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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여 년 전부터 중국 고전소설의 흐름을 쉽고 체계적으로 써 보자는 거대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고전소설의 발전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한 책들이 있었지만, 각 대학의 중국 문학 관련 연구자들이 한 분야를 맡아서 작성하였거나, 대학원생을 위해 중국 소설의 개념과 특징을 논의하듯 고찰한 연구서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저서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책들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지식을 제공해주었지만 어떤 특정한 학습대상에 국한되어 기술되었거나 일부 중국 학자의 시각이나 관념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또한, 이와 같은 책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운용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자세하고 복잡한 내용으로 일반 대학생들이 중국 고전소설에 대해 배우고 그 흐름을 살펴보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랐다. 더더군다나 중국 고전소설에 흥미를 지니고 서사의 변화 과정을 한번 알아보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책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곤 했다. 최근에는 고전문학, 특히 고전 서사의 콘텐츠contents를 새롭게 오늘날의 실정에 맞게 다시 쓰거나 리텔링retelling, 모티브motive와 에피소드episode를 활용하거나 다른 문화예술 분야로 재창작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콘텐츠로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문학과 문화, 예술이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소통하며 넘나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학생이나 관련 분야의 연구자, 중국 서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등을 위한 책은 아직 요원遼遠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학문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문화예술의 변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면서 대학생을 위한 그리고 우리의 시각에 맞는 중국 고전 소설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이 책의 완성을 이끌었다. 더불어 대학교 강단에서 20여 년을 넘게 가르쳐 온 중국 고전소설 강의 노트를 제대로 정리하고 싶은 개인적인 열망도 적잖이 작용했다. 이 책은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중국 서사를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와 해설을 제시하고 꼭 필요한 내용을 쉬운 우리말로 상세히 풀어서 소개하였다. 이 책 여러 부분에서 삽입된 이미지는 본문과의 연관성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체로도 충분한 서사성을 가지고 있어 본문의 내ㆍ외적인 서술과 유기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중국 서사의 흐름을 다각적이면서도 폭넓게 들여다보고, 해당 작품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창의적 시각과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독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류 문화의 발달과 사회의 분화로 인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문학에는 민족 집단 내부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행동 양식이나 규범뿐 아니라 잠재적인 집단의식과 경험들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문학은 다양한 민족의식 및 사고방식의 패턴pattern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서사 형식이다. 중국 문학도 이러한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중국 문학의 서사는 개인, 사회, 민족이라는 명확한 체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교화, 순화시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상부체계’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오락적, 유희적 속성을 갖추고 대중을 인도하고 감화시키는 ‘하부체계’의 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만약 문학 작품에 의도된 ‘정치성’과 ‘목적성’을 제외하고 문학 본연의 가치 부여에 주목한다면, 작품에 구현되는 대중적인 ‘오락성’과 타자 간의 ‘소통성’은 문학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위’와 ‘아래’가 서로 포용하는 상상적 공간에서 자유롭게 예술적 감흥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중국 문학이다. 그렇다면 중국 문학을 어떻게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인가? 중국 문학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별로 그 특징을 파악해보는 ‘종적인 고찰 방법’과 중요한 형식을 중심으로 시대별로 어떻게 생성과 소멸, 변화를 겪으며 진화하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횡적인 고찰 방법’이 있다. 중국 문학의 역사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시가詩歌나 산문散文, 소설小說이나 희곡？曲 등은 시대별로 나타나는 양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특히 소설은 이러한 구분이 더욱 어렵다. 소설의 경우에는 표현해내는 세부적 형식과 체제가 다른 문학 양식과 매우 달라서 다른 문학 양식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별해낼 수 있지만, 소설의 형식 안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차이점을 밝혀내는 것은 여전히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서사문학의 큰 틀에서 본다면, 겉으로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시대별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형태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자세히 들어가 살펴보면 시대나 대상에 따라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하고, 어떤 때는 그 시대에만 나타나거나 다른 시대와는 다른 좀 더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중국 소설의 흐름을 광범위하면서 깊이 있게 이해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시대별 변천 과정에서 어떻게 소설의 내용과 형식이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서 발전을 이루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중국의 서사가 시간적 순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각 시대 서사 형식의 다양한 특징을 자세히 고찰한다면, 시간적 순서로 탐색하는 방법에서 오는 한계와 오류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 소설의 전체적인 틀과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여 시대별과 장르별로 갈래를 나누고, 이어서 각 소설 형식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동시에 검토함으로써 전체적인 서사 문학의 둘레를 살펴 중국 서사문학의 내용과 특징을 여러 방면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I 훑어보기
II 톺아보기
1장 이야기의 시작과 인식: 중국 소설의 개념과 특징
1. 중국 소설의 개념과 시작
1.1 중국 소설의 기원과 소설에 대한 인식
1.2 중국 소설의 또 다른 형태: ‘강창講唱’과 ‘강설講說’
1.3 중국 소설의 수난과 통제: ‘금서禁書’와 ‘비판批判’
2. 중국 소설의 특징과 인식의 한계
3. 중국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인식

2장 중국적 상상과 열정: 중국 신화의 기원과 특징
1. 중국 신화의 기원: 현실과 환상
2. 중국 신화의 발생 순서: 자연에 대한 인식과 이해
3. 중국 신화의 다양한 특징: 형식과 내용
4. 중국 신화와 관련된 기록과 문헌
5. 중국 신화의 대표적인 작품
5.1 「여와女？가 하늘을 메우다女？補天」
5.2 「후예가 해를 쏘아 떨어뜨리다后？射日」
5.3 「곤？과 우禹가 물을 다스리다？禹治水」
5.4 「정위精衛가 바다를 메우다精衛塡海」
5.5 「과보？父가 해를 쫓아가다？父追日」
5.6 「항아嫦娥가 달로 날아가다嫦娥奔月」
6. 중국 신화의 변화와 영향
6.1 서왕모西王母의 변천
6.2 중국 문학에 대한 중국 신화의 영향

3장 우언寓言, 사실事實 그리고 전설傳說: 중국 소설의 다른 기원과 특징
1. 중국 소설의 다른 기원: 우언寓言
1.1 「엽공葉公이 용을 좋아하다葉公好龍」
1.2 「모를 뽑아 성장을 돕다？苗助長」
1.3 「수레의 끌채는 남을 향하고 바퀴는 북으로 간다南轅北轍」
1.4 「어부가 이익을 얻다漁父之利」
1.5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다守株待兎」

2. 중국 소설의 다른 기원: 사실事實과 야사野史
2.1 「죽은 후에도 썩지 않는다不朽」
2.2 「몹시 시끄럽고 먼지가 부옇게 일어나다甚？塵上」
2.3 「형가荊軻를 역수易水에서 떠나보내다易水送別」
2.4 「형가荊軻가 진왕秦王을 죽이려 하다荊軻刺秦王」
3. 중국 소설의 다른 기원: 전설傳說
3.1 「우랑직녀전설牛郞織女傳說」
3.2 「맹강녀전설孟姜女傳說」
3.3 「양축전설梁祝傳說」
3.4 「백사전전설白蛇傳傳說」

4장 귀혼鬼魂과 이물異物, 그리고 사람: 지괴소설志怪小說과 지인소설志人小說
1. 지괴소설志怪小說
1.1 간보干寶의 『수신기搜神記』
1.2 유의경劉義慶의 『유명록幽明錄』
1.3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
1.4 지괴소설志怪小說의 주제 사상
2. 지인소설志人小說
2.1 유의경劉義慶의 『세설신어世說新語』˙

5장 중국 소설의 등장과 성장: 당나라唐의 전기소설傳奇小說
1. 당전기소설唐傳奇小說의 작가와 작품
2. 당전기소설唐傳奇小說의 시대 구분
2.1 초당初唐 시기와 성당盛唐 시기
2.2 중당中唐 시기
2.3 만당晩唐 시기
3. 당전기소설唐傳奇小說의 특징
4. 당전기소설唐傳奇小說의 발전과 문학사의 의의

6장 중국 소설의 확장과 변화: 송宋과 원나라元의 화본소설話本小說
1. 설화의 공연 형식: ‘설창說唱’
2. 화본話本의 유행과 발전
3. 화본話本의 종류와 내용: ‘설화사가說話四家’
4. 화본話本의 성행과 구연口演 방식: ‘소설小說’
5. 현재 전해지는 화본소설집話本小說集: 『경본통속소설京本通俗小說』, 『청평산당화본淸
平山堂話本』, 『삼언三言』
6. 화본소설話本小說의 구성과 설화인說話人의 기술: ‘입화入話’, ‘정화正話’, ‘편미篇尾’
7. 화본소설話本小說의 대표적인 작품
7.1 「옥관음玉觀音을 조각하는 사람？玉觀音」
7.2 「최녕崔寧이 잘못 죽임을 당하다錯斬崔寧」
7.3 「거짓편지를 보낸 승려簡帖和尙」
7.4 「번루樊樓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 많은 주승선周勝仙鬧樊樓多情周勝仙」
7.5 「말솜씨가 뛰어난 이취련李翠蓮 이야기快嘴李翠蓮記」
8. 화본소설話本小說의 특징과 영향

7장 중국 소설의 발전과 흥성: 명나라明의 장회소설章回小說과 의화본소설擬話本小說
1. 명나라明 소설의 성장 배경과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인식
2. 명나라明 장회소설章回小說의 발생과 발전
3. 명나라明 의화본擬話本 단편소설短篇小說의 등장
4. 장회소설章回小說의 대표적인 작품
4.1 역사연의歷史演義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4.2 영웅전기英雄傳奇 소설: 『수호전水滸傳』
4.3 신마소설神魔小說: 『서유기西遊記』
4.4 세정소설世情小說 『금병매金甁梅』
5. 의화본소설擬話本小說
5.1 풍몽룡馮夢龍의 『삼언三言』
5.2 『삼언三言』의 대표적인 작품
5.3 능몽초凌？初의 「이박二拍」
5.4 『이박二拍』의 대표적인 작품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