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해변빌라 

저 : 전경린출판사 : 자음과모음(구.이룸)발행일 : 2014년 11월18일 | 종이책 발행일 : 2014년 10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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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스터소개글 TOP

2007년 [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던 소설가 전경린이 2012년 [최소한의 사랑] 이후 2년여 만에 열한 번째 장편소설 [해변 빌라]를 펴냈다. 작가는 '문제를 괄호 속에 담아두고, 타자와는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고 돌아서 가고, 변하는 것은 변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는 최소한만 연루되고, 이야기를 억제한 채 감정과 시간이 가만히 흐르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설명처럼, 작품은 주인공 ‘유지’를 둘러싼 유지의 생모 ‘손이린’, 중학교 생물 교사 ‘이사경’과 그의 아내 ‘백주희’,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와 그들의 말 못할 비밀로 시작한다. 하지만 비밀의 열쇠인 이린과 사경의 관계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이린도 사경도 어긋난 사랑의 진실을 괄호 안에 꼭꼭 담아둔 채 덤덤하게 살아갈 뿐이다.

책에는 주인공 유지와 오휘, 해변 카페 편사장과 해영 등 여러 인물의 사랑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사랑과 행복보다는 아픔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극적인 감정 변화나 화려한 수사 없이 절제된 문장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끼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서평 TOP

"제가 보여요?"
침묵 속에서 떠오르는 진짜 얼굴들.
나는 어떤 얼굴로 옷을 전부 벗었을까.
"유지, 네가 보여."

한 남자와 세 여인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비가역적 사랑의 전주곡!
절제된 감각으로 해변에 포개진,
풍경화 같은 삶, 삶들.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우리 시대 여성의 삶을 기록해 온 작가 전경린의 열한번째 장편소설. [최소한의 사랑]이 내재한 상실의 체험과, 뜨거운 문제의식이 돌출된 [열정의 습관]을 넘어,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그/녀’들에게 부과된 ‘괄호 쳐진’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유지’는 어린 시절 큰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살았지만, 그의 죽음과 더불어 작은 고모인 ‘손이린’이 생모임을 알게 된다. 크레바스를 건너듯 단숨에 그녀의 삶이 변하고, 이린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유지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에게, 생물 교사인 ‘이사경’의 존재는 각별하다. ‘침묵의 음성’을 가진 그에게 유지는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고, 자신의 감정과 존재성을 인정받기 위해 그의 앞에서 옷을 벗는다. 어린 제자의 돌발적 행동 앞에서 이사경은 당황하고, 곧 이 사건은 그의 아내인 ‘백주희’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은 유지를 손자인 ‘연조’의 피아노 교사로 집에 들이고, 되려 유지를 다그치는 이는 백주희가 아닌 손이린이다. 이 묘한 관계성 속에서, 유지는 이린과 사경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삶이란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이라는 이린의 말처럼, 우리에게 사랑이나 이별이라는 존재 양식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지나가버렸을 때, 즉 부재했을 때다. 모든 갈등과 슬픔, 고독과 공허를 바다로 흘려보낼 때, 비로소 강의 줄기들이 드러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것은, 이 같은 체득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공간들이 항상 새롭게/불현듯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삶의 진실’이란 항상 그러한 잠재적 공간에서 출몰하기 마련이다.

뒤얽힌 관계의 전주곡이 흐를 때,
부재의 사과는 깎인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때리고 있는 건반일까, 아니면 자신의 청각을 때리고 있는 소리의 파장일까. 모든 음악이 관계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요컨대 "왜 무(無)가 아니라 어떤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라이프니츠의 물음에서부터, "인간은 항상 하나의 무(無) 때문에 자기의 본질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라는 사르트르의 단언으로 다가설 때, 우리는 다분히 철학적 테제로서만이 아니라 현실적 고민으로서 이 문제를 돌파해야 할 필요성을 직감하는 것이다.

어쩌면 피아노를 치는 것은 연애와 다름없는 일인 것 같다. 내가 당신을 두드리면, 당신이 나를 두드리듯이. 유지가 이사경을 두드리면, 이사경 또한 유지를 두드린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공명은 하나의 전주곡이 되어 타인들을 ‘두드린다’. 유지의 생모인 손이린과 이사경의 부인 백주희, 그리고 유지의 곁을 맴도는 연인 오휘와 이사경의 아들 연조까지. 이들 모두는 사랑과 이별, 소유욕과 질투, 다가섬과 물러섬이라는 연애의 ‘공식’을 체화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의 관계를 ‘복잡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단순하게 결론으로 다가서는 일인 듯하다. 복잡함이 이들 관계의 형태이자 겉모습이라면,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철저하게 무화(無化)된 관계 자체이며, 이 무화된 관계 속의 ‘가변성’이기 때문이다. 파 ...

목차 TOP

1장 부재의 사과를 깎는 일
2장 눈을 감았다 뜰 때
3장 생활의 형상
4장 여우비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TOP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가 기도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어요. 망설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선량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선량함이라니, 그건 원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요.
(/ p.12)

이사경은 내가 좋아하는 침묵의 음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침묵으로 말을 한다. 그것은 큰 고모부와 분간할 수 없도록 닮은 접점이었다. 둘은 그런 부류였다.
(/ p.16)

유독 내 얼굴에 시선을 주는 중년 남자를 만나면 나는 은밀한 희망을 갖곤 했다. 특히나 그들이 흰색 셔츠라도 입고 있으면 나는 이 사람과 저 사람 사이의 변별력을 잃어버리곤 했다. 나는 하나의 질문을 입 안에 물고 굶주려 죽어가는 새였다.
(/ p.22)

나는 낡은 그랜드피아노로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연주했어요. 그건 내가 아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에요.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곡이었지요. 오휘는 바로 곁에 서서 내 손가락이 건반을 머뭇거리듯 쓰다듬는 것을 보고 있었지요. 내 손끝은 단단하고 손가락은 튼튼하고 마디는 선명했어요.
(/ p.57)

페루의 사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린이 가끔 하 ...

저자소개 TOP

전경린 [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는 여기 머문다],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엄마의 집], [풀밭 위의 식사], [최소한의 사랑],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 [붉은 리본], [나비] 등을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21세기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문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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