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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베를린 : 도시와 주거의 새로운 길을 상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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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출판사 서평

착취 도시 서울에서 반란의 도시 베를린을 보다.
베를린은 어떻게 상품이 아닌 작품이 됐나?
모두를 위한 도시를 꿈꾼 베를린의 투쟁을 담다.

■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의 매력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다. 테크노 음악과 자유로운 그라피티, 난민과 이민자들을 품어온 역사가 베를린을 섹시하게 만들었다. 베를린에는 도시 정치의 역사가 묻어 있다. 걸림돌 ‘슈톨퍼슈타인’은 베를린의 정치를 그대로 드러낸다. 슈톨퍼슈타인은 나치스 정권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는 보도 위 기림 돌이다. 이 기림 돌은 베를린에 가장 많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은 “유대인에게 여전히 상처의 도시이지만, 기억하기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베를린은 어린이가 안전하게 모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가득한 공간, 그라피티와 테크노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도시, 공물로서의 도시를 지키고자 노력한 도시이기도 하다.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베를린의 사례를 통해 도시의 매력을 지키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 베를린을 걷다가 만난 것

《반란의 도시, 베를린》의 저자 이계수는 도시법 연구자다. 그는 “안전한 도시, 난민과 이민자도 살 수 있는 도시, 혐오가 아닌 이해와 격려가 승리하는 도시, 사고 싶은 도시가 아닌 살고 싶은 도시”를 탐구한다. 그런 그가 1년간 베를린을 걸었다. 빛을 보기 위해서다.

“멀리서 보면 바다 위의 낙조는 붉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실상 그것은 상어 떼가 만들어 낸 핏빛 바닷물임을 깨닫게 된다. 문자로서의 법과 현실로서의 법이 일치할 수는 없기에 도시법 연구자로서 나는 늘 현실 속의 법을 읽고 싶었다.”(11쪽)

이계수는 빛을 보러 다녔지만, 베를린에는 어둠과 비명, 혐오와 적대도 있었다. 라이프치히대학교의 연구 결과는 독일의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음을 보인다. 36퍼센트의 독일인은 외국인이 독일의 복지 시스템에 편승한다고 판단한다. 절반의 독일인은 이슬람계 이주민 때문에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의 베를린을 만든 에너지와 힘은 다문화와 연대, 모임과 대화에서 시작됐다.

“베를린을 특징짓는 열쇠 말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베를린만이 아니라 대도시라면 대체로 갖추고 있는 특징이지만 이것은 더욱더 각별하게 베를린의 역사에 새겨져 있다. (…) 베를린을 강하게 만든 건 바로 이러한 다문화와 사회적 연대였다. 물론 베를린 사람들이 처음부터 유대인, 외국인 노동자, 난민을 평등하게 대하진 않았다. 특히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이곳에서도 뿌리 깊었다. 그 흔적은 베를린의 전역에서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14~15쪽)

젠트리피케이션과 안정적인 주거권의 박탈은 베를린에서도 일상이 됐다. 그리고 도시는 점차 자본의 것으로, 누군가를 위한 상품으로 변모해 갔다. 베를린을 걷던 법학자가 제기하는 질문은 도시를 연구하는 자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은 무엇인지로 닿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의 주인은 과연 성(聖) 가족일까, 아니면 자본 가족일까? 섹스 숍이 즐비한 함부르크 상파울리의 레퍼반(Reeperbahn)이 소돔과 고모라일까 아니면 그곳을 밀어 버리고 완전히 자본주의적으로 ‘재개발’ - 관료와 개발업자들은 이를 지역 사회의 재활성화(neighborhood revitalization) 혹은 도시 재생이라고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 한 새로운 도시 공간이 소돔과 고모라일까?” (11쪽)

■ 도시는 상품이 아닌 공물이다!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묻는다. “도시의 매력, 저주인가 축복인가?” 도시의 정치와 도시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관광객을 우후죽순 부르는 도시의 탁월함은 축복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는 순식간에 자본이 사고 싶은 도시로 변해 버린다.”

“양극화 사회는 지니 계수, 빈곤율, 실업률, 비정규직 비율과 같은 추상적인 지표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양극화를 포함한 모든 사회 현상은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공간 속에서 표현될 수밖에 없다.” (63쪽)

젠트리피케이션과 자본의 공격적인 침투로 인해 도시는 변해 가고 있다. 누군가는 ‘도시도 상품이니 당연한 순서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이렇게 외친다. “도시는 공물이다!” 도시는 땅과 물, 공기와 하늘처럼 누구나 점유하고 누릴 수 있고, 또 가꿔 나갈 수 있는 대상이다. “도시에 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가꿔 온 도시공원, 자유로운 그라피티가 넘쳐나는 거리, 누구에게나 열린 광장도 공물이지만, 그것의 집합체인 도시 그 자체도 하나의 공물이다.”

《반란의 도시, 베를린》이 공물로서의 도시를 주장하기 위해 택한 방법론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주창한 ‘도시에 대한 권리’ 담론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말하며 도시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도시가 작품인 만큼, “도시와 그것의 제작에 참여할 권리, 소유에 대한 권리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전유의 권리” 모두 도시민에게 주어진다.

“르페브르는 도시란 단순한 물질적 생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 작품에 비견되는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만든 예술가는 누구인가? 그것은 역사다. 도시는 역사의 작품이다. 이 말은 곧 역사적 조건 아래 이 작품을 생산한 특정한 인간과 집단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들에게는 이 작품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92쪽)

도시를 향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그를 ‘중심성에 대한 권리’라 표현한다. 이때 중심은 “결정의 중심, (사회의) 부의 중심, 권력의 중심, 정보의 중심”을 의미“한다. 즉, 도시에 사는 모두가 도시와 관련한 결정에서 배제돼서는 안 되며, 사회의 부인 도시를 빠짐없이 즐기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심성에 대한 권리에서 핵심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시 중심에 구체적인 몸을 갖고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전략적 토론에 접속하는 것, 도시 정치의 모든 수준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대결,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다. 중심을 공간의 문제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중심성에 대한 권리에서는 서로 다른 사회 집단 간의 만남,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와 관점의 교환, 그리고 이 ‘공간’을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시간’의 사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93쪽)

■ 반란의 도시 베를린이, 착취 도시 서울에게

자본은 도시를 상품으로 만들고자 한다.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도시에 거했던 원주민들을 쫓아내야 한다. 베를린에서는 그것이 대형 민간 주택 임대 회사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2000년대 말, 금융 위기 이후 베를린의 공공 임대 주택은 매각됐고, 민간 임대 주택이 자가 주택으로 전환되는 일이 빈번했다. 임대 주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니,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특히 베를린 지역의 임대로 상승 폭이 컸다. “2004년에서 2014년 사이 주요 도시의 임대료 상승률은 베를린이 45퍼센트, 뮌헨이 27퍼센트”였다.

이 이전에도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던 적이 있었다. 1960년대다. 이 시기 독일에서는 토지 투기가 활발했다. 1960년 6월, 당시 집권당이었던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이 ‘주택 통제 경제의 폐지와 사회적 임차법ㆍ주택법에 관한 법률’을 지정했다. 해당 법률은 주택 임차료를 자유화하며 주택 임차인을 쉽게 내쫓을 수 있도록 했다.

“일명 뤼케법이라고 불린 이 법률의 부정적 효과는 1960년대 중반 이래 분명해졌다. 토지(부동산) 투기꾼은 당시 독일의 정치·경제적 위기 국면에서 부정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조세 특례는 지속됐다.” (108쪽)

베를린 주민들이 택한 방법은 ‘주택 점거’였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수리 점거(수복적 점거)로, “소유권자가 개발 이익의 상승을 노리고 그냥 방치한 집을 점거자들이 고쳐 가면서 점거 행위를 계속하는” 방법이었다. 이들의 주택 점거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투기적 행위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의 구호는 주택, 토지 투기 행위가 ‘애써 가꾼 소중한 마을 공동체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주택 점거자들은 다른 주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1981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서베를린 주민 82퍼센트가 불법 빈집 점거를 지지했다.”

이들의 주택 점거가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대한 논쟁도 오고 갔다. 지배적인 견해는 “빈집을 점거하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지지했다. 그런데 뷔케부르크 구법원의 한 판사, 귄터 뷜케는 방치된 집이 울타리가 쳐진 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주택 점거자들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점거자들은 - 지금까지의 조사에 의하면 - 울타리가 쳐진 토지에 침입한 것이 아니다. (…) 빈집이 흔히 그렇듯이, 문과 창문은 부서져 있었고, 따라서 앞마당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거리에서 해당 집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서, 해당 주택은 울타리가 쳐진 토지라는 법적 성격을 상실했다. (…) 나아가, 사용하지 않는 주택의 점거는 형법 규정의 보호 목적에 의해 포착되는 행위가 아니다. 보호돼야 하는 것은, 그것이 지금껏 사적으로 이용된 주거 공간인 한에서, 공간적으로 구분되는 사적 영역이다. (…) 이용되지 않는 주택에는 사적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123쪽)

베를린에서 이어진 반란의 움직임은 2021년의 국민 표결로 닿았다. 바로 주택 사회화 운동이다. 임대 주택 회사들이 장악한 주거의 안정성을 다시 공공의 것으로, 모두의 것으로 바꾸려는 운동이었다. 사회화의 기본 근거가 되는 독일 기본법 제15조는 “생산 수단, 천연자원 및 토지”의 사회적 성격을 고려해 소유제를 구조적으로 변혁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모든 인간은 대지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그 대지가 사적 지배하에 놓인 곳이라면 자유로운 공동생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33쪽)

다양한 정치적 논쟁이 오갔지만, 결과적으로 2021년 9월 진행된 국민 표결에서는 베를린 유권자 57.6퍼센트가 주택 사회화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국민 표결은 통과됐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한국에도 주거권 투쟁이 활발하고 치열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의 주거권 운동은 1987~1992년 시기 결정적으로 변화한다. 바로 주거 생존권 운동과 소유권 운동이 나눠지며, 주택을 상품으로 보는 논리가 거세진 것이다. “독일에서 주택 점거 운동이 주택의 탈상품화나 보편적 주거권의 실현을 목표로 했다면, 한국에서 노동 계급의 주택 투쟁은 내 집 마련을 위한 평등한 기회 확대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소유권 신화는 더욱더 강고해졌다.”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시민 없는 도시 정치가 횡행하는 (서울의) 현실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고 외친다. 모든 도시민이 참여하는 도시 정치를 만들어야만 위기의 도시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도시는 모두이 것이기 때문이다.”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반란의 도시, 베를린”이 “착취 도시, 서울”에 주는 이 소중한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를 희망하며“ 글을 맺는다.

목차

프롤로그 ; 도시의 보석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일 · 7

1 _ 베를린의 도시-법-사회사 · 23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격변의 베를린 주택 사정
독일에 복덕방이 적은 이유

2 _ 사고 싶은 도시가 아닌 살고 싶은 도시 · 53
유혹하는 도시, 베를린
도시의 매력, 저주인가 축복인가?
탈상품화와 공물로서의 도시
도시 정치의 목표가 된 젠트리피케이션

3 _ 도시는 작품이다 · 85
크로이츠베르크, 변방에서 중심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 중심성에 대한 권리
법제화, 문제 해결의 열쇠?

4 _ 베를린의 주택 점거 투쟁과 주택 사회화 운동 · 105
다채로운 무리, 주택을 점거하다
주택 점거는 불법인가?
모두의 도시를 위한 국민 표결

에필로그 ; 각자도생, 소유적 개인주의의 욕망을 넘어 · 149

주 · 163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합법 바깥에도 도시가 숨 쉰다 · 205

본문중에서

“멀리서 보면 바다 위의 낙조는 붉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실상 그것은 상어 떼가 만들어 낸 핏빛 바닷물임을 깨닫게 된다. 문자로서의 법과 현실로서의 법이 일치할 수는 없기에 도시법 연구자로서 나는 늘 현실 속의 법을 읽고 싶었다. 도시법 연구자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은 무엇일까?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의 주인은 과연 성(聖) 가족일까, 아니면 자본 가족일까? 섹스 숍이 즐비한 함부르크 상파울리의 레퍼반이 소돔과 고모라일까 아니면 그곳을 밀어 버리고 완전히 자본주의적으로 ‘재개발’ - 관료와 개발업자들은 이를 지역 사회의 재활성화 혹은 도시 재생이라고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 한 새로운 도시 공간이 소돔과 고모라일까?” (11쪽)

“도시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의 독점적, 독재적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에게 열려 있고,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일은 한 공동체를 사회적으로 통합하고, 민주주의적으로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코펜하겐은 이러한 소중한 인식을 그 어느 도시보다도 일찍 실천에 옮겼다. 베를린도 그 길로 나가고 있는가 혹은 나설 수 있을까? 나의 베를린 걷기에는 늘 이런 생각이 따라붙었다.” (12쪽)

“독일에서 주택 임대차 관계는 원칙적으로 기한의 제한이 없다. 그래서 독일의 세입자들은 ‘우리처럼’ 2년 혹은 4년마다 이사를 강요당하지 않는다. 자주 이사를 안 하니 독일의 부동산 중개 업무의 양상도 한국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독일에 처음 갔을 때 나는 거리에서 복덕방을 찾다가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44쪽)

“베를린은 테크노 음악의 발상지답게 클럽 파티 문화가 발달했다. 베를린의 하위문화와 관련하여 소개할 시설이 하나 있다. 약칭 ‘에르아베(RAW)’라 불리는 곳인데, 150년의 역사를 가진 제국 철도 정비창 부지다. 이곳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부터 철도 시설이었고, 구동독 시절에도 같은 시설로 사용됐다. 바닥에는 아직 철길이 깔려 있다. 젊은 예술가와 활동가들은 통일 이후 버려지다시피 한 이 땅을 점거한 뒤 클럽 파티장을 포함한 대안 공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도시의 공터는 개발을 위해 남겨진 땅이 아닌, 도시민의 자유로운 만남과 마주침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57쪽)

“특히 비즈니스 촉진 지구(BID)라는, 공사(公私) 협력 모델은 도시를 자본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누가? ‘집도, 광장도, 공원도 냉동된 오렌지 주스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재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정치적ㆍ경제적 구조와 틀을 만드는 신자유주의 계급 국가, 주택을 주식 시장에서 거래하려고 하는 (국제적) 투자자들이 그렇게 했다.” (62쪽)

“왜냐하면 도시는 공물(公物)이기 때문이다. 도시에 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가꿔 온 도시공원, 자유로운 그라피티가 넘쳐나는 거리, 누구에게나 열린 광장도 공물이지만, 그것의 집합체인 도시 그 자체도 하나의 공물이다.” (66쪽)

“축출되는 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형 재난이다. 원주민들이 축출되면 일부 중산층과 상류층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새롭게 진입한 이들은 기존 주민들과는 다른 욕구, 욕망을 가진 집단이다. 그들은 도시에서의 멋진 삶을 갈구하고 이를 관철한다. 그 결과 현재의 프렌츠라우어베르크는 완전히 중산층화한 세계로 변모했다.” (79~80쪽)

“자본가들은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흑백의 필름으로 노출한 공터를 ‘창조적으로 파괴’하여, 그곳에 소니 센터와 같은 마천루들을 세웠다. 그러나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가난한 이들은 쉽게 쫓겨나지 않았다. 크로이츠베르크는 최근 힙한 거리로 떠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심, 도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도시의 중심성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싸운다.” (89쪽)

“크로이츠베르크는 그러한 질문을 놓치지 않은 곳이다. 난민과 이방인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곳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존엄은 그곳을 찾아온 새 이주민들을 대우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102쪽)

“점거자들의 면면은 무지개색이었다. 그 스펙트럼은 노동자 계급 출신의 록가수에서 페미니스트까지,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에서 노인까지, 학생에서 미혼모까지, ‘새로 태어난’ 기독교인에서 이데올로기적 아나키스트들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다수가 학생인 신좌파처럼 자기 규정적 집합체 (collectivity)라기보다는 각양각색의 무리(collection)였다.” (113쪽)

“베를린상공회의소 회장과 같은 공급파들은 수요에 맞게 주택을 더 많이, 더 높게, 더 조밀하게 짓는 것이 베를린을 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배분파는 그것이 베를린을 죽인다고 반박한다. 배분파는 공급파의 주장대로 하면 ‘도시는 승리’할지 모르나, 도시민들은 패배하며, 도시는 부자가 되지만 도시민들은 비참에 빠진다고 말한다.” (144~145쪽)

“한국인들은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불평등 원인에 대한 많은 객관적인 연구와 논의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며, “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것보다 개인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해결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주거 불평등 문제도 마찬가지다.” (155~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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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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