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자, 역사공부 물론 역사교육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은 역사교육이었다고 단언합니다. 책상 앞에서 하는 입시를 위한 교육이라면 어찌 그것이 살아 있는 교육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정작 죽어 있는 학문, 죽어 있는 교육이어서는 안 되는 데도 말입니다. 특히 역사교육은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그를 교훈 삼아 의미 깊은 앞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현시적인 지표가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역사교육에 의한 교훈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지난날이 더욱 더했습니다. 한 왕조는 그 왕권을 지탱하기 위하여 앞선 왕조들을 거울로 삼았습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선현들의 삶을 되새기며 그 곳에서 교훈을 찾았습니다. 올바르고 참된 내일을 위하여 그러했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단지 책상 앞에서만 교육을, 역사교육을 시켜왔습니다.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그만이라는 일념 때문에… 이제는…:아이들에게 곁으로 다가가는 역사 그런 까닭에 역사교육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생각없이 다만 외우는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하고많은 사람들, 관직이름, 사건, 연대의 기계적인 나열. 개개인이 역사 속에서 느끼고 사고할 필요가 없는 천편일률적인 교육, 그러니 역사책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수험서일 뿐입니다. 아직은 공부에 지치지 않은 아이들, 하나 하나가 새롭고 한순간 한순간이 값진 아이들. 그들에게 역사를 얘기해 주고, 문화의 향기를 맛보게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것은 책상 앞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떠나는 여행! 만약 그 곳에 역사와 문화의 향취가 있다면 더더욱 좋을. "역사란 이래서 중요한 거란다." 이런 말을 주고받는 부모와 아이들이 있다면 그 곳은 훌륭한 교육의 현장입니다. 역사의 진한 숨결이 있고 냄새가 배어 있는 흔적이 아련한 그 곳, 그 곳에서 그 숨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느끼며 아이들은 역사와 자신을 생각하게 됩니다. '역사기행 문화탐방':숨쉬는 역사교육을 위하여 그러나 뭔가 허전합니다. 그 속에 묻혀진 역사를 모른다면, 고풍스런 옛것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어디나 똑같은 정물화일 뿐입니다. 그저 유명하다니까, 누구나 한번쯤 가는 곳이니까. 걷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의미없는 눈길을 던지고 마는 여행은 숨결을 잃어버린 역사책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까닭에 '역사기행 문화탐방' 시리즈가 기획되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고 느껴본 뒤 손잡고 떠나는 대화가 있는 여행. 이제 부모와 아이에게, 단지 옛것은 크나큰 깨달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는 만큼 더 설레고 더 기다려지는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모르는 사이 가슴속에 가득해질 역사의식을 신서원은 기대합니다. 학생 신분을 벗고 사회로 나온 것이 언제였던가 …. 가족을 위해 정신없이 뛰면서 흰 머리카락만 늘어갑니다. 언제부턴가 '공부'라는 단어가 낯설어졌습니다. 아내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죠. 아이 낳아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쌓았습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가족들과 함께 어디 역사 유적을 찾아갔는데,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으면 참 난감합니다. TV역사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인생사는 고사하고 어느 시대 얘기인지조차 알 수 없을 땐 답답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공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각뿐! 담배끊기만큼이나 힘든 것이 역사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사]에 대한 기억이 많은 분들에게 '짜증나는 암기'로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국사]를 배웠으되, 흐르는 세월과 함께 기억에서 멀어져 버린 보통 어른들을 위해서 이 책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역사를 한번 훑어보기는 해야겠는데…', 하면서도 선뜻 역사책을 들어보지 못하고 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 그러나 알맹이가 있는 책'이 되고자 합니다. 서술의 중심 무대를 강화도로 잡았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인들 역사 유적 없는 곳이 있겠습니까만 여기 강화도는 좀 특별합니다. 선사시대부터 고조선·삼국·고려·조선을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강화도는 끊어짐 없이 이어져 모든 시대의 역사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죠. 저는 강화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강화에 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런 책을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강화도 땅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역사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이 책은 두 개의 장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1부 '강화도 돌아보기'는 강화도를 지역별로 나누어서 그 지역의 문화재를 소개합니다. 찾아가는 길, 간단한 역사적 설명과 유물을 보는 법, 아이들에게 해줄 만한 옛이야기 등을 실었습니다. 강화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문화재를 보실 때도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2부 '역사 속의 강화도'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 우리역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어떤 윤곽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강화도와 연결되어 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엮은 것입니다. 1부에서 소개한 문화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됩니다. 여러분께서 이 책을 보시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내용이 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강화도 어디에선가 엄마 아빠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여러분의 아들·딸이 "재밌다" 이렇게 말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역사를 가깝게 친근하게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