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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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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우수상’수상작

  • 저 : 이유리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20년 12월 16일
  • 쪽수 : 2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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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그들이 명작을 피워낸 뒤에는 ‘여자들’이 있었다

남성 캔버스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
그림 밖을 향해 걸어 나오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화가의 출세작》 등을 집필한 이유리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전작에서 화가와 그림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는 이번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에서 남성 캔버스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명작을 피워내기까지 그 뒤에서 큰 역할을 한 여성들을 비롯해 판위량, 매리 커샛, 베르트 모리조 등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내, 뮤즈, 예술가이기 전 이들 여성은 가부장 사회를 받치는 ‘밑돌’로서 늘 고통받아왔다. 작가는 남성 중심 사회가 모른 척했던 여성을 향한 폭력 역시 이 책을 통해 폭로하고자 한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여성의 고통을 예술로 둔갑시킨 시대에 대한 고발이자 그림 속 여성에 관한 작가의 해석이 ‘낯섦’과 ‘신선함’이 아닌 ‘옳음’이었음을 밝히는 과정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림 속에서 여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해온 폭력의 양상이 어떠했는지 (…) 반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가 21세기 한국 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이 그 성찰의 기회까지 준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여성의 순교인가, 고통인가
삐딱하게 다시 봐야 할 그림 속 ‘진실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 만들어지다〉에서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게 아닌, 여성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는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없다며 비난하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가끔은 귀엽고 가끔은 엄마 같으라며 여성에게 주문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다. 인상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에드가 드가는 매리 커샛이 그린 〈과일을 따는 젊은 여성〉을 보곤 여성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며 그녀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드가의 비난은 요즘 말하는, 여성을 향한 ‘가스라이팅’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는 피카소는 어떤가. 그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 발테즈(49쪽)를 뮤즈로 삼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로 그녀를 유혹,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그의 천재성을 차치하고라도 그가 ‘그루밍’ 성범죄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여성을 도구로 삼아 주무르고, 여성으로 만들려는 욕구, 예술에서도 예외는 없다.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대상화하던 가부장 사회를 향한 일침을 담았다. 여성을 향해 열등한 존재라며 끊임없이 속삭이는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이를 우연으로 여기며 불안해하는 심리인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18세기 프랑스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는 에두아르 마네의 무시와 간섭으로 가면 증후군을 겪었고, 이는 21세기 현대 여성 역시 다르지 않다. 내털리 포트먼, 미셸 오바마 등도 가면 증후군에 시달렸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착각은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과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프란체스코 과리노의 〈성 아가타의 순교〉(113쪽),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120쪽),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128쪽) 속 여성들에게서 더는 아름다움과 효심, 순결을 보아선 안 될 것이다. 책은 여성을 향한 더러운 욕망을 볼 수 있는 만큼이 우리 사회가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해 이들 여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받아들여야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며 일갈한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도, 음식도, 도구도, 관음의 대상도 아니다.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에서는 16~18세기 그림 속 여성들이 겪었던 성적 억압과 폭력을 살피고 과연 지금 이 시대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 ‘남자는 원래 짐승’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성들의 행실을 단속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16세기 초 암브로시우스 벤손이 그린 〈루크레티아〉(185쪽) 속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1736년 장 바티스트 그뢰즈는 〈깨진 거울〉(177쪽)에서 정절을 잃은 여성을 그리며, 이 여성이 충동적으로 일을 벌여 사달이 난 것처럼 표현했다. 두 그림 모두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사건의 원인을 찾고 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런 암울한 시대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고발한 화가다. 나는 사회가 원하는 대로 ‘불쌍해져야만’ 하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화가임을 만천하에 외친 그녀의 〈자화상〉(189쪽)에서 우리는 ‘피해자다움’이 아닌 당당한 ‘생존자다움’을 볼 수 있다. (188쪽) 여성의 안전할 권리를 지키고 또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대가는 가해자에게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190쪽)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재능을 뽐낸 여성들의 이야기다. 중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이자 이탈리아 미술전에서 중국인 최초로 당선을 한 ‘판위량’, 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며 지적인 모습을 한껏 뽐내던, 한마디로 남성들이 싫어하던 모습을 자처하며 자화상을 그린 안나 도로테아 테르부슈, 그리고 당당하게 자기다운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뽐낸 메리 모저와 조지아 오키프까지. 여성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산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모았다. 반면 남성의 이름을 빌려야만 자신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던 여성들, 제인 에어, 조르주 상드, 크리스티나 여왕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 하던 여성들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이제 그녀들에게 진짜 이름을 돌려줘야 할 때다.

메리 모저와 조지아 오키프,
그들은 ‘여성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자기다운’ 그림을 그렸을 뿐


가부장 사회에서 해석된 여성상에 반기를 들 때 우리는 진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지난 세기 그림에서 발견된 여성들에 대해 삐뚤어진 감각을 가질 것을 제시한다. 삐딱하게 볼 수 있어야 진실된 감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그것이 여성의 순교가 아닌 여성의 고통이며, 여성의 헌신이 아닌 여성의 절망과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유희를 교묘하게 아름다움과 순결로 지키려는 가부장 사회가 ‘언젠가는 부서지기를 희망하며’(125쪽) 작가는 이 책을 썼다. 이제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라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알약’(125쪽)을 먹었다.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힘차게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는 여성들을 지켜보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기를.

목차

작가의 말

1부 여성, 만들어지다
- “우리가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옷이 우리를 입고 있다”
-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거짓말
- 가끔은 귀엽고, 가끔은 엄마 같으라고?
- 피카소, 위대한 예술가인가, 그루밍 가해자인가
- 렘브란트와 ‘비밀의 연인’
- 소녀도 파랑을 원한다
- 여자도 ‘이런’ 작품을 그릴 권리가 있다
- 늙고 추함의 역사는 왜 여성의 몫인가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
- 마네가 없더라도 모리조는 모리조다
- ‘아내 만들기’를 거부한 여성
- 이것은 여성의 순교인가, 여성의 고통인가
- 언젠가는 부서질 가부장제를 희망하며
- 〈시몬과 페로〉를 그린 루벤스의 ‘진짜’ 속마음
- 고갱과 그 후예들의 ‘이국 여성’에 대한 환상
- 아내의 헌신 속에 피어난 자코메티의 ‘조각’들
- 너무 예뻐도, 너무 못생겨도 안 되는 여성의 외모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
- 여전히 끝나지 않은 마녀사냥
- 남자는 원래 짐승이다?
- ‘생존자다움’을 보아라!
- “여자로 태어났다는 건 끔찍한 비극이다”
- 누가 ‘술 마시는 여자’에게 돌을 던지는가
- 여자의 몸은 총성 없는 전쟁터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
- “나는 당당하게 나의 그림을 그릴 것이다”
- 여성이여, 안경을 쓰고 블루 스타킹을 신어라
- 딸의 독립을 위하여
-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 역사에 여성은 늘 있었다
- 여성들이 남성의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던 이유
- 그(녀)들의 이름과 목소리를 돌려줘야 할 때
- 그저 ‘자기다운’ 그림을 그렸을 뿐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폭력’이라는 말이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호감을 얻거나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욕을 충족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그 결과 가해자의 학대 행위가 사랑이라고 믿는 피해자도 있다. 마리 테레즈가 그랬다.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다.’ 성범죄자들의 흔한 변명이다. 피카소도 그랬다. 피카소가 이룬 위대한 예술로도 그가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가리지는 못하리라. 그렇지 않은가?
(/ p.53)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을 들으며 가부장제 밑돌로 살다가 원통하게 죽은 여자들. 한 줌 발언권도 없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 그들이 바로 한국판 잔소리꾼 굴레를 쓴 여자들, 헤이르티어와 캐서린이 아니겠는가. 처녀 귀신은 죽어서야 비로소 고을 사또의 방에 찾아와 말을 할 수 있었다. 전설과 설화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의 모습에서 공포와 함께 진한 슬픔까지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 p.62)

실제 대부분의 ‘진짜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수동적이지도, 무표정한 인형 같지도, 그리고 순진과 도발을 넘나드는 모습도 아니다. 미국의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의 캠페인 영상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어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여자아이처럼 달려보라”고 주문했더니 그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두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뛰었다. 그렇다면 진짜 여자아이들에게 같은 주문을 했을 땐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편견과는 달리 그들은 ‘여자아이답게’ 씩씩하고 힘차게 뛰어다녔다. 우리 집 소녀에게 한번 주문해봤다. “어린이 모델이 됐다는 상상을 해보고, 포즈를 취해줄래?” 그랬더니 아이는 양손으로 허리를 힘차게 잡은 후, 얼굴이 찌그러지도록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실 속 ‘진짜 여자아이’의 모습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 pp.86-88)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희귀 유전병 ‘불완전 골형성증’을 앓은 장애인 스텔라 영(Stella Young)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의 고군분투가 비장애인들에게 동기부여용 휴먼스토리로 소비되는 현상을 ‘감동 포르노’라고 비판하며 한 말이다. 이 일침은 예술가의 그림에도 유효하다. “나의 가난, 내 삶의 비참함, 내 몸에 새겨진 고통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그것은 피해자의 대상화이며, 대의를 가장한 관음이며, ‘고통 포르노’일 뿐이라고 말이다.
(/ p.117)

세상은 남편 돈 쓰는 아내에겐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하다. 반면 아내의 시간을 가로채는 남편에겐 너무나 관대하다. 아내의 삶과 시간을 많이 착취한 남편일수록 더 성공하게 되기에, 가부장 사회는 아내의 헌신을 더 독려하기도 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의 삶은 ‘뱀과 사다리 게임’과 같다. 열심히 인생의 사다리를 올라가도 아내가 되는 순간 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갈 확률이 높다. 바로 이것이 비혼 여성에게 ‘이기적’이라고 결코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 누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겠는가.
(/ p.154)

여성 예술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 자료를 읽다가 이마를 여러 번 짚었다. 한참 그들의 재능에 대해 언급하다가 뜬금없이 외모 평가가 끼어드는 기록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8~1984)에 대해 미술사학자 게일 레빈(Gail Levi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크래스너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녀의 사망 후 몇몇 지인과 작가들은 크래스너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강조하곤 했다. 크래스너의 학창 시절 동료는 그녀가 지독하게 못생겼지만 스타일은 우아했다고 말했다.” 크래스너의 남편이자 ‘액션 페인팅’의 대가였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을 언급할 때는 “탈모가 있었지만 야성적인 매력이 넘쳤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성 예술가의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56)

재능이 넘치는 여자들이 구태여 ‘남자 행세’를 했다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만 해도 그렇다. (…) 상드가 처음부터 남성 필명 ‘조르주’가 아닌 ‘오로르 뒤팽’이라는 본명으로 데뷔했다면 어땠을까? 여성에 대한 편견이 공고한 문단에서 상드는 애초에 소설가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에 여자가 없었던 적은 없다. (…) 남성의 언어로 이루어진 단어가 성중립적인 단어로 바뀌고 있듯이, 이제 그녀들의 본래 얼굴도 되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 pp.258, 260,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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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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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미술 교과서나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오려 내어 스크랩하던 아이였다. 어학연수를 위해 갔던 영국에서 영어 공부 대신 런던에 있는 갤러리를 훑고 다녔고, 영어 대신 머릿속에 미술지식만 꾹꾹 담고서 돌아왔다. 신문사 사회부 경찰출입기자가 되었지만 미술 전문잡지를 보고 있는 걸 선배에게 들켜 “문화부 가고 싶은 거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운명처럼, 미술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마티스가 그랬던가. “그림은 책꽂이에 있는 책과 같다”고. 책이 책장에 꽂혀 있을 땐, 고작 몇 단어의 제목만 보일 뿐이다. 그림이 품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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