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평론가 김윤식이 주목한 오늘의 작가 오늘의 작품 :(1)

저 : 김윤식(金允植)출판사 : 문학사상사발행일 : 2002년 11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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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TOP

이 평론집을 처음 펼쳐들 때 가장 놀라운 부분은 문체다. 한국문학의 산맥으로 여겨질만한 대가답지 않게 새롭고 감각적인, 마치 10대 통신족들이나 쓸 법한 문장들이 어지러이 난무한다. 언뜻 보면 문학계의 큰 어른이 아니라 이제 막 등단한 신인이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상당한 용기를 갖추어야 할 것 같지만. 심지어는 종결어미가 아니라 단어로 툭툭 끝나버리는 과감성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하는 것.” “~기 때문.” “~하기.” “~ㄴ가.” “~ 등등.” 같이 실험적으로 사용된 말을 보면 저자가 젊은 정신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엄숙한’ 평론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문체를 씀으로써, 젊은 층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워 보일지라도 실상 속까지 씹어보면 그다지 녹록하게 씹히지 않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평론집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게 담긴 내용은 상당히 묵직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으나 이 책은 결코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를 나이테 수까지 꼼꼼히 세어보는 철저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게다가 쓰이는 개념들도 그다지 쉽게 머리에 들어올 만큼 익숙한 것은 못 된다. 말랑말랑한 문체에 방심했다간 단단한 내용에 이빨이 깨질지도 모른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무엇보다도 여기 언급되어 있는 방대한 작가진과 작품들이다. 각 꼭지의 제목만 대충 훑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월간지와 계간지, 신문을 가리지 않고 소설이 실리는 지면이라면 불길 속을 뚫고 가야 한다고 해도 가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 노교수의 열정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신춘문예를 통해 갓 등단한 신인작가부터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중진과 대가와 신인을 가리지 않고 지난 2년간 이 땅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소설은 모두 이 한 권만 가지면 꿰뚫을 수 있다. 문학에 한창 심취해 있는 독자라면 소개된 작가와 작품을 찾아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소설 순례여행’을 떠나면 좋겠고, 편식하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 미리 검증된 독서리스트를 작성해서 위험률을 줄일 수도 있겠다. 가을이라 게으름이 도진다는 독자는 아예 이 책만 읽고 수백여 편을 읽어낸 양 으스대기에도 좋다.



심심찮게 각종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위촉받는 명망 있는 학자인 만큼, 최근 신춘문예의 동향까지 세심하게 전하고 있다. 신춘문예가 예비 소설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의 관문인지라 이 부분은 당연히 눈길을 끌 만하다. 다만 특기할 부분은 저자는 여기서 최근 소설연재를 중단한 <중앙일보>를 들어 소설이 몰락하고 있다고 점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을 사랑하다 못해 잡식과 폭식을 서슴지 않는 저자가 소설이 몰락하고 있다고 주장하다니? 하지만 그 속내용은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소설가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신춘문예 당선작들에 대한 저자의 평도 꼭 짚어보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새천년이 되어도 신춘문예는 미동도 하지 않고 건재해 있지 않겠는가. 아니, 어쩌면 더욱 기세 등등하다고나 할까. 우리 신문들만이 창출해 낸 이 기묘한 제도를 어떻게 설명하면 적절할까. 괴테의 말버릇으로, 몸에서 돋아난 제3의 기관(器官)이라 하면 어떠할까. 기관도 사용치 않으면 쇠퇴하는 법. 활성화하는 방도가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함은 이 때문. 다른 나라 사람에겐 없고 우리에게만 있는 이 제3의 기관의 활성화 방안, 곧 그 에너지의 원천이란 무엇일까. ‘시대성’, ‘실험성’, ‘요행성’으로 요약될 수 없을까.



비록 소설이

목차 TOP

책머리에- '위해서'와 '자동사'의 글쓰기에 대한 찬가

1. 작가여행- 작가론

- 김인숙, 김준성, 백민석, 신경숙, 정영문, 천운영

2. 모든 암소는 어미가 될 수 있을까- 여성 내면의 세계

- 박완서, 김채원, 강석경, 공지영, 이혜경, 조경란, 권지예, 강영숙, 윤성희, 이신조

3. 담배를 물고 길을 걷다- 사색을 위한 산책

- 고종석, 이승우, 정찬, 김원우, 심상대, 박덕규, 박경철, 김영하, 김도언

4. 점점 굵어진 허리- 꽃피는 봄날의 주역(기성 작가들의 소설적 모험들)

- 이남희, 이청해, 전경린, 정길연, 차현숙, 최윤, 하성란, 함정임, 배수아, 서하진,
원재길, 윤대녕, 이만교, 이응준, 이인화, 홍상화

5. 푸른 정맥이 돋아난 팔- 젊은 신인 남성 작가들

- 김경욱, 조용호, 김종은, 박정규, 박청호, 변완중, 신장현, 양문길, 우광훈, 이윤식
해이수, 황광수, 박형서

6. 코코샤텔이 풍기는 풍경- 젊은 여성 작가들의 성향

- 김경해, 김숙, 김현영, 노재희, 박자경, 박정란, 박정애, 신미경, 양선미, 이서인, 한정희

7. 식물성의 저항을 위하여- 형식실험의 소설들

- 서정인, 박상륭, 김원일, 최수철, 박성원

8. 리얼리즘은 입심이 대단하

저자소개 TOP

김윤식 [저]

1936년 경남 진영 태생.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저서로는 『임화와 신남철』(2011), 『기하학을 위해 죽은 이상의 글쓰기론』(2011),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2011), 『한·일 학병세대의 빛과 어둠』(2012), 『내가 읽고 만난 일본』(2012), 『전위의 기원과 행로』(2012), 『내가 읽은 박완서』(2013), 『내가 읽은 우리 소설』(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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