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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글쓰기 레시피 :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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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민영
  • 출판사 : 아트북스
  • 발행 : 2021년 05월 18일
  • 쪽수 : 31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196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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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최고의 작품감상은 글쓰기!

미술의 특성에서 시작하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미술 글쓰기 가이드북이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


“감상은 보기까지가 아니라 쓰기까지입니다. 감상의 완성은 쓰기입니다.”(「쓰기는 감상의 완성」, 82쪽)

미술 글쓰기는 ‘글쓰기’를 하되 ‘미술’에 한정해서 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먼저 공간예술인 미술과 시간예술인 글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 미술과 글의 차이에 어두운 상태에서 쓰기에 나서면, 어떻게 써야 할지 대략난감일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미술에 특화된 글쓰기 레시피다.

사람들이 라면을 끊일 때도 레시피를 따라하면, 먹을 만한 라면을 끊일 수 있듯이 미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사용 가능한 레시피를 알고 그것을 따라해 보면, 막연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있다. 미술 글쓰기가 손에 익으면 글쓰기 레시피를 버리고 자유롭게 요리하면 된다. 이 책의 제목이 ‘미술+글쓰기+레시피’인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미술 글쓰기 책은 길다 윌리엄스의 『현대미술 글쓰기』(2016)가 유일하다. 문제는 이 책이 미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번역서인 탓에, 일반인이 보고 사용하기에는 무뚝뚝해서 거리감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출간되는 『미술 글쓰기 레시피』는 일반인이 작품감상의 완성으로서, 자기 감상을 글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간편식’ 같은 책이다. 미술 글쓰기에 관한 국내 저자의 단행본으로는 첫 책으로, 독자와 소통을 바라는 전공자도 참고할 수 있다. 내용은 작품감상에서 의미나 정답 찾기라는 통념을 깨는 데서 시작하여, 미술 글쓰기의 노하우를 소개하며 자신감을 심어준다. 더불어 노하우를 적용한 글쓰기 사례들을 곁들여서 이론과 실제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게 했다.

보기만 하는 감상에서 글쓰기로 완성하는 감상으로

“미술은 쓰는 만큼 더 잘 보입니다. 미술에 관한 글쓰기는 미술을 깊이 사랑하기입니다.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만듭니다. 미술품 수집이 미술을 사랑하는 열정의 표현이라면, 미술에 관한 글쓰기는 어떨까요? 작품에 표현된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감상법입니다. 작품을 보고 또 보며, 한 자 한 자 쓰는 행위는 작품을 가슴에 상감(象嵌)하는 경건한 의식입니다.”(같은 곳, 79쪽)

이 책은 미술잡지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20년째 미술출판 일을 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미술로 하는 글쓰기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2019년에 그림을 구성하는 소재나 물성, 인물, 사물 같은 다양한 요소 중 어느 한 요소에 집중하는 감상법인 『원 포인트 그림감상』(2020세종도서 우수도서)을 출간한 바 있는데, 이 책은 그 이론편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실전편이 출간되고, 이론편이 뒤에 나온 셈이다. 그간 저자는 출판계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미술 대중서의 기획 노하우를 밝힌 『정민영의 미술책 기획노트』, 편집자와 북디자이너 간의 소통 관계를 다룬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대중 미술서를 리뷰한 『미술책을 읽다』 등을 펴냈는데, 이번에는 ‘미술에 관한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라며, 풍부한 예시로 미술작품 감상 후 자기 이야기를 써보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미술잡지 기자 시절,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술 글쓰기 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 미술 글쓰기 책이란 미술의 특성과 미술 글쓰기에 필요한 요소를 바탕으로, 그것을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하는 가운데 응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따라서 이 책은 미술의 특성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미술에 대한 글쓰기(writing about Art)가 아닌 미술로 하는 글쓰기(writing in Art)에 방점을 찍는다. 즉 미술작품 감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미술 글쓰기에 집중한다.

각 장 말미에는 5편의 ‘팁’과 1편의 ‘보론’을 실었다. 팁은 「방명록과 서명」 「왜 제목이 ‘무제’인가?」 「그림은 왜 원작으로 감상해야 할까?」 「알아두면 좋은, 작품 도판 저작권 사용료」 「전시장 벽은 왜 흰색일까?」 등 미술작품 감상과 관련 글쓰기를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한번쯤 궁금할 법한 내용을 짚어준다.

보론인 「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는 작품의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노하우를 공개한다. 이를테면 김두량의 「월야산수도」에서 보름달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신윤복의 「단오풍정」에서는 호기심 어린 사미승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이인성의 「여름 실내에서」에서는 이국적인 실내 풍경에서 색동 고무신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빼기 감상’)하고 보면, 누구나 작품의 조형미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감상, ‘의미 찾기’에서 ‘의미 짓기’로

1장은 작품을 감상할 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정답 맞히기’의 고질적인 강박부터 짚는다. 미술감상을 둘러싼 통념 깨기의 장이자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코너다.

음악 글쓰기든, 연극 글쓰기든, 미술 글쓰기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미술을 소재로 글을 쓸 때 알아야 할, 미술이 갖는 고유한 특성 파악은 물론 작품감상의 병폐인 ‘의미 찾기’나 ‘정답 찾기’, ‘의미 맞히기’나 ‘정답 맞히기’를 직시한다. 또 정답 같은 착각을 주는 남의 시각―미술사가나 미술평론가 같은 전문가의 시각―에 신경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정답이 없고 감상에도 답이 없으므로, 자신의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림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거칠거나 부드럽게, 화려하거나 소박하게, 사실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감상자가 말을 걸어야 합니다. 표정을 보며 말을 걸되,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질문을 떠올린 자신에게 있습니다. 남의 말(해석)을 그대로 따르는 것(감상의 외주화)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설령 처음에는 남의 해석에 의지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자기 생각을 피워야 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듯이 자료의 도움을 받으며, 늘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해석으로 작품을 살아 있게 해야 합니다. 답은 감상자의 질문만큼 제각각입니다.”(「감상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기」, 68쪽)

감상을 하는데 미술사(美術史)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미술사가의 고정된 시각이나 관점이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감상할 때에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이게 뭐지?’ ‘왜 이럴까?’ 등의 의문으로 낯선 대상을 들여다본 후 질문으로 생각의 초점을 잡는다면, 질문이 뜻밖의 발견을 낳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특별할 것 없는 이중섭의 「길」을 보면서 유난히 짙푸른 바다색과 하늘이 황토색으로 채워진 점에 의문을 표한다. “하늘과 달리 바다색만 파랗네?”라는 의문은 곧 “바다색이 왜 짙푸를까?”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이 질문은 발견으로 이어진다. 당시 이중섭의 처지와 그림을 그린 지역이나 시대상 등이 고스란히 글쓰기의 재료로 녹아들며, 짙푸른 바다색에서 일본으로 보낸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찾아낸다. 이처럼 감상은 감상자 스스로 의미를 짓는 일이다. 의미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

먼저 느끼는 만큼 보고 쓰기, 그 다음에 정보 더하기

2장은 글쓰기에 관한 직접적인 레시피와 스타일을 소개한다. 독자의 심리로 본 ‘처음’ ‘중간’ ‘끝’의 구성 원리에 관해 언급하면서 몇 개의 키워드로 하는 글쓰기를 실제 사례로 자세히 설명한다. 이어서 수미상관한 글쓰기, 대화식과 행갈이 형식의 글쓰기로 실용성을 높인다.

글의 구성은 ‘몸통’인 본문부터 설명한다. 구상단계에서 먼저 만드는 것이 본문의 내용이므로, 본문 만들기를 한 다음에 서두와 꼬리를 구상하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본문 만들기는 몇 개의 포인트 잡기로 시작한다. 메시지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1~3개 뽑아서, 그것을 중심으로 단락을 만들면, 막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쓰기단계를 표와 사례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본문 쓰기는 “나는 그림을 이렇게 감상했다”라는 뜻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마음은 이들 키워드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 키워드를 통해 내 소감을 펼친다”라는 의미입니다. / 본문을 키워드로 구성하면, 횡설수설하고 삼천포로 빠지는 글쓰기를 미리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걸음 더 나아가 작품들 간의 공통성에 주목하거나, 사회현실과 작품 간의 관련성, 동일한 소재의 특성과 차이 등을 찾아보면 확장된 글쓰기도 가능합니다. / 키워드 중심의 몸통 만들기는 이야기의 범주를 좁혀서 주제를 선명하게 살리는 일입니다.”(어떻게 ‘몸통’을 만들 것인가」, 106쪽)

서두는 본문에 설계한 각 단락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상하되, 본문과 관련된 내용으로 글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예를 들어 서두는 작품의 이미지를 묘사하면서 시작할 수 있고, 알려진 평론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독자가 흥미를 끌 만한 사적인 이야기 혹은 작가의 독특하거나 기구한 삶을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내용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마무리는 논문처럼 본문의 내용을 정리하기보다 독자에게 번뜩이는 통찰이나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끝인상이 곧 글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본 작품묘사와 작가정보

3장은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로, 어떻게 써야 할까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 묘사―여기서 설명과 묘사는 다르다―와 작가정보, 작품명과 시대 배경, 작가의 에피소드 등의 의미와 요령을 알려준다. 저자는 작품을 묘사할 때 그림 그리듯이 쓰라고 조언한다. 표현하려는 대상―글을 쓰려는 대상―을 마치 붓으로 그리듯이 말이다. 어떤 대상을 묘사하느냐에 따라 혹은 묘사하는 순서 등에 따라 글의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묘사 대상과 범위, 방향과 순서는 전적으로 글쓴이의 의도에 달렸다. 작품의 묘사는 소재를 구체적으로 보여 줄 수도 있고, 재료와 기법의 특징을 보여 줄 수도 있으며, 구도의 묘를 보여 줄 수도 있다. 만약 글에서 작품을 묘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작품의 묘사를 생략한 글과 그렇지 않는 글을 비교해 싣고 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당시 ‘섹시 스타’이자 ‘패션 리더’였던 기생의 고혹적인 자태를 그린 걸작이다. 조선시대 후기 미인의 전형으로 거론될 만큼 아름답다. 게다가 단아한 모습과 달리 에로틱하기까지 하다.”(「작품을 묘사하자」, 159쪽)

“단정하게 빗은 가체에 둥근 얼굴, 가느다란 실눈썹과 쌍꺼풀 없는 초승달 같은 눈, 다소곳한 콧날과 앵두 같은 입술. / 어린 태가 물씬 풍기는 청초한 모습이다. 게다가 수줍은 듯 매만지는 삼작노리개와 옷고름, 짧은 저고리에 펑퍼짐한 치마가 상체를 더욱 작아 보이게 한다.”(같은 곳, 160쪽)

앞의 글은 「미인도」를 묘사하지 않고 ‘섹시 스타’ ‘패션 리더’라고 하지만 독자는 그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작품묘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때 뒷글의 묘사를 더하면, 앞의 글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미술 글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작가정보와 제작연도가 있다. 작가정보에는 작가가 활동한 시대적 배경을 아는 데 필요한 생몰연도와 작가의 예술적 스타일을 짐작케 하는 작품세계, 여기에 더해 작가의 극적인 개인사를 덧붙여 묘사하면 작품이 한결 풍성하게 보인다. 제작연도 또한 미술사나 역사적 배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사례로 배우는 에피소드와 이슈, 비교, 엮어서 쓰기

4장은 글감으로 쓸 수 있는 재료와 노하우를 소개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실었다. 가장 효과적인 글쓰기 재료는 각종 에피소드다. 에피소드는 작가와 감상자, 작품과 감상자를 맺어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유명 작가에게는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따라다니게 마련인데, 작가에 관한 에피소드,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 소재에 관한 에피소드, 감상자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질병이 낳고, 질병이 키운 화가’ 앙리 마티스를 작가에 관한 에피소드로 소개한다. 마티스는 맹장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법률사무소를 다니지 못하게 되자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년에 받은 결장암 수술로 인해 작품 스타일에 변경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유증으로 탈장에 손떨림까지 생겨 더는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그의 시그니처가 된 종이 콜라주로 작품의 방향을 틀었다.

작품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창의력 개발과 자기계발 전략, 재테크나 경영의 비법, 연애의 기술 등 작품에서 필요한 지혜를 추출하면 된다. 서로 비교해서 써보는 것도 요령이다. 작가와 작가, 작품과 작품, 소재와 소재, 기법과 기법 등 유사한 요소끼리 비교하면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공을 넘나들며, 동일한 소재를 엮어서 쓸 수도 있다.

이 장은 다양한 글쓰기 재료와 요령을 적용한 글들로, 읽는 재미는 덤이다.

독자를 춤추게 하는 제목짓기와 용어풀이, 고치기

5장에서는 미술 글쓰기에 필요한 요소들을 다룬다. 제목짓기, 용어풀이, 고쳐쓰기 등이 대표적이다. 제목은 글의 화룡점정이다. 글은 제목짓기로 마감되기 때문이다. 독자가 글 속으로 진입하게끔 제목과 유능한 ‘삐끼’ 같은 소제목으로 유혹해야 한다. 제목을 짓기 위해서는 글의 핵심이 되는 1~3개의 키워드를 뽑은 후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흥행한 영화 제목, 베스트셀러 책 제목, 유행어와 독자친화적인 입말로 작성한 제목은 글에 대한 친화력을 높여준다.

또한 미술 글쓰기에서 미술용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라면 미술용어를 친절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미술용어사전을 찾아보거나 구글링하는 번거로움을 치뤄야 한다. 글 속에서 용어풀이 식으로 용어의 앞이나 문장의 뒤에서 설명해 주는 방법이 있다.

글쓰기에 앞서 독자를 먼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자 대상이 글의 체형과 체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다르면 내용과 표현법이 달라져야 하므로, 먼저 독자를 정하고 나면 글쓰기의 방향과 묘사의 수위, 용어 선정, 문장 스타일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글 고치기다. 많이 고친 글이 좋은 글이다. 처음 글을 쓰기가 어렵다면,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해보는 방법도 있다. 메모노트가 없다면 휴대폰 메모장을 이용해 한두 마디, 한두 줄 정도로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전한다. 메모를 토대로 초고를 쓰고,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친다. 초고는 사적인 언어여서, 수많은 고치기를 거쳐 공적인 언어로, 즉 한 편의 쓰고 싶은 글로 완성된다.

그림감상이 글이 되고 책이 되는

저자는 시종일관 ‘작품감상의 완성은 글쓰기’라는 화두로, 미술을 도구 삼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드러내는 감성적인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들려준다. 미술 글쓰기는 미술작품을 감상한 후 자신의 소감을 쓰면서, 감상의 디테일을 더하는 일이다. 나아가, 이 과정은 미술감상이 글을 넘어서 책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술에 관한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고 주저하지 말고 당장 글쓰기를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현학적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반영하면 된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자기표현입니다.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미술 글쓰기는 ‘미술’과 ‘글쓰기’의 합성답게, 글을 쓰되 미술에 관해 쓴다는 뜻입니다. 드넓은 글쓰기의 영역에서 한 분야에 집중하는 셈입니다. 그러려면 미술의 특성과 미술이 글이 되기 위한 요건 등에 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글쓰기의 일반적인 원리를 적용하여 나름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미술 글쓰기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글로 미술을 소화하면, 작품은 ‘나의 것’이 됩니다.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면, 연인과 함께 본 그림이라도 ‘나의 그림’이 됩니다. 최고의 작품감상은 쓰기입니다.”(「마치며」, 301쪽)

목차

시작하며―미술감상이 글이 된다면

1장 감상, 이제는 쓰기다
-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감상의 주인은 나―내 체취가 담긴 감상과 글쓰기
나답게 감상하기―머리보다 가슴으로 감상하기
작품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감상자가 구성하는 작품의 의미
작품에 정답은 없다―의미를 찾을 것인가, 의미를 지을 것인가
미술 글쓰기, 글로 번역하는 그림 이야기―공간예술(미술)을 시간예술(글)로 옮기기
감상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기―자문자답이 감상의 요체
감상과 글쓰기 삼총사―‘왜’, ‘왜냐하면’, ‘만약’의 효과
쓰기는 감상의 완성―쓰기와 자세히 보기
팁) 방명록과 서명

2장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구성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


독자의 심리로 빚은 구성―독자의 심리와 글의 구성
어떻게 ‘몸통’을 만들 것인가―키워드로 구성하는 본문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첫 문장과 첫 단락, 그리고 ‘처음’ 작성의 노하우
어떻게 끝낼 것인가―첫인상’만큼 좋아야 하는 ‘끝인상’
어떻게 제목을 지을 것인가―제목은 글의 화룡점정
머리와 꼬리가 닮았어요―수미상관하게 쓰기
주고받으면 재미있어요―대화 형식으로 쓰기
부담스럽다면 행갈이―시 형식으로 쓰기
팁) 왜 제목이 ‘무제’인가?

3장 어떻게 써야 할까
-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작품을 묘사하자―독자가 알고 싶은 소재, 재료와 기법, 형식
작가정보를 곁들이자―작가의 성장 환경과 작품 활동
시대를 눈여겨보자―작품에 빛을 주는 시대 배경
쓰기는 더하기다―묘사로 쓴 글에 미술정보와 작가정보를 더하면
에피소드에 주목하자―에피소드는 감상과 글쓰기의 감초
작품명을 거들떠보자―작품명에 숨긴 감상의 단서
다른 분야를 더하자―감상과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인용
팁) 그림은 왜 ‘원작’으로 감상해야 할까?

4장 무엇으로 쓸 것인가
-글감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


에피소드로 써보자―작가, 작품, 소재, 감상자의 에피소드
이슈 키워드로 써보자―이슈 키워드로 하는 미술 이야기
서로 비교해서 써보자―비교하는 감상, 비교하는 글쓰기
동일한 소재를 엮어서 써보자―같은 소재를 꿰어서 엮다
‘자기계발’ 스타일로 써보자―미술을 자기계발 도구로 활용하다
팁) 알아두면 좋은, 작품 도판 저작권 사용료

5 이렇게 하자
-쓰면서 알아야 할 것들


제목을 잘 짓자―글을 살리는 제목, 글을 죽이는 제목
미술용어, 이렇게 쓰자―미술용어, 그 자리에서 설명해야
작품 캡션을 챙기자―도판 설명은 독자에 대한 예의
독자부터 정하자―독자에 따라 달라지는 글의 체형
분량과 가제를 정하고 쓰자―주제의 선명도를 살리는 기술
글쓰기는 글 고치기―사적인 언어를 공적인 언어로 조율하기
글쓰기 레시피―부사로 쓰기, 나열로 쓰기, 순서대로 쓰기
퇴고로 광을 내자―쓰고 싶은 글’과 퇴고의 삼원칙
팁) 전시장 벽은 왜 흰색일까?

마치며―미술감상이 책이 된다면

보론: 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참고자료

본문중에서

“대부분의 미술은 이성의 대상이기보다 감성의 대상입니다. 보고 느끼기 어려운 것은 처음부터 이성을 작동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미술은 이성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감성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일단 가슴을 따라가면 됩니다.”(「감상의 주인은 나」, 20쪽)

“만약 작품감상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림에 사적인 체험을 겹쳐 감상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나 평론가의 해석이 아닙니다. 내 시각이고 내 느낌입니다.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미술감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향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지금도 머리에서 가슴으로, 끊임없이 하산하고 있습니다. 작품감상과 글쓰기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과 생각, 취향 따위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나답게 감상하자」, 33쪽)

“작품에 정답이 있을까요? 즉 정해진 답, 유일무이한 답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때그때 구성되는 수많은 답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지리·사회·경제·윤리·철학 등의 인문사회과학이 그렇듯, 미술은 정답을 요구하는 정밀과학이 아닙니다. 작품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감상에도 정답은 없습니다.”(「작품에 정답은 없다」, 41쪽)

“쓰기는 속독(速讀)이 아니라 정독(精讀)입니다. 책을 한 문장 한 문장 눌러 읽듯이, 쓰면 그림을 정독하게 됩니다. 무심히 보았을 때는 눈에 들지 않던 요소가 비로소 와닿습니다. 정독은 깊이 생각하기입니다. 풍경을 음미하며 길을 걷는 일과 같습니다. 작품이 우리에게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 놓치고 맙니다. 쓰면 다릅니다. 쓰기는 작품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작업입니다.” (「쓰기는 감상의 완성」, 77쪽)

“서두는 어떤 소재든 가능합니다. 글을 쓰는 이가 작품과 어울릴 만한 사례를 골라서 적절히 가공하면 됩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서두의 역할입니다. 서두는 백지상태의 독자가 글의 바깥에서 안으로 진입할 때, 자연스럽게 들어설 수 있도록 케어해 주는 곳이자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용을 귀띔해 주는 서비스 공간이라는 점입니다.”(「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116쪽)

“어떤 인용은 그림의 마음이 되어줍니다. 그림을 감상할 만한 안목이 없거나 벅찬 느낌을 형언할 어휘가 부족할 때, 우리는 종종 책에서 구세주 같은 문장을 만나곤 합니다. 그런 문장의 출처가 굳이 미술 관련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시와 소설이거나 에세이, 일간지 기사, 심지어 인터넷이어도 괜찮습니다. 독서나 블로깅을 하다가 그림과 얼싸안을 수도 있습니다.”(「다른 분야를 더하자」, 194)

“글쓰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글감인 작품 선정부터일까요. 내용 구상부터일까요? 저는 독자를 상정하는 데서부터 쓰기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글감과 내용 구상은 쓰기 이전의 문제입니다. / 독자는 글쓰기의 방향과 묘사의 수위, 용어 선정, 에피소드의 도입 여부, 문장 스타일 등을 정하게 해줍니다. 같은 식재료도 먹을 사람이 노인인지, 아이인지, 환자인지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듯이 글쓰기도 독자에 따라 달라집니다. 독자는 글쓰기의 숨은 조력자입니다.”(「독자부터 정하자」, 268쪽)

“초고는 완성본이 아닙니다. 수많은 고쳐 쓰기를 거쳐야 할 재료입니다. 공적인 언어로 거듭나야 할 무질서한 독백입니다. 초고는 사적인 언어입니다. 이 독백은 고쳐 쓰기를 통해 공적인 언어로 승화됩니다. 단시간에 좋은 글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 다듬고 고치는 과정을 통과해야 빛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며 적절한 단어를 찾고, 문장을 만지고, 단락을 조율하는 과정이 고쳐 쓰기입니다. (중략) 되풀이할수록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책으로 만나는 글들은 초고를 바탕으로 수없이 고쳐 쓴 결과물입니다. 일필휘지로 쓰인 좋은 글은 없습니다.”(「글쓰기는 글 고치기」,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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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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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시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열병을 앓았고, 각종 미술 이론서를 섭렵하면서 미술비평을 넘봤다. 캄캄한 비평의 길을 찾아 헤매다가 이웃해 있던 문학 이론서와 문학 평론집에서 비평의 맛을 알았다. 예비 작가로서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동서고금의 인문서를 가까이했다. 덕분에, 정신세계사와 문학동네, 세계사에서 편집일을 했고, 월간[미술세계]편집장과 단행본 스타일의 미술교양지, 계간[이모션]편집인을 지냈다. 지금은 '기쁨을 아는 독자'이자 25년째 책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정민영의 미술책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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