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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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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판소리로 잘 알려진 고전소설 ‘흥부전’이 어린이를 위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 아홉 번째 권으로 나온『흥보전』은 같은 씨리즈 세 번째 권인 『홍길동전』으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는 시인 정종목이 글을 썼다. 먼저 제목에서 왜 ‘흥부전’이 아니라 ‘흥보전’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전하는 여러 『흥보전』중에 일부 목판본을 제외하고 신재효본을 비롯한 대개의 이본에서는 ‘흥보’ ‘놀보’라 불린다. 사실 예전에 ‘~보(甫)’는 먹보, 울보, 잠보처럼 평민 남자들의 흔한 이름이었다. ‘흥보’ ‘놀보’도 이와 같은 경우인데, 평민들이 좋아하던 판소리를 점차 양반도 즐기게 되고 이 이야기를 더 많이 읽히려는 목판본(경판본)이 나오면서 점잖게 ‘지아비 부(夫)’로 바뀌어 ‘흥부’ ‘놀부’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원전을 충실히 살린다는 씨리즈 기획 의도에 따라 ‘흥보’ ‘놀보’라 부르기로 정했다. 무능력하지만 예의와 염치를 알고 정이 많은 흥보, 생활력이 강하고 바지런하지만 극성맞고 욕심이 많은 놀보. 이 두 형제의 대립과 갈등은 여느 책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춘향전』『심청전』과 더불어 『흥보전』이 3대 판소리 창본 소설로 자리 잡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재효의 성두본 ‘박타령’과 ‘박흥보가’ 등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판소리계 소설 고유의 생생한 사설과 구성진 가락이 흥보, 놀보 두 인물은 물론 작품 전체를 생동감 있게 만든다. 그렇기에 인물에 대한 과장된 묘사와 심한 비약도 오히려 유쾌하고 통렬하다.

이를 테면 형 놀보의 집에서 쫓겨난 흥보가 따로 살림을 차린 집을 묘사한 대목을 보자. “어쩌다 곤한 잠에서 깨 기지개라도 켜면 머리통은 뒤란으로 쑥 빠지고, 발목은 앞마당으로 불쑥 튀어나갔다. 그러다 돌아누우면 엉덩이가 울타리 밖으로 비죽 튀어나가 동네 사람이 지나다, ‘허허, 이 엉덩이 불러들이소!’하는 것이었다.” 식인데, 스물아홉 자식을 거느린 흥보 가족이 쓰러져 가는 집에서 못 먹고 못 입고 지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목에서 넘치는 해학은 독자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또한 흥보보다 더 부자가 되어 보겠다고 놀보가 제비를 몰러 나간 장면도 풍자가 넘친다. “그러던 어느 날 신수가 불길한 제비 한 쌍이 그만 놀보 집에 덜컥 날아들고 말았다. … 놀보는 제비가 둥지를 지으려면 고생한다고 제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수 흙을 개어 처마 밑에 철썩 붙이고 … 금줄까지 둘러 주었다. 하지만 미친 제비가 아닌 다음에야 그곳에다 알을 낳겠는가. 제비는 엉뚱한 곳에 둥지를 짓고 알 여섯 개를 낳았다.”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이 가장 잘 살아 있는 대목은 『흥보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흥보 내외가 박을 타는 장면이다. “얼씨구 좋을시고 절씨구나 좋을시고.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돈 봐라, 돈 좋다. 돈 보아라, 돈 돈 돈 보아라. 살았구나, 살았어, 박흥보가 살았어. 야! 이놈의 돈아! 어디 갔다 이제야 오느냐? 못난 사람도 잘나게 하는 돈, 잘난 사람은 더욱 잘나게 하는 돈,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도는 돈, 돈돈돈 돈돈돈돈 돈 봐라. ……” 흔히 『흥보전』을 권선징악을 가장 잘 구현한 고전소설의 전형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 책의 결말은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가 복을 받고 못된 부자 놀보는 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흥보전』의 주제를 권선징악으로만 보지 않고, 농업과 물물교환경제, 엄격한 신분제, 성리학 등 기존의 사회질서 전반이 흔들리던 18세기 조선 후기 ‘흥보’로 상징되는 ‘이상’과 ‘놀보’로 상징되는 ‘현실’을 통합하려는 공동체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다시 말해, 하루아침에 비렁뱅이 신세가 되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애써 보지만 곧 무능과 한계를 느끼면서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양심과 윤리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는 흥보, 형제간의 우애나 이웃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돈과 재물만을 좇지만, 생활력이 강하고 재물의 소중함을 아는 놀보, 이 두 형제가 지닌 이중적인 측면은 어느 누구나 갖고 있는 양면의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흥보’ ‘놀보’를 상반된 성격을 지닌, 완전히 서로 다른 인물로 보기는 힘들다.

나아가 ‘흥보’로 상징되는, 전통 농경사회에 바탕을 두고 정신적, 도덕적 명분을 앞세우던 세력과 ‘놀보’로 상징되는, 새롭게 부를 획득해 힘을 행사하게 된 세력이 끝내 화해하는 것은 조선 후기 변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 두 세력이 이상적으로 결합되길 바라는 공동체의 소망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흥보전』은 단순한 권선징악적 구도를 넘어 다층적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고전 『흥보전』을 새로운 각도로 읽어보면 어떨까. 『흥보전』이 내재하고 있는 여러 생각거리들도 함께 짚어보자. 이러한 과정 속에서 『흥보전』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여겨질 것 같다. 덧붙여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을 느껴보는 것에서도 우리 고전 읽기의 참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목차

고전의 재미 속으로 빠져 보자

쫓겨난 흥보

가련한 신세

매품 팔러 가는 흥보

놀보 집에 갔다가

도승이 잡아 준 집터에 제비가 날아들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박 타는 흥보

벼락부자가 되다

화초장, 화초장

제비 몰러 나간 놀보

옛 상전과 능청 주머니

장님, 비렁뱅이, 사당패

쪽박 찬 놀보

대장군이 튀어나와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해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05.28~
출생지 충남 공주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34,155권

1961년 충남 공주에서 남. 경기도 용인을 거쳐 서울에서 성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0년 [실천문학], 봄호에 [그리운 반딧불]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는 [어머니의 달], 과 [복숭아뼈에 대한 회상], 등이 있으며, 1992년 보고문학 [비싼 여름]으로 제4회 전태일문학상 받음. 1993년 '우리 시' 모임 2·3집에 참여. 어린이책으로 [김창숙], [꽃씨 할아버지 우장춘], [음악의 바다, 바흐], [홍길동전], [악보 위의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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