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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의 정치학 : 부동산 개발 전쟁의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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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도시 계획 이면의 암투로 아파트 공화국을 읽는다.

50층, 65층, 70층…. 강남과 여의도에 아파트 재건축 신호탄이 올랐다. 서울시는 바큇살 없는 대관람차 ‘서울링’을 포함해 랜드마크가 대거 포함된 도시 계획을 발표한다. 건설사가 도산하는 시대, 한쪽에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려 한다. 그러나 멋진 조감도 이면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정치가 있다. 거액이 오가는 도심 속 전쟁, 수많은 내부자가 그리는 각자의 신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비리와 이권 다툼, 정쟁을 넘어 도시는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3기 신도시, GTX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 부동산 개발과 정비 사업 속 힘의 논리를 파헤친다.

출판사 서평

건설 회사가 도산한다는 우려가 커진다. 부동산 불황과 원자잿값 상승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규모 개발 및 정비 사업에 대한 소식이 들린다. 대표적으로 여의도가 그렇다. 12개의 단지가 마천루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이 중 아홉 개 단지는 특별 계획 구역으로 지정되며 그간 발목을 잡던 용도와 높이 규제가 풀렸다. 최고 높이는 200미터, 층수는 70층을 올릴 수 있다. 입이 벌어질 수준이다.

그 유명한 은마아파트도 이번엔 드디어 재건축이 되리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2023년 8월 중순으로 조합 창립 총회가 가시화한 은마아파트는 실거래가가 억 단위로 뛰며 존재를 재확인했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되는 날, 모든 언론은 1면에 관련 소식을 보도할 것이다.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 왜 몇십 년이 넘도록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은마아파트가 다시금 요란해지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이외에도 부촌을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뜨겁다. 지난 2023년 6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이 주최하는 ‘재건축 설계 공모 작품 전시회’에서는 국내 유명 건축 설계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세계적인 건축가나 설계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은 곳이 대부분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 조경 전문가 토마스 볼슬리(Thomas Balsley)가 그린 설계도도 나왔다.

부동산을 향한 욕망은 자연스럽다. 세계 어디서나 땅을 가진 사람이 망하는 것은 드물다. 문제는 그 욕망에서 사람이 지워진다는 것에 있다. 같은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새로 들어서는 한 주상 복합 아파트의 광고는 충격을 안겼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논란이 일자 시행사는 사과 후 문구를 삭제했다. 건물 하나가 새로 지어질 때마다 도시는 시민들에게 거주민의 자격을 묻는다.

갑자기 개발과 정비 바람이 분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임과도 무관치 않다. 거기에 윤석열 정부의 찬동이 시너지를 냈다. 35층 룰이 폐지되고 재건축 안전 진단의 구조 안정성 비율이 낮아졌다. 더 많은 공공 주택이 들어서고 주거 불안이 해소된다면 박수칠 일이다. 반면 도시를 투기와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소외 계층을 도시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도시 계획의 구조를 알면 정책이 보인다. 그 속의 생각이 읽힌다.

이밖에 화려한 도시로 태어나려는 신흥국들의 움직임은 거대한 랜드마크와 함께한다. 한국엔 수주 먹거리로 보도되곤 한다. 그 중심에도 사람은 없다. 기술과 자본이 자리할 뿐이다. 대대적인 보도와 멋진 트레일러는 금방이라도 미래 도시가 성큼 다가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 같은 도시 계획에 논외로 둘 수 없는 것이 주민과 지역의 역사, 사회적 영향이다. 사업성이 있고 없고는 어쩌면 그다음 문제다.

도시 계획은 강제적이고 파생되는 갈등은 무수하다. 각각의 사업들이 개별적이라면 이해관계자는 한정적이겠지만 모든 도시 계획은 서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도시를 향한 욕망을 조절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막상 개발·정비 사업에서 정치가 비리와 결탁하거나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도시 계획엔 제대로 된 정치가 부재했고 욕망은 포화했으며 일반 시민들에게 주거는 불안한 것이 됐다.

전쟁터와 같은 부동산 시장은 주거 난민을 만든다. 지역 균형 발전에 실패하고 투기를 막지 못한 정치가 과거와 같은 방법론으로 도시 계획을 반복한다면 미래 도시는 없다. 도시 경쟁력의 지표가 다양하듯 도시를 그리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정치의 극한, 도시 계획에 어떤 힘의 논리가 작용하든 그것의 영향을 받는 것은 모든 시민이다. 그 구조를 들여다보며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회 구성의 조건을 반추하길 희망한다.

목차

프롤로그 ; 도시의 미래는 누가 만드는가 · 9

1 _ 도시 계획은 정치의 극한이다 · 13
심시티와 현실
전장의 탄생
도시 계획의 플레이어들
선택하고 분배하라

2 _ 오래된 참호전, 은마아파트 재건축 (1) · 43
100년 후의 강남
도장은 곧 권력이다
진격의 추진위 vs 거인 정부

3 _ 오래된 참호전, 은마아파트 재건축 (2) · 65
49층의 꿈
시공사 간택전
은마의 고삐를 조이는 것
10년 후의 은마

4 _ 신도시를 향한 정부의 대개척 시대 · 89
정부의 빅 픽처
개척의 신호탄
LH와 사공들
수용과 보상의 줄다리기
토건 세력의 정치학
개척 시대는 끝났는가

5 _ 도심의 내전, 재개발과 도시재생 · 121
도시의 역설
재개발의 배후
도시재생의 논리
사업을 완성하는 사람들
오래된 도시

6 _ 포스트 뉴딜, 민자 사업의 비밀 (1) · 159
인프라의 시대
고도 성장기의 엔진
뉴딜은 끝났다
기적의 논리에 숨겨진 것

7 _ 포스트 뉴딜, 민자 사업의 비밀 (2) · 177
GTX는 해방을 가져다줄까
서울링이 세워지려면
민자 사업, 공공의 역할

에필로그 ; 첨단 기술은 도시를 구원할 것인가 · 201
도시 계획, 과정과 결과
대안은 언제나 있다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도시를 향한 동상이몽 · 213

본문중에서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전체 인구 중 도시에 사는 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도시화율’은 선진국들 기준으로 평균 90퍼센트에 육박한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어떤 방식으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들지를 구체화하는 게 바로 ‘도시 계획’이다.” (13쪽)

“심시티와 같은 게임이 재미있는 혹은 어려운 이유는 한정된 자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 분배를 꽤 정교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도시를 가꾸고 관리하기 위해 게임 내 재화와 시간을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36쪽)

“은마아파트가 더 높은 건물을 세우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건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세대에 새로운 층을 분양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층수에 따른 조망권 프리미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47쪽)

“허가를 내주는 곳과 기준을 만드는 곳이 다르다 보니 지자체와 중앙 정부의 당파적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소속된 정당이 다를 경우, 미묘한 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재건축 사례가 있을 때 안전 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어느 정당이 재건축에 긍정적이며 어느 정당이 부정적인지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56~57쪽)

“공사비는 결국 조합원 혹은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추가로 확보되는 세대에 따른 일반 분양 수익과 집값, 층수에 따른 공사·유지비,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까지 고려하여 기적의 사업성을 구현해야 한다.” (68쪽)

“흥미로운 건 층수 제한을 35층으로 제한한 박 전 시장의 논리와 35층 룰을 폐기한 오 시장의 논리가 둘 다 ‘스카이라인 다양화’로 같다는 점이다.” (70쪽)

“예를 들어 5성급 호텔처럼 값비싼 대리석을 아파트 로비에 시공하는 것으로 조합과 건설사가 계약했다고 가정해 보자. 건설사는 대리석이 얼마나 미끄럽고 깨지기 쉬운지 알면서도 일단 계약대로 시공한다. 괜히 미리 문제를 제기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닥재로 바꿀 경우, 계약 단가가 낮아져 이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75쪽)

“재건축이 동상이몽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조합원과 조합(조합장)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대주주가 존재할 수 없고, 조합원이 한두 채의 아파트로 대부분 균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익도, 비용도 조합원 전원이 균일하게 분담한다. 하지만 비리와 배임, 횡령을 통한 이익은 특정 개인에게 사유화된다. 조합장에 대한 불신이 쉽게 피어날 수 있는 구조다.” (76쪽)

“정비 사업에서 시공사의 역할은 아파트를 건설하는 물리적인 일 뿐만이 아니다. 훌륭한 시공 능력만큼 정비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비용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81~82쪽)

“정부와 집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다수의 정치인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기존 정권에서 진행했던 주요 건설·토목 사업이다. 택지 공급에 대한 계약 방식과 계약 금액, 사업의 정당성, 민간 사업권은 특혜 의혹과 뇌물 수수로 번져 논란을 만들었다.” (111~112쪽)

“지역마다 필요한 해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곳은 재개발이, 어떤 곳은 도시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사업에는 자주 정치적이고 당파적인 가치가 개입하곤 한다. 대중들의 인식 속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핵심은 부동산의 ‘개발 이익’이다. 반면 도시재생은 지역의 사회적·기능적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어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성’이 핵심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과 재개발은 서로 대립·상충하는 사업이란 통념이 강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이분법적 정치 논리와 당파 갈등에서 비롯된다.” (124쪽)

“보수주의 철학의 기본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다. 하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보이는 이들의 행동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이나 자율성·다양성보다는 공공의 이익이나 대의, 도시 전체의 효용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133쪽)

“그들에게 도시재생은 훌륭한 묘수였다. 기존 거주민과 경제적 약자들을 내쫓으며 약자들을 약탈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온 도시 개발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보였다.” (136쪽)

“도시재생이 공격받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데이터다. 도시재생의 효과는 정확히 측정이 어렵다. 앞선 사례들을 참고로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명확한 대답의 부재는 도시재생을 이상주의자의 낙관으로 만들었다.” (140쪽)

“그러나 이 사업 구조를 잘 보면 ‘대출’과 닮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민간 사업자에게 사용료·임대료를 계약 기간에 나누어 지급하기 때문이다. 민간이 얼마를 투자하고 공공은 어느 정도의 임대료를 지급하는지, 몇 년에 걸쳐 비용을 지급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169쪽)

“서울시가 원하는 바는 확실하다. 민간 자본을 통해 빠르고 확실한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서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서울링을 구상한 것이다. 민자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4000억 원짜리 랜드마크를 수십억 원 정도의 용역과 컨설팅 비용만 들이고 얻어낼 수 있다.” (189쪽)

“흔히 재개발이나 도시 계획, 토건 사업에 ‘정치’가 개입된다고 말하면 시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공공의 특징인 장기적 시야와 안정성, 민간이 가지는 창의성과 수익성을 양손에 쥔 채 저울질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임을 입증해 낸다면 도시 계획에서 벌어지는 각축전은 조금 더 이타적인 모양새를 할지 모른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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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민석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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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행사에서 개발 사업 실무를 맡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에서 시행 사업을 담당했고, 회사의 부동산 자산을 관리·운영했다. 사업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만났고, 이들이 각각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며 책을 썼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전공하며 도시 계획, 설계, 재생, 교통과 환경 등을 공부했다. 민간과 공공, 개인이 가진 서로 다른 욕구를 하나의 공간에 녹여 내기 위해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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