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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의 매일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고 있기에, 배우가 연기하는 건 너무 친숙한 사건이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연기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화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자신의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환기했던 장 뤽 고다르 감독은 〈그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1966)에서, 배우와 캐릭터의 차이, 그리고 연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13명의 영화평론가는 각자 선택한 스타/배우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 서문에서

제1부 한국영화의 파워

1장 이병헌
‘상처받은 영혼’과 비극의 눈물

2장 송강호
그만의 ‘언어 시소’(A Verbal See-saw)

3장 최민식
〈올드보이〉와 〈명량〉의 배우

4장 김윤석
소문자 한국인, 그러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 모습

제2부 장르 연기의 마스터

5장 김혜수
촌스러운 요구들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6장 강동원
영화가 강동원을 만났을 때

7장 손예진
그녀의 영화는 계속된다

제3부 천의 얼굴의 카멜레온

8장 전도연
스타 페르소나, ‘한국 여성의 자화상’

9장 하정우
그물에 갇히지 않는 ‘스크린 노마드’

10장 유아인
카멜레온 혹은 아웃사이더

제4부 인생을 채색하는 배우

11장 윤여정
윤여정과 윤여정들

12장 김민희
도망치지 않은 여자

13장 정가영
‘정가영의 세계’

참고 문헌

제1부 ‘한국영화의 파워’의 이병헌,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은 한국영화의 흥행을 견인해온 스타들이다. 「이병헌: ‘상처받은 영혼’과 비극의 눈물」에서, 서곡숙은 이병헌이 출연한 여러 편의 영화 가운데 멜로드라마 8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병헌은 액션영화에서는 터프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보이지만, 멜로드라마에서는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 여성적이고 섬세한 이미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영원한 청년’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스타이다. 「송강호: 그만의 ‘언어 시소’」에서, 지승학은 송강호가 ‘연기 언어’와 ‘자기 언어’의 시소관계 속에서 송강호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계속 성장해왔다고 평가한다. 「최민식: 〈올드보이〉와 〈명량〉의 배우」에서, 안치용이 평가한 최민식은 일찍 스타덤에 오른 엘리트 영화인으로서, 강하고 선이 굵은 캐릭터를 통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김윤석: 소문자 한국인, 그러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 모습」에서, 정재형은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 허구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현실의 안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다른 한편으로 김윤석은 역할을 통해 한국사회의 어둠과 마주해온 스타이다.

제2부 ‘장르 연기의 마스터’의 김혜수, 강동원, 손예진은 특히 장르 영화에서 재능을 발휘해 온 스타들이다. 「김혜수: 촌스러운 요구들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에서, 송아름은 김혜수가 영화 밖에서는 파격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했지만, 영화 안에서는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면서, 그 전형을 통해 자신만의 인물을 완성 시켜왔다고 분석한다. 「강동원: 영화가 강동원을 만났을 때」에서, 송영애는 강동원이 지난 17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고 평가한다. 영화가 강동원을 만나면, 강동원의 아름다움이 최대한 활용된다! 「손예진: 그녀의 영화는 계속된다」에서, 송연주는 손예진이 20년이 넘은 연기경력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스무 편의 영화와 열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해왔다고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손예진은 여배우의 입지를 넓히고, 여성 주인공의 블록버스터도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3부 ‘천의 얼굴의 카멜레온’의 전도연, 하정우, 유아인은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함으로써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온 스타들이다. 「전도연: 스타 페르소나 ‘한국 여성의 자화상’」에서, 서성희는 전도연이 전형적인 미인이 아닌 부족함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든 배우라고 평가한다. 전도연은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해온 뛰어난 자질의 스타이다. 「하정우: 그물에 갇히지 않는 ‘스크린 노마드’」에서, 임정식은 하정우의 이미지를 두 가지로 나눈다.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와 섬세하고 인간적인 온기를 지닌 이미지. 하정우는 전자의 이미지를 통해 흥행작의 스타로 등극했고, 후자의 이미지를 통해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유아인: 카멜레온 혹은 아웃사이더」에서, 김경욱은 유아인이 ‘오버액션 연기’에서 ‘연기하지 않는 연기’로 나아간 궤적을 설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유아인은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온 스타이다.

제4부 ‘인생을 채색하는 배우’의 윤여정, 김민희, 정가영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연기자의 삶을 살아가는 배우들이다. 「윤여정: 윤여정과 윤여정들」에서, 강선형은 2021년,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스크린 안팎에서 개인사와 한국 영화사를 멋지게 아울러 온 배우라고 설명한다. 「김민희: 도망치지 않은 여자」에서, 최재훈은 남성 중심의 영화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소진하던 김민희가 박찬욱의 〈아가씨〉를 거쳐 홍상수와의 만남을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평가한다. 「정가영: ‘정가영의 세계’」에서, 이승민은 정가영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자신의 이름과 역할을 가지고 출연한 독특한 감독-배우라는 점에 주목한다. 감독이자 배우 정가영은 영화의 다양한 경계를 넘어 주류의 터부에 균열을 내는 작업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