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은 선천적으로 수용한 기독교 사상을 한국인 으로서 자각하는 동안 겪은 갈등과 고뇌를 시적인 대상으로 삼아 천착하였기 때문에 남다른 주목을 받 고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군더더기 없이 논리적 골격이 정연하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사 람들에게 분석적인 논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다. 이러한 사정으로 그에 대한 비평과 논의는 꾸준 히 이루어졌고, 김현승은 우리 근현대 시인 가운데 논의가 가장 활발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본 논평집은 김현승 시인의 시세계를 고찰하고 비 평한 방대한 성과 가운데 연구사적 의의를 지니는 글들 일부를 유형별로 선정, 재수록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주요 논점을 일차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였고, 아울러 최근 시인의 30주기를 맞이하여 숭실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그의 시세계를 두 차례에 걸쳐 재조명한 세미나의 결실을 아울러 수록함으로써 김현승 연구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전망을 가늠하도록 하였다.   기존의 연구와 논의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수록되어 있는바, 시인으로서의 김현승의 전반적인 면모를 다룬 ‘시인론’ 4편, 상상력의 톡특한 특질과 그 패턴을 다룬 ‘상상력론’ 4편, 시세계에 나타난 시인 특유의 시적인 풍모를 다룬 ‘스타일,기질론’ 3편, 시인의 시의식과 지향성을 살핀 ‘시의식론’ 4편,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전기적인 측면을 다룬 ‘인간론’ 2편 등 총 17편의 글을 싣고 마지막에 편자의 ‘해설’을 덧붙였다.   기존 논의의 주요 논점을 정리한 글들을 통해, 전문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김현승 시를 이해하는 데 긴요한 참조를 얻을 수 있고, 그의 시문학을 재조명하여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제시한 글들은, 연구자에게 새로운 학문적 동기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

Ⅰ.시인론 Ⅱ. 상상력 Ⅲ. 스타일, 기질 Ⅳ. 시의식 Ⅴ. 인간적인 면모

○ 김현승의 독창성은, 신을 잃어버린 후에도 낭만주의적인 종교적 감성을 끝내 견지하여 영원성을 그의 고독에 구축하려고 한 데 있다. 그의 눈앞에서 일체의 것이, 신마저 사라지고 맒을 보면서 그는 데카르트적인 전회를 하는 것이다. ○ 김현승의 시사적 의의는 인간존재의 유한성과 소멸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하여 본질적이며 영원한 세계를 지향하는 초월적 정신의 시적 형상화로 우리 현대시에 사상적 깊이와 형이상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 김현승씨의 시는 다분히 서구적이다(이국취미적일 정도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의 근본적인 자세는 한국 정신의 한 전형에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시련의 시기에 꿋꿋할 수 있는 지조와 절의를 높이 샀던 선비주의에 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김현승씨의 시적 탐구가 한국 시와 정신사에 갖는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 평생을 기독교 속에서 살아온 한 시인의 의식과정이 휴머니즘 이상일 수 없는 단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한국인에 있어 기독교 역시 하나의 생활방편 이상일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문제 속엔 기독교의 토착화 문제의 차원과 그것의 문학화 차원이라는 이중의 아포리아가 가로놓여 있어 보인다. ○ 그의 시는 프로테스탄트의 자기고뇌─각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철저한 자기부정도 철저한 자기망각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시의 품격은 그의 삶이 그러하듯 엄격하게 언어를 절제하고, 그 절제된 언어로서 그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케 하는 데서 얻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