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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개벽(2023년 봄호)(제10호) : 가슴을 개벽하는 지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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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계간지 『다시개벽』의 2023년 봄호, '가슴을 개벽하는 지구학'이다. 1920년 창간된 〈개벽〉 지의 '창조적 복원'을 표방하는 『다시개벽』은 이번 10호부터 인류세라는 전면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통합학으로서의 지구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류세 이후를 모색한다. 지구학은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새 진리'에 기반하여 현재의 위기 사이로 길을 내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점에서 '개벽학'이기도 하다. 『다시개벽』 제10호로서 하나의 '강산'을 넘어서는 것에 값하는 자기 혁신의 선언이기도 하다. 이번호부터 조동일 교수의 "대등생극론"과 그를 매개로 한 대화가 몇 차례 연재되는 것이 중요한 기점이 된다. 지구학은 지금까지의 모든 학문을 포괄하는 '장르초월'의 성격과,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다시 새로운' 성격, 그리고 나와 너와 우리를 모두 살리는 '살림의 철학/실용학'으로서의 성격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그간 『다시개벽』이 '다시개벽'의 당위론의 '선언'에 주력했다면, 10호부터 『다시개벽』은 스스로 다시개벽의 몸통이 되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전 호와 질적 차별화, 차원 상승을 시도했다.

출판사 서평

가슴을 개벽하는 지구학

〈다시개벽〉은 2023년도부터 매호 ‘통합학으로서의 지구학’을 주제로 특집을 구성한다. 인간이 지질학적으로 강력한 행위자이자 지질학적 전환의 목격자로 자리매김하는 인류세에 처하였으니, 지구의 여건과 생명의 여건과 인간의 여건과 비인간 물질의 여건을 새롭게 생각하고 탐구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지구와 인간의 연결과 엉킴에 둔감했던 옛 시대 인간 모델이 철저하게 붕괴하고 재생하는 개벽의 시대, 그 개벽이 긴요한 시대일 것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학문과 담론을 ‘지구학’이라고 통칭할 수 있다. 여기에서 지구학은 기존의 지질학, 진화생물학, 지구 시스템학 등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문학적 지구 담론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새롭게 요청되는 지구학은 새롭게 인식된 지구, 지구 안의 물질 전체가 처한 새로운 여건과 가능성, 역사를 논구하고 스토리텔링하는 통합학[학문/장르초월의 학]으로서의 지구학이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지구학의 시작으로서 이번 2023년 봄호는 우리 시대에 지구학이 긴요한 근본적 이유를 말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지구의 여건, 지구 안의 인간과 비인간물질의 여건, 인간의 새 자기진화에 관한 자연과학 분야와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본지 편집위원인 우석영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서 우주의 선순환을 위한 거름이 되자고 말하는 토마스 네일의 관점을 살피면서, 인간이 그러한 퇴비화의 윤리 감각을 마련하려면 먼저 지구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독창적 사유를 제시한다. 자연과학 전공에서 출발하여 생태적 지혜를 모색하는 전병옥은 역사의 범위를 빅뱅 이후의 우주 전체로 확장하는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류세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생태를 열쇳말 삼아 이성 중심주의 극복을 모색하는 심귀연은 인간도 자연도 아니면서 인간이자 자연인 포스트휴먼이 녹색계급 동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집 꼭지(새글모심)가 아닌 꼭지들에서는 앞으로 ‘다시개벽의 사유, 사유의 다시개벽’이라는 성격을 더욱 또렷이 나타내고자 한다. 이 계획은 이번 호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조동일의 지적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본지의 이전 호들을 쭉 살펴보니 안내방송의 열기는 뜨거우나 선수가 몸소 뛰는 모습은 드문 경기장 같다고 지적하였다. 그 덕분에 사유를 다시 개벽하자고 외치는 글보다는 다시 개벽된 사유가 담긴 글을 실어야겠다는 자각이 일어났다.

정호(호야)와 황선영(주호)은 어린이와 같은 인간의 근본 상태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진리와 생명임을 말하는데, 이는 동학에서 하늘님을 자기 몸에 모신 상태를 ‘갓난아이처럼 마음을 품고 막 태어난 아이처럼 몸을 움직이는 상태’로 보는 바와 맞닿는다(“內有神靈者 落地初赤子之心也 外有氣化者 胞胎時 理氣應質而成體也故.” [해월신사법설] 〈영부주문〉). 이무열과 카라는 문명 대전환을 위한 지금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데, 이는 문명 대전환의 길이 하늘님과 접하는 일이어야 하며 하늘님을 생생한 활동으로 살아내려는 일이어야 한다는 동학의 주문과 상통한다(“今至者 於斯入道 知其氣接者也 願爲者 請祝之意也 大降者 氣化之願也.” [동경대전] 〈동학론-논학문〉). 이선이는 시집 『님의 침묵』으로 널리 알려진 만해 한용운의 문학 세계가 동학사상과 가까움을 처음 짚어낸 학자이며, 이번 호에서는 만해와 동학-천도교 인물들의 교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안태연은 월남미술인에 관한 두 번째 연재 글을 통하여 김욱규의 그림 세계를 소개하며, 이데올로기 전쟁과 고향 상실 등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은 예술가의 꿈속에 오늘날 우리가 바라야 할 평화와 아름다움이 세계가 녹아 있음을 감동적으로 밝혀준다. 홍박승진은 이번 호로써 새로 찾은 윤석중 작품소개의 연재를 마치는데, 그가 아동문학에 주목하는 까닭, 그리고 한국 아동문학과 동학사상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까닭을 언뜻 내비친다.

조성환의 [세계팔대사상가] 번역 연재에서는 한국에서 [게으름에 대한찬양] 등의 에세이로 잘 알려진 버틀란드 러셀 편을 다룬다. 개벽강독회에서는 [개벽] 1920년 6월호에 실린 현철의 글 〈소설개요〉를 이정아와 박길수가 현대한국어로 옮겼는데, 현철이 [개벽]에 발표한 문학 관련 글들은 당시 한국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두 글 모두 재미가 쏠쏠하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우리 잡지는 지구학과 개벽학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둘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최근 본지 편집위원들은 독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는데, 그 자리에서 잡지 운영의 여러 어려움을 말하자 어느 한 분이 ‘가슴으로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모임이 끝나고 시간이 꽤 흐른 뒤에 편집위원들끼리 만나서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가슴으로 하라!, 그 말이 자꾸만 가슴속에서 떠오른다고. ‘지구학’이라는 주어와 ‘개벽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는 가슴임을 깨닫는다.

목차

● 다시열다
○ | 홍박승진 | 권두언 - 가슴을 개벽하는 지구학

● 새글모심
○ | 우석영 | 지구인간의 시대 - 토마스 네일의 지구유물론 음미
○ | 전병옥 | 빅 히스토리와 인류세
○ | 심귀연 | 포스트휴먼으로서의 녹색계급 - 라투르를 중심으로
● 새말모심
○ | 조동일 | 대등생극론

● 새삶모심
○ | 이정호 | 트루 스피릿
○ | 이무열 | 2024년 총선까지 정치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민권력을 어떻게 생성할 것인가?
○ | 황선영 | 디지털 디톡스, 3일간의 도전
○ | 카라 (인터뷰어 김재형) | 에스페란토, 6무 농업, 아프리카, 아나키즘을 잇다, 짓다, 꽃피다

● 새길모심
○ | 라명재 | 천도교수련3: 주문을 외는 방법들

● 다시읽다
○ | 이선이 | 종교를 넘어선 교류와 연대의 기억 - 한용운과 천도교계 인사들의 교류가 의미하는 것
○ | 홍박승진 | 새로 찾은 1938년 이전 윤석중 작품 44편 (3.끝)
○ | 안태연 | 월남미술인 다시 보기 (2) - 김욱규(金旭奎, 1916-1990)

● 다시잇다
○ | 효종 (번역 개벽라키비움) | 소설개요
○ | 이쿠다 조코·혼다 미사오 (번역 조성환) | 사회개조 팔대사상가 - 3. 러셀
○ | 이종린 (번역 개벽라키비움) | 복을 내 본연의 성과 마음에서 구하라
○ | 편집후기

본문중에서

○ 죽음은 언제나 일시적이고 국소적이다. 오직 전체를 못 볼 때만 죽음은 어둡고 두렵다. 죽음 없이 새 삶이 있을까. 죽어서 새로 나온 자, 자기가 지구라는 몸에서 뻗어 나온 하나의 손가락임을, 자기가 일순간도 지구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늘 지구와 함께함, 늘 지구되어 있음이라는 정체성이 자기의 말단적 정체성이 아니라 본질적 정체성임을 알아차린 자. 그리하여 자기살림이 무언지를 태어나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자. 지구인간, 천지인간(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정성헌의 말로는 천지인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자. 바로 그 자를, 누군가 지금 부르고 있다. 지금, 어디선가. - 본문 21쪽, “지구인간의 시대”

○ 우리가 우려할 것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는 노련한 베테랑으로 새로운 질서와 그 질서에 적응한 생태계를 다시 구축할 것이다. 문제는 인류의 미래이다. 가뭄과 홍수, 질병과 추위는 홀로세에도 있었지만, 홀로세 이전에는 이런 일들이 더 큰 규모로 자주 발생했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류의 미래 세대는 계속해서 문명을 계승 발전할까? 아니면 생존에 급급했던 홀로세 이전이 시대로 돌아갈까? 인류세가 시작된 후 몇백 년이 지난 다음 살아남은 인류는 산업혁명 시기를 긍정적으로 묘사할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평가할까? 이 시기의 문명 발전을 감탄할까? 아니면 인류의 좁은 식견과 한정된 지식을 비웃을까? 대답은 미래 세대의 몫이지만,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지질학 시대의 변화를 논의할 만큼 현재의 인류는 뛰어난 개체이지만, 자신들의 우수성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편협하고 이기적인 개체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몇십 년 내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 본문 36~37쪽, “빅 히스토리와 인류세”

○ 자연은 인간의 상품이 되었다. 자연은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동물은 동물원에 갇히고 식물은 식물원에 갇혔다. 가두는 행위를 도덕적 행위로 둔갑시키는 이성의 능력은 매우 위선적이고 폭력적이다. 만일 자연이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로 머물러 있었다면, 아니 자연의 능동성을 ‘인간이 깨닫지 못했다면’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인간은 인류세를 자각하지도 못한 채 공멸로 이끌었을 것이다. 기후위기로 나타난 자연의 분노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인류세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생각이 행위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 행위로써 동맹을 결성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의 새로운 계급 포스트휴먼으로서의 녹색계급은 지구적 존재, 즉 대지의 다른 이름이다. - 본문 47~48쪽, “포스트휴먼으로서의 녹색계급”

○ 지구의 죽음도 온전한 죽음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생명이 멸종해도 지구는 죽지 않고 다른 곳의 행성이 되거나 다른 것들과 합쳐 항성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지구가 생명을 잇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것인가? 아니다. 우리 지구가 아닌 저 먼 어디에도 저쪽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인류가 있다. 어느 한 곳에만 있지 않고, 아주 많은 곳에 아주 많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허황한 공상이 아니고, 타당성이 아주 큰 사실이다. - 본문 106쪽, “대등생극론”

○ 우리는 정말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온라인과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할 일이 없다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생활의 많은 일들을 촉진하는 도구로 온라인을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기나 가계부도 상당 부분 온라인 툴을 이용하고 있었으니,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키보드에 익숙해진 손은 노트에서 표현의 한계를 느끼곤 했다. 이는 스마트폰을 둔 채 외출을 했다가 카드도 모바일 쿠폰도 없어서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다는 걸 현실에 마주한 사흘째 저녁의 해프닝에서 가장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느낌도 불편에 한몫했다. SNS 없이는 남한 상공에 북한 무인기가 떴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세상이 아니던가. - 본문 137쪽, “디지털 디톡스, 3일간의 도전”

○ 천도교 수련은 일과 수련이 분리되지 않게, 일상이 수행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교회나 수도원에서만 기도하고, 일상에서는 엉망으로 사는 것은 스승님들께서도 경계하신 것이다. 일상 중에도 수행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선 처음에는 주문을 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주문이 늘 몸속에서 돌아가므로, (힘과 기운이 필요할 때는) 자연히 21자(강령주문+본주문, 강령주문만 하기도 한다)가 외워지고, 조용히 쉬거나 할 때는 13자(본주문)가 자연히 외어진다. - 본문 167쪽, “천도교수련3”

○ 한용운의 생애에서 불교를 제외하고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종교는 천도교였음을 알 수 있다. 최린, 방정환, 오세창, 권동진, 조헌영 등의 천도교계 인사들, 특히 이 가운데 권동진과 오세창은 나이 차이가 큰 연상의 선배들이었음에 불구하고 암울한 일제 말의 한여름에 노구를 이끌고 회갑연에 참석할 정도로 깊은 유대감을 나눈 인사들이었다. 종교를 넘어선 이러한 교류가 있었기에, 이들은 비타협민족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차이를 넘어서는 우의와 연대야말로 공동체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한용운과 천도교계 인사들의 교류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 본문 179~180쪽, “종교를 넘어선 교류와 연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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