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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와의 데이트 : 나는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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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남순
  • 출판사 : 행성B
  • 발행 : 2022년 08월 01일
  • 쪽수 : 440
  • ISBN : 9791164711949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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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가 ‘자크 데리다’와
21세기 지성 ‘강남순 교수’의 철학 “데이트”

자크 데리다는 ‘해체’, ‘차연’ 등의 개념으로 익숙한 사상가이다. 하지만 동시에 데리다의 철학이 난해하고 복잡하여 그의 책은 읽기조차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리다와의 데이트》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평가받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자크 데리다의 철학을 일상의 삶과 연결하려는 시도이다.
저자 강남순 교수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읽기, 해체, 환대, 애도, 연민, 동물, 종교, 함께 살아감 등의 주제를 데리다의 사상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데리다와의 데이트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확장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개념들의 이면을 친밀하고 정밀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은 세상과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싶은 독자, 언어의 깊이와 이면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를 신선한 사유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데이트 메타포로 새롭게 조명하는 ‘자크 데리다’의 철학

자크 데리다는 해체, 차연 등과 같은 개념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철학자이다. 생전의 그를 두고 많은 이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철학자’로 칭할 만큼 데리다의 사상과 ‘아성’은 혁명적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건과 개념의 이면을 탐구하고 의미와 가능성을 새롭게 드러내는 데리다의 철학은 문학, 예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고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데리다의 ‘철학’과 ‘글’을 직접 읽고 탐구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된 ‘학계’ 안에서만 머물렀다. 데리다는 언어를 경계 없이 사용한다. 의미의 반복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인용부호 안에 넣어 새롭게 조명하기도 하며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오간다. 그래서 데리다의 개념은 난해하다는 악명이 높으며 읽기조차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남순 교수는 자크 데리다의 철학을 일상으로 초대한다. ‘데이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여 멀게 느껴졌던 데리다의 개념을 삶 속으로 끌어당긴다. “읽기, 해체, 환대, 연민, 애도, 동물, 종교, 함께 살아감” 등 친숙한 주제를 데리다의 개념 위에서 정밀하게 펼쳐 보이며 데리다의 철학에 독자가 성큼 다가가도록 안내한다.
강남순 교수는 어느 사상가, 어떤 담론을 알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하듯 호기심과 질문을 가지고 조금씩 가까워지면 된다고 말한다. 또 학문적인 글만이 아니라 인터뷰, 에세이, 편지 또는 강연 동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글과 말을 접하며 여러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데리다와의 데이트》는 자크 데리다의 생애와 철학적 자취, 정치 행보 등 복합적인 모습을 여러 통로로 탐구한다. 그리고 그가 추구했던 ‘사랑’, ‘미소’, ‘가능성과 비결정성’과 데이트하며 세밀한 ‘읽기’와 한계를 넓히는 ‘보기’가 가능하도록 이끈다.
이 책은 언어의 깊이와 이면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 삶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싶은 사람에게 새로운 사유와 가능성을 보여준다.

데리다의 ‘철학 도구’와
강남순 교수의 ‘해체’를 동시에 만나는 책

데리다는 우리가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을 끄집어내어 복합적 의미와 가능성을 드러낸다. 언어, 종교, 사회, 예술, 정치, 제도, 문화 등 삶을 둘러싼 수많은 것들의 고정관념을 흔들며 생각과 실천의 폭을 넓히고 일깨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데리다의 주요한 철학 도구를 자세히 소개한다. 해체, 인용부호 속에 넣고 조명하기, 텍스트와 콘텍스트, 차연, 비결정성, 더블 제스처와 더블 바인드 등을 데리다가 어떻게 적용하고 생각했는지 일러주는 것이다. 또 이런 철학 도구 위에 정의, 애도, 환대, 미소, 상속, 함께 살아감 등 데리다가 평생을 두고 씨름했던 주제들을 자세히 안내한다.
《데리다와의 데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함은 바로 강남순 교수의 ‘해체’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순 교수는 데리다와의 데이트에서 탄생한 자신만의 읽기방식, 보기방식, 해석방식을 안내한다. 데리다는 해체가 ‘방법’이나 ‘이론’이 아님을 강조했고 어떤 대상을 애정어리게 바라보며 더 있을 무언가를 탐구하는 작업이라 말했다. 강남순 교수는 이런 해체를 사용해 읽기와 생각하기의 새로운 지평을 제안한다.

데리다의 생애와 주요한 글 수록

이 책의 각 부는 ‘데리다의 글소리’로 시작한다. 데리다가 직접 말하거나 쓴 다양한 글을 담은 것이다. 강남순 교수는 독자의 직접 경험을 위해 데리다의 글을 소개한다. 데리다가 직접 쓴 글을 읽지 않고 데리다에 ‘관한’ 글만 읽는다면 독자가 자신만의 이해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리다의 글은 한국어 번역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글과 영문을 동시에 담아 독자들이 여러 시각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또한 데리다의 생애와 주요 사건들을 소개, 독자가 데리다를 한 인간으로서 만나보도록 이끔은 물론 데리다가 왜 해체의 철학자, 생명의 철학자로 꼽히는지 거시적 이해를 돕는다.

목차

데리다의 글소리

제1장 시작이란 무엇인가: 애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1. 산문적 예민성과 시적 상상력
2. 애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제2장 왜 데리다와의 데이트인가
1. 메타포로서의 데이트
2. 데리다와 나의 데이트: 자서전적 노트
3. 데리다와의 데이트, 그 ‘불편함’과 희열

제3장 왜 데리다인가: 데리다 유산의 상속자들
1. 왜 데리다인가: 데리다는 ‘나’에게 왜 중요한가
2. 우리는 상속자: 존재한다는 것은 상속받는다는 것이다
3. 데리다 유산의 상속: 세 가지 과제

제4장 데리다는 누구인가: 데리다 언더 이레이저
1. 데리다는 누구인가: 오토바이오타나토그라피(autobiothanatography)
2. 재키 데리다, 아웃사이더
3. 데리다의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제5장 데리다, 뿌리 뽑힌 이방인: 저작과 공적 활동
1. 저작과 언어를 통한 혁명
2. ‘낭테르 어페어’: 박사학위 구두시험과 교수직 지원
3.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학문적 활동과 사회변혁운동
4. ‘어페어’들 속의 데리다: 사회정치적 함의들
5. 데리다 사후의 출판
6. 다시, 데리다는 누구인가: 데리다 언더 이레이저

제6장 데리다와의 데이트를 위한 읽기: 일곱 가지 제안
1. 데리다 글에 등장하는 중요한 표현: 다섯 가지
2. 데리다와의 데이트를 위한 읽기: 일곱 가지 제안

제7장 해체적 읽기: 정치적·윤리적 책임성
1. 읽기란 무엇인가: 정치적·윤리적 책임성
2. 해체적 읽기: 생명 긍정의 도구

제8장 해체: 사랑의 작업, 인식 세계의 지진
1. 해체란 무엇인가: 오해와 이해
2. 전통 계승의 과제로서의 해체
3. 차연: 다름과 지연
4. 해체: 생명 긍정의 초대장, 불가능성에의 열정

제9장 환대: 환대 너머의 환대, 편안함의 해체
1. 적대·환대의 질문: ‘당신은 누구인가’
2. “우리는 환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네 가지 의미
3. 적대와 환대의 얽힘: 호스티피탈리티
4. 환대의 두 축과 코즈모폴리턴 환대

제10장 애도와 연민: 함께 살아감의 존재방식
1. 왜 연민인가: 살아감이란 ‘함께-살아감’
2. 연민이란 무엇인가: 근원적인 존재방식
3.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 애도의 정치학과 코즈모폴리턴 연민

제11장 인간과 동물: ‘동물에 대한 범죄’를 넘어서
1. ‘자서전적 동물’: ‘동물’은 철학적 주제가 될 수 있는가
2. ‘우리가 동물이라고 부르는 그것’, 고양이와의 조우
3. ‘동물’, 동물에 대한 범죄와 동물의 식민화
4. 인간과 동물: 주권과 죽일 수 있음
5. 인간과 동물 관계의 변혁: 존재론적 필요성과 윤리적 의무

제12장 데리다와 종교, 데리다의 종교: 종교 없는 ‘종교’
1. 우리는 종교가 무엇인지 모른다: 종교의 ‘발명’
2. 종교, 범주화 열병
3. 데리다와 종교
4. 데리다의 종교: 종교 없는 ‘종교’

제13장 데리다의 유산, ‘함께 살아감’의 과제
1. 데리다는 페미니스트인가
2. ‘새로운 선생’, 데리다: ‘전적 타자’를 향한 관대함, 시선 그리고 웃음
3. 데리다의 유산, 함께-살아감의 과제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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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본문중에서

복잡한 개념들과 사상 줄기들을 배우고자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우선 가지게 되는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암담함이다. 이것이 내가 ‘데이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중략) 흥미롭게도 내가 ‘데이트’라는 메타포를 쓰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지적 좌절감’을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보곤 한다.
- 40쪽

어느 날 우연히 데리다가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스스로 쓴 조사(funeral address)를 읽게 되었다. 그 조사를 읽어 내려가는데, 가슴속에 뭔가 뭉클함이 느껴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로서의 데리다가 아니라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이, 자기 죽음의 침상에서 이러한 조사를 어렵사리 써 내려가는 모습의 인간 데리다가, 돌연히 내 앞에 등장하는 것 같았다. 이 조사를 되풀이해 읽으며 비로소 서서히 그에 대한 강렬한 연민, 호감 그리고 호기심의 싹이 트이기 시작했다. (중략)
“내가 여러분을 향하여 끝까지 미소 지을 것처럼, 나를 향하여 미소 지어 주십시오.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그리고 살아남음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든지 여러분에게 미소 지을 것입니다.”
- 50~51쪽

데리다는 자신을 어떠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까. 데리다는 자신을 “뿌리 뽑힌 아프리카인(uprooted African)”이라고 표현한다. (중략) 알제리에서 태어났지만 알제리에 소속되었다는 고향성을 경험하지도 못했고,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했지만, 그는 프랑스에 소속되어 있다는 경험도 하지 못했다. 프랑스 학계 또한 데리다를 전적으로 환영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학들은 데리다 저서와 사상을 소개하고, 데리다를 초청해 강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인 불어가 중심어가 아닌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뿌리 뽑힌” 존재라는 의식을 늘 품고 있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러한 소외와 주변화의 경험은 아픔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주변부적 삶이 데리다가 사물과 사람에 섬세한 시선을 키우고 심화시키게 만든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고 나는 본다.
-105쪽

‘나의 렉시콘’은 거시적 읽기와 미시적 읽기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된다. 개념목록을 만들 때, 다음과 같은 점이 들어가면 도움이 된다. 첫째, 그 특정 개념이 왜 그리고 어떻게 자신에게 와 닿았는지 간략하게라도 메모를 남긴다. 둘째, 그 개념을 어디에서 만났는지 책 제목과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적어놓는 것이다. 자신이 세부적 정보를 언제나 기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세부적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면 후에 다시 그 부분을 찾아볼 수도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읽기에서 나는 이 개념목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63쪽

‘더블 제스처’는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으로 시작하고, 그다음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으로 이어진다. ‘한편으로는’은 1차 읽기에서 만나는 텍스트의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어 인정하는 시도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에서는 2차 읽기에서 나오는 텍스트의 한계, 전통적 해석의 문제점 등을 짚어내는 것이다. 데리다의 글을 자세히 보면 이 ‘더블 제스처’가 자주 나오며 해체적 읽기를 통한 ‘더블 리딩’ 방식을 볼 수 있다.
-187쪽

‘일어나는 사건’으로서 해체를 이해하기 위해, ‘키스’를 메타포로 차용해 해체를 상상해보자. 두 사람 간의 키스 행위는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키스는 매번 ‘일어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이다. 형식적인 것이 아닌 ‘사건’으로서의 진정한 키스는 그 반복성에도 불구하고, ‘키스론(theory of kiss)’ 또는 ‘키스주의(kissism)’ 등으로 이론화하고 고정시켜서 체계화할 수 없다. 데리다의 글에 등장하는 ‘사건’이라는 개념은 두 가지 독특한 특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하나는 ‘대체 불가능성(irreplaceabi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반복 불가능성(unrepeatability)’이다.
-201쪽

우리가 흔히 말하고 듣기도 하는 ‘당신은 누구인가(who are you)’는 환대의 영역에서 중요한 질문이다. ‘문지방 질문(threshold question)’이라고도 한다. 즉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있는 문지방처럼 이 질문은 환대의 질문이 될 수도 있고, 적대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가게 되었거나, 공항의 보안 검색에서 이 질문을 받는다면, 그것은 의심과 탐색의 의도를 내포한 ‘적대의 질문’이다. 반면 상대방을 만나는 것에 기대를 안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이 질문은 ‘환대의 질문’이다. 이 환대의 질문은 ‘미소’와 함께 던져지는 질문이다. 이 점에서 데리다는 ‘진정한 환대는 미소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227쪽

환대의 문제가 개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볼 때, 언어 역시 이러한 권력의 복합적인 문제에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세계의 각기 다른 언어권을 여행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면, ‘언어’라는 것이 어떻게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규정하는가를 경험하게 된다. 소위 국제회의에서 주된 공용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다. 그리고 독일어나 불어는 언제나 예외 없이 동시통역이 이루어진다. (중략) 그런데 영어가 서툴고 동시통역도 안 되는 언어 사용자는 어떻게 되는가. 그러한 언어권에서 온 사람들은 회의의 방향 설정이나 발언 권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제되며, ‘2등 인간’ 또는 ‘3등 인간’으로서 중심부에서 밀려나 주변부적 존재로 위치하게 된다.
- 232쪽

데리다에 따르면, 이 세계에는 ‘인용부호가 없는 개념’과 ‘인용부호가 있는 개념’, 이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매우 평범한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인용부호가 없는 개념이다. 그런데 데리다가 그 개념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것 같은 개념이 전적으로 새로운 의미의 결들을 지니며 등장하게 된다. 즉 ‘인용부호가 있는 개념’의 의미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인용부호가 없는 함께 살아감 그리고 인용부호가 있는 ‘함께 살아감’이 등장하면서, ‘함께 살아감’의 매우 심오한 복합성이 드러나게 된다.
-268쪽

인간은 자신들의 착취, 박해, 고문 그리고 살인과 같은 것을 정당화하고자 할 때에만, 인간을 동물과 일체화한다. 즉 누군가가 매우 나쁜 일을 할 때, ‘짐승만도 못한 사람’ 또는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 등과 같이 어떤 부정적인 경우에만 인간을 동물과 일체화시킨다. 그런데 그렇게 인간을 동물에 빗대는 표현에는, 이미 ‘동물’은 인간보다 못한 존재라는 ‘존재의 위계주의’가 작동된다. 즉 인간이 동물과 단지 ‘다르다’가 아니라, 인간은 동물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인간 중심주의적 위계가 매우 ‘자연스럽게’ 상식적인 것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인간이 ‘동물’이라고 지칭하는 동물은 인간처럼 의도성을 가지고 다른 생명을 고문하고, 착취하거나 살상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 나의 벗은 몸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사유는 시작된다.
-308쪽

데리다는 단순히 ‘동물권(animal rights)’ 운동을 전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심오한 근원적 문제로 우리를 초대한다. 한편으로는 윤리와 동물성의 문제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들에 대한 관계의 토대를 흔드는 해체의 제스처다. 즉 우리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전통들, 경전들 그리고 철학적 유산들을 근원적으로 재고해야 함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데리다의 동물성에 대한 개입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서의 해체’가 작동된다. 그리고 이 해체 과정에서 ‘인간 타자(human other)’만이 아니라 ‘비인간 타자(nonhuman other)’에 대한 ‘무조건적 책임(윤리)’과 ‘조건적 실천(정치)’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고 구성하게 한다.
-326쪽

데리다는 ‘당신은 무신론자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데리다는 “나는 확실히 무신론자로 통하지요(I quite rightly pass for an atheist)”라고 답한다. 데리다의 답변은 우리의 기대방식을 벗어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은 무신론자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네’ 또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데리다는 ‘네,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또는 ‘아니오, 나는 무신론자가 아닙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확실히 무신론자로 통하지요’라고 답한다. 무슨 의미인가.
-342쪽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비가시적’이다. 그 누구도 신을 직접 보거나 손이라도 잡고 악수하며 만진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유신’ 또는 ‘무신’이라는 개념은 여러 딜레마를 지닌다. 그러니까 신이 ‘있다-없다’ 또는 ‘존재한다-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물음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존재한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규정하기 전에, 신의 존재 유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한 선언도 재조명해야 한다. (중략) 니체의 선언에서 무엇보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신이 ‘죽었다’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죽었다’고 선언되는 그 신은 도대체 ‘어떠한 신’인가라는 물음이다.
-348쪽

데리다의 해체는 문자화된 텍스트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갖가지 ‘텍스트’들을 접근하는 출발점 자체를 새롭게 만든다. 즉 ?

저자소개

강남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교수.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했고, 한국과 영국의 대학교에서 가르쳤다. 2006년부터 교수로 일하는 지금의 대학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적, 신학적 담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한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와 사랑의 문제들에 대한 학문적·실천적 관심을 두고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경향신문》, 《시사인》 등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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