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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28일 밤/살만 루슈디/문학동네  | 문학 2021.01.25 11: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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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문학동네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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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28일 밤,

다시 말해서 천 날 밤 하고도 하룻밤에

걸쳐 이어졌던

위기의 시대, 혼란의 시대,

우리가 괴사怪事의 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2년 8개월 28일 밤>은 지금으로부터 천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우리의 후손이 21세기를 되돌아보며 서술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살만 루슈디식 천일야화이며, 여마신女魔神 두니아와 인간 철학자 이븐루시드 사이에서 태어난 그들의 후손 '두니아자트'들이 현대에 이르러 흑마족과 싸우는 이계異界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계의 공주이자 카프산의 지배자 샤흐팔의 딸인 '아스만 페리'는, 흑마족의 우두머리 '주무루드 샤'조차도 감히 손쓸 수 없는, 번개를 다루는 강력한 마법사다. 그러던 어느 날, 마계와 인간계 사이에 생긴 균열로 그 두 세계를 연결하는 웜홀이 만들어졌고, 호기심에 인간계로 넘어온 아스만은 '두니아'라는 이름으로 유배 중인 늙은 철학자 '이븐루시드'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러나 정체를 감춘 두니아의 성욕(마족은 끝없는 성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은 인간이자 연로한 이븐루시드가 감당하기 버거웠고, 그들이 부부관계를 할 때마다 한 번에 십수 명의 자녀가 태어나는 바람에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도 힘들었다.

 

두니아와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자신을 옹호하던 칼리프가 복권되면서 이븐루시드는 다시 왕실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족을 버리고 궁으로 돌아간다. 그 후 집안 가득 들어찬 애새끼들(이븐루시드의 표현에 의하면)을 먹여 살리기 위해 두니아는 몸을 팔아야 했으며, 그로 인해 또 셀 수 없이 많은 자식을 낳은 두니아마저 마계로 돌아가 버린다. 이렇게 해서 두니아의 후손들, 즉 '두니아자트'는 전 세계로 흩어져 현재에 이르렀다.

 

현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두니아자트는, 바그다드(이라크)의 정원사 '미스터 제로니모 마네제스'다. 그는 가톨릭 성직자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의 성을 이어받어 성장한다. 그리고 노년의 어느 날 아침, 자신이 공중부양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2cm 가량 떠 있었지만, 날이 지날수록 지상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어느덧 9cm에 이르렀다.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난 제로니모는 이젠 집 밖으로 나가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흑마족 우두머리 거마 주무루드 샤는 동료인 주술사 '자바르다스트', 영혼 조종사 발광마 '루비', 흡혈마 '라임'을 이끌고 넘어와 인간계는 바야흐로 '괴사怪事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존경하는 스승이자 남편인 이븐루시드의 영혼에게 부탁받은 두니아는, 이제 그들의 후손인 두니아자트를 한데 모아 최후의 이계異界전쟁에 임해야만 한다.

 

만약 인간의 행위가 호의적이거나 악의적인 정령 때문에 유발된 것이라면, 선과 악이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윤리적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년 8개월 28일 밤>의 작가 살만 루슈디를 처음 접한 계기는, 그의 작품이 아니라 뉴스를 통해서였다. 1988년 출간한 소설 '악마의 시'를 통해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고, 그의 열두 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한데다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언급해 이슬람 최고 지도자로부터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영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실제로 루슈디가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유럽은 이슬람 과격파의 테러가 종종 일어나곤 했기에 그저 '종교란 건 참... 이슬람교는 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살만 루슈디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 때문인지 <2년 8개월 28일 밤>을 읽는 동안 모든 내용이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뿌리가 같다는 통설이 있으므로, 책의 내용 또한 그러한 종교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틀에 갇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물론 본인이 살아온 환경이 작품에 들어있긴 하겠지만, 살만 루슈디의 '천일야화'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인간 자체에 관한 은유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등장인물이 제법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를 정립해야 후반의 내용이 조금 더 쉽게 읽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제로니모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 어렵진 않다. 인간과 마족의 전쟁이라는 환타지스러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인간의 내면에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충돌에 다름없다.

 

<2년 8개월 28일 밤>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로도, 과학과 신학의 대결로도, 강대국과 약소국의 대립으로도 그리고 인간의 내면 갈등을 담은 철학으로도 읽힐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몫은 오로지 나의 받아들임에 있으니 다방면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 루슈디식 천일 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우리는 이성적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갈등이야말로

오랫동안 인류를 규정하는 서사였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인종, 지역, 언어, 관습 따위는

더 이상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

 

 

*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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