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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미술사 : 현대 미술의 거장을 탄생시킨 매혹의 순간들

원제 : The Art of Rival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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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친구는 가까이,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지금처럼 빠르게 실생활에서 4차 산업 혁명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로봇 공학, 사물 인터넷 등은 이제 실생활에서 친구나 지인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로 완전히 대체되는 세상이 정말 올까?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채운다. 그리고 주변인에는 친구뿐 아니라 라이벌도 포함된다.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는 “친구는 가까이,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라고 아들 마이클에게 가르쳤다. 이 말에서 적을 라이벌로 고친다면 바로 미술사에서 기념비적인 발자국을 남긴 네 쌍의 예술가들에게 안성맞춤으로 적용할 수 있다.

여덟 명의 천재가 절망과 혼돈을 넘어
시대를 바꾼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미술사’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예술가들인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 드가,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은 서로에게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이들 여덟 명의 예술가는 각각의 라이벌에게 우정과 경외, 질투와 욕망, 야망과 절망의 감정을 느낀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획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의 핵심은 바로 라이벌이다. 이 책 『관계의 미술사』는 바로 숙명의 관계인 라이벌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술 비평가 서배스천 스미는 미술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 네 쌍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낸다.
그가 선택한 여덟 명의 예술가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이 깃든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창작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들의 관계는 그들이 추구하던 예술과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게 된다. 싹텄던 친밀감은 한순간 깨지고, 배신의 아픔은 위대한 변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출간 즉시 수많은 미술 비평가와 미디어로부터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천재 예술가들의 뿌리가 된 관계를 다룬 매우 훌륭한 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관계의 미술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전 세계로 판권이 계약되며 북미와 유럽 전역의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우정과 경쟁이라는 미묘한 경계를 양분으로 어떻게 예술이 탄생하고 꽃 피우는지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창조적 영감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예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과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가장 강한 불꽃은 가장 강한 강철로 만들어졌다’
근현대 미술을 이끈 영혼의 라이벌들


마네와 드가_ 도전, 농담 혹은 패러디 vs 관음적인 비밀스러운 드라마
1장은 마네와 드가의 라이벌 관계를 다룬다. 그들은 예술적 고민을 나누던 친밀한 동료이다. 그러나 ‘진실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면에서 마네는 불안으로 가득한 가식의 변장 놀이로, 드가는 진실을 꿰뚫어 가면을 벗긴다는 자세로 초상화를 대한다. 그리고 마네는 드가가 그려준 부부의 초상화를 찢어버린다. 과연 초상화에서 마네는 어떤 진실을 본 것일까?
마티스와 피카소_직관적 입체주의자 vs 상징적 해체주의자
2장의 라이벌은 마티스와 피카소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레오 스타인과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수집가들의 지원, 새로운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끊임없이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직관적 입체주의자이자 야수들의 야수 마티스와 상징적 해체주의자이자 욕망으로 충만한 고양이 피카소는 근본적인 독창성을 두고 치열한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른 개성과 맞붙어 고투하며 관습을 굴복시키고 새로 미술 사조를 탄생시킨다.
플록과 드쿠닝_ 붓을 든 서부의 카우보이 vs 자유분방한 육욕주의자
3장의 라이벌은 폴록과 드쿠닝이다. 뉴욕의 시다 태번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술을 마시던 폴록과 드쿠닝은 화가와 비평가, 화상들 사이에서 철학이자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던 ‘위대함’에 걸맞는 예술가들이다. 우연을 캔버스로 끌어들여 물감의 모든 움직임을 사방으로 해방시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에서 예술적 돌파구를 찾아낸 드쿠닝은 비범한 재능으로 즉흥성을 신명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드쿠닝은 폴록이 갑작스레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뒤엔 그의 연인과 사귄다. 그들의 그림에서 풍기던 자유분방함은 삶에 그대로 투영된 것일까?
프로이트와 베이컨_ 사실 없는 사실성 vs 사실의 잔혹성
마지막으로 4장의 라이벌은 프로이트와 베이컨이다. 1950년대, 베이컨은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이고 프로이트는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화가이다. 이들의 강렬하면서도 불균형적인 우정은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렬한 친밀감과 객관적인 관찰을 옹호하는 프로이트와 약간의 간격과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는 베이컨은 영원히 만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평행선 같다. 결국 프로이트가 베이컨의 초상화를 그렸던 무렵부터 위기를 맞고, 운명처럼 문제의 초상화는 훗날 도난당한다.

추천사

미술사는 때때로 체스 게임처럼 기술되기도 한다. 말 하나가 움직이면 뒤이어 다른 말이 움직이듯, 인간의 열정을 제거한 지적인 과정으로만 설명된다. 아니면 모든 것이 사소한 원한과 은밀한 불륜으로 귀결되는 연속극처럼 기술되기도 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의 예술 비평가 서배스찬 스미의 『관계의 미술사』는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밑바닥의 혼돈에서 벗어나 천재가 되는 고귀한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데 성공한 흔치 않은 책이다. “교과서가 외면하는 친밀감의 영역이 미술사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스미는 설명한다.
- 「이코노미스트」

눈을 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동시에 예술, 예술가와 후원자, 그리고 캔버스에서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을 위해 얽힌 무수한 관계들과 그와 연관된 더 많은 이야기들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 「뉴욕 타임스」

서배스천 스미는 섬세하고 예리한 태도로 유명 화가들 네 쌍의 세계를 중편 소설처럼 풀어낸다. 『관계의 미술사』는 유익하고 순수한 기쁨을 주며, 권위를 갖춰 신중하게 쓴 책이다.
-「보스턴 글로브」

스미는 큰 변혁의 촉매 역할을 했던 독특한 창작자들의 모습을 이 책에 담아냈고, 그런 의도를 모든 페이지에 정확히 녹여냈다.
-「애틀랜틱」

미술사와 심리학을 흥미롭게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마네와 드가, 마티스와 피카소, 폴록과 드쿠닝, 프로이트와 베이컨 사이에 싹텄던 경쟁의 성격을 띤 우정에 주목한다. 예술가 네 쌍의 관계는 창작의 과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는데, 그 과정에는 혁신적인 창작의 돌파구와 절망적인 창작의 벽도 공존한다.
-「뉴스데이」

신선하고 유익한 미술사적 접근법! 두 인물의 초상을 다룬 서배스천 스미의 글은 깊은 감동을 준다.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예술적, 정서적 공생에 관한 연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북리스트」

서배스천은 라이벌인 두 사람이 상대방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그림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모든 재능이 깃든 『관계의 미술사』는 예술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이 담긴, 놀라울 정도로 몰입되는 책이다.
- 애덤 고프닉(Adam Gopnik), 『파리에서 달까지』, 『식탁의 기쁨』 저자

현대 미술의 역사에서 친구이자 경쟁자의 관계에 있던 유명 예술가들은 매혹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이제야 처음 나오다니 이상한 노릇이다.
- 피터 쉴달(Peter Schjeldahl), 「뉴요커」 미술 비평가

목차

관계의 미술사 도판
들어가며

01. 마네와 드가 - 찢어진 초상화

초상화는 누군가를 읽어내는 작업이다. ‘진실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면에서 마네는 불안으로 가득한 가식의 변장 놀이로, 드가는 진실을 꿰뚫어 가면을 벗긴다는 자세로 초상화를 대한다. 그리고 마네는 드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찢어버린다. 과연 그는 초상화에서 어떤 진실을 본 것일까?

02. 마티스와 피카소 - 위험한 미치광이들의 전시실
새로운 미술 사조는 예술가의 개성이 확고하게 정립되어 자신의 틀을 깰 뿐 아니라, 다른 개성과 맞붙어 고투하며 관습들을 굴복시켜야 태어난다. 직관적 입체주의자이자 '야수들의 야수' 마티스와 상징적 해체주의자이자 ‘욕망으로 충만한 고양이 피카소'는 근본적인 독창성을 배경으로 치열한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03. 플록과 드쿠닝 – 같은 영혼을 가진 상상 속의 형제들
뉴욕의 시다 태번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술을 마시던 폴록과 드쿠닝은 화가와 비평가, 화상들 사이에서 철학이자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던 ‘위대함'이라는 것에 걸맞는 예술가들이다. 우연을 캔버스로 끌어들여 물감의 모든 움직임을 사방으로 해방시킨 폴록과 비범한 재능으로 즉흥성을 신명으로 표현한 드쿠닝은 자유분방한 풍경 안으로 새로운 시대를 초대한다.

04. 프로이트와 베이컨 – 도난당한 초상화
도난당한 초상화는 거기에 없다. 하지만 그림은 그 자체로 거기에 존재한다. 이러한 역설은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바라보는 두 대가의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강렬한 친밀감과 객관적인 관찰을 옹호하는 프로이트와 약간의 간격과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는 베이컨은 영원히 만날 수 없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평행선과 같은 관계를 보여준다.

참고자료

본문중에서

각각의 쌍을 이루는 두 예술가들이 가진 서로 다른 두 기질, 두 종류의 매력은 상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또한 그 시기는 양쪽 모두가 주요 창작적 돌파구의 정점에 있었고, 각자 대단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자신만의 특징적 스타일은 아직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때였다. 진실이든 아름다움이든 단 하나의 개념만이 우위를 차지하는 일은 없었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런 다음 각각의 관계는 익숙한 하나의 역학 관계에 놓인다. 한 사람이 예술적 또는 사회적 면에서 부러울 정도로 뛰어난 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관계 말이다. 한 사람이 기꺼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식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신중함이 지나치거나 이런저런 완벽주의가 뒤섞여서, 혹은 근성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가로막히면서 뒤처지는 식이었다. 이렇게 능숙하고 대담한 동료와 마주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해방된다. 가능성의 틈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획득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 27p

아무리 비공식적인 성격을 띤다 해도 어떤 집단에서든 결국은 일종의 서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티뇰 그룹의 비공식적 리더가 마네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비평가나 대중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그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비슷한 동료 예술가들 사이에서 마네의 위상은 굳건했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이며 마음이 잘 맞는 동료였을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도 신뢰할 만했다. 진보적인 화가, 시인, 작가 중에서 마네는 가장 대담하고, 용감하며, 감탄스러울 만큼 고집 센 사람이었다. 확실히 마네보다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도 없었다.
- 78p

마네에게 진실이란 파악하기 힘들고 복합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사회적 상호작용, 유희, 위트로 이루어진 피상적 놀이를 즐겼다. 자기 그림의 모델에게 늘 화려한 의상을 입혔고, 개개인의 정체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다양한 가면 아래 감추고 있는 것을 본질적으로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드가의 경향은 그와 정반대였다. 드가는 축제의 베일을 걷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진실을 꿰뚫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빛 아래로 드러나게 마련인 숨은 진실을 집요하게 의식하며 다녔다. 만약 마네가 이것으로 위협을 느낀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가 의도적으로 어두운 곳에 꽁꽁 감추어둔 것들이 그의 사적인 삶 속에 너무 많기 때문일 터였다.
- 80p

수집은 즐거움을 통제로, 혼돈을 질서로 승화시키는 활동이다. 본인이 예술가라 할지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열정적이고 자부심 넘치며 외로운 사람에게 있어 고전적 발산 수단인 수집은 또한 보수와 복원, 회수를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 121p

이후 18개월에 걸쳐 일어난 일은 현대 미술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똑같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나 감성과 기질 면에서 완전히 달랐던 두 천재가 ‘누가 진정으로 근본적인 독창성을 성취할 것인가’를 놓고 겨루는 한 판 승부가 벌어진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 싸움에서의 승리는 누가 위대한 작가로 선택되느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한 사람이 상대를 얼마나 진실로 알아보고 인정할 것인가, 또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항해 자신의 고유성을 얼마나 지킬 것인가―다시 말해 의도적으로 하나의 경향을 고수하면서 무엇을 볼 것인가, 혹은 보지 않을 것인가의 싸움이었다.
- 167p

여러 해가 지난 뒤 마티스는 피카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피카소는 자신이 “어떤 종류의 재주넘기를 시도하든 결국은 고양이처럼 두 발로 잘 착지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에 대해 피카소는 이렇게 화답했다. “네, 그건 정말 사실입니다. 일찍부터 저는 균형 감각과 구성 감각을 넘치도록 갖고 있었거든요. 어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다 해도 화가로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도전할 리는 없을 겁니다.”
- 169p

그렇게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고 나 자신에 대해 성실하지 못한 태도라고 여겼다. 예술가의 개성이 개발되고 확고히 정립되는 것은 다른 개성과 맞붙어 고투하며 싸울 때라고 생각한다. 싸움에서 지고 개성이 결국 굴복하고 만다면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210p

드쿠닝이 폴록에게 감탄했던 부분은 루치안 프로이트가 프랜시스 베이컨에게서 발견했던 부분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화가로서 폴록이 성취한 업적보다는 삶에 대한 폴록의 태도와 더 관련된 것이었다. 어쩌면 그 둘의 구별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놀라운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폴록의 매력이 어느 정도 미적 가치와 연관이 있다면 그 매력은 캔버스 위의 물감이 아닌, 모든 속박을 벗어던진 삶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기대와 예의, 윤리 따위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내면 깊숙한 순수함에 호소하는 어떤 것의 아름다움 말이다.
- 276p

폴록과 드쿠닝은 평론가들 및 당대 사람들이 이미 규정한 자신들의 역할, 즉 개척자, 선도자,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불가피한 역할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서로를 경계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은 이내 털털하게 지내며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했다.
- 282p

1952년에 프로이트가 베이컨과 무릎을 바짝 붙이고 앉아 세 달 넘게 작업했던 그 그림은 프로이트의 초기작 중 하나이자 최고로 탁월한 작품임에 틀림없었다. 그 초상화에는 완숙해진 프로이트의 예술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특징들, 즉 강렬한 친밀감과 더불어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인 시선이 나타나 있다. 이 초상화는 프로이트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주었으며, 그의 젊은 시절 초기작과 관록 있는 후기작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비록 도난당한 뒤 수년이 지나긴 했지만 만약 초상화를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떨까?
- 341p

베이컨은 자신의 그림 〈회화〉를 “서로의 위에 올라탄 우연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작동한다 치면, 그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 362p

또 하나 중요했던 지점은 유화 물감을 향한 베이컨의 본능적인 애정이었다. 베이컨은 물감을 휙휙 급하게 다뤘다. 선을 따라 공간을 주의 깊게 채워나가는 프로이트의 방식과 완전히 다른 그 속에는 위태로우면서도 에로틱한 느낌이 존재했다. 또한 베이컨에게는 몰두하는 힘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베이컨에게 “비범할 정도의 자제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몇 날 며칠이고 허송세월하는 때도 있었겠지만 일단 창작의 순간이 찾아오면―대개는 전시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베이컨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쉼 없이 작업했다.
- 363p

하지만 프로이트는 완성된 예술 작품이 자율성, 즉 독자적 생명력을 획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자신의 그림이 그저 친밀한 관계들의 기록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론 거의 지나치게 감상적인 감흥을 일으킬 뿐이라는 잠재적 비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화가는 눈앞의 모든 사물이 다만 가져다 쓰고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여겨야 한다. 자연을 섬기는 화가는 직업적인 화가에 지나지 않는다. 화가가 충실히 모사한 대상이 그림 옆에 걸릴 일은 없으며, 그림은 그 자체로 거기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림의 대상이 정확히 모사되었는가 하는 문제에 나는 관심이 없다. 그림이 설득력을 갖든 아니든 그건 오로지 그림 자체, 바로 거기 눈에 보이는 그대로에 달려 있다. 그림의 대상은 그저 화가의 반응을 일으키는 아주 내밀한 기능만을 담당해야 한다.”
- 416p

훗날 프로이트는 “(나의 초기) 작업 방식은 너무 고돼서 영향력을 받아들일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베이컨이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베이컨의 영향력은 프로이트의 모든 것을 건드렸다. 프로이트에게 있어 베이컨은 삶의 수많은 변화뿐 아니라 천천히 타올랐다 해도 어쨌든 진정한 예술적 위기를 겪는 계기를 제공해준 동료였다. 이는 프로이트의 작업 방식은 물론 작업 주제에 관련된 의견 및 그의 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감각에도 영향을 끼쳤다.
- 417p

도난당한 초상화를 되찾기 위해 프로이트가 디자인했던 현상 수배 포스터는 그게 비록 농담이었다 해도―내 생각에 그 포스터는 베이컨을 ‘잡히지 않는 범죄자’로 여긴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고, 어쩌면 디킨의 사진이 “진짜 예술가가 찍은 교도소 머그샷” 같다는 점에 대한 수긍이었던 듯도 하다―어쨌거나 매우 정곡을 찌르는 작업이었다. 그 매혹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그 사람, 또 그와의 중대한 관계가 자신에겐 어마어마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그 그림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 427p

저자소개

서배스천 스미(Sebastian Sme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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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배스천 스미는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미술 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이전에는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에서 미술 비평가로 일했으며, 같은 시기인 2011년에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2008년에도 같은 부문 차점자에 오른 적 있다.
「보스턴 글로브」에 합류하기 전인 2004∼2008년에는 시드니에서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의 미술 비평가로 활동했다. 그보다 앞서 4년간 영국에서 살면서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에 소속되어 일했고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 「가디언(The Guardian)」 「인디펜던트(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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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에서 다년간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인문, 예술,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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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와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예술 전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광고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 『수영하는 여자들』, 『안녕은 단정하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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