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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장 익숙한 곳에서 비롯한 가장 낯선 이야기들
2019 여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 작품집


[편의점]은 장르문학 애호가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의 2019년 여름 수상작 네 편과 초대작 한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수상작들은 모두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초대작은 앤솔로지에 경쾌한 매력을 더해 주었다.
중심 소재가 '편의점'이라는 사실이 제목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수록된 작품들의 제목을 보아도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책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섯 명의 작가들이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는 공간 '편의점'의 문을 열고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세계로 거침없이 나아간 까닭이다.
[창조와 비밀](유기농볼셰비키)은 우주적인 농담으로 가득한 2인극이다. 외계인 창조주를 신봉하는 남자와 실제 창조자인 여자 사이의 쉴 새 없는 대화가 태연한 표정으로 이어져 큰 웃음을 유발한다. '지구는 외계 미술대학 조별 과제의 산물'이라는 황당한 전제를 토대로 거대한 세계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작가의 솜씨가 인상적이다.
실직자의 가족을 다룬 정통 드라마로 출발한 [카라마조프 헤븐](류연웅)은 짤막한 이야기들이 빠른 템포로 연결되는 가운데 스릴러와 판타지의 요소를 품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질주한다. 결말에 이르러 독자는 이야기의 끝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가족 서사 특유의 아릿한 감정이 남는다.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이아람)는 외계 존재와의 첫 만남을 다룬 '퍼스트 콘택트'를 애틋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초록빛의 환상적인 생명체가 곳곳에 꿈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을 심어 놓았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존재와의 대면이라는 큼직한 사건이, 타인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고통이라는 섬세한 갈등과 절묘하게 얽힌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정세호)는 한밤의 편의점에 나타난 낯선 손님들을 그린 수많은 응모작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편의점이라는 공간과 그곳을 지키는 인물의 존재감이 생생하고, 편의점의 특성을 이세계와 접속하는 장치로 흥미롭게 풀어낸 까닭이다. 실제로 편의점을 운영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기에 주인공의 마지막 퇴근이 전하는 여운이 묵직하다.
초대작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이산화)는 삼각김밥의 부작용으로부터 서울 시민을 구해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이현상청 소속 공무원의 활약상을 유쾌한 필치로 쫓는다. 능숙한 이야기꾼의 지휘 아래 익숙한 지명과 친숙한 대상이 미지의 세계를 덧입고, 선과 악·평범함과 기이함·성경 구절과 무속신앙의 주문이 발랄하게 섞인다. 개성이 심히 뚜렷한 인물들의 말맛이 일품이다.

출판사 서평

편의점의 서비스만큼 다채로운 스펙트럼
편의점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먹거리를 보자면 간단한 간식부터 제법 고급스러운 식사까지 두루 갖추고 있고, 생활용품 코너에는 옷가지와 화장품과 필기구에 더하여 부의금 봉투까지 마련해 두었다. 뿐이랴. 현금을 찾을 수도 있고 택배 발송도 가능하다. 골목마다 매장이 있으니 편의점을 일터로 삼은 사람도 많다. '편순이'와 '편돌이'에게 있어 편의점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인생의 쓴맛을 체험하는 곳이다.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편의점주의 고단한 처지 또한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편의점] 속의 편의점은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띤다. [창조와 비밀]의 편의점은 인연이 만들어지는 장소이자 지역 명물 빵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으로 소소한 풍요로움을 안겨 주는 곳이다. 그 음식에 문제가 생긴다면 점포 수만큼의 피해가 생기기에,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의 주인공 모린은 새벽부터 서울 곳곳을 누비며 팔리지 말아야 할 삼각김밥들을 회수한다.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도입부의 편의점은 주인공 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지만, 사건 전개에 따라 그 의미가 계속 달라진다. 선의 마음과 그가 편의점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작품 감상의 한 축이 된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의 편의점 또한 주인공 우석의 직장이다. 편의점주인 우석은 손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편의점의 그늘을 처절하도록 선명하게 드러낸다.
제목이 곧 작중 편의점의 상호인 [카라마조프 헤븐]의 경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 플랫폼형 편의점을 묘사하는데, 각종 캐릭터숍의 인기로 미루어 볼 때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점쳐 볼 만하다. 우리의 삶과 깊이 연결된 편의점의 미래는 곧 이 사회의 미래다. 약 40년에 걸쳐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의 편의점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짐작해 본다면, 우리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기에 소외된 장소를 향하는 시선
편의점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편의점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 이야기가 '장르소설'의 문법을 따라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지극히 생활 밀착형인 장소에 평범한 생활과는 동떨어진 사건을 결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편의점] 수록작들은 그 산을 넘은 작품들이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의 주인공인 편의점주 우석은 "인사에 대꾸도 없이 들어와 물건을 사고 나가기까지 한 마디 말도 없는", "저를 사람으로 안 보는 사람들, 편의점의 부품 취급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한다. 곁에 당연한 듯 머무는 존재를 무심히 지나치는 태도란 세상 한구석을 쓰라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편의점을 둘러싼 이야기에 주목하는 일은 따뜻한 경험이 된다. 모두의 시야 안에 있기에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을 새삼 돌아보는 기회다. 심사 과정에서 편의점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에 가점을 부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야기의 배경에 초라하게 머무르는 대신 중심에서 큰 흐름을 주도하는 편의점을 보며 편의점에 수없이 들르는 우리 자신도 그러하기를 소망해 보는 것이다.

줄거리
[창조와 비밀] 유기농볼셰비키

홍대 밤거리를 걷다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나는 그 직후부터 두 시간 반에 걸쳐 세계의 기원과 인류의 임무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듣는다. 남자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와 인간을 만든 것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외계인으로, 이 세계는 그들이 고도의 기술력을 활용해 창조적 유희를 아름답게 펼친 결과이다. 그의 말은 한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틀렸다. 지구는 분명 외계인이 만들었지만 그저 미대 조별 과제의 산물일 뿐이며, 그 조의 조장은 나다. 나는 창조주로서의 책임감에 따라 그에게 진실을 알리기 시작한다.

[카라마조프 헤븐] 류연웅

실직자 의상은 절망한 채로 거리를 떠돌다 오픈을 사흘 앞둔 캐릭터 플랫폼 편의점 '카라마조프 라이프' 1호점의 첫 번째 손님이 될 기회를 얻는다. 카라마조프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의상의 아들이 무척이나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의상이 얼결에 편의점 입장 대기 줄의 선두에서 기다리는 사이, 의상의 부인 장미는 그날따라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찾으려 거리를 헤맨다. 과거로 돌아간 이야기가 가족의 사연을 짚어 나가면서 사라진 아이의 충격적인 행방이 점차 드러난다.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이아람
서울에 살던 선은 꼬여 버린 삶을 두고 도망치듯 제주도로 내려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한 달 남짓 지났을 즈음 제주도에는 '우주 물체 추락' 에 따른 긴급 재난 경보가 울리고, 곧이어 거대한 녹색의 무언가가 한라산을 베고 눕는다. 얼마 뒤 해변에서 고요한 녹색 인간을 만난 선은 그와 만남을 거듭하는 가운데 메말랐던 감정과 괴로웠던 과거를 치유해 간다. 그 사이 제주도를 찾았던 관광객들은 빠른 속도로 떠나고, 대신 병력과 연구진들이 배치되면서 섬 전체에 긴장이 감돈다.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 정세호
우석은 후미진 주택가 한가운데에서 편의점을 운영한다. 상권이 주저앉은 곳이다 보니 하루에 열네 시간씩 일주일에 엿새를 일하고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어머니까지 일을 해야 할 형편이다. 밤 근무를 하며 신세를 한탄하던 그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손님을 맞이한다. 우석에게 담뱃갑을 받고 계약을 맺었다 선언한 그는 이후로도 다른 손님을 데려와 작은 물건을 받아 갔고, 그 대가로 편의점의 손님을 늘려 주었다. 우석은 오랫동안 궁금증을 품은 끝에 기묘한 손님들의 놀라운 정체를 알게 된다.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이산화
문체부 산하 기이현상청 소속 공무원 모린은 어느 날 새벽 3시에 집을 찾아온 애인 비희에게 긴급한 부탁을 받는다. 비희는 일루미나티가 운영하는 식품 연구소의 매니저로 편의점용 신제품 개발을 관리하는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삼각김밥이 그만 직원의 실수로 서울 전역의 편의점에 납품되었다는 것이다. 모린은 옛 애인들인 비둘기들과 악마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 삼각김밥을 회수하기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한다.

목차

서문 · 4
창조와 비밀 · 6
카라마조프 헤븐 · 60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 94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 · 182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 246
작가 후기 · 288

본문중에서

“난 여길 만드는 데도 참여했거든. 그래서 당신들의 교주가 쓴 교리책 같은 선동과 날조가 이 우주에 퍼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 잘 들어. 진실을 알려 줄게. (…)사실, 지구는 조별 과제의 산물이야.”
“뭐?”
“정확히는, 미술대학 학부 1학년 1학기 공통 필수 파운데이션(기본) 과정에서 조원 구성이 랜덤으로 편성된 조별 과제의 산물이고.”
( '창조와 비밀' 중에서/pp.21~22)

이 시대의 종교는 오디션이고, 신은 캐릭터이며, 편의점은 교회가 될 것이다. 우린 물건이 아닌 느낌을 팔아야 한다. 사람들은 10원을 쓰는 데에도 의미가 있길 바라거든. 편의점을 통하여 캐릭터 오디션을 열자. (…) 최초 공개 당시 여론은 폭망이었다.
베댓: 삼성공화국에 이어 카라마조프공화국 만드는구나.
하지만 그딴 돈도 안 되는 주절거림은 101명의 카라마조프 프렌즈 캐릭터가 공개된 이후 깡그리 묻혔다. 카라마조프 월드를 보았니. 101명의 천사가 함께한~.
( '카라마조프 헤븐' 중에서/ pp.68~69)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허리였다. 한라산 국립공원의 절반을 베고 누운 굴곡진 허리가 만들어졌고 다음 날에는 둥근 어깨가 생겨났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다리가, 그리고 머리가…. 7일째 되는 날에 그 ‘운석’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분명히 드러났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머리와 괴상하게 길고 뭉툭한 팔, 그리고 발가락이 없는 다리를 가진 웅크린 사람의 형태였다.
“저건 생명체예요.”
변화가 끝났을 때, 게스트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저건 돌이 아니라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고. 우주에서 혜성을 타고 우리를 찾아온 방문자라고.
(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 중에서/ pp.145~146)

“이제… 이제 저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이 빌어먹을 편의점에 서서 물건을 팔고, 정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요.”
“당신은 여기서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태곳적부터 모든 문명의 근간은 필요한 재화의 교환에서부터 태동했습니다. 당신은 만물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수행하는 이입니다.”
(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 중에서/ p. 239)

“어쩐지 편의점 신제품들 가끔 좀 이상하더라. 지난번에 요구르트 계란 샌드위치인가 뭔가는 먹어 보고 만든 게 맞나 싶었는데, 다 너네가 만드는 거였구나.”
“거기 들어간 게 좀 특수한 알인데, 하도 맛이 이상하니까 아예 더 이상하게 조리해서 얼버무려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거든요. 그렇게라도 시장 반응을 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데이터가 있어요. 한국은 그런 면에서 특히 실험에 용이하죠. 대만 카스테라도 그렇고 치즈 등갈비나 흑당도 그렇고, 음식이 한번에 확 유행했다가 싹 사라지잖아요? 땅은 좁고 인구는 바글거리는데 유행 교체 주기는 빠르고. 유전학 실험에 초파리 쓰듯이 쓰기 좋… 이거 하면 안 되는 말이었나요?”
(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중에서/ p.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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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 졸업. 글도 쓰고 공연도 하고 현대미술도 한다. 청정 140% 유기농으로 재배한 플루토늄처럼 상큼하고 발랄하며 청순가련한 작품을 생산한다. 여러분의 가슴에 핵융합처럼 강력하고 사랑스러운 울림을 드리고자 진심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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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생. 인문계도 실업계도 싫어서 낭만적 도피처로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뒤로 꿈이 생겼다. 소설을 써서 대학도 가고, 돈도 벌었다. 자전소설 [내가 나이에 따라 변할 사람 같냐]를 독립출판물 형태로 만들고, 안전가옥과 함께 오디오북 [류연웅 단편선]도 출시했다. 현재 한국 문학판에서 '블랙코미디' 장르를 개척해 내겠다는 꿈과 함께, 정말이지 열심히 쓰고 있다. 근본의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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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사회학을 전공. 글을 쓰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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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문학 단편선-돼지가면 놀이]에 [낚시터]를 수록하고 웹진 크로스로드에 [연을 날리는 시간]을 게재했다. [지하실의 여신들]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주최 '과학 및 액션 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대전!-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집]에 수록되었으며, 제1회 'SF어워드 단편소설 부문' 후보작에 선정되었다. 이후 [조커가 사는 집]에 타 후보작들과 함께 동 단편이 재수록되었다. [괴이, 도시]에 [거미집], [편의점]에 [마지막 퇴근은 손님들과 함께]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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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중학생 때 소설가가 꿈이었던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와 『밀수 ― 리스트 컨선』 및 단편집 『증명된 사실』을 냈고, 그 밖에도 앤솔러지와 잡지 등 여러 지면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8년과 2020년에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상한 이야기와 새콤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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