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새 근원수필 - 보급판 : 고전의 향기 듬뿍한 근원수필의 새 모습

저 : 김용준출판사 : 열화당발행일 : 2009년 10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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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을 담은 그릇
해제로 읽는 [새 근원수필]―미술평론가 최열

나를 쏙 빼닮은 글이 있다. 그런 글을 썼을 때 얼마나 기쁜지. 되풀이해 읽어도 막힘없어 시원하고, 거짓없어 맑은 기운 한줄기 가슴을 뚫어 주곤 한다. 문득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그런 느낌을 받곤 하거니와 19세기 묵장(墨場)의 영수(領袖) 조희룡(趙熙龍)의 글이 그렇다. 아! 빈 마음의 덧없음을 숨쉴 틈조차 없이 마구 뿌려대니 그 흔쾌함이란 달리 말할 길이 없을 지경이다.
나는 수필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 읽다 보면 글쓴이를 내 안에 머물게 하고 있음을 어느샌가 깨우친다. 그런 글이 있다. [근원수필]이다.
글은 무릇 사상을 담는 그릇이다. 개중 수필은 생각의 조각들을 새기는 그릇이니 어여쁘기 그지 없다.
빗대자면 수필이란 도자기 가운데 접시나 종지 따위와도 같다. 그러하니 지성의 향기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이슬처럼 맺혀 있기 마련이요, 삶의 지혜 또한 얼핏 스며 있어 아름답되, 그렇다고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거나 완벽한 형상을 뽐내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시를 읊조리듯, 때론 날카로운 비평의 칼날에 마주치듯, 때론 잘 짜인 단편소설에 빠져들듯, 수필이란 너무 많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서정과 서사를 넘나드는 탓일 게다.
근원 선생이 말씀하길 수필다운 수필이란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라 했으니, 다름 아닌 선생의 말씀 그대로 ‘완성된 인격의 반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건 이상의 경지일 터, 선생은 덧붙여 ‘마음속에 부글부글 괴고만 있는 울분을 어디 호소할 길이 없어 가다오다 등잔 밑에서, 혹은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하던 끝에 공연히 붓대에 맡겨 한두 장씩 끄적거리다 보니’ 그게 그만 수필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걸 수필의 알맹이라고 믿는다. [근원수필]을 읽다 보면 정말 그렇다. 풍속이 보이는가 싶으면 무슨 취미도 보이고, 어떤 사람도 보이다가 어느덧 예술가가 나서는가 싶더니 금새 고전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어디 그뿐인가. 근원 선생이 지닌 감성의 깊이는 물론 지성의 성찰까지, 아무튼 삶의 내음이 한결같다.
김용준은 1936년 [조광] 신년호에 '서울 사람 시골 사람'이란 글을 발표했는데, 이게 선생의 첫 수필이다. 이때부터 꾸준히 산문을 선보였는데 읽는 이마다 입맛을 다시곤 했다. 신기하게도 뒷맛이 포근하며 몸은 음탕한 도시의 그늘에 있으되 마음은 아득한 산골 숲 사이에 있는 듯 행복해지는 탓이다.
김용준은 민족의식이 짙은 청년으로 자랐다. 1904년에 태어나 삼일운동 바로 뒤인 1921년 서울 중앙고보에 입학했으므로, 그 무렵 한반도를 휩쓸던 새로운 이념의 세례를 받았을 터이다. 이를테면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담긴 생활의 순수함이 그렇다. 이어지는 글 '육장후기( 莊後記)'에 선생은 다음처럼 썼다.

“인생이란 세상에 태어날 때 털올 하나 가지고 온 것이 없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도 털올 하나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물욕(物慾)의 허망함이 이러하다.”

마치 노자(老子)나 장자(莊子)의 마음과 같으니, '스리꾼의 도덕'이란 글에서 그 도둑 이야기를 풀면서조차 장자의 [남화경(南華經)]으로 화두를 삼아 시작하는 선생의 태도가 그러하다.
자연의 이치와 본성을 따라 삶을 꾸려 나간다는 선생의 마음은 [근원수필]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스스로 화도(畵道)를 걸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되다고 여기는 선생의 삶은, 그래 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연의 이치와 본성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엮은 [새 근원수필]은

목차 TOP

고전의 향기 듬뿍한 [근원수필]을 새롭게 펴내며- 편집자
근원을 담은 그릇-解題 - 최열

1부
매화(梅花)
게〔蟹〕
말과 소
검려지기(黔驢之技)
선부(善夫) 자화상
조어삼매(釣魚三昧)
구와꽃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
[강희자전(康熙字典)]과 감투
털보
신세일가언(新歲一家言)
한운야학(閑雲野鶴)의 연명(淵明)을 본받아
석분음재(惜分陰齋)
고독
머리
표정(表情)과 의상(衣裳)
모델과 여성의 미
답답할손 X선생
팔 년 된 조끼
안경
동해로 가던 날
추사(秋史) 글씨
김 니콜라이
은행이라는 곳
답답한 이야기
스리꾼의 도덕
신형 주택
이동 음식점
서울 사람 시골 사람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동일(冬日)에 제(題)하여
육장후기
원수원(袁隨園)과 정판교(鄭板橋)와 빙허(憑虛)와 나와
생각나는 화우(畵友)들
화가와 괴벽(怪癖)
백치사(白痴舍)와 백귀제(白鬼祭)
화가의 눈
기도(碁道) 강의
십삼 급(級) 기인(碁人) 산필(散筆)

2부
시(詩)와 화(畵)
미술
예술에 대한 소감
회화적 고민과 예술적 양심
골동설(骨董說)
거속(去俗)
한묵여담(翰墨餘談)
조선조의 산수화가
조선시대의 인물화
최북(崔北)과 임희지(林熙之)
오원(吾園) 일사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론
승가사(僧伽寺)의 두 고적(古蹟)
광개토왕 호우(壺우)에 대하여

발(跋)

수록문 출처
김용준 연보

저자소개 TOP

김용준 [저]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은 1904년 2월 3일 경북 선산(善山)에서 농사를 지으며, 한약방을 운영하던 아버지 김이도(金以燾)와 어머니 김옥순(金玉順) 사이에 2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아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세 살 때 개울에서 본 송사리를 그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1915년, 충북 영동에 있는 황간 공립보통학교에 입학했으며, 그 전까지는 부친에게서 천자문을 배웠다.
1920년 4월에 김용준은 경성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1923년, 20세 되던 해에 전통 화가와 양화가들이 운영하는 고려미술원(高麗美術院)의 청소년 대상 연구생 지도 수업에서 이마동(李馬銅), 구본웅(具本雄), 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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