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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인문학 : 한국인의 역사, 문화, 정서와 함께해온 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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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따비
  • 발행 : 2015년 05월 10일
  • 쪽수 : 360
  • ISBN : 978899843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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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밥의 인문학》은 유례없이 쌀 소비량이 낮아진 오늘날, 한국인에게 과연 밥은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저자는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부터 짚어가며, 한반도의 사람들이 쌀을 어떻게 먹어왔는지를 살핀다. 또한 밥을 소망하고 밥에게 기원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예술 작품에서 끄집어내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밥심으로 일하고 밥값 하면서 살아온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일생을 말하다


약 1만 3000년 전의 볍씨, 즉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세계 최고의 볍씨가 우리나라 충북 소로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볍씨가 발견된 1998년은 한국인의 쌀 소비량이 급속히 줄어들던 때였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13년)에 의하면 1인당 쌀 소비량이 1980년에 132킬로그램, 2000년에는 97킬로그램, 2012년에는 79킬로그램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빵이나 라면 같은 분식, 저녁은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이 불러온 결과다. 여기에 쌀밥이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쌀 소비량을 점점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인에게 쌀은 그저 여러 가지 식재료 중 하나일 뿐일까? 쌀밥에 대한 갈망은 맛벌이 주부를 귀찮게 하는 습관에 불과한 것일까?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밥의 인문학 ― 한국인의 역사, 문화, 정서와 함께해온 밥 이야기》는 유례없이 쌀 소비량이 낮아진 오늘날, 한국인에게 과연 밥은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저자 정혜경은 식품영양학자다. 음식을 영양소로 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을 연구한다. 그러나 ‘한식 전도사’를 자처하는 저자에게 밥은 그저 열량과 영양소를 제공하는 식재료에 그칠 수 없다. 사람들은 한식의 특징으로 발효음식을 들기도 하고, 매운 음식을 들기도 한다.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 문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은 밥을 먹기 위해 국과 반찬 같은 부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식사에서 왕 중 왕은 밥일 수밖에 없다. 그런 밥이기에, 밥 한 그릇에는 한국의 역사, 한국인의 생활상, 심성과 기원이 모두 담겨 있다.

밥은 하늘이다_한국인의 역사와 함께하는 밥
저자는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부터 짚어가며, 한반도의 사람들이 쌀을 어떻게 먹어왔는지를 살핀다. 신석기 시대에 벼농사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민중은 한 번도 쌀을 넉넉히 먹어보지 못하였다. 따라서 대식(大食)은 곧 권력이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태종 김춘추의 식사량이 하루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였다고 쓰여 있다. 삼국을 통일할 만큼 강력했던 김춘추의 권력이 바로 하루 쌀 여섯 말이었다.
일하는 자와 먹는 자의 차이가 바로 계급이기도 했다. 단원과 혜원 등 조선의 풍속화가들은 농민이 허리가 휘도록 지었으나 넉넉히 먹어보지 못하는 쌀로 술을 빚어 유유자적하는 양반들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을 남겨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언제나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던 양반은 체면을 중시해 쌀값을 물어보지 않았지만, 늘 굶주렸던 백성들은 기회만 되면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고서야 숟가락을 놓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백성들의 밥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정치이자 위정자의 도리였다. 주몽이 부여를 떠날 때 어머니 유화부인은 각종 곡식의 씨앗을 챙겨 아들에게 주었다. 한 나라를 다스릴 때 가장 중요한 일이 백성을 먹여 살리는 것임을 보여주는 신화다. 조선의 왕들은 흉년이 들 때마다 먼저 반찬의 수를 줄이고 수라에 쓰는 쌀의 양을 줄이며 신하들과 백성들이 앞에서 제스처로나마 솔선수범했다.
넉넉히 먹을 수 없는 밥이기 때문에, 나누어 먹는 것이 강조되기도 했다. 고대사회의 공식(共式), 즉 대형 그릇 안에 곡식과 어패류 등을 넣고 삶아서 함께 먹는 풍습은 씨족과 부족을 공동운명체로 느끼게 했다. 오늘날에도 가족은 식구(食口), 곧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존경받는 부자는 제 식구뿐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과 나그네의 굶주림까지 덜어주는 이였다.

밥은 소망이다_생로병사와 함께해온 밥
주식은 일생 동안 삼시세끼 먹는 끼니다. 그래서 때때로 별식을 즐긴다. 그러나 한국인은 특별한 날에도 밥을 먹었다. 심지어 죽어서도 먹었고, 신에게도 밥을 바쳤고, 귀신과도 밥을 나누었다. 한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쌀과 함께한다. 아기를 낳은 산모는 첫 국밥으로 흰쌀밥과 미역국을 먹었고, 해마다 생일이면 역시 흰쌀밥과 미역국을 먹는다. 망자의 입에도 쌀 한 술을 넣어 저승에서도 굶지 않기를 기원했으며, 저승사자에게 사잣밥을 대접하며 망자의 안위를 부탁했다.
삼시세끼 먹어서 주식이지만, 삼시세끼 먹을 만큼 풍족하지 못해 더욱 간절했던 쌀은 기원의 대상이기도 했다. 삼신할멈에게 쌀밥과 미역국을 차려 대접하며 아기의 순산을 기원했고, 제사상에도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욱 정성껏 차린 밥과 찬을 올려 조상을 공양했다. 집을 수호하는 성주신에게 집안의 화목을 빌며 바친 것도 쌀이었고, 집 나간 자식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들은 정한수와 쌀 한 그릇을 바쳐놓고 빌었다.
저자는 밥을 소망하고 밥에게 기원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예술 작품에서 끄집어내 소개하고 있다. 세시풍속을 읊는 기속시에서는 명절마다 한 그릇의 밥과 함께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풍속이 펼쳐진다. 흥부의 박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은 금은보화도 비단옷이나 기와집도 아니고 바로 흰쌀밥이었다. 《토지》, 《미망》, 《혼불》처럼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을 통해서는 근대의 밥 먹는 풍경과 여성의 삶을 엿보고, 《임꺽정》을 통해서는 조당수, 자릿조밥, 대궁, 턱찌끼, 중등밥, 숫밥 등 밥을 이르는 너무나 다양한 우리말의 쓰임을 알아본다.
밥이 현대 한국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대중문화를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밥 먹는 풍경으로 가족간의 유대를 표현하고 젊은이의 데이트문화를 보여주거나 여성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저자는 이 대중매체 속 밥을 통해 현대인이 한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허위의식을 꼬집고 오해를 풀려 애쓰기도 한다. 가족들이 일상적인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도 ‘화면 발’을 위해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등장하는 장면이 한식을 차려 먹기가 어렵고 번거롭다는 인식을 심어줘 밥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밥이 보약이다_쌀의 맛과 영양가치
각 민족은 자기 땅의 기후와 지형에 맞는 곡식 중 하나를 주식으로 선택하고, 그 주식을 잘 먹기 위해 혹은 보완하기 위해 식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우리의 경우는 약 5,0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이 땅에서 자라게 된 쌀을 선택했다. 비교적 늦게 한반도에 들어온 곡식이었음에도 우리 조상들이 쌀을 주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밥의 맛과 영양이 탁월하기 때문이었다.
식품영양학자답게 저자는 밥(쌀)의 영양가치를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쌀이 탄수화물이라는 이유로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지만, 밥을 제대로 챙겨 않고 분식이나 군것질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야말로 비만과 성인병을 불러오는 원인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물론 쌀이 완전무결한 식품은 아니므로, 밥을 더욱 영양가 있게 혹은 맛있게 먹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고, 그것이 우리 식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여러 잡곡을 섞어서 밥을 짓는 것과 다양한 반찬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밥짓기는, 젊은 세대가 앞으로도 밥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를 즐기고 더욱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은 팁이다.

목차

지은이의 말 아주 따뜻한 ‘밥’ 한 그릇 5

들어가는 글 ‘밥’은 운명이다 17

1부 ─ 허스토리Herstory _ 한국인의 밥史
선사시대의 밥 26
밥이 없는 구석기 다이어트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 벼농사는 혁명이다 / 부족사회의 공식 풍습 / 쌀, 밥상의 주인공이 되다

삼국시대의 밥 38
쌀밥은 권력의 상징이다 / 끓여 익히는 조리법의 등장

고려시대의 밥 43
쌀밥은 귀족의 몫, 모래 섞인 밥은 평민의 몫 / 고려시대의 쌀 수입

조선시대의 밥 47
농민이 농사지은 쌀은 양반만이 먹고 / 다양한 쌀 종류와 조리법 . 배가 불러야 수저를 내려놓다 / 양반은 쌀값을 물어볼 수 없어! / 오페르트의 《조선기행》 속 밥 이야기 / 농업이 바로 서야 백성이 굶주리지 않는다

근대의 밥 61
개화기의 밥 사정 / 밥을 잃다_일제강점기의 비극 / 해방 직후 식생활을 바꾼 미 잉여농산물 / 쌀밥 수난시대 / 쌀밥을 버리고 병을 얻다

2부 ─ 밥 한 그릇에 담긴 의미 _ 쌀밥의 문화사
밥은 밥이 아니다 78
밥 없이 못 치르는 통과의례 / 신줏단지에 쌀을 모시다 / 유화부인은 왜 주몽에게 곡물 씨앗을 주었을까? / 나는 쌀의 여신이다 / 라이스 마더의 재탄생 / 삼국시대 임금은 위대하다 / 선교사의 눈에 비친 조선인의 거대한 허기 / 조선의 왕, 쌀밥을 경계하다 / ‘어머니의 밥’에서 ‘국민 남동생의 밥’으로

조선시대 문헌에 나타난 다양한 밥 100
조선 초기 사람들은 어떤 밥을 먹었을까? / 건강을 생각한 조선 중기의 밥 / 조선 후기, 한식이 완성되다 / 조리서 전성시대

조선시대 기속시, 판소리, 풍속화에 나타난 밥 110
1년 열두 달 밥을 나눠 먹은 우리 민족 / 밥은 보약이다 / 밥 많이 먹는 자가 힘이 세다 / 밥에게 복을 빌다

북한의 요리책에서 만나는 ‘밥’의 원형 145
원형이 살아 있는 북한의 밥 / 북한 요리책에서 만나는 다양한 밥 / 밥의 기본, 흰쌀밥과 잡곡밥들 / 여러 가지 남새밥 / 어패류와 고기를 이용한 밥 / 마음까지 훈훈한 온반의 세계 / 섞어서 만드는 버라이어티 버무리밥 / 영양만점 비빔밥의 세계 / 쌈밥 잔치를 벌여보자

마음으로 읽는 팔도 밥별곡 156
팔도에는 팔도의 밥 / 외식음식의 원조가 된 서울 장국밥 / 경기도는 오곡밥을 즐겼다 / 구수하드래요, 강원도 밥 / 소박하고 맛좋은 충청도 밥 / 전라도에 가면 콩나물국밥을! / 무밥은 경상도가 최고 / 이름도 예쁜 제주도 쌀밥, 고은밥 / 곡창지대 황해도의 비지밥 / 할머니의 맛, 평안도 김치말이 / 함경도에 가면 가릿국밥집이 많다

3부 ─ 남의 밥 이야기
내 밥, 너의 밥, 우리 밥 172
제 밥과 남의 밥 / 밥에 관한 속담은 슬프다 / 사자성어 속의 밥 / 쌀밥나무에서 이팝나무로 / 씹으면 밥 냄새가 난다 / 선생님의 밥그릇 / 시인의 긍정적인 밥 / 왕후의 밥, 걸인의 찬 / 가을, 지에밥 / 당신에게 바치는 ‘공손한’ 손길 / 그들의 쌀나눔, 노블레스 오블리주 / 가족들의 ‘밥 줘’ 그리고 밥해주러 간다

눈으로 먹는 밥이 더 맛있다_대중매체 속 밥 이야기 204
밥은 상징이다 / 〈대장금〉과 한식, 맛은 정성이다 / 맛의 협객 〈식객〉 / 드라마 속 밥상 풍경 / 양식은 고급, 한식은 저급?

문학작품으로 만나는 우리 밥 223
《토지》로 읽는 밥의 변천사 / 여인의 삶을 노래한 《혼불》 / 개성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미망》 / 소설 《임꺽정》 속 밥의 표현 / 이상과 심훈을 통해 본 근대 우리 밥 / 추사의 《완당집》 속 밥상

남의 밥도 맛있다 255
음식이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 중국인의 볶음밥 차오판 / 스페인이 사랑하는 파에야 / 일본인의 밥, 그리고 스시 /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나시고렝 / 달콤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즐기는 베트남 쌀국수 / 향신료를 듬뿍 사용하는 인도요리 / 구스토! 이탈리안 리소토 / 북아프리카인들의 밥, 쿠스쿠스

4부 ─ 밥의 과학
쌀의 이해 278
쌀은 정말 밀보다 우수할까? / 쌀밥의 영양소 / 쌀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쌀밥, 그리고 건강의 탄생 286
쌀밥과 당뇨병 / 아침밥을 먹으면 수능 성적이 올라간다고? / 쌀밥은 체력 증강에 좋다 : 옥타코사놀 / 신경계를 책임진다 : 가바 / 비만을 예방하려면 빵보다 밥! / 세계인을 사로잡은 쌀 다이어트 / 밥을 주식으로 하면 암 발생률이 낮아진다 / 밥은 오히려 탄수화물 중독증을 예방한다

밥 짓기는 요리가 아니라 과학이다 298
무궁무진한 밥의 종류 / 쌀을 알아야 밥맛이 산다 / 밥 짓기의 원리 / 맛있는 밥, 이렇게 짓는다 / 밥 짓기가 궁금해!

5부 ─ 밥은 힘이다 _ 색색가지 밥 짓기
밥심은 밥맛에서 나온다 316
밥 짓기의 예술 / 다양하게 먹어야 맛있다
색색가지 밥, 색색가지 맛 320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 지혜가 빚어낸 효능은 덤이다, 오곡밥 / 구황과 풍류를 한번에 해결한 채소밥 / 신과 인간이 함께 먹다, 헛제삿밥 / 비빔밥,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다 / 시청각요리, 돌솥비빔밥 / 채식주의자를 위한 산채비빔밥 / 간편하면서 영양 좋은 대중의 밥, 김밥 / 김치의 매력은 영원하다, 김치볶음밥 / 해물과 밥의 결합, 오징어덮밥 / 숙취 해소에 좋은 콩나물국밥 / 따뜻하고 영양 많은 영양돌솥밥 / 불고기와 밥을 한번에 먹는 불고기덮밥 / 쌈의 민족, 쌈밥 /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무밥

에필로그 아버지의 밥 356
참고문헌 358

본문중에서

흔히 한국음식을 말할 때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음식을 거론한다. 매운 음식 이야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한국음식의 핵심을 바로 보지 못한 처사다. 한국음식 가운데 왕 중 왕은 ‘밥’이다. 한국인은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음식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밥 이외의 부식들은 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맛있는 반찬들, 예를 들어 잘 익힌 간장게장이나 맛깔스러운 젓갈, 장아찌를 만날 때 “밥도둑”이라고 꼭 한 마디 하고 넘어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 한들 밥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밥만 먹을 수는 있어도 반찬만 먹을 수는 없다. 밥이 없으면 한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18쪽)

그런데 1998년 충북 청원군 소로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더 오래된 볍씨가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볍씨가 세계 최초의 볍씨로 판명 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쌀농사의 기원을 신석기시대 이전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볍씨의 기록을 무너뜨린 소로리 볍씨는 서울대와 미국 지오크론 연구소의 과학적 연대추정 결과 약 1만 3000년에서 1만 5000년 전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3년 10월 22일 영국 B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한국 소로리에서 발견되다”라는 제목으로 그 사건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벼 재배 기원설에 관한 연구도 새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야생종과 재배종의 중간 형태로 직접 재배한 흔적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29~30쪽)

삼국시대의 쌀 조리법은 이전까지와 달라졌다. 그때까지 쌀을 가루로 하여 죽을 쑤거나 쪄서 먹었다면, 삼국시대에는 솥에다 쌀을 끓여 익히는 조리법이 통용되었다. 현재처럼 밥을 짓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 시대의 고분과 벽화 그리고 문헌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밥을 짓는 도구인 ‘정’과 가마솥 ‘부’의 존재다. ‘부’는 크고 우묵하게 생긴 것으로, 지금의 솥과 비슷한 가마솥이다. (41쪽)

우리 민족에게 쌀밥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을 인지한 정부는 결국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영양학’이라는 과학의 힘을 빌려 쌀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공격은 주로 쌀밥에 부여된 ‘귀한 것, 좋은 것’이라는 상징성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 이는 쌀밥 편식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전통 식생활문화의 후진성을 비판하고 혼분식의 장점을 예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밥만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어 신체장애와 뇌일혈, 고혈압, 위궤양, 당뇨병 같은 질병을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1975년에 펴낸 초등학교 실과 교사용 지도서에서는 “흰쌀 편식은 체질의 산성화를 초래하고 대뇌 변질증을 일으켜 판단력이 흐려지고 지능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모두 쌀밥에 부여된 기존의 상징성을 파괴하고 쌀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포하기 위한 것이었다. (69~70쪽)

우리나라에서 쌀이 주식의 자리를 확고히 한 것은 삼국시대다. 쌀이 상류층의 주식으로 위치를 굳힌 것도 이 시대였다. 수많은 곡식 중에서도 쌀이 단연코 최고였던 것은 쌀이 내는 ‘에너지’의 진가를 인식한 탓이다. 곡식의 ‘곡穀’ 자에는 ‘벼 화禾 ’ 자가 들어 있다. 기운과 힘을 나타내는 ‘기氣’ 자에도 ‘쌀 미米 ’ 자가 들어 있다. 쌀은 다른 잡곡에 비해 소화도 잘 되고 실제로 내는 열량도 높은 편이라 쌀밥을 먹었을 때 가장 기운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88쪽)

김홍도는 힘든 농민의 노동 모습과 담뱃대를 물고 한가하게 졸고 있는 마름의 모습을 한 장면에 표현했는데, 볏단을 내리치는 소작인의 얼굴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반타작도 되지 않는 소작료에 대한 비애가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음식은 바로 쌀과 술이다. 적은 양의 쌀이라도 얻기 위해 힘든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소작인들과 그 귀한 쌀로 빚은 술을 한가로이 마시며 졸고 있는 마름의 대비는 바로 쌀을 통한 힘의 대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31쪽)

밥하는 행위가 주로 가정의 주부에게 집중되는 것은 한국만의 특성으로 보인다. 이웃나라 중국을 보아도 남성이 요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남성은 필요에 따라 밥 차리는 일을 한다. 그것도 힘들면 아침밥도 밖에서 사 먹는 것으로 해결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밥은 여성이 차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밥 차리기를 직접 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어 반갑지만, 이 꼴을 제일 못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아들의 어머니다. 여자들만 밥 짓는 것이 웬수같이 지겨웠으련만 왜 자신의 아들이 밥 짓는 것은 보아내지 못할까? 밥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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