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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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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성락
  • 출판사 : 페이퍼로드
  • 발행 : 2020년 07월 17일
  • 쪽수 : 26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047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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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규제 정책은
어째서 계속 시행되는가?


프랑스 대혁명에서, 급진파인 자코뱅당의 리더로 정권을 잡은 로베스피에르는 수많은 실험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다 결국 실패해 단두대에 올라 최후를 맞았다.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고 단두대에까지 오르게 된 데에는 수많은 역사적인 원인들이 작용했겠지만, 저자는 여기에 대담한 가설을 하나 더 추가한다. 바로 우유 가격에 대한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혁명기의 어수선함 속에 우유 값이 올라 국민들이 어려워한다 → 정부가 우유 값을 지정해 그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사람을 처벌한다 → 시장에서 우유가 사라지고, 암시장에서 비싸게 유통되어 역시 국민이 어려워한다 → 원인을 조사하니, 사료 값 인상분을 반영하려다보니 정부가 정한 가격에는 맞출 수가 없었다 → 그래, 괘씸하군! 정부가 사료 값을 일률적으로 지정하고, 그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사람을 처벌한다 → 그러자 아무도 사료를 만들어 팔려고 하지 않는다 → 사료가 귀해지자 배고픈 젖소는 우유를 내지 못한다 → 암시장에서도 우유가 귀해지고, 가격은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 우유만이 아니라 우유를 사용하는 빵과 치즈의 가격도 폭등한다 →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다!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당은 항상 국민을 앞세우고 국민의 삶을 걱정했다. 역사가 중 누구도 그들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말로 우유 값을 안정시켜 누구나 싼 가격에 우유를 사먹도록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고, 단두대라는 결말을 맞았다. 선의로,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들이 나쁜 결과로 끝난 사례는 의외로 꽤 많다. 베네수엘라의 ‘마진 30% 룰’은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당의 오류를 수백 년 후에 똑같이 답습한다. 정책이란 게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말만 그럴듯한 정책들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무책임하게 툭툭 던져지고, 때로는 선의를 방패삼아 실패를 정당화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좋은 의도에서 시행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둘 쌓인 그런 정책이 결국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시키고, 국민들이 나라를 버리게 만든다. 역사상 결코 적지 않은 국가의 정부가 부패와 실정이 아니라 ‘자칭 실수’가 빚어낸 빵 한조각의 문제 때문에 물러났다.
《규제의 역설》은 이런 역사와 현실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규제의 세목과 그 이면들을 살핀다. 수백 년 역사를 넘나들며, 미국, 영국, 프랑스부터 루마니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세계 각지의 엉뚱하고 황당한 규제 정책들을 다룬다. ‘하룻밤에 읽는 규제의 역사’라 할 정도로 사례들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다.

‘규제’ 정책이 아니라
‘규제의 역설’ 정책이 문제다


하지만 규제 정책은 무조건 부정적이기만 할까? 물론 정부의 역할 중 규제 정책의 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규제 정책 중에서도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 존재하며, 저자는 이를 ‘규제의 역설’ 정책이라 부른다. 이런 정책은 당사자들에게는 답답한 장벽, 혹은 고통의 원천이 되며, 더 나아가 국가 자체의 기반을 붕괴시킨다.
대표적인 예시가 주택 정책이다. 어느 나라나 주택 정책은 정부의 거시 정책 중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루마니아는 1가구 1주택을 실현했다. 꿈의 정책이라고? 그 정책의 결과 루마니아의 주택 산업은 거의 붕괴 상태에 몰렸고, 주택 산업과 연동해서 발전할 수 있었을 많은 영역들이 그냥 공백으로 남아버렸다. 도시 간, 혹은 도시와 지역 간 이동이 그저 형식적인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주거 이동도 제한되었다. 리비아의 주택 정책은 더욱 극단적이다. 지금은 실각해 처형된 카다피의 주택 정책은, 누구든 빈 집이 있으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황당하지만, 기회의 평등은 보장될 것 같은가? 결국 여유가 있어서 따로 집을 지키는 사람을 남겨둘 수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정책이었다. 기회는 균등해 보이지만, 여기에도 부자가 가진 유리함은 계속되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원하는 누구나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조 하에 ‘닌자 론’을 실시했다. 그러자 직장이 없어도, 수입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이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출발점이었다.
한국에서도 논의되는 부유세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의 예시 역시 흥미롭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그런 정책을 시행한 서구 선진국의 사례를 추적한다. 부유세는 정말 서구 선진국에서 보편타당하게 적용되고 있을까? 그리고 실제 효과는 어떨까?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는 부유세로 거둘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부가 해외로 흘러나갔다. 부유세를 내는 대신, 부자와 자본가들은 스웨덴을 떠났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 때 세계 최초로 적용되었다. 이때 성립한 공화국 정부의 성과다. 정책은 재봉사, 의류 노동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되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보상이 사라지자 노동의 열정도 사라졌다. 대가에 따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는 극소수였다.

‘오기’로 시작한 정책은 ‘예정대로’ 실패한다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사례 중에서도, 저자가 특히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보호, 장애 등급제 폐지 등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여러 복지 우선의 규제와 그를 둘러싼 논쟁들을 꼼꼼히 살폈다. 저자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전체로 보면 소득을 감소시켰고, 비정규직 보호법은 실업자를 늘렸다. 대학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나온 대학 강사법은 많은 강사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책의 시작은 선의에서였지만, 결과는 결코 그에 부합하지 못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규제의 역설’이라는 말이다. 그냥 규제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중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규제의 역설’에 해당한다. 선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나쁜 결과로 이어지듯, 애초 규제가 노렸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규제는 그 규제의 효과가 어떨지 처음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미리 예상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히 부작용이 큰 규제가 아니라, 목적에 오히려 해로운 규제다. 다른 나라에서 과거에 시행했는데 오히려 문제가 되었던 전력이 있고, 그에 대해 많은 연구도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한다. 규제의 역설은 보통 이런 경우에 발생한다.
정책이란 것은 종종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일종의 시행착오 과정으로, 지금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앞으로 개선하여 나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규제의 역설은 위험성이 충분히 예상되었고, 실패한 사례 역시 충분히 쌓여 있는 것들이다. 실패가 예정된 것이니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시행의 위험성 역시 수시로 경고되지만, 보통은 고집으로 밀어붙이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 시행된 규제 정책은 ‘예정대로’ 실패한다.
선한 의도, 좋은 명분이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이런 실패들이 왜 발생했는가를 꼼꼼히 따지고, 개별 정책, 개별 규제의 실패가 아니라 그것이 이미 예견된 실패였음을 알아야 한다. 규제의 역설 현상을 보다 자세히 알고 이해하는 것은 향후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방향을 찾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규제의 역설》이 그런 모색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8

1장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숲을 되살린 옐로스톤 늑대의 패러독스 21
교통사고를 증가시키는 교통 표지판 27
더 큰 산불의 위험을 키운 산불 예방 정책 33
비닐 쓰레기를 늘린 비닐봉투 절감 정책 38
건강에 해를 끼치는 건강 검진 43

2장 ‘사람’을 내건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들
파산으로 귀결된 내집 마련 지원책 — 2008년 금융 위기와 닌자 론 51
노동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최저임금제 56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62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막은 학생 안전 대책 68
강사 일자리를 없애는 대학 강사법 73
장애인들이 반대하는 장애인 지원 정책 79

3장 사적 이익의 추구는 규제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물건이 사라지게 한 마진 30% 룰 85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92
모두 함께 하다 망한 집단농장과 대약진 운동 98
게으름을 퍼뜨린 동일 노동 동일 임금 105
주택 산업의 싹을 자른 루마니아의 주택 정책 110
먼저 찜하면 되는 카다피의 주택 정책 116

4장 시장 보호라는 오래된 미신
한국 모바일 발목을 잡은 모바일 플랫폼 위피 125
일자리를 줄인 푸드트럭 활성화 131
막걸리 시장을 축소시킨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135
관세 보복과 대공황으로 이어진 관세 전쟁 141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146
단말기 소비자 가격을 높인 단말기 유통법 152
비트코인 폭등을 가져온 비트코인 규제 158

5장 선의의 피해자들
최고의 전문가도 떨어지는 경직된 임용 규정 165
산학 협력을 막는 산학협력법 170
정부 지침을 지키면 불리해지는 공정력 제도 176
따르지 않아서 이득 본 대학 평가와 구조조정 182
파산자를 늘리는 고리대금 이자 규제 188

6장 잘못된 진단의 나비효과
담장을 높이는 담장 금지 정책 197
인터넷 보안 문제의 주범, 공인인증서 201
동학의 교세를 키운 향약 진흥과 벼슬 팔기 207
본전도 못 건진 중국의 해외 학회지 검열 213
유신 정권의 문제점을 세계적으로 알린 〈동아일보 〉 광고 규제 218

7장 하면 된다는 생각
일본 군대를 망하게 한 일본 사관학교 교육 227
독일의 프랑스 점령을 쉽게 한 마지노선 사수 233
오명으로 인지도 높인 전남과 영암의 F1 그랑프리 대회 238
농지 황폐화를 불러온 중국의 다자이마을 따라하기 244
전략 대신 운에 맡기는 베팅 한도 규제 248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 253

나가는 글 258

본문중에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시민들의 자유 의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그래서 규제 조치, 규제 정책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많은 규제들이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값이나 인도 식민 당국의 코브라 포상금처럼 잘못 설계되어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결과를 낳고 만다. 우유 값의 역설 사례에서 본 것처럼 규제는 우리 일상에 깊게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제대로 조명된 적이 별로 없다. 한쪽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다른 쪽에서 규제는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 '피할 수 있던 규제의 역설' 중에서/ p.13)

그렇게 절실하게 결심했는데 왜 작심삼일로 그치고 말까? 그만큼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러한데 사회가 바뀌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실행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과 규제들이 정말로 사회를 제대로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책과 규제대로 사회가 변해 왔다면 지금 세계 모든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정책이나 규제가 원래 의도한 대로 효과를 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 '피할 수 있던 규제의 역설' 중에서/ pp.14~15)

늑대를 풀어놓으면 이렇게 생태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서 늑대를 풀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늑대를 풀어놓은 것은 늑대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사슴 수를 어느 정도 줄여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늑대를 풀어놓은 뒤 일어난 일들을 보고서 사람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생태계 네트워크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복잡계였다. 늑대가 늘어나면 단지 사슴만 줄어드는 게 아니었다. 하나가 없어지고 추가되었을 때 그 효과는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었다.
( '숲을 되살린 옐로스톤 늑대의 패러독스' 중에서/ p.25)

사람들은 튼튼하고 잘 만든 비닐봉투, 돈을 주고 산 비닐봉투를 계속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비닐봉투도 결국 1회용과 비슷하게 사용했다. 관리를 하면서 여러 번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서 비닐봉투를 아껴서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람들은 평소 생활하면서 그런 것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산다.
'생명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한 것은 전체적인 비닐 쓰레기 양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닐 쓰레기의 총량은 늘어났다. 규제를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비닐 쓰레기 양을 늘리지 않는 방법이었다.
( '비닐 쓰레기를 늘린 비닐봉투 절감 정책' 중에서/ pp.41~42)

클린턴의 닌자 론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집 살 돈을 대출해주는 정책이었다.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곧 자기 집을 잃고, 은행 돈을 갚지 못하는 파산자가 되었다. 닌자 론 정책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기 집은 없지만, 그래도 성실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기 집도 없고, 경제적 파산자가 되었다. 또 세계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가난한 사람들 모두가 자기 집을 가지게 해주려는 정책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 '파산으로 귀결된 내집 마련 지원책 — 2008년 금융 위기와 닌자 론' 중에서/ p.55)

다시 말해, 그동안 기간제와 파견직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중에서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목적한 그대로 보다 양질의 일자리로 바뀌었다. 하지만 더 많은 비정규직들은 기간제, 파견제 비정규직에서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기업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었다. 소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익을 보았다. 그러나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시간제 노동자로 이동하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사람들도 증가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이었을까? 선택받은 소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긍정적이었지만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부정적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변경하는 효과보다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비정규직 일자리들을 없애는 효과가 더 컸다. 규제의 역설이었다.
(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중에서/ pp.66~67)

프랑스도 부자들의 탈출 러시를 겪었다. 프랑스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부유세를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난 이들의 자산을 더하면 2000억 유로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프랑스 정부는 부유세로 36억 유로를 거두어 들였다. 36억 유로를 벌었지만 2000억 유로를 잃었다.
이렇게 부자들이 떠나고 나면 국가는 더 이상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둘 수 없게 된다. 세금을 많이 걷어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데, 부자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니 세금을 걷을 곳이 없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줄어든다.
단순히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지 못하게 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유명한 감독이었던 잉마르 베리만이 본거지를 독일로 이주하면서 스웨덴의 영화산업도 함께 쇠퇴하였다. 스웨덴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위축되면서 영화계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중에서/ p.96)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지지 못해서 아우성이다. 루마니아는 거의 전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지게 하겠다는 루마니아의 주택 정책은 성공했다. 그러면 루마니아 국민들은 모두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지금 현실에 만족할까? 나이든 사람들, 직접 자기가 집을 구해서 샀던 현재 노년층 사람들은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후의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루마니아의 젊은이와 장년층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저주라고 표현한다. 대부분 루마니아 젊은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수밖에 없다. 명목상으로는 이동의 자유, 거주의 자유가 있지만 실제로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가진 사회는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정체된 사회다.
( '주택 산업의 싹을 자른 루마니아의 주택 정책' 중에서/ p.115)

그동안 불법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장사해왔던 포장마차를 없애고 거리 질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푸드트럭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푸드트럭의 목적은 불법 사항 개선도, 거리 질서 개선도 아니었다. 서민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시작한 계획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줄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3개월짜리 임시적 일자리로 만들었다. 푸드트럭은 늘어났지만, 원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 것이다.
( '일자리를 줄인 푸드트럭 활성화' 중에서/ p.134)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규제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매출을 증가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는 날 주변 상가들의 매출은 감소했다. 골목상권의 매출을 증가시키려 대형마트를 휴업하게 했는데 오히려 골목상권의 매출이 감소한다. 전형적인 규제의 역설이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중에서/ p.151)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규정이 정말로 논문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만든 것일까? 로스쿨 평가위원회가 규정을 정한 것은 보다 우수한 사람을 교수로 채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격 미달의 사람과 우수한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까 하는 문제에 맞닥뜨렸고, 그때 기준으로 생각한 것이 논문 실적 150점 이상인 사람이었다. 로스쿨 평가위원회가 논문 실적 규정을 만든 것은 실력이 있는 우수한 사람을 교수로 채용하려는 것이 목적이지, 논문 실적 150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논문 실적 150점은 단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준이었을 뿐이다.
권오곤 연구소장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고 누구나 인정했음에도 논문 실적 150점의 기준 때문에 교수로 임용되지 못했다. 실력 있는 사람을 뽑으라고 만든 규정이 오히려 실력 있는 사람이 교수가 되는 것을 막았다.
( '최고의 전문가도 떨어지는 경직된 임용 규정' 중에서/ p.169)

코스트코는 상식적인 기업이었다. 외국에서 영업을 하면서 해당 국가의 법규를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기업이다. 외국에서 문제없이 영업을 계속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코스트코는 지자체의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별다른 반발을 드러내지 않고 규제를 수용했다.
코스트코는 이렇게 정부 규제를 잘 따랐기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 의무휴업 규제가 문제가 있다고 판결이 난 후, 규제에 대해 반발한 다른 대형마트들은 이제 더 이상 의무휴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규제에 순응한 코스트코는 계속해서 의무휴업을 해야 했다.
코스트코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지자체의 규제에 반발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 것이 문제였다. 다른 대형마트들처럼 반발하고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규제에 대해 반발하면 나중에 구제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에 대해 그냥 수용하면 구제될 수 없다. 공정력 제도는 규제에 순응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 '정부 지침을 지키면 불리해지는 공정력 제도' 중에서/ pp.180~181)

[동아일보] 광고 규제는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동아일보]가 유신 반대 시위 기사를 실었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 편집국장이 유신 정부에 잡혀갔다는 것, [동아일보] 기자들이 언론 자유에 대한 시국 선언을 했고, 그래서 정부가 기업들에게 광고를 싣지 말라고 강제했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다 알게 된다.
한국에만 소식이 알려진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탄압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광고를 싣지 못하게 해서 신문사를 말려 죽인다는 것은 그동안 어떤 독재 정부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방법이었다. [동아일보 ] 광고 사태가 세계적 뉴스가 되면서, 유신 정부의 문제점, 언론 탄압도 세계적으로 알려진다. 유신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원래 규제의 목적이었는데, 유신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과 세계 시민들이 모두 다 알게 된다.
( '유신 정권의 문제점을 세계적으로 알린 [동아일보 ] 광고 규제' 중에서/ p.222)

미군은 일본 장교들을 바보라고 생각했다. 일본 장교가 지휘하는 일본군은 무섭지 않았다. 일본 장교가 죽고 나서 부사관이 부대를 지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일본군은 강해졌다. 일본군의 문제는 장교였고, 그것은 일본 사관학교에서 받은 교육 때문이었다. 러일전쟁에서 싸운 방식을 철저히 익히게 하고, 그것만을 준수하게 한 일본 사관학교, 그리고 다른 전투 방법은 가르치지 않은 일본 사관학교가 일본군을 사지로 몰았다. 강군을 만들려고 한 일본 사관학교 교육이 약체 군대를 만들어낸 역설이었다.
( '일본 군대를 망하게 한 일본 사관학교 교육' 중에서/ p.232)

도박 중독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을 최대한 합법 도박 영역으로 묶어두어야 한다. 보통 강원랜드에 오래 있어도 심각한 도박 중독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사람들을 쫓아낸다. 강원랜드를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도박하는 사람들은 강원랜드에서 오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 도박을 안 하게 되지는 않는다. 불법 도박장을 찾는다. 불법 도박장에서 계속 도박을 하다 보면 도박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다. 24시간 계속해서 베팅액 제한이 없는 상태로 계속 도박을 하면 도박 중독에 걸릴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강원랜드 입장 제한 조치는 도박 중독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강원랜드 입장 제한 조치는 사람들을 불법 도박장으로 몬다. 그래서 결국 더 심각한 도박중독 문제를 만들어낸다.
(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 중에서/ p.256)

규제는 분명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제정한다. 1년에 수백 건이 만들어지고, 그동안 만든 규제는 1만 건이 훨씬 넘는다. 그런데도 사회가 좀처럼 살기 편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규제들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규제의 역설이다.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어렵게 규제를 만들어 시행했는데, 오히려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규제들도 있다. 하지만 좋은 규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는 규제 몇 개만 있으면 그 긍정적 효과는 사라진다. 좋은 규제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는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규제의 역설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의도만으로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많은 규제가 사회를 보다 좋게 하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기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개인 입장에서는 의도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는 보통 결과보다는 그 의도로 판단한다. 결과는 나쁘더라도 그 의도가 충분히 좋았다면, 보통 그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칭송 받는다. 그런데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다면, 사회적 수준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 '규제는 선한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pp.259~260)

규제도 인간이 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아무 문제없이 굴러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시도를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방안을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 규제에는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가겠다는 식의 고집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규제를 만든 사람과 집단이 자기 자존심과 정체성을 걸고 그 규제를 고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규제를 했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었으면, 그 다음에는 그 규제를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같은 방식의 규제를 더 강화한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식의 규제가 더 만들어진다.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규제는 증가하지만, 이런 식의 규제에서는 실제 세상이 나아질 수가 없다.
( '규제는 선한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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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끝자락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80년대 끝자락에 대학에 들어갔다. 소위 386세대 중 막내이다. 사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시험 점수와 장래를 걱정하는 주변의 입김 등으로 인해 결국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에도 대학원에서 행정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한번 관심을 둔 분야는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끊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역사 관련 서적은 왠지 모르게 자꾸 보게 되고, 전공 분야에서도 경제사나 경영사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 전공도 아니면서 역사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주제 넘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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