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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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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만두처럼 맛있는 음식은 없다!
만두처럼 다양하게 발전한 음식도 없다!

설날 아침에 떡국에 넣어 먹는 김치만두, 중국음식점에서 고추잡채와 함께 먹는 꽃빵, 단팥소가 들어간 일본의 만주. 국적뿐 아니라 먹는 목적도 먹는 때도 모두 다른 이 음식들의 뿌리는 같다.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대표적인 입식(粒食) 문화권이지만, 국수 같은 면식(麵食) 또한 중요한 음식 문화로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면식이 바로 만두다.
음식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인 박정배는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만두 ―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에서, 같은 뿌리를 가졌으나 저마다의 자연환경, 음식 문화, 역사 속에서 제각기 꽃피워온 삼국의 만두 문화를 탐구한다.

만두, 첨단 기술의 산물

만두라는 음식 이름에 얽힌 가장 유명한 이야기에는 제갈량이 등장한다. 그가 남만(南蠻)의 반란을 진압하고 귀환하는 길에 노수(瀘水)의 험한 물살에 길이 막히는데,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주인공 맹획이 사람 머리 49개와 염소와 소를 바쳐야 한다고 권한다. 제갈량은 이를 거절하고 사람 머리처럼 빚은 만두를 대신 바친 후 무사히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그 음식의 이름이 남만인의 머리를 뜻하는 ‘蠻頭’였는데, ‘饅頭’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윈난성 일대에 거주하는 와족(佤族)이 실제로 머리사냥을 하던 풍습을 가지고 있던 것을 모티브 삼아 지어낸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음식 이름이 재료나 조리법을 반영하는 데 비해, 만두라는 이름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런 이야기가 붙었을 것이다. 중국의 음식사학자나 언어학자들 또한 만두라는 이름의 기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을 제기한다. 만두의 만(饅)은 음식을 뜻하는 식(食)과 ‘~을 싸다’라는 뜻의 만(曼)이 합쳐진 글자로, 피로 소를 싼다는 만두의 형태를 반영한다는 주장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설도 있다. 만두(饅頭, man․tou, 만터우)가 외래어이며, 불경에 기재된 음식인 만제라(曼提羅, mantiluo, 만지라)의 음역이라는 주장이다. 밀의 원산지가 중동임을 감안할 때, 고개가 끄덕여진다. 밀과 함께, 밀을 알곡이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 먹는 음식 문화도 함께 전래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만두라는 음식이 탄생하기까지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었다. 중동이 원산지인 밀의 현지화, 밀을 곱게 빻아 고운 가루를 만들어내는 제분 기술, 그리고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발효 기술이다. 북방에는 조와 수수, 남쪽에는 쌀이 있었던 탓에 밀은 중국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봄에는 조나 쌀을 심고 가을에는 밀을 심는 이모작이 시작되면서 밀의 공급과 수요가 본격화된다. 맷돌에서 시작해 축력과 수력을 이용한 방아까지, 제분 도구의 발전도 밀의 보급을 도왔다. 술을 빚는 데 사용되던 발효 기술이 밀가루 반죽에 적용되면서 폭신한 피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류층으로 한정되었고, 만두는 상류층이 제사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출발했다.

설에는 김치만두, 추석에는 송편

한국에서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기와 채소, 때로는 두부와 김치 등을 다져 만든 소를 싸서 찌거나 삶아서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만두의 발상지 중국에서 만두는 보다 다양하다. 핵심적인 기준은 밀가루 피의 발효 유무다.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소를 싸면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의 만두를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의 만두처럼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소를 싸면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어떤 반죽을 쓰느냐에 따라 조리법도 결정된다. 발효하여 부풀어 오르는 반죽으로 만두를 빚으면 굽거나 찌는 방법으로 익혀야 한다.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빚은 만두는 물에 넣어 끓일 수 있다.
다른 조리법을 사용하는 음식이니만큼 이름 또한 다르다. 우리가 만두라 하는 비발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중국에서는 교자(餃子, 자오쯔)라 한다. 만두(饅頭, 만터우)는 발효시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는데, 다시 분화된다. 소를 넣고 싸는 음식은 포자(包子, 빠오즈), 중국음식점의 꽃빵처럼 소가 없는 음식은 만두(만터우)인 것이다.
한국의 만두에는 왜 이런 식의 구분이 없을까?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회회아비가 파는 음식 雙花(당시 발음으로는 상화, 혹은 솽화)를 주목하자. 이 음식이 바로 발효시킨 피에 소를 싼 중국식 만두였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雙花와 饅頭가 동시에 등장하며,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만두 만드는 법과 상화 만드는 법이 함께 소개된다. 만두법은 메밀 피에 고기를 싸서 삶는 것이고, 상화법은 팥과 꿀을 넣고 밀가루로 피를 빚어 쪄낸다. 즉 조선 시대까지 발효 만두와 비발효 만두의 구분이 있었고 이름도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가 되면서 상화는 사라지고 만두가 모두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한반도에서는 얇게 저민 생선살에 고기를 싼 고급 음식 어만두, 배추김치를 두부, 숙주와 함께 다져 소로 쓰는 김치만두 같은 한국식 만두가 발달했다. 가장 특징적인 한국식 변형 만두는 바로 송편이다. 모름지기 음식은 다른 지역이나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현지화되게 마련인데, 멥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반도에서는 쌀가루로 피를 빚어 단맛 나는 소를 넣고 싼 송편이 만들어져 추석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다.

일본 교자의 발음은 한국어?

일본에서는 만두를 ‘만주’로 발음한다. 만주는 주로 식사로 발달해온 중국과 한국의 만두와 달리 과자로 발달한 음식이다. 단맛을 내는 팥소가 만주의 핵심인데, 귀족과 승려 같은 고위층의 다도 의식에서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고기소를 넣은 만두, 즉 니쿠만(肉まん)이 대중화된 것은 육식 금지가 풀린 메이지 시대 들어서다. 발효시킨 폭신한 피에 단팥소나 고기소를 넣은 일본식 발효 만두는 1965년의 소매점용 찜기 도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고, 한국의 호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음식으로는 드물게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 음식이 교자다. 중국의 자오쯔, 한국의 만두처럼 발효시키지 않은 얇은 피로 고기와 채소 소를 싼 음식으로, 물에 삶아서도 먹지만[스이교자], 기름을 두른 팬에 찌듯이 굽는[야키교자]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교자는 전병과 비슷한 중국음식인 꿔티에(鍋貼)의 ‘굽는’ 조리법과 자오쯔의 형태와 이름(餃子)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그런데 중국어로도, 일본어로도 이 한자는 교자(ギョウザ)로 발음되지 않는다. 餃子라는 한자는 한국어 발음으로 정확히 교자가 된다. 교자라는 음식을 먼저 접한 것은 1930년대 만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었다. 당시 만주에는 중국인, 일본인뿐 아니라 조선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 ‘교자’로 발음하게 되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의 하나다.

이렇듯, 만두는 중동으로부터의 밀 전래와 찌고 삶는 조리 방법이 결합돼 탄생한 동북아시아의 독특한 음식 체계다. 저자는 다양하게 발전한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를 한중일 삼국의 음식 관련 문헌 자료는 물론, 고고학적 증거와 언어학 자료까지 섭렵하며 펼쳐 보인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음식 속에 담긴 광대한 역사가 더듬어질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5

1부 | 밀의 재배와 만두의 탄생
1장 •만두의 전제조건, 중국에서의 밀 재배 13
밀의 탄생과 중국 전래 14 •밀의 중국 내 전파와 확산 21 •밀밥과 죽의 시대 32
2장 •만터우와 자오쯔 탄생의 전제조건들 37
밀가루 이전의 분식 38 •시루에 쪄서 먹는 문화 41 •맷돌의 발명과 발전 46
술에서 시작된 발효 기술, 밀가루 반죽으로 53 •중국식 밀가루 음식의 시작, 병의 탄생 57

2부 | 중국에서의 만터우, 자오쯔류 발전
3장 •만터우와 자오쯔란 무엇일까 65
중국인들은 왜 만터우나 자오쯔를 즐겨 먹을까 66 •만터우와 자오쯔라는 이름이 생기기까지 75
4장 •중국 북방인의 주식, 만터우 90
만터우의 기원 91 •만터우 이전의 음식들 96 •서방에서 온 분식 100 •발효병 만터우의 생성과 발전 112
만터우의 다양한 변형과 이름들 123 •만터우 전성시대: 송에서 현재까지 130
5장 •자오쯔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다 138
자오쯔의 고고학 143 •금과 원: 이민족의 자오쯔 문화 154 •명: 자오쯔, 설날 음식이 되다 159
청: 자오쯔와 비엔스, 보보의 공존 162 •자오쯔의 민간 기원설들 168
쌀 문화가 낳은 자오쯔의 변형, 라오완과 탕위안 170

3부 | 한국의 만두와 교자
6장 •한반도 밀 발달 소사 183
7장 •발효병 혹은 만두류 190
발효병의 구분 191 •상화의 역사적 발달 194
8장 •한민족의 비발효 만두 209
비발효 만두류의 시작, 혼돈 210 •수교의 213 •편식(扁食) 215 •한국 특유의 만두 224 •만두와 송편 229
9장 •세시풍속과 연회음식 238
조선 명절과 가례의 필수 음식 239 •세시의 만두 풍속 244 •손님 접대와 선물에 만두를 쓰다 255
10장 •사신들이 경험한 만두들 266
사행길에서 먹은 만두 268 •연경의 만두・교자류 풍속 271 •황제의 하사품 278 •통신사가 본 일본의 만주 280
11장 •외식으로서의 만두 282
외식의 시작 282 •본격 분식 시대의 전개와 만두류의 발전 291

4부 | 일본의 만주와 교자
12장 •일본 만주 발달사 305
만주 이전의 만주류 306 •만주의 시작 310 •무로마치 시대와 에도 시대의 만주 323
다양한 만주의 등장 330 •니쿠만의 등장 335
13장 •일본 교자 발달사 341
교자의 시작 342 •교자의 현지화・일본화 351 •전후 일본에서의 본격적 교자 붐 355
일본식 교자는 무엇인가 364

출처 369
찾아보기 388

본문중에서

고고학 발굴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맷돌의 제작이 어렵고 밀가루에 맷돌 부스러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도가 충분한 석재를 선택해 맷돌을 만들어야 했다. 이것은 가공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그만큼 귀한 물건이 되게 만들었다. 만청한묘(满城汉墓)라는 한대의 귀족묘에서 돌맷돌[石磨]이 나왔는데, 부장품으로 사용될 정도로 맷돌이 희귀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50쪽)

밀과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서방에서 들어온 것이다. 서방의 다양한 분식들은 중국에 전해지면서 밀가루를 이용한 분식인 만터우 탄생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서방에서 전해진 호병과 소를 넣은 필라 같은 음식이 그 예다. 중국식 밀가루 분식을 칭하는 병(餠)이라는 말은 중국식 분식의 완전한 탄생을 알리는 상징이다. (100쪽)

자오쯔는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밀가루 반죽으로 싼 최고의 음식이었던 탓에 북방인들은 “자오쯔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다[好吃不如&#-26246;子].”는 말을 즐겨 쓴다. 신년에 자오쯔를 먹는 것은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 돈을 많이 벌라, 자손이 번성하라 같은 좋은 의미가 가득하다. (138~139쪽)

이 단어들은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소를 넣고 피로 싼 음식에만 사용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족의 음식이 아니라 주로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음식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雙下는 여진족 말의 음차일 것이다. (195쪽)

후대에 오면서 편식의 한국어 변형어인 변시에 조금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이 덧붙었다. 변시가 변씨로 바뀌면서, 변씨만두는 변씨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변씨만두설이 생긴 것이다. (217쪽)

조선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게 멥쌀로 만든 떡 문화를 꽃피웠다. 주곡인 멥쌀로 만든 떡이 피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과 인접한 한반도에서 중국에서 나는 곡물의 피와 소를 넣어 먹는 중국 음식 문화의 영향을 받았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멥쌀을 주곡으로 하는 조선의 중남부 지역에서는 멥쌀로 피를 만들고 한국인들에게 흔한 콩[大豆]이나 팥[小豆], 깨를 넣은 송편을 만들었을 개연성이 높다. (236쪽)

혼분식 장려 운동이 시작되면서 한식당의 대명사였던 한일관에서는 쌀밥을 못 팔게 되자 냉면, 온면, 만둣국만을 점심 때 팔았다. 1973년 설을 전후해 정부는 설에 쌀로 만든 떡국 대신에 밀가루로 만든 만둣국을 먹을 것을 대대적으로 권장, 홍보한다. 중국음식점이나 분식집에서는 기름에 튀긴 만두가 군만두라는 이름으로 정착한다. (292쪽)

매년 4월 19일이면 일본의 만주업자들은 나라시의 간고진자(漢國神社) 내에 있는 린진자(林神社)에 모여 만주 축제(饅頭まつり)를 연다. 4월 19일은 나라만주와 일본식 단팥 만주의 시조인 린조인을 기리는 기일이기 때문이다. (317쪽)

월간지 《쇼쿠도라쿠(食道楽)》 1932년 3월호에는 교자가 만주어로 ‘갸우자(ギャウザ)’라고 적혀 있다. 중국에서는 한자 餃子를 자오쯔로 발음하므로, 餃子를 일본어 발음으로 교자(ギョウザ)로 읽게 된 경위에 대해 논란이 있다. 교자의 발음에 대해서는 중국 산둥 발음 갸오즈(ギァオヅ, giaozi)에서 왔다는 설과 만주어 교제(giyose), 만주에 모여 살던 조선족의 교자(gyoja)에서 왔다는 세 가지 설이 있다. (353~354쪽)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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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음식칼럼니스트·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
한·중·일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서로 《음식강산 1, 2, 3》(한길사), 《한식의 탄생》(세종) 등 다수가 있다. 《조선일보》에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음식의 계보〉 〈박정배의 미식한담〉 등을 연재했고, 《중앙일보》에 〈박정배의 시사음식〉을 연재하고 있다. KBS 1TV 〈밥상의 전설〉과 〈대식가들〉, SBS PLUS 〈중화대반점〉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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