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비평가로 만나는 보들레르 "현대시의 시조" "『악의 꽃』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가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미술비평가로서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들레르는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에 천착해 왔고, 특히 회화 부문에 열정을 보여 「1845년 미술전」 평을 계기로 미술평론가로 데뷔한 이래, 여러 미술전 평과 「현대생활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과 생애」 「프랑스의 몇몇 풍자화가들」 「철학적 예술」 「생 쉴피스 성당의 들라크루아 벽화들」 「에칭이 유행 중이다」 등 많은 미술비평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보들레르의 가장 큰 감탄과 정열의 대상이 된 화가는 단연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였다. 보들레르는 당시 무명 화가였던 들라크루아에 주목해 「1845년 미술전」평의 맨 첫 장에서부터 열렬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여러 지면을 통해 꾸준히 들라크루아에 대한 정열을 증명해 보였다. 이 책은 보들레르가 쓴 많은 미술비평 중 바로 들라크루아에 관해 쓴 다섯 편의 글을 옮겨엮은, "보들레르의 들라크루아론"이라 할 수 있다. 들라크루아론으로 읽는 보들레르의 상상력, 현대성, 우수의 미학 "들라크루아의 상상력! 그의 상상력이야말로 심오한 종교의 영역에까지 상승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한 적이 없다. 하늘이 그의 것이라면 지옥과 전쟁도 그의 것이며, 낙원의 순수함뿐 아니라 음욕까지도 그에게 속한다. 이것이 바로 화가와 시인의 전형적인 타입이 아닌가."-「외젠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 p.36. 보들레르의 비평들은 대부분, 대상이 되는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한 해설이라기보다 그 자신의 미학적 보고서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보들레르의 작품세계에 "등대"가 되어 준 들라크루아에 대한 미술평 역시, 그의 비평을 거론할 때 흔히 언급되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나르시시즘이며, 다른 하나는 예술의 형이상학적인 면에 기우는 기호다. 에드거 앨런 포(E. A. Poe)의 소설을 번역하면서 그 작품에서 평소 꿈꾸던 이상적인 예술의 자취를 찾아냈듯, 들라크루아의 작품에서도 그 자신이 꿈꾸어 오던 󰡐상상력󰡑 󰡐현대성󰡑 󰡐우수󰡑를 발견한 것이다. 보들레르 스스로 들라크루아에게서 얻은 교훈은 "상상력"과 "현대성"이라고 말할 만큼, 시인은 화가의 작품에서 자신이 추구해 온 미학의 극점을 찾는다. 이 책의 첫번째 장이자, 들라크루아에 관한 마지막 평인 「외젠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에서도 역시 화가의 작품세계를 회고하고 정리하는 것을 계기로, 죽음을 앞둔 보들레르 자신의 미학을 정리하고 있다. 「1845년 미술전」 「1846년 미술전」 「1855년 만국박람회」 「생 쉴피스 성당의 들라크루아 벽화들」(1861), 화가의 사후에 씌어진 「외젠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1863) 등, 그에 관한 평만 따로 모아 책으로 펴낼 수 있을 만큼 보들레르가 경도되었던 화가가 바로 들라크루아다. 「1845년 미술전」에서의 첫 만남에서부터 들라크루아의 색채가 자신이 꿈꾸던 이상의 지대에 이르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의 예술이 자신의 이상과 상응한다는 것을 감지한 보들레르는 평생을 들라크루아에 천착했다. 책에 실린 스무 점의 작품은 이 두 "화가와 시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역자 해제 - 들라크루아, 보들레르 미학의 길을 밝혀 준 '등대' 외젠 들라크루아의 생애와 작품 「1845년 미술전」 중에서 「1846년 미술전」 중에서 「1855년 만국박람회」 중에서 생 쉴피스 성당의 들라크루아 벽화들 역주 수록원문 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