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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라는 아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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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왜 근대(近代)를 가리켜 '아포리아(난문)'라고 하는가? ·
이 책의 제목 '근대라는 아포리아'는, 근대화하는 것 자체가 난문(難問)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선인들이 '근대(화)'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했고, 또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거의 근대화가 역사의 필연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서양 근대를 구성하는 자본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근대국가 합리주의 제국주의 법에 대한 관념 등의 요소를 검토하고 그것이 당시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낯설고 위협적인 것이었는가를 밝히려 한다. 실제로 19세기에 제국주의 열강의 군사적 압력에 직면한 아시아인들에게 서양 근대라는 것은 거의 그들의 이해를 초월한 미지의 것이었다.
그러니 당시의 사람들이 서양 근대에 대해 처음에는 '양이(攘夷)'의 깃발을 들고 일어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근대적인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열강에 대해 무작정 맞선다는 것이 무모함을 깨달은 동아시아의 선각자들은 동양적 가치관을 정신적 추축으로 삼으면서, 서양의 과학?군사기술을 동양적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놀라울 정도로 서로 비슷한 논리를 각각 독자적으로 생각해냈다. 한국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중국(청나라)의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열강의 제국주의의 배경에는 '근대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되자 한국?중국?일본은 위와 같은 절충주의(折衷主義)적인 수용 입장을 버리고 전면적인 근대화로 나서게 되었는데, 그때 세 나라가 어떤 것을 근대 문명으로 간주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서로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먼저 그것을 밝히려 한다.
완전히 근대화된 듯 보이는 오늘날의 세계에서도 근대화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학자들의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의 우리가 근대화를 뒤에서 지탱해온 역사의 진보라는 큰 이야기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큰 이야기'가 수많은 '작은 이야기'로 해체되는 시대 상황이 바로 포스트모던이라는 리오타르의 주장을 승인한다. 그리고 근대 문명을 부정해놓고 전근대를 찬미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1930년대 일본에서 의논된 '근대의 극복'론을 소개하면서 어설픈 근대 비판?반근대론이 내포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근대라는 것이 왜 아포리아(난문)인지 그 까닭을 다시 밝히려 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일본을 비롯하여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동양과 서양'이라는 도식을 거론할 때 대부분 '동양' 내부의 차이를 무시한 채 마치 자기 나라가 동양 전체를 대표하는 양 말해왔다. 그런데 한국 중국 일본이라는 동아시아의 세 나라만 보아도 각국이 근대화한 과정과 그 뒤의 운명은 서로 달랐고, 또 과연 무엇을 '동양'의 것으로 이해하고 무엇을 '서양'의 것으로 이해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지은이는 우선 한국 중국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비교하면서 세 나라의 '근대'에 대한 이해 방식의 차이를 살펴본 다음, 서양 근대의 자본주의나 합리주의의 내용은 어떠한 것이고, 그것이 전통적인 경세제민 관념이나 불교 유교 일본 사상 등의 이(理) 개념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대해 검토한다. 아울러 원래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했던 한국?중국?일본의 민족주의(내셔널리즘)의 내용적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책 후반부에서는 일본에 있어서의 '근대의 극복' 문제를 다룬다. 1930년대에 잡지 『문학계』를 중심으로 '근대의 극복'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근대의 극복이란 한계에 부딪친 서양 근대를 극복한다는 뜻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서양 근대'란 서양(특히 미국과 영국)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와 당시 소련의 맑스주의의 진보사관을 가리키고, '근대의 극복'론은 바로 서양 근대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위기적 상황을 동양 정신을 통해 극복하고, 서양과 동양이라는 두 개의 문화적 세계를 일본이 종합하겠다는 사상운동이었다. 극복론자들은 광신적인 황도주의자(皇道主義者)와 거리를 두고, 때로는 그들 황도주의자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위 동양 정신이라는 것은 철학화(哲學化)된 천황중심주의에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 '근대의 극복'론은 일본의 개국과 함께 반입된 제국주의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1943년에 나온 대동아선언(大東亞宣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당시의 일본군이 추진하던 아시아 침략을 아시아 해방을 위한 싸움으로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환경 파괴나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 무차별 테러의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이제 우리는 역사의 진보를 단순하게 믿을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근대'라는 이념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시아주의와 서구 근대의 합리주의?보편주의를 지양한 '근대의 극복'론이 천황중심주의를 새로운 보편주의로 내세우는 아시아 침략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고 세계 수백만 인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일본 제국을 패망으로 이끌어가게 되었다. 이런 역사를 감안할 때 새로운 '근대의 극복'은 어떤 것이어야만 하겠는가? 그리고 한국에 있어서 '근대'란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숙제이다.

이 책의 학술적 가치
기존의 사상사 연구에서는 대부분 각 나라의 울타리 안에서만 연구가 이루어지고 국가 간의 비교 연구는 별로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학회나 심포지엄 등에서 한자리에 모여 각자 발표하거나 논문을 수렴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정도였을 뿐,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연구자가 예를 들어 '자유'라는 개념을 각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이해했는지를 비교 연구한 사례는 별로 많지 않았다. 특히 근대 사상의 연구에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국가의 틀을 전제하고 그 안에서 자생적인 근대성의 싹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자국중심주의적인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일본 및 동아시아 근대의 지식인이 '동양 대 서양'이라는 도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주 객관적으로 밝히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지은이는 한국?중국?일본 및 기타 아시아 각국이 겪은 근대화 과정의 동일성과 차이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근대를 연구할 때 근대성이라는 척도 자체의 타당성이나 근대 자체의 시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즉 암암리에 근대화라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으로 전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소개되면서 사상계에서는 '근대'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포스트모던적인 근대 비판?자기비판의 관점을 사상사 연구에 도입하려고 한다는 데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아시아의 근대화와 '근대'에 대한 이해가 다양한 양상을 나타냈음을 밝힘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근대국가를 수립하고 열강의 대열에 끼게 된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돌입했다가 역사적인 패배를 겪게 된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면서 근대화의 의미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즉 서구 근대의 소산(예를 들어 자연과학 근대 미술 국민국가 자본주의 등)은 보편적인 것이며, 따라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근대 문명으로 이행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는 사고방식은 쉽게 보편주의의 강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동양과 서양"이라는 도식의 함정

1부 근대라는 걸림돌

제1장 화혼양재
제2장 동도서기
제3장 중체서용


2부 "근대"라는 역사의 흐름

제4장 서양으로부터의 충격
제5장 이理와 ratio
제6장 "근대"의 개념

3부 근대화와 맞서

제7장 도道
제8장 동아시아의 민족주의
제9장 대동아공영권


4부 "근대"의 종언

제10장 "동양과 서양"의 통합적 개념
제11장 "동양과 서양"이라는 도식

후기를 대신하여: 구야마 야스시久山康 선생의 추억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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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고사카 시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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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카 시로(高坂史朗)는 1949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간사이가쿠인대학(關西學院大學)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긴키대학(近畿大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오사카 시립대학 대학원 교수로 있다.
그는 니시다 기타로 철학 연구로부터 출발하여 “동양”과 “서양”의 대립 도식과 근대 일본 지식인들이 일본 외의 아시아의 시점을 망각한 자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근대 일본의 사상가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며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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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규 마코토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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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텐리대학(天理大學)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강원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최한기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강사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惠岡 崔漢綺의 推測論 硏究」(2006), 「天理敎에서 본 일본의 神國思想」 (2006),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Basso ostinato(執拗低音)에 대한 一考察」 (200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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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철학과와 중국 랴오닝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의 서양 사상 수용사],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까지], [프랑스 철학사], [이탈리아 철학], [우리 사상 100년?(공저), [해체주의란 무엇인가](편저)가 있으며 푸코의 [말과 사물], 베르그송의 [사유와 운동], 캉길렘의 [정상과 병리], 로이드의 [그리스 과학 사상사], 뒤몽의 [그리스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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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남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하버드대, 도쿄대 등에서 연구하였고, 양명학 및 동양철학 일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불교와 미학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저서로 [동아시아의 양명학], [양명학과 공생·동심·교육의 이념], [시인이 된 철학자], [내 마음이 등불이다: 왕양명의 삶과 사상], [크로스 오버 인문학], [동양의 지혜], [멀고도 낯선 동양] 외 다수가 있으며, 번역서로 [진고응이 풀이한 노자], [논쟁으로 보는 일본사상] 등이 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나는 폐차가 되고 싶다],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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