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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문화정치 :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원제 : The Cultural Politics of 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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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오월의봄
  • 발행 : 2023년 11월 06일
  • 쪽수 : 568
  • ISBN : 9791168730830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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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두 가지 질문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서”
“정동 이론과 감정 연구의 필독서”
“살아낼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이들에게 건네는 책”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

페미니스트 독립연구자 사라 아메드의 주저 중 한 권인 《감정의 문화정치》가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사라 아메드는 이 책에서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하며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한마디로 감정은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감정이 어떻게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과 연결되어 차별과 배제를 유발하거나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아메드는 이렇게 감정을 문화정치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세계를 분석한다. 이를테면 백인과 흑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고착되어 있다. 백인은 흑인을 증오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역겨워하기도 한다. 흑인에게 원래부터 그런 부정적 느낌이 있었던 것처럼 흑인을 탓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자신이 누려야 하는 기쁨을 타자가 훔쳐갔다고 믿는다.”(349쪽) 비단 백인과 흑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보수적 기독교인과 동성애자, 국가와 난민 사이에 흐르는 감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더 많은 특권을 지닌 주체가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타자 탓으로 돌리며 이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권력구조와 사회 규범은 유지된다. 사라 아메드가 ‘감정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듯이,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하고, 폭력의 역사를 재생산하는 일을 한다.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주의 등 폭력에 기초한 세계가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우리가 특정 대상, 인종, 문화 등을 대하면 혐오하고, 증오하고, 역겨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은 사회, 정치, 역사와 결부되어 표출되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페미니스트 독립연구자가 분석한 우리 시대의 문화정치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아메드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학술적인 연구를 결합하여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과거사를 둘러싼 화해 문제, 9·11 테러에 대한 반응, 난민, 이주민, 이방인의 형상은 책의 핵심 주제인 동시에 아메드 본인이 세계와 접촉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50쪽). 영국 백인 어머니와 파키스탄 아시아인 아버지를 둔 아메드는 영국과 호주, 파키스탄을 오가며 지냈다. 이는 아메드가 인종, 이주, 차이, 언어, 역사, 국가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형성하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됐다. 여기에 더해 아메드는 비백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이런 아메드의 개인적인 정체성이 학술적인 연구와 아울러 이 책에 반영되어 있다.
이 책에서 아메드는 오드리 로드와 프란츠 파농이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례, 호주의 원주민이 겪은 폭력을 조사한 연구자료, 9·11 테러와 같은 사건을 배경으로 타자를 역겨운 존재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분석한다. 이 밖에 정부 보고서, 정치 연설문, 신문 기사 등 다양한 텍스트들이 등장한다.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정동 이론, 현상학,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참고하며 ‘감정은 정의와 부정의 문제’라는 성찰을 보여준다. 특히 마르크스주의를 참고해 감정을 실체가 아니라 순환을 통한 가치 축적 체계, 즉 ‘정동 경제’로 분석하는 부분은 이 책의 주요 특징이라 할 만하다. 즉 아메드는 감정은 자본처럼 이동하며, 유통 효과로 생산되고, 이런 움직임을 통해 감정이 집단적 몸들의 표면에 물질화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증오의 정동 경제는 증오라는 감정이 여러 사람의 몸을 순환하면서 특정 대상과 집단을 위협적인 존재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 책은 정동 연구의 걸작으로도 꼽힌다. 정동(affect)은 지난 수년간 인문학계의 핵심 키워드였고, 논쟁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라 아메드는 일반적인 정동 이론가들과 다르게 정동과 감정을 구분하지 않는다. 감정과 정동의 구분은 분석 차원에서만 가능할 뿐 실제로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메드는 정동 이론가들이 감정을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비판적이며,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 사회, 정치와 매개되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를 통해 ‘감정은 어떻게 움직이고 개인과 집단에 달라붙는가?’ ‘감정은 어떻게 세계를 재생산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감정은 어떻게 권력구조를 은폐하는가
어떻게 사회 규범과 폭력의 역사를 재생산하는가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부터 6장까지는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사랑의 감정을 다루며, 7장과 8장은 퀴어(편함과 불편함, 슬픔, 즐거움)와 페미니즘(분노, 경이, 희망)을 다룬다. 즉 이 책은 다양한 감정들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각 장의 감정이 무엇을 하는가로 마무리된다. 크게 보면 감정은 여러 몸들 사이를 순환하며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결집시키는 일을 한다. 그리고 타자를 위협, 공포, 불안, 증오를 유발하는 주체로 생산함으로써 ‘우리’를 방어해야 할 주체로 모아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1장에서는 ‘고통’을 다루며, 모든 사람의 고통이 다 똑같이 주목받는 게 아니라 불평등하다는 점을 말한다. 호주의 ‘빼앗긴 세대’에 대한 보고서 《이제는 이들을 집으로》를 구체적인 사례로 분석하는데, 여기에서 국가는 호주 원주민들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이라고 말한다. 국가가 호주 원주민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전유할 때 국가는 고통받는 몸으로, 상처가 난 국가로 둔갑된다. 그리하여 국가는 오히려 피해를 받은 존재로 새로이 만들어지며 그 고통을 야기한 역사는 망각되고 만다. 즉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스스로 말할 권리조차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고통을 듣고 말하는 관계의 윤리에 대해서 성찰적인 지점도 제시한다.
‘증오’를 다루는 2장에서는 상처를 입었다는 느낌이 어떻게 타자를 향한 증오로 바뀌는지 추적한다. 증오가 기호를 통해 순환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정동 경제’가 제시된다. 또한 난민이나 이주에 관한 예시를 들며 증오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더불어 증오범죄가 어떻게 법 체계 안에서만 머무는지, 증오의 언어가 증오의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한다.
3장에서는 ‘공포’의 원인을 타자의 몸에서 찾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공포의 대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탐구한다. 테러에 대한 반응은 일종의 ‘공포 경제’로 작동한다. 공포 경제에서 테러리스트 형상은 특정한 몸과 연결되고, 누구나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즉 공포라는 위협의 서사가 사회적 규범을 강화하고 권력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역겨움’(혐오감)이 공동체가 내쫓아야 하는 몸을 생산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9·11 테러에 대해 ‘역겨워!’라고 말하는 발화 행위를 분석하면서 역겨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석한다. 역겨운 타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특정한 타자를 이미 역겨운 존재로 인식하도록 하고 타자를 끝없이 추방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치심’을 다룬 5장에서는 ‘사과’를 전하는 발화 행위를 통해 수치심을 드러내는 일이 일종의 국가 만들기로 작동하는 과정,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만드는 과정을 살핀다. ‘수치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과거의 수치스러운 일을 덮어버린다. 또한 화해 문제에 관한 호주의 사례와 노예제 및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사례를 통해 수치심이 매우 양가적이라는 점을 논의한다. 즉 부당한 잘못을 과거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현재의 역사를 뒤덮는 데 수치심이 이용된다는 점을 밝힌다.
6장에서는 증오가 ‘사랑’으로 포장되어 자신들이 증오하는 대상에 투사되는 과정을 살핀다. 다문화주의가 차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정언명령으로 작동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국가와 동일시하는 주체가 어떻게 탄생되는지 살핀다. 이 과정에서 국가적 이상을 훼손하는 이들은 배제된다는 사실도 밝힌다.
마지막 두 장은 퀴어 정치와 페미니즘 정치에서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을 논의한다. 그리고 감정을 통해 우리가 사회적 이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이 두 장에는 불편함, 슬픔, 즐거움, 분노, 경이, 희망과 같은 여러 감정이 등장하는데, 이 감정들을 대안적인 정치와 연결하기도 한다. 고통에 응답하고 분노하는 일이 페미니즘이며, 페미니스트가 느끼는 분노는 세계를 해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규범을 다르게 살아냄으로써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7장),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우리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일(8장)에 희망을 건다.

사회는 왜 이다지도 변하지 않는가?
변화의 가능성은 있는가?

감정의 문화정치가 하는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있어도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권력관계는 집단적인 저항에도 완고하게 지속되는 것일까? 사라 아메드는 그 이유를 ‘투자’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즉 우리가 사회적 규범에 계속 ‘투자’하기 때문에 이 세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이상과 일치된 삶(‘우리가 아는 모습의 삶’)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자본주의, 이성애주의, 국가주의 등을 이상적인 사회 규범으로 여긴다.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간주한다. 이 규범이 유지되도록 우리에게 달라붙어 있는 감정들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있을까? 변화의 가능성은 있을까? 사라 아메드가 말하는 대안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 내가 느낀 여러 감정이 다양한 세계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 분노하고, 고통을 느끼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것에서 경이를 느끼는 것. 이런 감정적 여정을 밟으면 주체와 집단의 관계가 새롭게 재정립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우리의 미래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 “희망은 우리보다 언제나 앞서 있는 미래를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394) 무엇보다 우리가 뿜어내는 감정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왜 우리는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가? 왜 ‘페미니즘’이란 단어만 들어도 혐오와 증오의 감정을 내뿜는가? 왜 중국과 북한을 증오하는가? 왜 외국인노동자를 혐오하는가? 이런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 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역사와 사회구조를 되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혐오의 감정이 만연한 한국사회
한국어판 출간 의의

《감정의 문화정치》는 한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5.18 광주항쟁 등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적 슬픔’을 강조하면서도 가해자나 참사를 일으킨 사회구조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또 2018년 예멘 사람들이 대거 난민 신청을 했을 때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혐오와 공포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그 과정도 성찰할 수 있다. 퀴어 퍼레이드를 할 때마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사랑’의 서사에는 무엇이 내포되어 있는지, 각종 여성혐오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외국인노동자를 어떤 감정으로 대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차별하고 배제하는지도 돌아볼 수 있다. 힘에 의존한 외교 정책을 펼치며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국가의 전략에 대해서, 비난과 욕설을 감내하며 모두를 위한 평등을 위해 오늘도 지하철에 오르는 장애인들의 저항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이 규범적인 각본과 불화하는 이들에게, 살아낼 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변화를 향한 설렘을 간직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496쪽)

추천사

박미선(한신대 영미문화학과 교수)
“《감정의 문화정치》는 2000년 이후 정동 연구의 발흥과 페미니즘 및 비판 이론의 확장에 기여한 탁월한 저서이다. 아메드가 이 책에서 분석하는 감정 정치의 배경은 신자유주의적 현재다. 감정 정치를 통해 사회 불평등이 유지되는 방식, 국가의 이상적 시민상에 부합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약속하는 다문화주의 담론을 통해 시민권이 규율되는 방식, 감정과 행복을 통해 사회 규범이 재생산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김영옥(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오래 기다려왔던 책이다. 문장들은 잘 쓴 소설처럼 재미있고, 거리 집회에서의 몸 투쟁처럼 치열하다. 강요된 기쁨이나 거짓된 행복과 불화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나야 한다. 감정이 어떻게 언어와 몸 사이를 순환하며 특정한 형태로 고착되는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지,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정치적 행위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질문하고 논쟁하면서 다른 감정의 회로 형성에 기꺼이 ‘기쁘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정(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가 슬픔에 잠겨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문장의 발화와 동시에, 우리는 국가를 느낄 수 있는 주체로 간주할 뿐 아니라 우리가 국가를 대신해 그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되었음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감정은 언어적 발화를 통해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그 감정이 우리 내부에서 발생한 것처럼 각자의 몸에 효과를 생성한다. 우리는 감정을 내가 소유한 어떤 것으로 사고해왔다. 그런데 정말 감정은 나 혹은 우리가 소유하는 것일까? 사라 아메드는 감정이란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심리적 상태도 아니며,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생성하는 사회문화적 실천이자 정치적인 효과라고 주장한다. 두려움, 공포, 증오, 수치심과 같은 감정, 언어, 그리고 몸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색하면서, 아메드는 우리가 사회적 변혁을 추구하면서 겪게 되는 복잡하고도 지난한 감정적 격동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도대체 사회적 변혁은 왜 이리 성취하기 어려울까? 왜 기존 지배 권력은 완고하게 계속되는 걸까? 마르크스주의, 정동 이론,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발전시킨 아메드의 풍성한 논의는 마침내 우리를 그 대답으로 이끈다. 나는 이 책을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목차

해제: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박미선
들어가는 글: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
감정과 대상 |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 텍스트의 감정적 속성

1장 고통의 우연성
고통의 표면 | 고통의 사회성 | 고통의 정치

2장 증오의 조직화
정동 경제 | 증오받는 몸 | 증오범죄

3장 공포의 정동 정치
공포와 불안 | 두려워하는 몸 | 공포의 세계 경제

4장 역겨움의 수행성
역겨움과 비체화 | 끈적임에 대해서 | 역겨움을 말하기

5장 다른 이들 앞에서 느끼는 수치심
생생한 수치심의 경험 | 국가적 수치심 | 수치심과 발화 행위

6장 사랑의 이름으로
동일시와 이상화 | 국가 이상 | 다문화주의적 사랑

7장 퀴어 느낌
(불)편함과 규범 | 퀴어 슬픔 | 퀴어 즐거움

8장 페미니스트 애착
페미니즘과 분노 | 페미니즘과 경이 | 페미니즘과 희망

결론: 정의로운 감정

후기: 감정과 그 대상
정동적 전환 | 위험한 이방인 | 행복한 대상

결론: 감정과 수사

감사의 말 | 개정판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미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고통을 겪은 경험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이를 ‘나의 고통’으로 간주한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타인의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부재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타인이 겪는 고통은 존재한다. 내가 상대의 몸에서 고통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77~78쪽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 속에 과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85쪽

이미 지적했듯이 타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해석하는 일, 타자의 몸(여기서는 국가의 몸)을 회복시킨다는 이유로 타자에게 공감하는 일은 폭력을 수반한다. 그러나 타자의 고통이 국가의 고통으로 전유되고 타자의 상처가 국가의 손상된 피부로 물신화되는 일에 대해 타자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을 듣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고통에 응답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원주민이 아닌 청자는 (고통을 일으킨 역사의 일부라는 점에서) 원주민의 고통을 자신의 일로 분명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원주민의 증언을 원주민에게서 빼앗아버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증언은 우리의 느낌에 관한 것도, 그들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89쪽

공감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없는 고통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주의 깊게 경청하는 일이 아니라 [몸, 역사, 공동체를] 다르게 살아내는 일이다. 이는 행동을 요구하고 집단적 정치를 요청한다. 고통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 정치가 아니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정치,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른 이들 곁에서 살면서도 우리가 하나가 아님을 배우는 정치를 우리에게 요청한다. -98쪽

이처럼 취약하고 두려운 느낌은 여성의 몸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간에 머무는 방식을 형성한다. 취약함은 여성의 몸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다. 취약함은, 공적 공간에서는 움직임을 제한하고 사적 공간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머무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여성성을 규정함에 따
라 발생하는 효과다. -160쪽

어떤 몸이 역겨움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역겨움이 권력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겨움이 권력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겨움이 신체적 경계를 유지함으로써 권력관계를 유지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까? -196쪽

우익 파시스트 집단이 ‘사랑’을 활용하는 방식에 어떤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269쪽

‘나의 사랑’을 드러냄으로써 내가 ‘상대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도 문화도 종족성도 아닌 ‘사랑’이야말로 다문화주의 국가를 결속시킨다. -294쪽

사랑의 이름으로 말하면서 이 세계를 사랑의 이름에 걸맞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에 저항할 때, 우리가 단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때, 아무리 조건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사랑에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타자들과 우리가 실현하려는 세계 사이의 다른 관계와 연결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은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타자와 연대하는 정동을 일컫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지도 모른다. -306~307쪽

가족이 취약한 곳으로, 가족의 재생산을 방해하는 타자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곳으로 그려질 때, 가족은 위협과 불안의 서사를 통해 이상화된다. -312쪽

이상적인 삶에 대한 각본인 이성애는 훨씬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모든 관계가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서 비롯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317쪽

퀴어한 삶은 가족을 꾸리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답이 없는 연인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를 낳거나 기르지 않고, 이웃 주민 감시 단체에 참여하지 않고, 전쟁 시에 국가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322쪽

퀴어 정치에서도 인정은 중요한 문제지만, 이때의 인정은 타자가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슬퍼하는 사람인 타자에 관한 것이다. 퀴어 정치는 타자가 상실을 슬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것을, 슬퍼하는 가운데 홀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 슬픔은 타자에 대한 것이자 타자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347쪽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감정을 ‘사유가 아닌 것’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 그리고 ‘합리적 사고’를 감정과 무관하다거나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다. -364쪽

감정을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매개된 것으로 이해하는 일은 지식이 느낌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세계와 분리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지식은 우리를 땀 흘리게 하고 떨리게 하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느낌은 무엇보다 몸의 표면에서 느껴진다. 몸의 표면은 우리가 세계를 어루만지고 세계가 우리를 어루만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366쪽

감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우리는 우리가 비판하는 것에 여전히 투자한다).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우리가 움직임에 따라 우리가 투자하는 것도 움직인다). -367쪽

이에 페미니즘에 기초한 집단행동은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하지만 타자의 고통은 우리가 곧바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가닿을 수 있는 것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고통에 응답하는 일은 고통에 관해 말하는 일에 기댄다. 고통에 관해 말하는 행동은 ‘우리’가 탄생하는 배경이 된다. -371쪽

페미니즘이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을 때, ‘여성’이나 ‘젠더’ 범주에 갇히지 않을 때, 페미니즘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작동할 수 있다. 정해진 대상을 상실하는 일은 페미니즘 활동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활동이 움직이고 있으며 사회운동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377쪽

세계는 원래부터 정해진 그대로 지금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실 이 세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았다. 고통과 분노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도 경이였다. 경이는 상처를 주는 것, 고통을 일으키는 것, 우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이 아님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도 없애버릴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경이는 변화를 향한 희망을 품게 하고 정치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만든다. -387쪽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 행동에 나선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르치고, 항의하고, 이름을 붙이고, 느끼고, 타자와 연결돼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현 체제’에 맞선 투쟁을 통해 개방성은 커지고, 이는 서로 다른 몸이 지금 함께 모이는 일로 이어진다. -4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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