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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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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사회비평에세이
저자 한민
출판사/발행일 북신 / 2013.01.03
페이지 수 312 page
ISBN 9788996609018
상품코드 21184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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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북녘동포들의 인권유린상황을 낱낱이 고발한 이 시대의 화제작 ‘한민’의 장편소설
*강제북송을 피해 제3국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탈북동포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
*주인공 강철규 일행의 탈북역경과 한국행을 위한 목숨을 건 죽음의 질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국행을 위해 북경국제학교로 진입한 강철규 일행의 비극적인 종말
*탈북동포들의 구원을 위해 활동하는 북경총영사관 최형철 영사와 한국인들의 활약상
*북녘동포와 탈북동포들의 인권유린 현장과 북한정권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고발한 소설
*추천사 : 이 책은 우리의 할 바를 제시하는 통일 지침서 - 前국방부 정책실장 장광일 -
자유를 찾아 떠도는 탈북동포들의 처절한 현실을 고발한 소설
- 북한전략센터 대표 강철환

[‘소리없는 아우성’은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민족의 비극적 서사시이자 통일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시대의 증언록입니다. ]

한민의 장편소설 ‘소리없는 아우성’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현실을 생생한 증언에 근거하여 소설화한 ‘Faction’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다년간 제3국에 체류하면서 국군포로와 탈북동포들의 처절한 사연과 다시 붙잡혀 강제북송되는 저들의 참상을 목도하게 된다.
작가는 이들과 함께 울고 고뇌하면서 저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현실에대한 자괴심과 함께 이 참상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할 역사적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배경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어 탄생한 ‘역사의 증언록’이자 전 세계 자유민에게 호소하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강원도 태생의 민주화세대로서 80년대 이후 민주화과정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필자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정신적, 이념적 자산을 보유하고 가꾸게 되는데 그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소중함, 자유민주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굳건함 신념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이유로 해서 여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써나간 소설들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의 소중한 체험과 경험론적 신념의 바탕위에서, 지도자와 체제를 잘못 만나 스러져가는 북녘동포들에 대한 뜨거운 동포애와 고발정신, 시대정신이 없으면 함부로 붓을 들 수 없는 주제인 것이다.

진술한바 작가는 민주화의 소용돌이와 문민정부탄생의 역사적 현장의 흐름과 굴곡을 체험하고 제3국 체류생활을 통해 조국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오랫동안 갖게 되면서 자유민주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강철 같은 신념을 내공으로 쌓은 바 있다.

그 신념을 바탕으로 국군포로와 탈북동포들을 비롯한 무국적 고려인, 사할린 동포 등 우리 근대사의 격랑에 휩쓸렸던 ‘역사의 조난자’들의 가슴 저미는 개인사를 접하고는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함과 동시에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나 혼자 정의롭게 올바르게 살자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간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길 밖에 없었으며 그 작업의 첫 시도로 먼저 제3국에서 자유를 찾아 떠도는 탈북동포들의 비극을 그리게 된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제 좋으나 싫으나 통일의 새벽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통일의 전도사로 우리에게 미리 온 탈북동포들을 우리에게 무언의 절규(소리없는 아우성)를 토해내고 있다. ‘당신들의 동포가 지옥에서 신음할 때 당신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역사의 조난자’인 이들을 보며 눈물 흘리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이 땅에 진정한 통일은 없다”
“이 글을 ‘역사의 조난자’들에게 바친다."고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찰총국 108특공대 중사 강철규, 그는 수령과 당을 위한 일당백의 무시무시한 살인병기로 조련되어 10년간이나 공화국을 위해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훈련을 잘 견뎌왔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떨어진 강제제대 명령!
오로지 당에 대한 충성만으로 살아온 철규는 영문을 모른 채 실의 속에 귀향하는데 동생 향란이 흐느끼며 들려준 아버지의 최후! 소도적과 남조선 삐라소지죄라는 보안원의 모략에 걸려 공화국반역죄로 원통하게 죽어간 아버지, 이 대목에서 작가는 북한의 처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 소위 인민의 낙원이라고 저들이 떠들어대는 북한이 얼마나 악마적인 지배계급의 횡포와 모순 속에 인민을 압살하는지를…...
소는 저들이 잡아먹고 엉뚱한 인민에게 덮어씌우고도 모자라 남조선 삐라까지 갖다 놓고 공화국반역죄로 덮어씌워 한 집안을 결판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인 지배계급의 만행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가 반역죄로 총살당한 철규의 앞날은 그가 10년 동안 특수부대중사로서 보여준 충성심을 인정받아 노동당원의 신분임에도 하루아침에 오지의 탄광으로 배치 받은 사실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모략이건 함정이건 북한에서 범죄자로 처벌받게 되는 순간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모두는 함께 사회적 최하층민으로 떨어져 비참한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장 악랄한 연좌제요, 그 옛날 절대 군주 시절에서도 보기 힘든 계급사회가 아닐 수 없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냉이를 구하러 협동농장 밭으로 찾아간 철규 동생 향란은 보초를 서던 인민군 세 놈에게 잔인하게 윤간을 당하게 된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기어오다시피 하는 향란을 발견하고 이내 사태를 알아챈 철규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터무니없는 함정으로 총살당한 아버지, 이의 신원을 위한 군당, 도당, 중앙당가지 찾아갔건만 상대조차 안 해주는 당에 대한 배신감, 그도 모자라 당원인 철규를 오지 탄광에 배치해 버리는가 하면 거리에 넘쳐나는 굶주린 인민들 … 이에 철규의 가슴속에 쌓였던 분노는 마치 거대한 활화산 같이 폭발하고 만다.
옥수수 밭으로 쫓아간 철규는 동생을 윤간한 병사들에게 분노의 철권을 작렬시켜 이들을 쓰러뜨리고 자신을 체포하려던 소대장에게 가슴 속 분노를 폭발시켜 일격에 숨통을 끊어버린다.
부대로부터 긴급연락을 받고 철규를 체포하러 나선 악질 보안원 염상철을 때려눕히고 그의 목을 밝고 서서 철규는 울분의 사자후를 토해낸다.
“간에 옴이 걸려 긁지도 못하고 죽을 놈아! 인민을 괴롭히고 등치며 그걸로 치부하는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은 이 땅에서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보안원의 명치끝을 힘껏 가격하여 그의 숨을 끊어놓은 철규는 계속되는 모진 운명에 하늘을 보고 땅을 치며 통곡한다.
이웃집 동생친구 선희의 아버지가 철규를 진정시킨 뒤 얘기한다.
“철규야! 지금 당장 이 땅을 떠나거라. 안 그러면 넌 이 조선 땅에선 살아갈 수 없다. 내레 듣자하니 중국에선 개들도 쌀밥을 먹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 조선 땅에선 아무리 살려고 몸부림쳐도 중국의 개보다도 못 먹고 굶주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네?
김일성 수령 이래 지금껏 혁명 사업을 했지만 아직도 인민들 밥 세끼를 해결 못한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혁명에 실패한 공화국인거 인민들 다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니네? 이 조선 땅에선 더 이상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다는 거 알잔? 그러니 어서가게, 제발…어서!
세상이 달라지기 전에 우리 공화국, 조선 땅을 밟을 생각은 아예 하지마라. 이제부터는 뒤돌아보지 말구 앞만 보고 가라. “
선희 아버지의 입을 통해 작가는 오늘의 북한 현실은 명쾌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리오.

한줄 더 덧붙인다면 철규를 맨 처음 도와준 왕청현에 살고있는 조선족인 홍기천 창장의 후배 이자 백산나이트 사장 김기남의 입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시각과 개념의 북한관을 피력한다.
“나는 어떤 때는 북조선이 우리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똥개같이 보이오. 똥개는 사람이 지나가면 죽어라 짖는단 말이오. 그건 사람을 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지나는 사람이 자신을 때리거나 걷어찰까 봐 겁이 나고 무거워서 그렇게 짖어대는 거란 말이오. 그러니까 북조선이 툭하면 큰소리 뻥뻥 쳐대면서 한국에다 대고

전쟁을 하자는 둥, 거 무시기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둥 하면서 소리칠 때 보면 그게 바로 똥개같이 한국하고 미국이 겁이 나고 무서워 그러는 거란 말이오. 그러니까 동네서 짖어대는 똥개하고 똑같단 말이오, 아이 그렇소? “

철규 일행이 북경에서 만난 김영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달코자 하는 중국당국의 입장도 탈북동포에 관한 한국정부와 우리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데 중요한 대목이다.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일단 중국의 입장에서 한마디 해보겠소. 지금 탈북자들 때문에 중국 전역이 아주 시끄럽소. 그리고 서방국가에서는 한술 더 떠서 인권, 인권만 외치며 탈북자 문제를 순전히 인권차원에서만 생각하고서는 유엔에서조차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중국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오. 많은 나라들이 인권타령만 하면서 그저 중국만 나쁘다고 하는데 엄격히 말하자면 그건 틀린 방법이라고 생각하오. 왜냐하면 중국과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국가 간에 맺은 그런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란 말이오. 말 그대로 혈맹이란 말이오. 피를 흘린 혈맹. 그러니까 탈북한 이들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은 북조선과 똑같단 말이오. 그러니 중국에서는 탈북자들은 난민이 아니고 국경을 탈출해 중국으로 몰래 불법 월경한 범법자들이란 말이오. 말하자면 난민 이전에 국경문란죄로 이들을 잡아들여 친절하게도 그들이 살던 나라로 되돌려 보내주는 것이란 말이오. 국경을 맞대고 있는 혈맹국가끼리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 아니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조선 인민들이 힘들다고 다 중국으로 넘어온다고 이들을 죄다 받아서 모두 다 한국으로 보낼 수만은 없지 않소? 그러면 북조선은 그냥 앉아서 망하게 되는 거요. 그 나라는 총 한 방 안 쏘고도 망한단 말이오. 그런 정황이 눈에 빤히 보이지 않소?
그러니까 엄연히 형제국가라고 동맹을 맺었는데 형님이 돼서 동생이 망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소. 그러기에 탈북자들을 적극 단속하는 것이오. 지금 내 말이 중국정부 입장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오. “

철규 일행은 결국 이웃 민박집에서 한국행을 노리던 동향사람 이수영 가족 등과 함께 북경한국국제학교진입을 통한 한국대사관의 중국당국협상 결과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거사를 결행한다.
그러나 북경한국국제학교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닌 외국인학교에 불과했다.
즉각 출동한 무장경찰이 학교를 봉쇄한 가운데 중국외사 공안인 왕광해 대장과 한국 사건담당 최형철 영사와의 신경전은 불꽃을 튀긴다.
최영사와 왕대장은 한참을 토의해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말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철규 일행은 결국 이웃 민박집에서 한국행을 노리던 동향사람 이수영 가족 등과 함께 북경한국국제학교진입을 통한 한국대사관의 중국당국협상 결과에 일말
<왕대장>
“최영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려주겠소. 첫째, 저 사람들은 한국인이 아니오. 조선공민들이란 말이오.
둘째, 여기는 치외법권지대가 아니오. 그냥 학교란 말이오.
셋째, 저 사람들은 불법으로 중국경내로 입국한 범법자란 말이오.
그러기에 우리 중화인민공화국 형법으로 엄중히 다스려야한단 말이오.
<최영사>
“왕대장, 나는 왕대장을 중국 공안원 중에서 최고의 인텔리로 생각해왔소. 그런데 오늘 보니까 선진국문화를 많이 접했는데도 불구하고 합리적이질 않다는 걸 알겠소. 우린 둘 다 법을 집행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보는 눈이 다르군요. 내 의견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우리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시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왕대장이 말하는 북조선도 한반도입니다. 말하자면 북조선 사람들도 한반도에 거주하니까 거시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치외법권지역이 아니라 그냥 학교라고 말씀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대한민국과 모든 선진국에서는 신성한 학교 안에 경찰을 투입시키지 않습니다. 미래를 책임지는 학생들이 인성과 지식을 습득하는 신성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도둑놈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쫓아 들어가지 않고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것은 중국 성인인 공자 사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저들이 불법으로 중국경내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왜 중국국경을 넘어왔을까요? 중국유람이라도 하려고 넘어왔겠습니까?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로 굶어죽기 직전에 목숨 줄이라도 붙여보려고 목숨 걸고 강을 건너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다. “
<왕대장>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 우리 입장에서 볼 땐 분명히 범법자 아니요?”
<최영사>
“내 말 들어 보세요. 왕대장!
이웃 형제국가라는 중국정부는 함께 5천년을 함께 살아온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잘 안다면 곡식이라도 풀어서 이들을 먹고 살도록 도와줬어야합니다. 중국당국이 북조선을 진정 형제국가로 생각한다면 조건 없이 그들을 거둬 줘야합니다. 그게 형제국가의 도리이고 인지상정입니다. 더 나아가 두만강과 압록강 주변에 난민수용소를 크게 지어 강을 건너오는 이들을 잘 먹인 다음, 건강을 추스른

후 이들의 의사를 물어 다시 조선으로 돌려보내든지 한국으로 보내주던지 해야 합니다. 지금 중국정부는 그런 인권을 위한 의로운 일은 생각도 않고 오히려 즉시 붙잡아다 강제북송 해버리니 이게 될 법이나 한 일입니까? 중국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

두 사람의 설전은 끝이 없었다. 최영사가 대사관으로 업무 협의차 자릴 뜬지 얼마 되지 않아 당국의 지시를 받은 무장특공대가 전격적인 진압작전에 들어가 탈북자들을 강제연행 해버린다.
한편 무장경찰대의 한국국제학교 탈북자 체포 작전이 다 끝났을 무렵 현장에 도착한 최형철 영사는 작전이 끝난 것을 확인한 후 분개하며 왕대장을 찾아 거세게 항의하는데 체포 작전의 지휘관인 무장경찰 간부는 최영사에게 위압적으로 말한다.
“이봐요. 보아하니 당신은 한국영사 같아 보이는데, 말조심하시오! 여기는 한국 땅이 아니라 중국 땅이라는 것을 명심하란 말이요. 당신들이 외교관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면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 법률에 따라 당신들에게도 물리력을 행사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오. 알겠소?”
이 말을 들은 최영사는 공분에 못 이겨 가슴에 품어온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여보시오, 경관! 중국의 물리력이 그렇게 대단하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뒤 급격히 경제가 발전을 하면서 나라가 부강해졌소. 중국이 굴기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소. 그러나 중국이 부강해질수록 인류에 대한 보편적 의무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인권보호란 말이오. 당신들은 인권이고 뭐고 돈만 벌면 최고인줄 알고 힘만 기르면 만사형통인줄 알고 있소. 당신들은 덩치만 제일 컸지 더불어 사는 인류에 대한 책임감은 전혀 없단 말이오. 그러니까 세계인들이 보기에 마치 돼지새끼가 비단옷을 입고 금이빨 끼고 돼지우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오.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소? 돈과 힘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오. 책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
최영사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던진다.
“이봐요, 왕대장. 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리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면 그에 따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말로만 세계중심의 나라라고 하면서 그에 따른 역할을 못하면 절대로 더 이사의 발전은 없을게요. 그러니까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느냐 못 되느냐 하는 문제는 돈과 힘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인류를 위해 보편적 책임감을 다 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오. 왕대장은 내 말을 이해하리라 믿소.”

체포 작전을 목격한 연합통신 고봉회 특파원은 급보를 타전하고 자신의 기사를 북경에 주재하는 모든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한다.
다음날 한국을 비롯한 미국 CNN, 영국BBC, 위싱턴포스트, 프랑스의 르몽드지를 비롯 세계유수의 언론사에서는 중국 당국의 탈북자 북송방지와 인권보로를 촉구하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미백악관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중국정부의 탈북자들 체포와 강제북송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경찰의 손을 벗어나 탈출한 철규는 이틀 밤낮으로 은신처에서 이륜총장이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듯이 건네준 배낭 속 비상식량으로 허기를 달래며 은신한다. 짧지만 엄청나게 긴 듯이 느껴지는 이틀을 비트(은신처)에서 지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던 철규는 이제 제3국이든 한국이든 탈출방법이 거의 사라진 것을 절감한다.
철규는 태어나서 줄곧 조국에서 배웠던 정치학습내용과 중국으로 탈출한 뒤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고 들은 바를 마음속으로 비교해본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나 허황된 거짓세계에서 속아 살아온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분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주의지상낙원이라는 허울 좋은 새빨간 거짓 선전 하에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살아가는 조국의 인민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에,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그럴듯한 구호아래 모든 인민이 그 하나를 위해 죽도록 충성했건만 그 하나는 전체를 위해 과연 무엇을 안겨주었던가? 희생과 배려는 어디가고 삼시세끼도 해결 못하는 짐승 같은 삶만 안겨 주지 않았던가?

철규는 결심한다.
‘나 하나 한국으로 들어가자고 탈출한 것은 아니었다. 선희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또한 누군가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조선의 인권상황을 널리 알리고 중국으로 탈출해온 탈북자들의 인권보호와 강제북송을 막아야한다’
이미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인 자신의 목숨이라도 던져 조선과 중국의 인권말살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 조선정부가 스스로 인민에 대한 태도를 바꿔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요 나무위에서 물고기 찾기였다.
작은 몸부림이지만 인권에 관심 있는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불현 듯 고개를 들었다. 찡청따샤 호텔 전망대에서 태극기와 인공기를 바라보며 철규는 독백한다.

‘그래 조선은 하나다. 어서 통일이 되어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아가는 조선인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하나 된 조선, 평화로운 조선, 부강한 조선이 되어 길이 번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조선이 주도해서 북조선을 해방시키고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 꼭 그렇게 돼야만 조선인민이 살아난다. 그게 안 되면 적어도 조선인민들이 사람답게라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 한다. 이 한 몸 불태워서라도 우리 조선민족의 염원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고 세계만방에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내 기꺼이 결행하리라…’

호텔옥상난간에서 철규는 이륜총장이 배낭에 넣어준 전단지를 천천히 호텔 아래로 뿌리기 시작한다.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라’
‘탈북자를 한국으로 이송하라’
‘중국정부 각성하라’
‘중국정부는 인권말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한글과 중문으로 된 전단지가 싼리툰 외교가 하늘에 날린다. 탈북자들의 눈물이 전단이 되어 북경하늘에 휘날리고 있다. 전단지를 다 뿌린 철규는 이승에서의 마지막으로 북경외교가를 내려다본다. 휘날리는 각 나라 국기처럼 조선도 다른 나라처럼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간절히 염원한다.
아버지의 웃는 모습, 두만강을 건너다 총에 맞은 동생 향란이도 웃으며 달려온다. 탈북이후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선희는 어디서 무슨 고초를 당할까. 억장이 무너지듯 아팠다.
‘그래, 선희야! 너만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 고난의 행군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조선은 꼭 망한다. 그때까지 살아남아 내 몫까지 누려다오. 나의 죽음이 너의 삶을 보다 나은 삶이 되도록 바란다. 선희야 잘 있거라. 지금 딱 한번만 너를 안아 보고 싶구나. 미안하다. 준비한 시너 통을 머리부터 쏟아 부은 철규는 무장경찰 앞에서 마지막 절규를 토한다.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한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 “중국정부는 각성하라”
‘번쩍’하고 불꽃이 일어나고 불길이 솟구치더니 그것은 커다란 불기둥이 되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사람들의 비명 속에 파묻혀 철규의 마지막 외침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허공을 갈랐다.

*머리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북한동포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동토(凍土)로부터 탈출「엑소더스」 을 계속하고 있다.
하늘이 도와 대한민국에 안착한 동포보다 10배 이상의 탈북동포가 제3국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수용소군도를 탈출한 무국적난민「디아스포라」이 넘쳐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는 과학문명과 문화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물질적 풍요와 쾌적한 삶의 시대다. 지구촌은 모두 한 가족이 되었고 자유, 민주, 인권이 보편적 가치이자 시대정신이라는 믿음 속에 살고 있다. 이것은 오랜 세월 인류가 끝없는 투쟁과 희생 속에서 얻어낸 귀중한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한반도만이 아직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살아가고 있다. 한쪽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문화대국을 구가하는 반면, 북쪽은 목불인견의 지옥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피를 나눈 동포로서 세계인들이 보기에 민족적 수치심과 자괴감으로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해괴하고 잔악한‘악의제국’북한은, 일찍이 그 어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수령정권 3대세습으로 철권통치하며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말살하고 있다.

10년 세월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애국심을 마음에 담고 정의롭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지냈던 외국생활이었다.
제3국에서 만난 국군포로, 탈북동포, 무국적 고려인「까레이스키」,사할린동포 등 역사의 격랑에 휩쓸렸던, 이른바‘역사의 조난자’들의 가슴 아픈 개인사를 접했을 때 무기력하기만 했던 내 자신을 한탄해야만 했다.
‘역사의 조난자’들의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접하면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정의롭게 살자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했다.
미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간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널리 알리는 길 밖에 없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먼저 제3국에서 자유를 찾아 떠도는 탈북동포들의 비극을 그려보았다.

이제 좋으나 싫으나 통일의 새벽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통일의 전도사로 내려온 탈북동포들은 우리에게 무언의 절규를 들려주고 있다.
“당신들의 동포가 지옥에서 신음할 때, 당신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우리들을 부끄럽게 함과 동시에 우리가 할 바를 제시하는 길잡이기도 하다.
‘역사의 조난자’인 이들 탈북동포들을 보며 눈물 흘리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이 땅에 진정한 통일은 없다.

이 글을‘역사의 조난자’들에게 바친다.

이 소설을 집필하는데 생생한 증언을 해준 탈북동포인‘NK문화사업단’ 오영선 단장님, 편집과 자료정리를 해주신 강은영님, 박서영님, 그리고 항상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언론인 이용탁님, 최영언님과 작가인 김영수님, 이 영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운두령 산방에서
2013년 1월
한민
목차
책머리에

강제제대
귀향
해후
보안원
연정
신소
인민반장
신소과장
꽃제비
소나기 여정
젖ㄱ지물자
배신
전우
낙화
응징
탈북
중국연변
강제북송
백산나이트
노동단련대
재탈북
인신매매
인연
민박집
흑사단
동포에
재회
북경
활로모색
초대받지 않은 손님
대치
강제연행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산화

용어풀이
본문중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정예 특수부대 정찰총국소속의 강철규,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으로 당을 위한 일당백의 살인병기로 조련되어 10년 간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을 다해왔다.
그런 철규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떨어진 강제제대 명령서!

영문을 모른 채 좌절 속에 귀향한 그에게 동생 향란이 흐느끼며 들려준 아버지의 최후, 소도적과 남조선 삐라 소지라는 엉터리 모략에 걸려 공화국 반역죄로 보위부 집행대의 총을 맞고 원통하게 죽어간 아버지의 신원을 위해 군당, 도당, 중앙당까지 찾아가 하소연 해 보지만, 그가 그토록 당과 수령을 위해 섬기던 당은 차갑게 그를 외면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당은 철규를 오지의 탄광으로 배치한다.

동네어른과 동생에게 들은 아버지의 원통한 죽음을 가져온 보안원에 대한 분노와 당에 대한 배신감, 처참한 꽃제비 등 인민들의 참상에 폭발직전의 활화산같이 부글거리던 철규에게 가혹한 시련이 찾아온다.
그것은 강냉이를 구하러 농장 밭에 찾아간 동생 향란이 인민군 병사들에게 처참하게 윤간 당한 것이다.
드디어 폭발한 철규는 동생을 윤간한 병사들과 소대장을 응징하고 이어, 철규를 체포하겠다고 찾아온 동네 보안원 염상철의 숨통을 끊어 버린다.

희망없는 북조선 땅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 철규는 동생 향란과 그의 친구 선희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는데, 이 과정에서 향란은 경비병의 총에 맞아 인생을 마감한다.

강을 건넌 두 사람은 연변자치주에서도 오지인 왕청현 태양촌에서 숯을 구워 파는 조선족 홍기천 창장 집에서 그의 호의로 잠시나마 안정과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교회에 나갔던 선희가 중국공안에 잡혀 죽기보다 싫은 북조선으로 강제북송되어 온성에 있는 보위부에 수감된다.

철규의 행방을 추적하려는 보위부에서는 북송되어 온 탈북자 경애를 협박, 포섭하여 그녀로 하여금 선희를 꼬드겨 다시 재탈북시켜 선희와 만나는 철규를 체포, 압송하려는 흉계를 꾸미기에 이른다.

선희와 경애는 재탈북에 성공해 홍기천 창장과 김기남 사장의 헌신적 도움으로 철규를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애는 선희와 정이 들어, 보위부의 꾀임에 빠졌던 자신의 이야기를 선희에게 들려주고 용서를 빈다.

탈북자 북송을 위한 북한의 대중국항의와 양국의 공조로 탈북자에 대한 중국공안당국의 단속이 조여오자 위험을 피해 북경으로 잠입한 철규 일행은 김기남 사장이 소개해준 김영 기자와 고봉회 특파원 그리고 한국안보단체의 이륜 사무총장을 통해 한국행을 위한 활로모색에 나선다.

그러나 이웃에 은신하던 탈북한 고향 사람들을 만나게 된 철규는 그들이 계획한 한국행 전략에 동조하여 북경소재 한국국제학교 잠입을 통한 한국행 전략에 동참하기로 한다.
등교시간에 학부모를 가장하여 학교장실 잠입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이를 알고 출동한 중국무장경찰대는 불과 반나절 대치 후 기습적인 작전으로 교장실에 잠입한던 탈북동포들을 모조리 체포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철규는 한국행을 포기하고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탈북자들을 색출해 북송시키는 중국의 반인권, 반인류적 행태에 항의하고 전세계인의 양심과 여론에 호소하고자 탈북인 북송규탄 삐라를 각국의 외교공관들이 밀접한 찡청따샤호텔 옥상에서 살포한다.

‘탈북자 북송반대’ 구호를 외치던 철규는 준비한 시너를 전신에 뿌린 다음 무장경찰특공대에게 체포되기 직전 온몸에 불을 붙이고 ‘탈북자강제북송 반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 라는 구호를 외치며 장렬히 투신, 산화한다.

저자
한민
저 [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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