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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포이에시스와 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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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얼마 전부터 융복합이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학문 융복합 문제 내지는 학제 개편 같은 논의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바로 최근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융복합 문제가 대두한 것은 우연이 아니기도 하다. GNR 혁명 내지는 분자혁명에 의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정보사회를 지나 유비쿼터스 사회로 세상이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자본주의가 인지자본주의의 형태로 전환하면서 최근에 국내에 대두하고 있는 융복합 담론의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몇 년 전부터 융복합 내지는 학문 융복합과 연관된 저술이나 번역서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융복합 흐름은 무엇보다도 자연과학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그 흐름이 인문과학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구성주의 이론 같은 경우에는 교육학에서 사용되어 왔던 터이지만 다른 분야에는 아직 적용되지 못하고 있고 구성주의 담론을 둘러싼 더 넓은 자연과학적인 맥락 같은 것은 그 자체로도 국내에서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소통 문제도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본서는 자연과학의 거대 담론 중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을 통해 인문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 사례를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인지과학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는 편인데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최근 몇 권의 번역서를 통해 그 윤곽이 단편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1990년대 이후 소개되었지만 국내에는 아직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사상가들의 저서조차 번역되어 있지 못하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현상학, 구성주의, 사이버네틱스, 인지과학, 몸의 철학, 시스템이론, 복잡계, 뇌과학, 어포던스이론, 생태학적 심리학, 내부관측이론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서 1970년 움베르토 마투라나 라는 생물학자에 의해 등장한 이론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생명론의 관점에서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논의되고 있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1970년 앞에서 말한 대로 칠레 대학교의 생물학과 교수인 움베르토 마투라나가 1970년 '인지의 생물학'을 쓴 후 1980년 그의 제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함께 공저한 [오토포이에시스와 인지]가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란 자기를 뜻하는 오토라는 말과 제작이라는 뜻의 포이에시스가 합성된 말이다. 오토포이에시스는 자기제작이라고도 하고 자기창출이라고도 말하는데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입력도 출력도 없다'는 것이다. 마투라나와 바렐라는 비둘기의 망막 현상 등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현상들 속에서 입력이 없는데도 생겨나는 생명현상을 관찰했다. 가령 어린아이의 경우 생후 1년 반 정도는 외부의 병원균에 대응할 필요가 없는데(입력의 부재) 생명체 안에서 면역글로블린이 대량 생산되고 사용되지 않으면 사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기존의 이론과 다른 측면의 결과를 나타냈는데 이러한 생명현상이 사실은 철학이나 과학에서 논의되던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입력이 없으므로 인과성의 논리는 생명 현상에서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신경세포의 경우 태아 5개월 때에는 뉴런들의 숫자가 최대로 되었다가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점점 더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신경세포들 간의 접속에 실패한 세포는 자살회로를 통해 사멸하고 5개월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가 50세 이후에 다시 신경세포 숫자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똥버섯으로 불리는 스토이노비치라는 버섯은 물 속에서 세포 단위로 따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건조해지면 세포들끼리 접속해서 버섯 모양을 이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 관찰에서 드러난 접속, 입력 부재, 자기구성 등의 용어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의 키워드들이다. 이러한 자연과학적인 논의는 바렐라에 의해 인문과학, 철학, 티벳불교 등과 접속하면서 새로운 학문 분야기 탄생하게 되었는데 바렐라가 발전시킨 신경현상학이나 티벳불교, 인지과학, 뇌과학을 접속시켜 발전시킨 공성sunya空性의 현상학이 그것이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은 그 후 사회학, 법학 등에 영향을 미쳤고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스스템 이론은 자연과학에서 출발한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을 사회에 적용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인지과학이 인무학자와 자여노가학자들 사이에 가교를 놓으면서 인지문학론, 인지정치학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오토포이에시스 이론과 다른 또 다른 흐름이다.
본서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에 대한 연구의 첫 발걸음을 뗄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인지과학이 문학, 정치학 등과 접속해 새로운 지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본서에서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수학, 영화, 문학, 교육, 색채론, 현상학 등과 접속하는 흐름들이 나타나 있다. 본서는 이러한 흐름들을 필자가 직접 번역하고 쓴 글들을 묶은 책이다. 본서가 편역의 수준을 넘지 못해 책의 완성도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는 필자 개인의 역량의 한계를 인정할 도리 밖에 없다. 다만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수용되고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가질 뿐이다. 사실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에 대한 연구는 과거부터 축적되어 온 수많은 지적은 흐름들을 망라하는 방대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작업은 기회가 생긴다면 훗날로 미루고자 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01 오토포이에시스와 보편수학
02 오토포이에시스와 현상학
03 오토포이에시스와 내부관측
04 오토포이에시스와 들뢰즈의 교육론
05 오토포이에시스이론과 카프카의 '소송'
06 오토포이에시스와 색채론
07 오토포이에시스와 영화
08 오토포이에시스와 펠릭스 가타리
09 오토포이에시스와 마음의 정치학
부록

본문중에서

오토포이에시스와 보편수학

바람이 일어서고 바람이 움직인다.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생각한다. 곁을 스쳤던 바람의 흐름을 쫓아가보라, 곁에서 흔들리는 바람의 안에서 잠시 멈춰 서보라, 이 주변의 바람은 저 주변의 바람과 먼 곳에서 온 바람, 이쪽의 바람과 연결되어 있는 탓에, 지금 여기서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바람을 세워 올려 바람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 세계의 존재를 아는 것이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바람의 세계를 믿으면서 바람의 세계에 사는 것이다. 세계를 안다는 것, 세계를 믿는다는 것, 세계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와 같은 것이라고 들뢰즈는 썼기도 하고 세계에 관한 지와 믿음을 가져오는 것은 참으로 보편수학이라고 들뢰즈는 쓰기도 했다. 그러니까 보편수학에 대해 사고한다는 것은 세계를 믿으면서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자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말을 바꾸면, 세계에 살고 세계에서 죽어가는 존재자들에 대해 사고한다는 것은 보편수학에 대해 더 깊이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가 없다면 도대체 보편수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바람의 세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딱딱한 돌조차도 그 현실화의 시간을 이루는 백만 년이라는 스케일에서 보자면 그 돌의 특이성들에 미치는 지극히 미약한 구속력 하에서 흐르는 유동적인 물질이다." 거기에는 돌을 세워 올리고 돌을 움직이게 하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물의 세계, 불의 세계, 음의 세계, 색의 세계, 전자파의 세계, 더 나아가 언어의 세계, 움직이는 행위의 세계, 노동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들이 탐구를 꾀어내는 문제로 등장할 때 이 세계들을 믿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 탐구를 꾀어내는 미끼로 나타날 때, '새로운 메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지는 역시 보편수학이다. 들뢰즈에게 있어서 보편수학은 '미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분을 배우고 안다는 것은, 세계를 믿으면서 사는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이다. 미분법을 '공리주의적 계산법'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미분법을, '선악의 피안의 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소박성과 열의'가 필요하다고 들뢰즈는 쓰고 있다. 비로소 미분에 접촉할 때의 가슴의 고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뢰즈의 의중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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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이며, 문화연대 문화교육센터 공동 소장, 계간지 [문화과학] 편집 위원,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 위원으로 있다. 2010년 5월에는 잡지 [레프트 대구]를 탄생시켰다. 여러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며 우리나라 경제 구조의 모순을 느끼고, 단순한 경제학 이론을 넘어 행복한 삶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왕따와 금메달],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굿바이 삼성](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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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석사, 러시아문학 전공
고려대학교 박사, 러시아문학 전공
현 대구대학교 인문대학 러시아어러시아학과 교수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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