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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버드 : 지구에서 달까지, B95의 위대한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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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멸종이라는 비극을 막을 마지막 기회

B95. 과학자들은 이 새를 ‘문버드’라고 부른다. 겨우 100그램 남짓한 이 새가 놀랍도록 오래 살아남아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올 만큼’ 먼 거리를 비행했기 때문이다. 저자 필립 후즈는 철새의 장거리 비행 역사를 몇 번이나 고쳐 쓰고도 남았음 직한 이 특별한 새의 사연을 통해 ‘멸종을 막을 마지막 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붉은가슴도요 루파’라는 특정 종이지만, 필립 후즈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멸종이라는 비극’ 그 자체다.

필립 후즈는 특유의 부지런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문버드라는 작은 새의 삶을 서사가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구성해서 들려준다. 어찌 보면 끊임없이 날기만 하는 단순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문버드의 비행과 생존이 코끝이 시큰할 만큼 큰 감동을 안겨 준다.

또한 루파의 생태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서술한 ‘생태 보고서’이자 ‘과학 교양서’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루파가 해마다 그 먼 거리를 이동해 북극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방향을 잃지 않고 먼 거리를 비행하는지, 루파와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만 같은 투구게의 감소가 어떻게 루파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겨 주게 되었는지, 갓 깨어난 새끼 루파가 포식자들의 위협을 어떻게 피하고 당당한 성체가 되어서 또다시 자신의 종족을 이어 가는지 등의 과학적인 사실을 아름다운 문체로 서술한다.

루파의 이동 경로를 상세한 지도로 한눈에 보여 주고 박스 설명과 사진을 풍성히 활용하여 이해를 도왔으며, 루파를 보호하기 위해 맹활약하고 있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사연을 별면으로 소개한 ‘인물 소개’ 코너도 흥미진진하다.

출판사 서평

위대한 생존자 B95의 끝나지 않은 비행
멸종을 막을 ‘마지막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슴 벅찬 논픽션

로버트 F. 시버트 아너상, 페어런츠 초이스 금상,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 커쿠스 리뷰 올해의 책, 혼북 팡파르 올해의 책, 미국 과학교사협회 선정 우수 과학도서,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우수 논픽션 20

“까마득히 솟아오르는 물새 떼를 올려다보면서 대체 저 새들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읽을 책.”
-칼 하이어센,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후트』 저자

B95. 과학자들은 이 새를 ‘문버드’라고 부른다. 겨우 100그램 남짓한 이 새가 놀랍도록 오래 살아남아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올 만큼’ 먼 거리를 비행했기 때문이다. 매년 2월이면 B95는 동료들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끝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캐나다 북극권으로 날아가 번식한 뒤 늦여름에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B95가 속한 ‘붉은가슴도요 루파’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루파들이 기나긴 비행 중간에 쉬었다 가는 기착지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B95의 생애 동안 루파의 개체수는 무려 80퍼센트나 줄었다.
동료들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문버드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스무 살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묻는다. 어떻게 이 새는 이토록 오랫동안 머나먼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돌아오는 새해에도 문버드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저자 필립 후즈는 철새의 장거리 비행 역사를 몇 번이나 고쳐 쓰고도 남았음 직한 이 특별한 새의 사연을 통해 ‘멸종을 막을 마지막 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붉은가슴도요 루파’라는 특정 종이지만, 필립 후즈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멸종이라는 비극’ 그 자체다. 어떤 유전적 집단에 속하는 모든 구성원이 다 죽어서 영원히 돌이킬 수도 없게 된 상태를 뜻하는 멸종이 얼마나 끔찍하고 통탄할 일인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재앙이 닥치기 전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독자들 가슴에 호소한다.
하버드 대학 명예 연구 교수 에드워드 O. 윌슨의 평가 그대로 이 책은 “우리가 한 개체를 기념함으로써 종 전체를 구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매력적인 문체로 멋지게 보여 준다.” 독자들은 문버드의 작지만 강인한 날개에 몸을 싣고 드높이 함께 비행하면서, 이 작은 새가 맞닥트린 가혹한 현실에 대해, 나아가 지구의 운명과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미국 현지에서 출간된 것은 2012년이다. 고로 3년 전인 2012년에 문버드가 최소한 스무 살이었고, 그 시점에도 이미 유래가 없을 만큼 긴 ‘필생의 비행’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버드는 지금도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다. 저자의 홈페이지(www.philliphoose.com)에 올라온 소식에 따르면 불과 두 달 전인 2015년 3월 티에라델푸에고에서 문버드가 또다시 과학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고 한다. 3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어느덧 스물세 살. 참으로 길고도 ‘위대한 비행’이다.

■ 붉은가슴도요 루파를 따라, 지구의 바닥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지구의 꼭대기 북극까지
붉은가슴도요새 중 ‘루파’라는 종은 지구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왕복 29,000킬로미터를 해마다 오가는 ‘슈퍼버드’다. 하지만 그들 역시 강철로 만들어지지는 않은 탓에 지구를 종단하는 중간중간에 지친 몸을 추스르고 주린 배를 채울 ‘기착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기착지의 생태가 교란되면서 루파들은 불과 십여 년 사이에 멸종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과학자들이 아직 어렸던 문버드에게 처음 밴드를 묶었던 1995년에 약 15만 마리로 추정되던 루파들은 2000년 무렵부터 수천 마리씩 죽어 가기 시작해 2012년 무렵엔 2만 5,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문버드의 생애 중에 동료의 80퍼센트 이상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이 파악한 데 따르면, 새들의 거대한 순회 여행 도중에 놓인 기착지들의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개체수가 감소한 원인이다. 특히 루파들이 번식지에 도착하기 직전에 들르는 마지막 정거장인 미국 동부 델라웨어 만의 환경 변화는 루파의 존립에 치명타를 안겼다. 두 번째 정거장인 브라질 라고아두페이시에서 이륙해 무려 8,000킬로미터를 쫄쫄 굶주린 채 쉼 없이 날아온 루파들이 지상에 발을 딛자마자 게걸스럽게 먹어 대던 만찬 메뉴인 투구게 알이 ‘투구게 남획’으로 인해 급감한 결과다.
이미 『흰부리딱따구리를 찾아서』(가제, 7월 돌베개 출간 예정)에서 인간에 의한 멸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멸종을 막을 길은 없는지 질문을 던졌던 필립 후즈는 루파들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남은 위대한 생존자 문버드의 사연을 전해 듣고 새들의 이주 경로를 뒤쫓아 보기로 결심한다. 2009년 12월, 필립 후즈는 그저 작업실에서 책과 인터넷을 뒤지는 데 만족하지 않고, 루파의 월동지인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의 작은 도시 리오그란데까지 날아가 다국적 과학자들의 집단에 합류한다. 콘도르가 까마득히 높이 솟구치고 과나코가 빤히 쳐다보는 ‘세계의 끝’ 티에라델푸에고까지 먼먼 길을 날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동한 거리는 붉은가슴도요가 매년 이동하는 거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게 필립 후즈는 지구의 바닥까지 부지런히 날아가 붉은가슴도요의 놀라운 생태와 그 강인함, 그들이 겪는 역경, 붉은가슴도요를 보존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힘을 합친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캐나다의 과학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사연을 취재한다. 그 후에도 아르헨티나 산안토니오 만의 라스그루타스로, 미국 델라웨어 만으로, 매사추세츠 주의 마노멧 보존 과학 센터 등지로 동분서주하면서 현지를 조사하고 철새 밴드 작업에 한몫하는가 하면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과 인터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이 문버드와 붉은가슴도요 루파라면, 조연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다. 필립 후즈가 수차례 직접 만나고,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 그들의 헌신과 열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우리는 과학자라고 하면 흰 실험실 가운을 입은 실내형 인간을 떠올리지만, 내가 책을 쓰면서 만난 과학자들은 강인하고 모험적이고 실내에서나 야외에서나 똑같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새들이 있는 곳에 발견이 있다고 믿는다. 만일 그것이 지구 꼭대기나 바닥처럼 외딴 장소로 여행하고, 무거운 장비를 오랫동안 끌고, 한밤중에 손전등 불빛으로 새에게 밴드를 묶고, 사나운 바람 속에 포획망을 설치하려고 애쓰는 것이라면,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한다.”(본문 191쪽) 과학자들 외에도 붉은가슴도요의 보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아마추어들, 그중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활약도 만날 수 있다.

■ 서사가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논픽션
필립 후즈는 꽤 동떨어진 듯 보이는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으로 오가는 작가다. 그러나 그가 가장 즐겨 쓰고 잘 쓰는 분야는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사회 참여’와 ‘절멸 위기 동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열다섯 살의 용기』가 전자라면, 이 책 『문버드』와 7월에 출간될 『흰부리딱따구리를 찾아서』(가제)는 후자다.
필립 후즈는 어떤 책을 쓰든지 직접 발로 뛰고 산더미 같은 문헌을 뒤지고 전문가와 관련자들을 다방면으로 인터뷰한 뒤 과거와 현재, 스토리와 정보를 엮어서 개성 넘치는 논픽션으로 엮어 낸다. 이번 책 『문버드』에서도 필립 후즈는 특유의 부지런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문버드라는 작은 새의 삶을 서사가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구성해서 들려준다. 어찌 보면 끊임없이 날기만 하는 단순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문버드의 비행과 생존이 코끝이 시큰할 만큼 큰 감동을 안겨 준다.
한편으로 이 책은 루파의 생태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서술한 ‘생태 보고서’이자 ‘과학 교양서’이기도 하다. 루파가 해마다 그 먼 거리를 이동해 북극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방향을 잃지 않고 먼 거리를 비행하는지, 루파와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만 같은 투구게의 감소가 어떻게 루파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겨 주게 되었는지, 갓 깨어난 새끼 루파가 포식자들의 위협을 어떻게 피하고 당당한 성체가 되어서 또다시 자신의 종족을 이어 가는지 등의 과학적인 사실이 아름다운 문체로 서술된다. 루파의 이동 경로를 상세한 지도로 한눈에 보여 주고 박스 설명과 사진을 풍성히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루파를 보호하기 위해 맹활약하고 있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사연을 별면으로 소개한 ‘인물 소개’ 코너도 흥미진진하다.
예일 대학교 산림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1977년부터 국제자연보호협회 활동가로 뛰고 있는 필립 후즈는 책의 말미에서 “데리고 산책할 수 없고, 먹이를 줄 수도 없”는 작은 물새가 대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일까?” 물은 뒤 이렇게 대답한다. “동식물은 인간의 생활을 돕고,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모든 생물체는 나름대로 환상적이고 신비롭다.”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종들은 “그저 제 생명을 이어 나가기만 해도” 그 자체로 존귀하고 아름답다. 그 소중한 존재들을 멸종으로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자연에서 가장 큰 비극이다.”

추천사

“까마득히 솟아오르는 물새 떼를 올려다보면서 대체 저 새들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읽을 책. 필립 후즈는 B95라는 작지만 경이로운 슈퍼버드의 날개에 독자를 태워 하늘로 보낸다. 사라져 가는 한 종과 지칠 줄 모르는 놀라운 생존자에 관한 위대한 실화.”
-칼 하이어센,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후트』 저자

“이들의 강함은 (……) 작가 알베르 카뮈가 에세이에서 묘사한, 가없는 노동 조건에 내던져진 신화 속 시시포스의 강함과 닮았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저자

“놀라운 한 새에 대해서, 그리고 그 새의 세상이 불과 20년 동안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조너선 프랜즌, 전미도서상 수상작 『인생 수정』『자유』 저자

“나는 필립 후즈의 책이 복잡한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경외감과 경이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 후즈는 과학과 스토리텔링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력히 권한다.”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시블리 새 도감』 저자

“우리가 한 개체를 기념함으로써 종 전체를 구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매력적인 문체로 멋지게 보여 준다.”
-에드워드 O. 윌슨, 하버드 대학 명예 연구 교수

목차

서문...9

1장 슈퍼버드...19
2장 비행 기계...41
3장 델라웨어 만에서 최후의 결전...61
4장 몰아서 잡기...83
5장 북극 번식지...101
6장 밍간, 전조를 엿보는 장소...115
7장 남쪽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다...133
8장 멸종은 돌이킬 수 없다...151

인물 소개
클라이브 민턴...38 / 파트리시아 곤살레스...58 / 브라이언 해링턴 79
/ 어맨다 데이...112 / 가이 모리슨과 켄 로스...130 / 마이크 허드슨...165

부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169
자료 출처에 관한 설명...177
참고 자료...185
감사의 말...191
추천의 말_윤신영(「과학동아」 편집장)...195
그림 출처...199
찾아보기...200

본문중에서

이 새는 B95.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운동선수다. B95는 몸무게가 겨우 113그램이지만 평생 523,000킬로미터를 넘게 날았다.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오는 거리이다. B95는 산꼭대기만큼 높은 상공에서 먼 옛날부터 쓰였던 하늘길을 날아 번식지를 오간다. 그러나 오늘날 B95의 이동 경로 곳곳에 변화가 생겨 이 슈퍼버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가 속한 붉은가슴도요 아종(亞種) 루파(rufa)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B95와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연료를 보급하는 데 중요한 장소들, 말하자면 기나긴 연간 이동 경로에서 징검돌에 해당하는 장소들이 인간의 활동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와 그곳의 먹이가 계속 보존될 수 있을까? 아니면 B95와 루파들의 비행은 조만간 끝이 날까?
-본문 7쪽

바람이 새로 난 비행깃을 펄럭인다. 재잘대는 무리는 또 한 번 날아올라야 하는 계절을 맞아 긴장하고 있다. B95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앞으로 6주 뒤 쫄쫄 굶주린 상태로 델라웨어 만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투구게의 알로 만찬을 즐길 수 있을까? 예전에 우루과이에서 많은 새를 죽였던 적조 현상이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대서양 상공에 열대성 폭풍이 몰아쳐 B95가 경로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B95는 이곳 파타고니아 해변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무리가 술렁인다. 떠나려는 충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붉은가슴도요들은 한 몸처럼 날아오른다. 수백 마리가 빽빽한 대형을 이루어 회색과 붉은색 깃털을 번쩍이면서 마치 하나의 의지로 통제되는 것처럼 다 함께 나선을 그리며 구름 속으로 솟는다. 새들은 연습 삼아 몇 번 원을 그린 뒤, 이윽고 위로 솟구쳐 북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B95와 동료들에게 또 한 번 비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본문 12~13쪽

“모든 야생동물의 삶은 먹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클라이브 민턴 박사의 말이다. “붉은가슴도요가 북극으로 가는 것은 그곳에 몇 주 동안 짧게나마 먹이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공간도 넓어서 모든 쌍들이 자신만의 번식 영역을 정하고 그곳에서 먹이를 잡아 새끼를 먹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하루 종일 빛이 있어서 먹이를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먹이 공급원을 위해서라면 이동의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지요. 그러나 8월 초가 되면 겨울이 오기 전에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붉은가슴도요는 바닷물이 들고 나는 세계 곳곳의 해변에서 먹이 찾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래서 짝짓기가 끝나면 대부분은 티에라델푸에고 같은 남쪽 해변으로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개펄에 묻힌 조개나 벌레를 먹을 수 있고, 이제는 그곳이 여름이기 때문에 낮이 길어서 먹이를 잘 볼 수 있지요.”
“만일 새들이 남반구에 오지 못하게 막는다면, 북반구에 있는 먹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새들이 멀리 이동하게 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새들은 그렇게 멀리 이동함으로써 자기 종의 총 개체수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본문 23쪽

베이커 박사는 팔을 쭉 뻗은 채 엄지와 검지로 감싸 쥔 붉은가슴도요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래를 보았더니 1995년에 붙잡혔던 새라는 뜻인 검은 밴드와 B95라고 새겨진 플랙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가 그 녀석을 쥐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지요.” 처음 그 새를 만난 이래 12년이 흐르는 동안 베이커 박사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었다. 그러나 B95는 나이를 모르는 것 같았다. 베이커 박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새는 상태가 완벽했습니다. 몸무게는 딱 적당했습니다. 깃털도 훌륭했습니다. 세 살짜리 새처럼 다부졌습니다. 내 손에 있는 새는 슈퍼버드였던 겁니다.”
연구자들이 허겁지겁 일어나서 몰려들었다. 누군가는 카메라를 가지러 갔다. 깃털 발달의 전문가인 파트리시아 곤살레스는 자리를 비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지만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베이커 박사의 손아귀에 문버드가 있지 않은가. ‘문버드’는 섭금류 애호가들이 B95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지구 맨 밑에서 맨 위까지 서른 번 넘게 날아서 오간 베테랑이 거기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 새는 살아 있었어요.” 곤살레스는 지금도 회상하면서 목이 멘다. “여전히 살아 있었어요.” (……)
새는 곤살레스의 손아귀에 침착하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오히려 작업하는 곤살레스의 손이 떨렸다. “나는 계속 말을 걸었어요. 계속 말해 줬지요. ‘미안해, 다치게 하지 않을게. 곧 놓아줄게.’ 작은 몸에서 나는 열이 내 손을 덥혔고, 새의 심장은 몹시 빠르게 뛰고 있었어요. 나는 작업하면서도 계속 속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다지도 연약한 생명이 어쩌면 그렇게 강할 수 있지?’”
B95는 왼쪽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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