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이제야 언니에게 

저 : 최진영(崔眞英)출판사 : 창비(창작과비평사)발행일 : 2019년 09월25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09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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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너를 만나러 갈게. 내가 꼭 너에게 갈게.”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끝낼 수 없고 끝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거침없는 서사로 한국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획득한 작가 최진영이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첫번째 작품으로 신작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출간했다. 주인공 ‘이제야’의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번 소설은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내밀한 의식과 현실을 정면으로 주파한다. 『문학3』 온라인 지면을 통해 연재할 당시, 독자들로부터 ‘이 소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한다’ ‘가해자 중심의 언어를 되살려서 보여주는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에 감탄한다’ 등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탈고하였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삶이 무서워서 얼어붙은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서”(황현진 발문) 그들의 입장에서 발화하는 최진영의 빛나는 용기가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의 마음을 등대처럼 비춘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폭력의 그늘 속에서 지금도 견디고 있을 우리의 ‘이제야’들을 위해


비가 내리던 2008년 7월 14일, 제야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동생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와의 아지트인 버려진 컨테이너로 향한다. 제니와 승호가 오기를 기다리던 제야는 뜻밖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늘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던 당숙을 맞닥뜨리고 당숙은 거기서 돌변하여 제야를 성폭행한다. 그날 이후 당숙이 자신이나 제니에게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야는 산부인과와 경찰서를 홀로 찾아가며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전염병에 걸린 듯 취급하는 친구들의 냉소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국 버려지듯이 멀리서 혼자 사는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제야가 직접 발화하는 일기 형식과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제야 언니에게』는 제야의 시간을 3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에서는 제니와 승호와 집 옥상에 올라 밤하늘의 카시오페이아 성좌를 구경하며 ‘개똥벌레’를 부르던 조용하고 평범하던 제야의 유년을, 2부에서는 어떻게든 제야를 감싸 안으려는 이모와 함께 살며 부딪히고 넘어지는 제야의 모습을, 3부에서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과거로부터 계속되는 고통과, 미래를 생각할수록 극심해지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찾아나가는 제야를 보여준다. 독자가 제야의 인생을 제야와 같은 시선으로 목격하게 하는 최진영의 이러한 방식은 일기장을 보여주듯 인물의 세밀한 내면을 독자와 공유하고 나아가 제야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확대함으로써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행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일상의 폭력을 대면하게 한다.
작품을 집필하면서 여성인 자신조차도 내면에 축적된 가해자의 언어와 행동방식이 얼마나 농후했는지 새삼 발견하고 깊은 반성과 슬픔으로 제야의 마음을 상상했다는 최진영은 “방관과 의심 속에서 홀로 버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제야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장면을 쓸 때는 제야의 고통을 묘사할 때만큼 주저했다”(‘작가의 말’)라고 집필 후기를 밝히며, 소설 곳곳에서 뭉근하지만 단호한 진심을 깊이 있는 문장으로 전달한다.

“나를 견디지 않고, 나와 잘 살아보고 싶다”
1980~90년대 학창시절을 겪었던 ‘여성 유년서사’의 뜨거운 등장


‘페미니즘’ ‘여성’ ‘퀴어’ 등의 키워드는 이미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단순히 ‘새롭고’ ‘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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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진영은 ‘우리’라는 단어를 ‘불행의 연대로 이루어진 무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작가다. 삶이 무서워서 얼어붙은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서 짧은 칼날로 얼음을 깨뜨리는 작가다. 아마 최진영은 끝까지 우리 삶의 전부를 써낼 것이다. 그렇게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할 것이다. 이 모든 불행의 연대를 일인칭의 노래로 외우고 있을 것이다.
- 황현진 / 소설가

목차 TOP

1부 / 2부 / 3부 / 발문_황현진 /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TOP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끔찍한
오늘을 찢어버리고 싶다.
(/ p.8)

열한살 되면서부터 제야는 하루 두번 일기를 썼다. 하나는 선생님께 검사받는 일기, 다른 하나는 오직 자기만 보고 간직하는 일기. (…) 일기장을 태운 날도 일기를 썼다. 어차피 태울 거 뭐 하러 써? 제니가 물었다. 어차피 죽을 거 뭐 하러 사니. 제야가 대답했다. 제야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를 묻는 시간, 가만히 앉아서 글자에 일상을 가두는 시간이.
(/ p.9)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야가 물었다. 이모는 내가 겪은 일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쓰는 거지.
(/ p.161)

제야는 오랫동안 몰랐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죽거나 죽이는 상상을 많이 했지만 정말 원한건 아니었다. 폭력도 싫었다. 2008년 7월 14일만으로 충분했다. 어른들의 망했다는 말에 치를 떨면서도 제야 역시 ...

저자소개 TOP

최진영 [저]

1981년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팽이』『겨울방학』,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끝나지 않는 노래』『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구의 증명』『해가 지는 곳으로』『이제야 언니에게』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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