍든 것 같은 다크서클, 열을 내며 안달하는 그녀의 몸에도 개의치 않았다. 글래디스는 방갈로 현관에서 앞길과 거리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어줄 사람만 있으면 <장면을 연출했다.> 영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래디스가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라도 연기를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었고, 그러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관심들 대부분이 에로틱하다는 것도 아주 신나는 일이었다.
에로틱. 그건‘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니까.
광기는 고혹적이고 섹시하니까. 여성의 광기는.
그 광기 어린 여성이 충분히 젊고 매력적이기만 하다면.
수줍음 많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노마 진은 다른 어른들, 특히 남자들이 자신의 어머니인 이 여자를 관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게 좋았다. 그들이 글래디스의 불안한 웃음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때문에 달아나지만 않았어도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해줄 남자를 찾았을 텐데. 당신과 결혼해줄 남자를 찾았을 텐데. 그러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신명 나는 연기를 벌인 후 집으로 돌아오면 글래디스는 약을 한 움큼 삼키고는 황동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니면서 몇 시간씩이나 몸을 떨며 점액질에 덮인 듯 흐려진 눈으로 의식 없이 누워 있기만 했다. 노마 진은 그런 게 싫었다. 노마 진이 옷을 풀어주려고 하면 글래디스는 욕을 내뱉으며 손을 쳐냈다. 꼭 끼는 펌프스를 벗기려고 하면 발로 그녀를 차버렸다. “하지 마! 건드리지 말라고! 너한테 문둥병을 옮길 수도 있어! 날 좀 내버려두란 말이다.”
어머니가 그 남자들과 조금만 더 잘해보려 했더라면. 글쎄 아마도. 정말로 잘되었을 텐데!
(1권 중에서/ pp.98~99)

저자소개

조이스 캐럴 오츠(Joyce Carol Oate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8~
출생지 미국 뉴욕 주 락포트 시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4,138권

1938년 미국 뉴욕주 록포트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했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 타자기를 선물 받으면서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시러큐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로 대학생 단편소설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부조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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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창비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편집자로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출판 기획과 영어권 도서의 번역에 힘쓰면서 재미와 의미를 찾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드], 아서 코난 도일의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의 [위대한 탐정소설], 존 D. 맥도널드의 [푸른 작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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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론을 전공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스톨런][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블론드 1-3권](소설) [인생의 작은 법칙들][내 인생과 화해하는 법][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51%의 법칙][비밀 성서][세계의 위인들-안네 프랑크, 간디, 잔다르크, 아이작 뉴튼][마오의 무전여행][신데렐라가 된 하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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