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 : 피나, 당신의 카페 뮐러 :(전1권)

저 : 안희연그림 : 윤예지출판사 : 알마발행일 : 2019년 06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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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면서 다정한 안희연의 문장들은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중력을 거스르려 애쓰는 무용수의 외로움과
리듬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는 어린아이의 해맑음을 공평히 어루만진다.”
_백수린·소설가


어떤 춤들은 사랑처럼“와락”다가온다

독일의 전설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와, 찬란한 언어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시인 안희연이 만났다. 알마의 신간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는 피나 바우쉬의 혁명적인 예술 세계가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젊은 시인의 시선을 통과하며 어떤 사유와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에세이다. 피나의 무대는 파격과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안희연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잃지 않았던 한 ‘거장’의 태도에 골몰한다.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와 같은 피나의 대표작들은 시인의 사랑, 기억, 일, 관계, 계절, 삶과 죽음에 대한 일상의 기록에 켜켜이 녹아든다.
안희연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언어 이전에 춤이 있고, 춤 이전에 고통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말이 되지 못한 고통은 춤이 된다. 고통의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놓일 수도 있다. 말이 되지 못하는 슬픔, 말이 되지 못하는 기억, 말이 되지 못하는 사랑 같은 것들은, 이윽고 춤이 된다. 여기서 춤은 사전적인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인의 어깨, 홀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려고 만두를 포장해가는 남자의 검은 비닐봉지, 이별하고 상실한 사람들의 텅 빈 눈동자… 이 모든 것이 춤이라고, 안희연은 말한다.
그런 안희연에게 이 책이 던져준 얄궂은 운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 모든 춤에 대하여 다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인은 이 요원한 일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던 비밀스러운 다락의 문”을 여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문이 열리자마자 피나는 시인에게 와락 쏟아져버린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예술인,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는 자신에게 피나가 당도했던 순간을 열여덟 컷의 그림으로 붙잡았다. 피나가 몸의 언어로 뛰어넘으려 했던 말의 한계는 윤예지의 강렬하고 서정적인 그림들을 통해 다시 한번 극복된다.

피나 바우쉬 타계 10년,
그녀의 외투가 먼저 돌아와 있는 방에서
글과 그림으로 공명하는 두 예술가


예술가가 세상을 떠나도, 남아 있는 이들에 의해 다시 창조되는 예술의 무한함을 이 책은 돌아보게 한다. 적어도 예술가의 죽음은 그런 뜻에서 “더 이상 여기 없는 것이 아니라 없음으로 존재하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당신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무용수의 발을 감싸 안아주는 신발일 수도, 텅 빈 공연장을 지키는 의자일 수도 있겠군요. 스스로 신이 되어 한 세계를 축조해가는 재미에 빠져 있을까요, 아니면 신이 만든 세계에 갇혀 불안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당신은 여전히 질문하는 사람이겠지요. 논리로 가닿을 수 없는 거리를 마음으로 성큼성큼 내딛으며 가고 있겠지요.”

그러므로 예술가에게 죽음은 “외투를 벗듯 몸을 벗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일”이다. 그리고 피나의 죽음은 “당신의 외투가 당신보다 먼저 돌아와 있다는 것만 빼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춤췄던 피나 바우쉬, 말해질 수 없는 것들에 단어를 건네는 시인 안희연, 말해질 수 없는 것들에 색을 입히는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는 그렇게 한자리에서 공명했다. 그 결과물이 피나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0년

목차 TOP

사랑은 와락 시작된다
나는 언제부터 춤추는 법을 잊어버렸을까
첫 번째 편지: 세상의 끝까지 5일
단순한 건 없어요, 모든 건 복잡하다고요
눈을 감고 아래를 보는 것과 눈을 감고 앞을 보는 것
어려운 마음을 알아보는 눈
당신의 ‘카페 뮐러’는 어디인가요?
두 번째 편지: 끝나지 않는 식탁
달 달 무슨 달
하마와 함께하는 애도 파티
봄의 얼굴을 만질 때
세 번째 편지: 온몸에 화살이 박힌 것처럼
동률
시 — 동률
너무 많지만 언제나 부족한 이야기
이해의 영역
목적어 찾기
네 번째 편지: 달콤 쌉싸름한 나의 도시
사소한 사랑의 발견
다섯 번째 편지: 작아서 커다란
혼자 있어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
말이 되지 못한 고통은 춤이 된다
시차와 낙차
여섯 번째 편지: 당신은 그냥 피나 바우쉬예요
갈망의 이미지
시 — 갈망
흰가면올빼미와 검은가면올빼미 사이에서 마음은
나의 경험치가 시의 경험치라는 말
희디흰 안녕
시 — 파랑
일곱 번째 편지: 외투가 먼저 돌아와 있는 방에서

저자소개 TOP

안희연 [저]

1986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201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가 있으며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윤예지 [그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세계를 상대로 여러 분야의 클라이언트들과 작업하며 《땅콩나라 오이제국》 《12Lands》 《Is This MY Home?》 등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흐르는 것들에 예민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과 감정의 움직임을 이미지로 기록해 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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