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식인의 할 일은 무엇인가? 대기업에 취직하고, 연봉 많은 곳에서 머리 써서 돈 벌다 비슷한 수준의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에게 편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지식인의 기본인가? 3년을 넘게 대학에 다니고도 나는 아직 지식인의 발뒤꿈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지식인의 발뒤꿈치를 보았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 내가 그렇게 원하던 자유란 이름 뒤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따르고, 진리에는 니체가 말한 "낙타가 아이가 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아직 젊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다. 시작은 지금부터다. 철학가 비트겐슈타인이 평생 한 일이란 비틀거리다 다시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비틀거리고,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배워야겠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여행은 폭풍이었다. 그러나 나와 같은 기쁨과 슬픔의 폭풍 속으로 모두를 초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하나, 작은 조약돌을 던져 폭풍이 지나간 흔적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책 머리에] "비틀거리고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 제1장 사랑은 버리는 것, 다 갖지 않는 것 부다페스트, 100마르크짜리 사기극 돌아보면 결코 나 혼자가 아냐 칼부림, 치한으로 변한 늙은 차장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역사의 도시 앙카라 한국 대사관의 천사 문지기 동굴호스텔, 즐거운 배낭여행자들 헤잡에 차도르 쓰고 롤러 블레이드를 테헤란, 진정한 사랑도 깨질 때가 있다 제2장 길 위의 남자, 21살의 첫 감정 순전히 오토바이 때문이었어 3월의 새해, 이란의 인정 깊은 가족 현재를 살아야 미래가 있는 것 비바람 속에 떨리는 내 노래 여자들이 헤잡을 벗으니 춤만 잘 춰 터키 남성들의 억압된 성적 욕구 호숫가 군인들 막사에서 총 한 방 사랑을 거부당하는 느낌 쿠르드족 할머니가 준 옷 한 벌 시리아 사막에서는 누구나 친구 ‘우리는 이미 부인들이 많아요’ 다마스쿠스 호스텔의 아라비안 나이트 네가 보고 싶을 거야, 그 함박미소가 제3장 아라비아를 돌아, 지중해를 건너 베이루트 대학 캠퍼스는 한국과 똑같아 사라진 300달러보다 더 귀한 톰의 눈물 나이지리아 불법 노동자들과 일주일 위대한 페트라, 미국 엄마의 위대한 슬픔 나랑 결혼하자, 낙타 네 마리 줄게 흐느끼는 웃음, 여기는 아카바 만 고질병인가? 한국 남성의 오빠정신 예루살렘 밤 3시, 바에서 번 돈 50세켈 이스라엘 청소부는 다 배낭여행자 그리스행 여객선 갑판 위의 축제 베니스행, 이라크 탈주자와 한 텐트에 제4장 유럽의 트럭은 히처들의 호텔 밀라노의 젊은이 공동체 파리에서 박물관 공짜로 가기 퐁피두 광장, 손 마사지로 돈 벌어 영국 할아버지 지미와 술꾼 앤디 일주일 생활비를 차비로 내준 할아버지 무지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이리쉬 퍼브에서 진짜 기네스를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내일은 우리도 버터를 만들자 제5장 섹스폰 불며 시베리아횡단 어둠은 없이 너무나 신비한 하늘 길 위에 깔려 죽은 사람 시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 요금은 2만5천원 밤마다 섹스폰 콘서트 북조선 여잔 줄 알았수다 백두산, ‘저 중국 여자 재수 없어!’ 북적북적 북경, 베틀베틀 베이징 깨를 잃어버린 ‘따이봉’ 제6장 황금 태양이 뜨는 나일강 시나이 반도, 치한들의 바닷가 아름다움도 사랑도 다 무서워 카이로 박물관, 그리스 여인의 관 인경이, 뜻하지 않은 멋진 인연 백사막, 황금 태양 아래 멈춘 시간 애정을 가지니 카이로가 달라 보여 [에필로그] "히치와 노숙, 배고픔 그리고 사랑"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낮의 사기극 2000년 1월 어느 추운 날. 부푼 마음으로 아침에 빈을 떠나 12시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다뉴브강의 숨결이 느껴지는 부다페스트. 시내 구경을 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말쑥하게 생긴 남자였다. "저기요,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환전 좀 해줄 수 있나요? 10달러만 환전해주세요." "저도 저 쓸 돈밖에 없네요. 미안해요." "그럼 5달러만이라도." “오늘 떠날 것이기 때문에 저도 헝가리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 둘이 내 앞에 나타났다. “경찰입니다. 방금 저 자와 뭘 했죠?” 갑자기 이게 다 뭐야? 나는 그들의 경찰배지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알아볼 수 없는 헝가리어에 사진이 붙은 게 고작이었다. 그들은 환전을 부탁하던 남자를 끌고 왔다. “아가씨. 이 자와 뭘 하셨습니까? 여권 주십시오.”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합시다. 이 사람과는 이야기만 나누었습니다. 난 죄인이 아니니 나를 죄인 다루듯 하지 마십시오. 나는 여기서 여권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이 자는 불법 도박단으로 우리의 감시 리스트에 올라 있어요. 우리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무시게 됩니다. 이 사람이 환전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저항하는 남자를 내가 보는 앞에서 때렸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설마 여기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나도 때릴까? 맞기 전에 돈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당신이 환전해 주는 것을 목격했어요. 분명 당신은 이 사람이 준 위조 달러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우기시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갑니다.” “난 달러가 없어요. 도이치 마르크가 있을 뿐이죠. 보세요.” 그 순간, 맞아서 쓰러지던 남자가 내가 내민 100마르크를 잡아채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 한 명은 그 뒤를 따라 뛰고 다른 한 명은 힘으로 나를 붙잡았다. 어, 내 돈! 눈앞에서 100마르크가 사라지는 것을 보자 나는 순간적으로 겁을 상실하고 남자를 힘차게 밀쳤다. 그리고 돈을 채간 남자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빨라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