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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이론/역사/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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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오그래피란 무엇인가 : 퍼포먼스와 움직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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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무용이론/역사/무용가
저자 안드레 레페키 ( 역자 : 문지윤 )
출판사/발행일 현실문화 / 2014.06.16
페이지 수 320 page
ISBN 9788965640929
상품코드 21872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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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코레오그래피, 무용에 새 숨을 불어넣다
낡은 무용을 비워내고 다시 쓰는 실험적 안무가들


무용 혹은 춤이란 무엇인가? 무용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그것은 우아한 몸짓의 연속이면 충분한가? 춤의 '글쓰기', 즉 안무를 뜻하는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건 이 책은 춤에 관한 기존의 이해를 장악해온 지배적 관념에 치열하고 엄밀하게 반응하는 무용과 퍼포먼스 분야의 최신 흐름을 소개한다. 1990년대 초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럽과 북미의 무용계를 송두리째 뒤흔들며 무용에 새 숨을 불어넣은 동시대 주요 안무가들의 작업에 관한 비평적 개론서.
이 책이 소개하는 예술가들 중 특히 제롬 벨, 자비에르 르 루아, 브루스 나우먼 등은 매년 서울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다원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봄'과 국제현대미술전시회인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무용원', '백남준 아트센터'에도 주요하게 초청되는 이들이다. 이들 각각의 작업은 결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며, 각자가 살아가는 사회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렇기 때문에 첨예한 문제의식을 지닌 채 동시대와 철학적으로 소통하는 이들의 작업은 국내의 예술 향유자들뿐 아니라 많은 인문학자들에게 중요한 동시대적 텍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춤은 언제부터 '움직임'과 필연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나?
무용의 '낡음'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많은 이들이 춤을 '움직임의 연속'으로 정의하는 데 수긍하곤 한다. 하지만 '안무'를 뜻하는 '코레오그래피'라는 개념의 발생 과정을 들여다보면 춤과 움직임의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조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코레오그래피는 서양에서 근대성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여러 철학자와 문화사가 들의 논의에 힘입어 중요하게 짚어내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춤'의 개념은 '안무'로 전환되면서 근대성의 주체 생산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다. 춤을 춤답게 하는 데에 끊임없는 움직임이 필수라고 합의되기 시작한 것 또한 이로부터다. 그러나 춤과 움직임의 결합은 사라짐을 숙명으로 떠안게 된다. 무용의 본질이자 태생적 한계로 여겨져온 것은 바로 춤이란 행위와 함께 사라질 뿐 눈앞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몸이 필요했고, 또 한편으로는 안무, 곧 춤의 '악보'가 필요했다. 이로써 '춤orchesis의 글쓰기graphie'를 뜻하는 '오케소그래피' 혹은 '코레오그래피'라는 용어가 일찍이 16세기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하며 움직이는 주체와 글을 쓰는 주체는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근대성 프로젝트를 통해 주체는 운동성을 지니도록 훈육되는 한편, 춤은 움직임을 자신의 존재 방식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바꿔 말해, '나는 움직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끊임없는 움직임에 집착하는 근대성의 강박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주체화, 재현, 기억, 현존 등의 존재론적 문제와 관련해서 퍼포먼스 아트, 시각예술, 비판이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움직임'이라는 개념을 낱낱이 파헤치고 해체해 당대 무용을 새롭게 정립한 예술가들로 제롬 벨, 후안 도밍게스, 트리샤 브라운, 라 리보, 자비에르 르 루아, 베라 만테로, 브루스 나우먼, 윌리엄 포프엘 등이 소개된다. 저자 안드레 레페키는 기존의 무용학이라는 학제적 테두리를 넘어 이들의 작업을 니체, 하이데거, 들뢰즈, 푸코, 알튀세르, 슬로터다이크, 주디스 버틀러, 호미 바바, 프란츠 파농, 호세 무뇨즈 등의 철학자와 이론가 들의 첨예한 질문들 속에 위치시켜 새로운 비판적 무용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작업이 주체화 이론, 후기구조주의 이론, 후기식민주의 이론, 인종 연구, 비판이론의 급진적 정치성을 수행성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읽어낸다.

무용과 미술과 퍼포먼스 사이에서 다시 쓰는 춤!
지난 20여 년 동안 북미와 유럽에서 벌어진 일련의 안무적 실험들은 무용의 개념적 기반을 특히 뒤흔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춤을 '움직임의 흐름 혹은 연속'으로 정의하거나 '무용수들이 위아래로 점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들이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왜 춤은 움직이는 몸을, 그것도 흥분되거나 고양된 상태로 움직이는 몸을 전시해 보여주는 데 집착해야 했는가? 또한 왜 그러한 경향을 거스르는 안무적 실천들이 춤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인식하게 되었는가? 이 책이 던지는 이와 같은 질문들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 예술사에서 춤이 자율적인 예술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쉼 없는 운동성과 스스로를 어떻게 동일시해왔는지 드러낸다. 근대적 주체로 탄생하기 위해 스펙터클한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은 이제 새로운 안무가 세대에 의해 재검토되기에 이르렀고, 그리하여 이제는 이들의 비판적 무용학이 춤을 둘러싼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안무적 실천을 유효한 예술적 실험으로 인정하려는 의지와 능력은 여태껏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실상이다. 최근의 실험적 안무는 전통적 분류법상의 '무용'에 국한되는 법 없이 춤과 회화, 행위예술, 설치미술 사이를 구획 짓지 않은 채 행해진다. 그러한 작업에서 자주 포착되는 다른 종류의 움직임, 혹은 움직임의 '없음'은 전통적 무용 공연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물론, 비평계에서조차 제대로 수용되지도 향유되지도 못했다. 그러한 움직임의 변형 혹은 부재는 그저 큰 의미 없는 '잠시 멈춤'으로 인식되거나, 때로는 심지어 관람에 방해되는 성가신 요소로서만 인식되곤 했다. 이에 이 책은 새로운 안무가 세대의 작업에 걸맞은 새로운 비평적 개론을 제시한다. 이들의 작업이 새롭다 함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라기보다 전통적 개념의 움직임이 어느 바탕에 근거하며 어떤 지배적 권위에 봉사하고 있는지를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빈방에서 혼자 움직이는 브루스 나우먼의 작업을 통해 댄스 스튜디오가 지닌 남성적 유아론의 속성을 읽어내고, 정체성 혹은 주체성이라는 자기동일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제롬 벨의 퍼포먼스를 '재현' 비판으로 읽는가 하면, 바닥에 놓인 캔버스 위에서 몸짓의 흔적으로 그려지는 드로잉을 만들어내는 트리샤 브라운의 작업이 비판하는 남근 중심적 수직성을 짚고, 윌리엄 포프엘의 땅을 기어가는 움직임을 인종주의에 타격 입은 흑인 남성이 첨예하게 탐색하는 바닥의 정치성으로 독해하며, 죽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무용가 조세핀 베이커를 자신 안에서 육화하는 유럽의 백인 베라 만테로의 작업을 인종적 지형 위의 멜랑콜리아와 엮어낸다. 코레오그래피라는 개념의 앞뒤와 안팎을 여러 방면에서 살핌으로써 이 책은 공연예술이 지닌 급진적 정치성을, 움직임이 멈추어도 사라지지 않는 춤을 일별해볼 수 있게끔 한다.
목차
1 서론- 움직임의 정치적 존재론
2 남성성, 유아론, 코레오그래피- 브루스 나우먼, 후안 도밍게스, 자비에르 르 루아
3 코레오그래피의 '느린 존재론'- 제롬 벨의 재현 비판
4 넘어지는 춤- 트리샤 브라운과 라 리보의 공간 만들기
5 비틀거리는 춤- 윌리엄 포프엘의 기어가기
6 후기식민주의적 유령의 멜랑콜리한 춤- 조세핀 베이커를 호출하는 베라 만테로
7 결론- 소진되는 춤, 소실점과 결별하기 위하여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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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움직임의 연속성과 흐름에 대한 이와 같은 의도적인 안무적 방해에 대해 비평가들은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째는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트렌드'이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다. 다시 말해 매우 제한적인 부수적 현상 정도로, 심각한 비평적 고려가 필요 없는 거슬리는 경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안무가 비난받아 마땅하며 나아가 위협적인 것이라는 견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비평가들은 익숙한 반경 안에서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부드럽게 재생산하는 춤의 능력이, 춤의 미래가 위협받는다고 여겼다. 동시대 안무에서 나타나는 딸꾹질과 같은 침입이 춤의 미래성을 위협한다는 이러한 인식은 바로 춤과 움직임의 관계를 소진시키고 있는 최근의 안무적 전략들에 대한 논의와 관련이 있다.
(/ pp.10~11)

훈육된 움직임을 성문화하고 디스플레이하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 근대성이라는 프로젝트가 강화되고 전개되어가는 과정과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르네상스 이후부터 무용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자율성을 추구해왔고, 그러는 동안 무용은 근대성이라고 알려진 서양의 주요 프로젝트들과 협력해왔다. 무용과 근대성은 운동성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 안에서 이 둘은 하나로 엮였다.
(/ p.23)

이 책에서 근대성은 오랜 기간 지속된 프로젝트로 이해된다. 그것이 형이상학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정신-철학적 프레임" 안에서 특권을 지니는 담론 주체는 이성애규범적(heteronormative) 백인 남성이다. 이 주체에게 진실이란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며 스펙터클한 움직임을 향한 끝없는 충동으로 경험되며 그의 경험은 그 안에 국한된다. 그런데 어떻게 몸이 그토록 스펙터클하게, 그토록 효과적으로, 그토록 자족적으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운동적 주체가 특별한 노력 없이 항상 에너지가 충전된 상태로 넘어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바탕은 무엇인가?
(/ p.37)

안무의 발생기라고 할 수 있는 상태의 예술인 오케소그래피(춤추기-글쓰기)는 유령적-기술적 약속을 잉태한 상태로 나타난다. 오케소그래피는 현전을 초월하기 위해 항상 현재에 머무르기를 욕망하는 남성 주체를 위한 수단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오케소그래피라는 신조어는 기표 안에서 부재하는 현전에 접속하기 위한 직접적인 통로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유령적인 힘을 불러일으킨다. 오케소그래피 덕분에 무용 지침서를 읽음으로써 고립된 방에서도 지금 여기에 없는 이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령적인 것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형태의 남성적 유아론이 필요했다.
(/ p.65)

르 루아의 [자아-미완성은 근대성에 의해 제약된 몸의 개념에 도전하는 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안한다. 개별적 신체, 즉 모나드적 신체는 더 이상 없다. 하비 퍼거슨이 우리에게 상기시킨 것처럼 "근대적 전형의 독특한 특징은 개별화 과정에 있다. 유일한 개인으로서의 사람과 그의 몸의 식별 가능성으로 인해 그는 특별한 가치를 운반하는 자로, 법적으로 행사 가능한 권리를 지닌 자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 p.99)

만약 우리가 근대성의 주체성의 형식은 순전히 '움직임을 향한 존재'이며 근대성이 자신의 주체들을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태로 바뀌도록 호명한다는 슬로터다이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움직이는 상태로 변화하기 위해 주체성이 기본적으로 축적해야 하는 것은 잠재적인 에너지였다. 이러한 잠재적 에너지를 통해 근대성은 키네틱 에너지를 표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살아 있는 시스템도 에너지의 공급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자율적인 키네틱 주체성,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성, 스스로 완결적인 주체라는 생각 자체가 바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눈먼 상태의 표출인 것이다.
(/ pp.131~132)

시겔의 프레임 안에서 볼 때, 순식간에 벌어지는 춤을 추기 위해 오랜 세월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키는 무용가의 트레이닝은 희생하는 주체성을 수용하는 것이 된다. 또한 희생하는 주체성을 수용한 상태로 세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방식을 창조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채로 끊임없이 땅에 묻히기를 평생 동안 연습하는 것과도 같다. 다시 말해 시겔에게 춤은 소실점에서만 존재하고, 소실점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의 트레이닝과 학습, 창조, 춤추기를 끊임없는 애도와 되풀이되는 회고적 멜랑콜리아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 p.283)

저자
안드레 레페키
미국 뉴욕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이며 에세이스트이자 드라마투르기로 활동 중.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뉴욕대학교 퍼포먼스학과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그 스튜어트/데미지드 구즈, 베라 만테로, 주앙 피아데이로, 프란시스코 카마초 등의 작업에서 드라마투르기로 활동했고, 브루스 마우와 함께 [STRESS](2000), 레이첼 스와인과 함께 [proXy](2003)라는 영상 설치 작업을 했으며, 엘레노라 파비야와 함께 퍼포먼스 연작 [Wording](2004~06) 등의 작업을 했다. [댄스- 동시대 예술의 도큐먼트(Dance- Documents of Contemporary Art)](2012) [구성의 평면- 무용, 이론, 글로벌(Planes of Composition- Dance, Theory and The Global)](2010) [몸의 현존에 관하여- 무용과 퍼포먼스에 관한 글들(Of the Presence of the Body- Essays on dance and Performance Theory)](2004) [몸을 리-멤버링하기(ReMembering the Body)](공저, 2000) 등을 쓰거나 엮었다.

역자
문지윤
미국 코넬대학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 큐레이팅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 시각문화학과에서 Curatorial/Knowledge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코레오그래피의 테크놀로지(The Technology of Choreography)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 서양 근대성이라는 특수한 주체 생산 프로젝트 아래에서 작동되기 시작한 코레오-그래피, 즉 몸으로 쓰기 기술의 출현과 이 기술이 내부에서 해체되는 현대의 안무적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14년 6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전시의 즐거움- 파비앙 지로, 베느와 메르, 노경민]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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