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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속이지 말라 (소프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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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설가 정찬주의 신작 산문집 《자기를 속이지 말라》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5월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부처님 오신 날’ 주간을 맞아 독자들을 찾아가는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한국 불교에 중요한 족적으로 기록되고 있는 성철 스님(1912~1993)이 살아생전 수행과 공부의 터전으로 삼았던 암자들을 따라가면서 곳곳에 새겨진 성철 스님의 말씀과 발자취, 그리고 암자에 전해져 내려오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담아낸 주옥 같은 산문집이다. 기행문의 현장성, 명상서의 성찰성, 전기(傳記)의 서사성이 탁월하게 어우러진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한 사람의 위대한 종교인의 삶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가는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현실에 두루 해당되는 폭넓은 마음공부를 다루고 있는 산문집이다. 성철 스님은 암자에서 무엇을 공부했나, 성철 스님은 암자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화두 삼아 참다운 ‘나’를 찾아 떠나는 마음의 기행문인 것이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스테디셀러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의 저자이자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저자인 정찬주는, 선방과 암자를 돌아다니며 깊이 있는 명상적 글쓰기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몇 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엮어낸 책으로, 입적한 지 오래되었으나 변함없이 마음속에 살아 있는 성철 스님을 오늘날 우리가 진정한 마음의 스승이자 삶의 구체적인 지침으로 모셔야 하는 이유와 성철 스님이 여전히 우리 앞에 눈 부릅뜨고 계시는 진정한 의의를 전하고 있다. ‘불기자심(不欺自心)’, 즉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성철 스님이 저잣거리의 사람들에게 즐겨 주시던 좌우명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신의 목표와 좌우명을 잃어버린 채,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힘겨운 일상을 영위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진짜 어려움은 다른 사람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사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날마다, 혹은 순간순간 자기와 여러 가지 약속을 한다. 그러나 자기와의 약속을 모두 지키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서릿발 같은 결심을 했다가도 슬그머니 물러서버릴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부도란 사업하는 사람만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도 마음의 부도를 내며 살고 있다. 마음의 부도는 알게 모르게 자기 질서를 허물어뜨리고 마침내 부실한 사람이 되게 하고 만다.’
이러한 어려운 시대에 있어 성철 스님의 삶과 수행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성철 스님은 평생 누더기 장삼만을 입는 검박한 삶으로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낸 ‘자기를 속이지 않는 삶’을 살아냈던 선승이다. 그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한 순간도 눕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8년간 계속했고, 철조망을 치고 수년 동안 동구불출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모든 이들의 성품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실천했으며, 부처님 계율을 실천하여 출가정신을 회복하고 수행자로서의 위의(威儀)를 바로 세우는 정화운동을 이끌어간 원칙주의자였다. 성철 스님의 삶이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자신과의 약속을 철두철미하게 지켜내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자기를 속이지 않는 삶이 자신을 스스로 빛나게 해주리라는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가르침을 그대로 체현해낸 성철 스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정신적 스승인 것이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또한 성철 스님이 길 잃은 산비둘기를 입에 넣어 씹은 콩으로 키우기도 했고, 아이들과 장난치며 노는 것을 즐겼으며, 가까운 도반들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를, 성철 스님이 거쳐간 암자들을 따라가며 현장감 있고 흥미롭게 그려 보여주고 있다. 신도들에게 삼천배를 시키는 계기가 된 일화 등 성철 스님의 숨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담겨 있어 성철 스님의 또 다른 면모들을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성철 스님이 터전으로 삼았던 여러 수행 도량들을 되밟아가며, 그 암자에 변함없이 전해오는 무정물(無情物)들의 설법과 역사적 실화들에 귀 기울이며 특별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이제까지 나온 성철 스님 관련 책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작가 정찬주와 암자를 직접 기행하며 사진 작업을 한 유동영의 흑백사진들 또한 성철 스님의 씌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탁월한 행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1부 ‘성철 스님 암자 기행’은 백련암, 운부암, 복천암, 봉암사, 천제굴, 성전암, 김룡사 등 성철 스님이 머물렀던 암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산문이며, 2부 ‘어둔 마음을 밝히는 성철 스님의 말씀’은 성철 스님이 곳곳에서 중생들에게 전한 말씀들을 어록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말미에는 성철 스님의 행장(行狀)이 정리되어 있어 성철 스님의 발자취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해준다. 성철 스님이 암자에서 무엇을 공부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읽고 듣고 깨달았는지를 추체험하게 하는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성철 스님의 삶이 이루어낸 그윽한 향기를 신록의 계절을 맞아 더욱 짙게 다가오게 한다.

목차

제1부 성철 스님 암자 기행

백련암에서는 까마귀도 선문답을 하네
그릇이 비어 있다고 그릇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원한 진리를 홀로 밟으며 나가리라
뜻은 비로자나불 정수리에 두고 행동은 동자 발 앞에 절하듯 하라

운부암 무쇠솥은 불길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는구나
이 산길은 구름 위에 뜬 암자로 가는 문
서리 인 소나무처럼, 물 위에 뜬 달처럼 살자
침묵하라, 그대를 벙어리라 말하지 않으리라

복천암 흐르는 물이 온몸을 다 바쳐 살라 하네
물 흐르듯이, 혹은 구름 흐르듯이
선승에 의해 선방으로 환생한 복천암
평등한 성품을 깨달아라

봉암사 용곡 물은 예나 지금이나 회초리처럼 차갑네
연탄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침류교 위에서 진정한 벗을 그리워하다

원망하는 사람마저 부처님처럼 섬기라
스님은 왜 암자 이름을 천제굴이라고 했을까
시물을 화살처럼 무서워하라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기라. 그것이 참 불공이다

철조망을 둘러치고 왜 성전암에서 산비둘기와 함께 살았을까
인생이란 가둠과 풂,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
암자는 작으나 법계를 머금고 있으니
나 잘나지 못함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소서

중음신의 대중을 위해 최초로 설법한 김룡사
어찌 세상에 공짜가 있으랴
제 앞길 가리지 못하면 산 사람도 중음신이다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다시 금강굴과 백련암에서 발심의 말뚝을 박는다
영원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자기를 속이지 말라

제2부 어둔 마음을 밝히는 성철 스님의 말씀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다
부처님을 팔지 말라
사탄이여,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누가 깨쳤다고 하는가,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라

성철 스님 행장

본문중에서

입산 출가한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자기와의 선한 약속을 지키며 산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른 거창한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일일 것이다. 사람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의 무게와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나태나 타성으로부터 자기라는 질서를 흩뜨리지 않고 마침내는 밤하늘의 별처럼 자기 자신의 생을 빛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신도가 천제굴에서 기도했더니 자기 아들이 시험에 합격했다고 당시 최고급 시계를 보시한 일이 있었다. 신도가 가버리자 성철은 시계를 나무토막 위에 놓고 산산조각이 나게 돌로 부숴버렸다. “중에게 무슨 시계가 필요하노. 공부하는 놈이라면 한순간이라도 시계 볼 여유가 어데 있겠노.” 시물은 두렵게 여기라는 성철의 단호한 행동이었다.

참 불공이란 목탁을 두드리며 불단에 음식을 차려놓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를 몰래 돕고,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란 말이다. 원망하는 원수까지도 부처님처럼 섬기는 것이 참 불공인 것이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내가 사는 길은 오직 남을 돕는 것밖에 없습니다. 내 집 안에 계시는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잘 받드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벌레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넓고 넓은 우주, 한없는 천지의 모든 것이 다 부처님입니다. 수없이 많은 이 부처님께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불교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이란, 선과 악을 완전히 버리고 그래서 선과 악이 융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중도의 세계를 말합니다. 선과 악이 대립되어 있는 것은 진정한 선이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근본적으로 현실이 절대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눈만 뜨고 보면 사바세계가 그대로 극락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의 세계를 딴 데 가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마음의 눈을 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눈만 뜨고 보면 태양이 온 우주를 비추고 있습니다. 바로 알고 보면 우리 앉은 자리 선 자리 이대로가 절대의 세계입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3~
출생지 전남 보성
출간도서 69종
판매수 14,492권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가가 된 이래, 자신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변함없이 천착하고 있다. 호는 벽록(檗綠).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국어교사로 교단에 잠시 섰고, 〈샘터〉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 법정스님에게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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