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도서
-
시/에세이
-
시
-
한국현대시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 출판사 : 원주문화예술관광협회
- 발행 : 2024년 08월 10일
- 쪽수 : 144
- ISBN : 9791198831101
| 정가 |
14,000원 |
|---|
-
12,600원 (10%할인)
700P (5%적립)
| 할인혜택 | |
|---|---|
| 적립혜택 |
|
|
|
| 추가혜택 |
|
-
이벤트/기획전
-
연관도서
-
상품권
책소개
안녕하세요, 여름별시인으로 새로 태어난 줄리아코치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시집은 선물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비록 선물이 주는 이의 개성과 취향을 강하게 녹였지만, 70편 시 중에 1편은 당신의 마음에 닿지 않을까요?
늘 밝고, 활기찬 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미처 입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부서지는 깊은 슬픔이 있었습니다. 그 슬픔은 온 몸을 뒤틀리게 하고, 장기를 손상시켰으며, 흰머리를 나게 했습니다. 불에 데는 고통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이었습니다. 행여 이 모습을 보면 가족이 마음 아플까하는 노파심에 모두가 잠든 시간에 말 못하는 귀신처럼 울었습니다. 그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첫 시집, [울고 있는 너에게]를 통해 한 발 떨어져서 저를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를 위로하겠다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둘둘 감싸 투영이라는 리본을 예쁘게 둘러서 말입니다. 제가 뭐라고 타인을 위로하겠습니까? 위로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저는 언젠가는 이 아픔이 아주 가끔 생각나 내가 잊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는 때가 오기를 바랐습니다. 운 좋게도 그런 시간이 왔고, 슬픔을 토해내기만 했던 그 시간을 지나 이제는 슬픔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는 시인이 되거나, 가수가 되거나, 작가가 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지만, 운명일까요? 저는 시를 선택했습니다. '시'를 통해 이 슬픔을 오롯이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쁩니다.
저는 책과 강의를 통해 늘 학습하려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시집출간은 나름 준비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그 바램이 제 발걸음을 달무리동인회로 이끌었습니다. 김남권교수님의 경험과 이론에서 우러나는 시작을 조금씩 흡수하며, 열심히 쓰고 고쳐서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꼭 도전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걸 병적으로 즐깁니다. 그래서 결과지향적인 인간 김소영은 또다시 겁도 없이 시집을 냅니다. 30년 후 쯤에는 불에 태워버리고 싶은 시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뜨겁게 사랑합니다.
70편의 시와 함께 여름별이 직접 그린 캘리그라피와 드로잉을 곁들였습니다. 중간 중간 쉬어가는 페이지에서 제가 느꼈던 찰나의 기쁨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출판사 서평
독자대상 : 위로를 주는 시를 읽고 싶은 성인 독자
구성 : 시 70편, 캘리그라피, 드로잉
특징
① 시와 함께 캘리그라피 및 드로잉을 볼 수 있음
② 위로, 유머 및 시의성을 반영한 시가 있음
추천사
김남권(시인(계간 시와징후 발행인))
‘물속의 별이-물 밖의 별’에게 Hug로 허기를 채운다
-여름별 시집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 시집을 읽고
목차
1부 심연의 속삭임
네가 되고 싶다 3
사는 것은 행복해 고통을 느낄 수 없다 말하는 입을 찢고 4
그림자 7
봄의 왈츠 8
나는 해파리 1 9
나는 해파리 2 10
여름 밤바다 11
가을 하늘 12
어떤 그리움 13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 15
밥이 되는 사람 16
내 삶의 허기를 채운다 19
글무덤 20
할많하않 23
꿈 24
멈출 수 없는 이것은 무엇일까? 27
제2부 시선의 메아리
네가 잘 난거 같아? 31
얼굴 32
너 진짜 재수 없어 34
반짝거리지 않는 별그램 35
Orbis 37
똥멍청이 38봄소식 41
숟가락 인생 42
유명한 너 44
8도 외계인 45
나는 차였여 46
감사 48
가자, 앞으로 50
선생, 김남권 52
감기 54
돌고 도는 인생 55
아이 57
쿠우쿠 58
고부열전 59
시 한편에 200원 61
별을 기다리는 사람 62
좈카 64
제3부 존재의 모자이크
인생이 꽃 같네 69
비 오는 날 70
넌 어떤지 모르지만 난 아니거든 71
나는 내가 좋다 73
그거 알아? 74
도마도 77
첼로 78
리챠아드 클레이더만 79
바보야 81
뭐 먹을까? 82머리를 감자 83
에너자이저 소영 84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85
나는 쎄오다 86
물이 많은 사주 87
자화상 89
제4부 매일 매일 반짝반짝
기도할게 94
단풍나무 여보 95
맛이 써 1 97
맛이 써 2 98
몸을 가누기 힘들 땐 카누를 타 99
모든 순간이 꽃처럼 피어나길 101
있잖아 103
나도 길냥이가 되고 싶었다 104
나를 위한 의식 105
나는 잘 자라서 시인이 되겠습니다 107
내 더위 살래? 108
예비창업자 1 110
예비창업자 2 111
택배로 온 선물 113
사랑하는 아들에게 1 114
시랑하는 아들에게 2 116
*해설 김남권시인 118
본문중에서
‘물속의 별이-물 밖의 별’에게 Hug로 허기를 채운다
-여름별 시집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 시집을 읽고
김남권 시인(계간 시와징후 발행인)
시인은 하늘의 눈물을 닦는 사람이다. 대지의 슬픔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슬픔과 우주로부터 온 슬픔 마저도 공감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다. 그 슬픔의 행로를 따라가며 슬픔의 언어들을 가슴에 새기고 다시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순환하는 필터와 같은 존재이다. 이런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에서 시가 탄생하고, 사물의 그림자를 먼저 살필 수 있을 때 시는 비로소 숨쉬기 시작한다.
마인드 코칭을 하며 누군가의 멘탈을 잡아주는 멘토로 두 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지난 2021년에는 ‘울고 있는 너에게’라는 시집을 출간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여름별 시인은 이번 시집을 출간하면서 그동안 부모가 주신 김소영의 인생에서 시인 ‘여름별’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한 여름별은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환한 강물 속으로 내려와 자신을 비춰 보며 하늘에서 뿐만아니라 물속 에서도 뜨겁게 빛나는 시인이 되어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될 것이다. “삶은 죽음과 모순 관계라고 합니다. 모순은 둘 중 하나 만이 참이 됩니다. 죽음이 끊임없이 우리를 뒤쫓더라도 우리는 매일 살아 있습니다. 울고 있는 당신에게 제 마음 한 덩이 떼어주고 싶습니다.” 첫 시집 ‘울고 있는 너에게’ 작가의 말에 밝힌 여름별의 생각은 이어지고 있다. ‘울지마’, ‘밥 먹자’, ‘씻어’, ‘자자’, ‘너는 몰라’, ‘울고 싶은 밤’ 등 45편 의 시들은 내 안에서 소중함을 찾아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고 손잡아 주는 자기 치유의 첫 걸음이었다면, 이번에 내놓는 두 번째 시집은 누군가가 내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고 강철 같은 마음을 용광로에 녹여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살아 온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추느라 그림자 뒤에 숨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늘 속에서 키운 벌레들을 데리고 햇볕 속으로 나와 껍질을 벗고 나비처럼 훨훨 비상하는 시간들을 채워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자신이 걸어갈 지도를 보고 나침반이 없어도 길을 찾아는 전령이 되리라 믿는다.
물결 아래 흐느끼는 것은
나인가 너인가
네가 떠난 자리는 너무나 고요해
너의 속삭임이 아스라이 멀어져가지만 잡을 수 없네
서리 낀 창에 입술을 맞대면 내게 들리는 답 없는 질문,
우리는 존재했던 걸까?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나는 추위를 타지도 않아
네가 없는 세상은 한 없이 차갑고,
끝없이 깊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추억은 나를 조각 조각내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살점을 뜯어내지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유영하지만
너는 내 곁에 없다
나는 그저 침묵하며,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닫아볼 뿐이다
나는 이렇게 영원히 떠돌아
들숨과 날숨에 너를 그리워하며,
발끝이 저리는 아픔으로 나를 채운다
슬픔이 나를 달빛으로 물들였다
-[네가 되고 싶다] 전문
여름별의 내면 깊숙이에는 울음 창고가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울음이 가득 쌓여 있다. 보름달이 슬픔으로 배가 부른 것처럼, 햇빛 환한 여름 한낮을 보내는 동안에도 어둠을 밝히고 묵묵하게 지켜보는 달빛을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해서 그 슬픔의 덩어리들을 밖으로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슬픔이 달빛을 물들이고, 소리 없이 모든 슬픔의 꼭지를 닫아버린 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네가 되고 싶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꽃이 피어나는 따스한 계절에도
내 마음은 차가운 물속을 헤맨다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부셔도
하얀 파도는 쉬지 않고 부서진다
잃어 버렸던 너의 기억이 조용히 몰려온다
나는 물결을 따라 조용히 흥얼거리며
바다는 나의 눈물을 감싸고
깊은 슬픔을 부드러운 파도에 녹인다
봄의 해안에서 나는 홀로 춤을 춘다
꽃잎처럼 가볍게, 나비처럼 살랑거리며
너를 잃어버린 아픔이 내 몸짓에 깊숙이 박히지만
바다는 내 슬픈 왈츠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봄의 향기는 화려한 빛 속에서도
슬픔의 빛을 잃지 않는다
파도가 슬픔을 무너뜨려도
그리움은 소멸되지 않는다
-[봄의 왈츠] 전문
여름별은 파도도 슬픔이다, 꽃도 슬픔이고 햇빛도 슬픔이고 바람도 슬픔이다. 봄이 되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와도 내 마음은 그들을 따라 가서 너울너울 춤추고 싶지만 슬픔의 무게가 무거워 날아가는 모양만 바라볼 뿐이다. 그냥 내면의 울음을 삼키며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지켜보고, 꽃이 피는 걸 지켜보고, 바람이 부는 방향을 지켜보고, 상상 속의 나비가 되어 쓸쓸한 왈츠를 추고 싶은 것이다. 바다물이 끊임없이 파도로 밀려와 백사장에 눕는 동안에도 자신의 슬픔을 묻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곳 어디쯤 손잡아 줄 누군가를 두리번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할 수 없어
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야
나는 볼 수 없어
나는 눈이 없기 때문이야
나는 들을 수 없어
나는 귀가 없기 때문이야
나는 그리워 할 수 없어
나는 기억하지 못하니까
나는 이렇게 떠오르고 가라앉을 뿐
이렇게 미끄러지며 삶을 살아갈 뿐이야
너를 잃은 슬픔도
후회도 느낄 수가 없어
-[나는 해파리 1] 전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고,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멍하게 한동안을 지나야 겨우 일상이 회복된다. 그 말은 결국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다. 그렇게 순리대로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슬픔도 후회도 느낄 수 없
는 지경이 될 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갈 희망을 다시 느끼고 밥을 먹고 가끔씩 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파리처럼 수면을 향해 점핑을 하며 떠오르는 것이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
바닷속에는 부드럽고 투명한 별이 있어
나는 바닷속의 별이야
물속에서 반짝거리는 투명한 별이야
나를 봐나는 절대로 빛을 잃지 않아
다만 천천히 녹을 뿐이야
나의 삶은 물결 속에 추억으로 남겠지
물결이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네
이제는 안녕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 전문
표제시 ‘물속에서도 빛나는 별’은 슬픔의 치유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슬픔이 비로소 녹아드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어둠 속을 방황하던 별도, 슬픔의 강물에서 떠돌던 어둠도 물속에 빠져서 새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하늘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스스로를 안아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치유 방법이다. 자신을 치유할 수 있을 때 아무리 깊은 슬픔도 이겨내고 다른 사람의 슬픔마저도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슬픔의 미학
이다. 슬픔이 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밭에 굴러다니는 콩잎으로 장아찌를 담갔다
고봉밥을 찬물에 말아 한 술 뜬다
된장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콩잎은
곧 내 전부가 된다
밥맛이 없는 날은 입맛으로 먹어야 한다
까끌거리는 입안에 밥 한술을 밀어 넣는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그런데 너는 왜 달아?
밥은 왜 밥인가
핏기 없는 작은 풀포기에서 돈 같은 쌀이 나오다니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은 뻥이 아닌가보다
엄마는 따듯한 밥 한술로 내 삶의 허기를 채웠고,
나는 내 아들의 마음을 곳간처럼 그득 채운다
아빠는 한 걸음 뒤에서 조용히 웃는다
-[내 삶의 허기를 채운다] 전문
허기는 허그Hug를 채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매순간 허기지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할 때만 허기지는 것이라,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내면의 허전함을 꾸준히 채워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짝을 찾아서 함께 살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자식을 낳고 또 다른 허기를 채워가는 것이다. 이런 허기의 카테고리를 인간 뿐아니라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가끔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팻말을 들고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 보다 달려와서 안기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위로를 받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허기가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건 네 마음을 보여주는 지도야
어제 어디에 갔는지
내일은 어디로 갈는지
말하지 않고도 보여주지
늘 가던 길로만 다녔다면 길은 몇 개 없을 거야
끝까지 가보지 않고
그늘에만 앉아 있었다면
엷게 패인 선만 정신없이 얽혀 있겠지
네 눈으로 볼 수 없는 유일한 피사체는
보이는 것, 느끼는 것, 경험하는 것으로
마음의 지도를 온전히 채우고 있을 뿐이야
-[얼굴] 전문
여름별의 시는 젊다. 문체가 그걸 증명해 준다. 그리하여 그가 말하는 대로 ‘마음의 지도’를 찾아가는 일도 누구보다 쉬울 것이다. 지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좌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좌표는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다. 다만 경유지가 다를 뿐이다. 결국 중간에 길을 잃지않고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지도를 만든 목적이고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그림이다. 곧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려면 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과 의미가 맞닿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이야 말로 자신의 상처와 그늘을 내어 줄 수 있을 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궁금함은 단 1초도 견디지 못한다
알고 싶은 것은 0.5초 만에 찾을 수 있다
무식은 개인의 선택이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바보가 되기 시작했다
모르는 게 더 이상 미덕이 아닌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신대륙은 더 이상 새롭지 않고,
갤럭시를 떠돌기에는 치를 값이 많다
애매한 이 시간과 공간에서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나?
-[Orbis] 전문
우리는 지금 시간과 공간 사이를 방황하는 존재다. 아울러 우주와 인류 사이에서 끊임없이 모험과 방황을 일삼는 외로운 영혼이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다가온 지 십 여 년이 지났다. 산업혁명 이후 백 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인류의 문명이 불과 십 여 년 사이에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와 개혁으로 실시간 모든 지구인들과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개개인의 존재 가치는 그 현주소를 찾지 못해 우주 공간을 방황하기도 하고,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를 구분하지 못해 우주의 미아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종교마저도 거부당하고 생명마저도 나누고 공존해야 하는 동등한 인격체나, 반려의 의미보다 소유하는 종속적 개념으로 변화되어 마치 스마트 폰 속의 유기물 정도로 정착되어 가는 공허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여름별의 시 ‘Orbis’가 짧은 시 속에 이런 생명의 존재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어쩌면 나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
아무것에나 행복을 느끼지 않아
새로운 것을 탐하는 게 독이 되어
자족이 어려운 삶이란 얼마나 불행한가!
예수도 부처도 아닌 것이 고결함에만 눈이 높아
발바닥은 시멘트를 딛으면서도
보지 못한 저 세상너머를 탐하는구나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고,
아무나가 될 수 있는 캄캄한 밤이 좋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다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재촉하자
아직 아무도 나를 찾지 않지만
나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전진한다
-[가자, 앞으로] 전문
욕심이 없는 사람은 깨달음의 경지를 넘어 선 사람이 아니라, 삶의 존재 이유를 몰라 방황하는 사람이거나 살아갈 희망을 잃은 사람이다. 우리는 사랑가는 동안 끊임없이 욕망을 꿈꾼다. 나이가 어린 청년 세대일수록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다. 그리하여 매일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내면의 변화를 위한 숙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소 대나무는 땅 속에서 4년 동안은 겨우 3센치 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30센치씩 자란다고 한다. 땅속에 있는 4년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면 하루에 30센치씩 자라나 하늘 가까이 다가가는 기쁨도 맛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나아가는 시간은 바로 그런 과정일 것이다.
너는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며 참는다
몸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발가락부터 타오르는 통증은 시작되고,
복숭아뼈는 이내 바스라졌다
정강이를 가파르게 올라와 무릎까지 잠식하면,
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한다
울음은 이내 모든 것을 찢는 절규로 바뀌고,
존재를 증명하듯 한참이나 이어진다
열기는 너를 완전히 바꿀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네
몸통과 머리는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뭉개진다
너는 어느새 절정에 도달하며 유언을 남겼다
-[쿠우쿠] 전문
울음도 흐느끼는 것과 오열은 다르다. 흐느끼는 울음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슬픔을 방치한 것 이라면 오열은 꾹꾹 눌러 참았던 슬픔이 한순간에 터져 나와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적막한 울음이 가슴을 치는 것 이다. 살면서 그런 울음이 얼마나 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곁을 떠날 때는 차마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살아가는 동안 문득 문득 그 사람이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을 걸다가 한순간 사라진 존재에 대한 자각이 느껴질 때 한꺼번에 폭풍처럼 밀려온다. 전기밥솥처럼 그렇게 내 속에 가득찬 슬픔이 터져 나올 때 나도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누가 너 따위에게 그런 거창한 이름을 붙여줬을까?
넌 멍청해
그런데 네가 왜 스마트하단거지?
너는 나를 옭아매
그건 전혀 스마트하지 않아
내가 어디를 가는지
뭘 하는지
뭘 먹는지
왜 네가 기록하고 있어?
오, 징그러워
네게 익숙해지는 내가 진짜 싫어진다
-[똥멍청이] 전문
스마트하다는 건 멍청하다는 뜻이다.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시청한 유튜브나 틱톡 영상을 보고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여 비슷한 영상을 찾아내서 보여준다. 나는 다른 영상이 더 보고 싶은데, 잘한답시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봐 달라는 것이다. 모든 익숙한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 지루하고 나태하고 관념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은 늘 의욕에 넘치고 생기발랄하다, 바람둥이가 지치지 않는 이유다. 인간관계도 익숙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해지기는 해도 늘 낯설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권태롭지 않고 새로운 기대를 품고 살아갈 희망이 생긴다.
시를 씁니다
먹고 살만해?
시를 쓰는 내가 좋아?
소맥을 42잔을 원샷한 사람이 되어 시를 씁니다
마흔이 되기 전
슬픔이 또아리 트는 비단구렁이가 되어나를 칭칭칭 감싸더이다
난 죽기 싫어 시를 썼어요
이 하얀 종이위에 핏빛 편린을 토하고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치고
엉엉엉 울지 않는다면
내 삶은 끝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쓴 시인데,
계산해보니 요렇게 나오네요
인생이 참 꽃 같네요
-[시 한 편에 200원] 전문
안도현 시인은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솔직히 꽃나무는/꽃을 피워야한다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라고 ‘꽃’이 라는 시에서 밝힌바가 있다. 시인이 쓰는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몸속에서 묵은 슬픔이 가득 쌓여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시를 쓰는 것이다. 시가 되지 못한 것들은 병이 되고 만다. 시인의 운명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왜승모, 나 시럽계갈까? 입문계갈까?
왜승모,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이야
왜승모, 삼촌 아만잔데, 몸은 좀 어때?
왜승모, 삼촌 소고기 사주고 싶어. 괴자번호 알려줘
왜승모, 곱셈추위라고 오늘 아무도 안 나왔어
왜승모, 이 화장품에 바람물질 없는 거 확실하지?
왜승모, 내 방문을 노크도 없이 여는 건 사생활치매야
왜승모, 나 계속 돌아다니는데 영맛살이 꼈나?
왜승모, 냉장고에 토마토 재워놨어. 먹어
왜승모, 지금이 성숙이라 남해 펜션은 다 비싸
왜승모, 신뢰지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왜승모, 삼촌은 좀 골이 따분한 성격이지?
왜승모, 이건 만원의 가보치가 있다
왜승모, 오늘 이 사건은 인권치매가 맞는 거 같아
왜승모, 내가 귀간지가 안 좋고, 많이 예민한 편이야
왜승모, 소 잃고 뇌 약간 고치면 안 좋지?
왜승모, 엿줄게 있어 메일 보냅니다
왜승
주간랭킹
더보기상품정보제공고시
이벤트 기획전
시/에세이 분야에서 많은 회원이 구매한 책
판매자정보
상호 |
(주)교보문고 |
|---|---|
대표자명 |
안병현 |
사업자등록번호 |
102-81-11670 |
연락처 |
1544-1900 |
전자우편주소 |
callcenter@kyobobook.co.kr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01-0653 |
영업소재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종로1가,교보빌딩) |
교환/환불
반품/교환 방법 |
‘마이페이지 > 취소/반품/교환/환불’ 에서 신청 또는 1:1 문의 게시판 및 고객센터(1577-2555)에서 신청 가능 |
|---|---|
반품/교환가능 기간 |
변심 반품의 경우 출고완료 후 6일(영업일 기준) 이내까지만 가능 |
반품/교환 비용 |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상품 품절 |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음 |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
배송안내
교보문고 상품은 택배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출고가능 시간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출고가능 시간이 가장 긴 상품을 기준으로 배송됩니다.
군부대, 교도소 등 특정기관은 우체국 택배만 배송가능합니다.
배송비는 업체 배송비 정책에 따릅니다.
- 도서 구매 시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2,500원
- 상품별 배송비가 있는 경우, 상품별 배송비 정책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