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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오노레 드 발자크/페이퍼로드  | 인문 2021.01.01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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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페이퍼로드 |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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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로 살갗을 의미하는 'sarx'에서 파생한 'satirique' (풍자시, 풍자문학)는 인간의 살갗을 벗길 만큼 가혹하고 철저하다. 조롱 가득한 비속시이면서 인간의 위선을 벗겨 정신적 태형을 가하는 쾌감마저 일으켜야 한다. / <공무원 생리학>, 209쪽, 작품해설 by 류재화



<공무원 생리학> 꽤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거기다 저자가 오노레 드 발자크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제목이라도 선뜻 읽도록 부추긴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 사이라고 한다. 그 즈음(1840~1842년)에 프랑스 특유의 '생리학Physiologie'이라는, 지금으로 말하면 풍자적 칼럼 스타일(?) 문학 장르가 유행했고, 그러한 시류에 편승한 발자크 덕분에 꽤나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공무원 생리학>을 2020년 마지막 도서로 읽게 되었다.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7월 혁명'과 '2월 혁명'을 잠시만 짚고 넘어가자. 변명을 하자면 고전을 읽을 땐 늘 그렇듯, 작품의 시대 배경을 조금이나마 알고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리학적 습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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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혁명 당시 국왕이던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는 입헌정치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왕정 신봉자였다. 왕당파 폴라나크 내각은 반왕당파를 의회에서 쫓아내기 위해 의회를 해산했지만, 7월 선거에서 반왕당파가 압승을 거둔다. 이에 위기를 느낀 샤를 10세는 7월 25일 '7월칙령'을 발표하는데, 출판자유 정지, 하원 해선, 선거 자격 제한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익일 26일, 칙령을 무시한 프랑스 언론은 출판을 했고, 파리에서는 군중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바리케이트가 구축되고(7월 28일), 마침 알제리 원정으로 빈약했던 군대 덕분에 혁명은 성공했다(7월 29일 ; 27-29일까지를 영광의 3일이라 부름) 이로 인해 샤를 10세는 영국으로 망명, 자유주의자인 오를레앙 공 루이필리프가 왕위에 오르며(8월 9일) 부르봉 왕조는 막을 내린다. 7월 왕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프랑스 귀족 체제는 붕괴되고, 자유주의가 확산되었다. (자료 요약: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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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혁명은 7월 혁명으로 집권한 루이필리프의 7월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으로, 전유럽으로 확산된 1848혁명의 시초가 된 혁명이다. 입헌군주제를 지향한 루이필리프는 선량하긴 했지만 완전한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았고, 의회에 권한을 주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더욱이 프랑스 산업혁명(1830년대)의 진행으로 산업자본가와 노동자들은 7월 왕정에 불만을 품게 된다. 특히 재산 보유액에 근거한 투표권이 큰 문제였는데 이는 전적으로 토지를 기준으로 부여되었기에 토지를 가진 소수의 지주에게만 권력이 모이는 일이 발생했다. 모든 정치판에서 노동자는 배제되었으며, 때마침 영국에서 선거법 개정(1832년)을 통해 중산층에게 정치의 문을 개방한 것과 비교되며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1848년 2월 파리 마들렌 광장에서 선거권 확대와 관련된 공개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사태를 우려한 정부는 군대를 동원하여 토론회를 방해한다. 이에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고 7월 왕정의 핵심 인물인 프랑수아 기조 수상이 사퇴했다. 기조의 사퇴로 사기가 고양된 군중들이 정부 청사로 몰려들었고, 정부가 병력을 동원해 군중을 퉁제하던 중 발포가 되어 52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로인해 전 파리 시민이 들고일어났으며 결국 루이필리프는 스스로 퇴위, 영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임시 공확국이 선포되었으나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대립이 심각했고, 투표를 통해 샤를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1세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12월). (자료 요약: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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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혼돈의 시기에 국가를 비롯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다. 거기다 정치 체계가 완전히 바뀌는 상황(왕정▶입헌군주제)에서 국가의 혼란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정직'은 모든 취준생의 목표다. 즉 육체노동에 경시 풍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만 변하지 않은 걸까?

 

<공무원 생리학>에서 발자크는 입헌군주제에서는 국왕도 공무원임을 말하고 있다. 국왕 또한 여느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세금을 통해 봉급을 받는,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이다. 발자크는 공무원은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12쪽)라는 다소 민망한 정의를 내린다.

 

이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공무원 생리학>은 공무원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들은 왜 필요한 것인지, 계급, 직종 하다못해 관상까지 동원해 공무원의 생리(습성, 관습 등)를 진지하게 비꼰다. 그렇다, 정말 진.지.하.게 비꼰다. 3장의 소제목--공무원의 철학적 역사와 초월적 역사--처럼 공무원의 역사는, 역사라 이름 붙이기 뭐할 정도로 지금과 똑같기 때문에 '초월적'이란 말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이 역시 발자크의 놀라운 혜안이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는 시대를 초월하는 '초인'이다.

 

7장의 임시직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현실적이다. 가난한 임시직과 부유한 임시직. 부모를 잘 만나 부유한 임시직이 된 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희망만큼은 부자인 '가난한 임시직'의 모습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처절한 현실을 담고 있다. 발자크는 미래를 내다보는 제3의 눈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생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짙은 담배 연기만큼이나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한 청년을 본다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아, 임시직이구나!' / 제7장 임시직, 111쪽 

 

<공무원 생리학>은 풍자문학답게 실소가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종종 책의 저자가 발자크이고 19세기에 나온 책이란 걸 잊어버린다. 이 책을 읽은 후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런 상황들이 너무도 낯설어 <공무원 생리학>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보지만.. 그 불가능함에 또 한 번 피식 웃고 책장을 덮는다. 

 

*본 서평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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