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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의 사회생활 : 일본과 함께 진화한 라멘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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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 현대사로 육수를 내고,
일본인의 집단 기억과 거짓 전통을 고명으로 얹은 라멘 이야기!


패전 후 가난한 일본인의 위를 달래던 라멘이국토 개발과 지역 관광의 첨병이 되고,
명퇴자가 자본 없이 차리는 프랜차이즈 라멘집에서 사무에를 입고 라멘의 도를 외치는 면옥이 되기까지,

젊은 요리사들은 머릿수건을 쓰고 단칼에 적을 베는 사무라이처럼 놀라운 집중력으로 라멘을 만든다. 단 한 방울의 국물도 남기지 말라는 카리스마 주방장이 면을 말고 육수를 부어낸다. 라멘은 이제 일본인의 일상이고, 그들의 혈관에는 라멘의 육수가 흐른다. 라멘에 새겨진 내셔널리즘의 구두점을 찾아낸 건 바로 이 책의 저자다.
― 박찬일 /몽로 주방장, 칼럼니스트

예전에 한국인에게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사시미(회), 스시(초밥), 소바(메밀국수)였다면, 지금 일본을 여행하는 이들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단연 '라멘'이다. 1인당 (인스턴트) 라면 소비로 단연 세계 1위인 한국인이 굳이 일본에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꼽는 라멘은, 일본인 스스로도 '소울 푸드'라고 말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라멘의 사회생활 ― 일본과 함께 진화한 라멘 100년사]는 중국에 뿌리를 둔 라멘이 패전, 국토 개발, 거품경제 붕괴 같은 일본 사회의 변화를 함께 겪으며 일본인의 국민 음식이 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라멘, 패전 후 가난에 시달리던 일본인의 위를 달래다
일본의 국민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에서 라멘은 중국음식점에서 팔리는 음식이고 일본인은 아직 라멘을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라멘은 메이지 시대(1868~1912) 중기에 요코하마나 나가사키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길거리 음식 '난킹南京 소바'로 일본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고 일본이 바깥 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시기, 바로 세계화의 입구에서 난킹 소바가 일본에 도래한 것이다."(30쪽)
그런 라멘은 패전 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일본인에게 구원의 음식이었다. 가난한 시절의 한국에 '꿀꿀이죽 신화'가 있다면, 일본에는 가난한 이들이 노점에서 '지나 소바'를 팔고 역시 가난한 이들이 그것을 사 먹던 추억이 있고, 인스턴트 라멘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는 1948년에 오사카 암시장에서 줄을 서서 라멘을 사 먹던 사람들을 보고 인스턴트 라멘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미국의 원조 밀가루였는데, 과잉 생산된 밀을 처리하기 위해 고심하던 미국 정부는 1954년 PL480법(잉여 농산물 처리법)에 의거, 일본, 한국, 타이완 등에 원조라는 이름으로 밀을 팔아치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렇게 대량 유입된 밀가루를 소비하기 위해 분식 장려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밀가루를 재료를 하지만 일본인의 전통적인 식생활과 좀 더 밀접했던 라멘이 빵을 이기고 일본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는 배경인 것이다.

라멘과 노스탤지어, 그렇게 국민 음식이 된다
일본에서 20년 동안 브라운관을 지켰던 가족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 천지渡る世間は鬼ばかり](2011년 종영)에는 라멘집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라멘집은 다른 업종으로 대체될 수 있는 흔한 자영업이 아니라 전후 일본을 경제 발전과 세대 갈등을 상징하는 곳이다. 전후 노점에서부터 시작해 점포를 얻기까지, 라멘을 통해 패전과 가난을 극복해온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풍요로워진 일본에서 태어나 라멘집이 그저 비즈니스일 뿐인 아버지 어머니 세대, 그리고 가난을 상징하는 촌스러운 라멘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식 세대.
이처럼 라멘(가게에서 만들어 파는 라멘이든 인스턴트 라멘이든)은 세대별로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인의 집단 기억과 얽혀 있다. 잘 알려진 [은하철도 999]에서 주인공 호시노 데쓰로(철이)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라멘을 먹는데, 그 만화를 그린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는 1956~61년에 규슈에서 도쿄로 상경해 실제로 라멘으로 끼니를 때우는 하숙 생활을 한 바 있다. 또한 1948년을 전후해 태어난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団塊 세대는 1960년대 중반 수험생이 되었을 때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입시 공부를 하면서 인스턴트 라멘을 간식으로 먹었다. 한편 1971년 9월에 발매된 컵라면은 이듬해 2월에 발생한 아사마 산장 사건으로 인해 단숨에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하는데, 연합적군파와 대치하고 있던 경찰들이 영하 15도의 강추위에서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부어 먹는 장면이 막 보급된 컬러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국토 개발과 라멘, 만들어진 신화
일본에는 유명 라멘집을 찾아다니며 라멘을 맛보고, 라멘 맛을 비교․평가하는 라멘 마니아, 평론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지역에 따라, 가게에 따라 각양각색의 라멘 맛을 볼 수 있기 때문. 하카타(후쿠오카)의 돈코쓰 라멘, 삿포로의 미소 라멘을 비롯해, 일본에는 열도 라멘 지도마저 있을 정도로 지역 특색 라멘이 많다. 신요코하마에 있는 라멘 박물관은 향토 라멘 지도와 라멘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면서, 라멘이 "지역의 기후, 풍토, 지혜와 섞여 그 지역에 뿌리내렸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 하야미즈 겐로速水健朗는 그것이 '날조된 역사'라고 주장한다.
지역의 이름을 붙인 라멘의 대표 주자는 삿포로 미소 라멘이다. 그러나 삿포로에서 처음부터 미소 된장을 이용해 육수를 낸 라멘을 선보인 것은 아니고, 1961년 한 라멘집에서 미소 라멘이 등장하고 유명세를 탄 후 다른 가게에서도 이 메뉴를 따라하게 되면서 삿포로 라멘은 미소 라멘으로 굳어졌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경제 호황에 따라 일어난 관광 붐에서 미소 라멘이 삿포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하게 되자, 다른 지역에서도 관광 자원의 일환으로 저마다의 지역 특색 라멘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이 되는 것은 일본의 총리(재임 1972~74)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가 1952년부터 추진한 국토 개발 정책이다. 대도시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하고자 한 국토 개발 정책의 핵심은 도로 건설이었는데, 때마침 일어난 관광 레저 붐이 지역 특색 라멘 개발의 기폭제가 되었고, 또한 그렇게 정비된 국도변에는 프랜차이즈 라멘 체인점이 들어섰다. 1960년대 후반부터 국도를 따라 점포를 내며 성장한 라멘 프랜차이즈는, 이후 수많은 명퇴자들이 뛰어드는 분야가 되기도 한다.

사무에作務衣와 라멘도ラーメン道, 라멘 내셔널리즘
일본에서 라멘은 점점 더 거창한 음식이 되고 있다. 라멘집 인테리어는 점점 일본식으로 바뀌고 있고, 라멘집의 종업원은 요리사복과 앞치마 대신 사무에(일본 공예 장인이나 승려들이 입는 작업복)를 입는다. 라멘집에 벽에는 설교조의 손글씨 격언이 붙어 있고, 라멘 조리법을 배우는 것은 수련이다. 이런 경향의 바탕에 '힐링 내셔널리즘'이 깔려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세대(2002년 당시의 20대)가 라멘집을 창업해 이런 경향을 이끌고 있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경향을 마냥 차갑게 보지만은 않는다. 라멘을 통한 내셔널리즘은 문화나 취미 공동체로서의 내셔널리즘, 배타성이 없는 내셔널리즘으로, "역사의 흐름이 일단 단절된 현대에는 라멘이 다시 매력 있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각성시키려는 의식의 매개가 되고 있"(284쪽)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라멘 속에 일본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일본의 라멘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만 한국의 상황을 대입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라멘 한 그릇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은 일본 근대 음식이 걸어온 길이자 일본의 근현대사 자체다. '라멘'을 고갱이 삼아 식민지 침탈과 패전, 전후 복구와 초고속의 경제성장, 그 이후 지루하게 이어지는 불경기의 그늘까지 일본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그런데 참 이상타. 일본 사람이 쓴 일본 라멘 이야기가 왜 이리 친숙한가.
― 정은정/ [대한민국 치킨展 ] 저자

목차

옮긴이의 글 / '라멘'과 '라면' 사이
머리말 / 애국하는 라멘
제1장. 라멘과 미국의 밀가루 전략
제2장. T형 포드와 치킨 라멘
제3장. 라멘과 일본인의 노스탤지어
제4장. 국토 개발과 지역 특색 라멘
제5장. 라멘과 내셔널리즘
후기 / 라멘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
라멘사 연표

본문중에서

종전 직후의 쌀 부족, 고도성장기의 대량 생산,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용된 주력 상품, 내셔널리즘과 일본의 전통 등등 라멘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일본인에게 라멘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책의 주제는 어쩌면 한국의 독자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되어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p.16)

맛있는 라멘집의 정보를 담은 책은 더더욱 아니다.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라멘의 보급, 발전, 변화를 축으로 한 일본 문화론이자, 미디어사史이며 경제사, 사회사다. ... 라멘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것을 통해 일본인을 생각해보자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출발점이다.
('머리말' 중에서 /p.21)

치킨 라멘의 발매 당시 가격은 35엔이었는데, 그 시절 대졸 초봉이 1만 3,467엔, 버스 차비는 15엔이었다. 우동(6엔)에 비하면 비싸다고 도매상은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먹는 라멘 한 그릇의 가격이 대체로 40엔이었음을 생각하면 비싸긴 하다.
(/p.87)

아사마 산장 사건은 10일간의 장기전이 되었다. 현장은 가루이자와초 외곽의 별장지였는데, 가루이자와초의 여관과 식당 등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온 경찰 지휘부나 언론의 세 끼를 맡았다. 전선의 경찰에게는 주먹밥이나 네모난 도시락 형태로 식사가 제공되었지만 영하 15도의 추위에 얼어버렸고 너무 딱딱해져서 씹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경시청의 키친카(식당차)를 산 정상으로 올려 보내 따뜻한 차와 함께 컵라면을 배급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p.144)

전후 부흥기를 지탱한 세대, 고도 경제 성장 시기를 지탱한 세대, 그리고 인스턴트 라멘을 최초로 먹은 단카이 세대. 이 세 세대는 서로 차이는 있지만, 어느새 라멘은 과거에 자신이 극복했던 '가난했던 시대'의 각인으로 남아 있다. 또한, 1958년이라는 해와 라멘을 둘러싼 추억은 사람들 각각의 기억 깊숙이 간직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지층과 같이 축적된 라멘의 기억이 이윽고 '라멘=국민 음식'이라는, 일본인 전체가 공유하는 공통 의식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pp.152~153)

각 지역의 라멘은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풍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융화되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이상한 메뉴를 내놓은 라멘집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그 가게가 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지역의 관광화와 함께 주변 가게들이 따라하면서 같은 메뉴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각 지역의 라멘이 탄생한 경위다. (/p.172)

원래 '지나 소바'라고 불리던 돈코쓰 베이스의 하카타 면 요리와 삿포로의 '라멘'은, 그 기원도 다르고 진화의 과정도 다른 요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인스턴트 라멘의 광고가 노출되면서 '라멘'이라는 표준어로 변환되어 둘 다 '라멘'이 되었다.
(/p.177)

라멘에 내셔널리즘, 향토애, 신토불이, 슬로푸드 같은 사상이 유입되는 것도, 예전에 부서지고 흐름이 끊긴 역사와 전통을 다시 찾으려는 의지일 테다. 취미나 유희, 혹은 리얼리티 쇼, 허구, 날조라 하더라도, 그것들을 다시 소환하려는 무의식의 열기는 마치 라멘의 김처럼 뜨겁게 솟구쳐 오르고 있다.
(/p.285)

저자소개

하야미즈 켄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3~
출생지 일본 이시카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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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일본 이시카와 현에서 태어났다. 컴퓨터 전문지 편집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미디어론과 도시론, 쇼핑몰 연구, 단지 연구 등이다. 지은 책으로 [라멘과 애국], [도시와 소비와 디즈니의 꿈], [1995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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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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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시샤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2008년 와세다 대학, 2010~11년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에 각각 1년간 교환 유학을 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원자력으로 본 일본](私たちはこうして原?大?を選んだ) 번역 출판을 준비 중이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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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대, 국민대학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어느 여름, 일본 자취방에서 문득 일본어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 분투 끝에 번역가로 정착했다. 집과 카페에 틀어박혀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번역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언제나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며 센스 있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서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역서로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기름 혁명》,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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